[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9 꽃처럼 말하는 어른으로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뒷골목 고양이》(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 지호, 2003)는 아프면서 따스한 책입니다. 아프지만 따스하고, 아프기에 따스한 책이랄 수 있습니다. ‘시튼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런 얼개예요. 오래오래 사람하고 함께 지낸 숱한 이웃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새 ‘이웃 아닌 고깃덩이’밖에는 아닌 듯 바라보는 눈길 탓에 괴롭고 아프며 고단한 삶이 춤춥니다. 어느 한켠만 아프지 않습니다. 골목고양이도 아프고, 골목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아픕니다. 한켠은 몸이 아프고, 다른켠은 마음이 아픕니다. 숲을 돌보는 곰도 힘겨우며, 곰을 사냥하려는 사람도 힘겹습니다. 한쪽은 몸이 힘겹고, 다른쪽은 마음이 힘겹습니다. 늑대를 쫓아내고서 빠른길을 닦고 나무를 베고 잿빛집을 올린 사람은 즐겁게 살아가나요? 그처럼 넓디넓은 숲이며 들을 밀어내고 번쩍거리는 큰고장을 세운 사람들은 ‘서로 땅을 알맞게 나누면서 사이좋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가요? 숲이나 들이나 멧골에서 여우가 사라진다면 ‘여우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우를 둘러싼 모든…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날마다 먹는 밥 옆에 나란히 놓이는 국과 아랑곳한 말인 '꾸미'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에 '국이나 찌개에 넣는 고기붙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같은 뜻으로 '고기꾸미'라고도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들 지난 설날 아침 끓여 드신 떡국에 어떤 꾸미를 넣어 드셨는지요? 소고기를 넣어 드신 집이 많을 것이고 꿩고기를 넣어 드신 집도 있을 것입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늘 닭고기 꾸미를 넣은 떡국을 끓여 주셨는데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는 떡국을 못 먹은지가 스무 해가 넘었네요.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이 떡국 꾸미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도 알아 두시면 좋을 것입니다. 옛날부터 떡국 꾸미로 꿩고기를 으뜸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꿩고기는 쉽게 얻을 수가 없으니 닭고기를 넣어 먹은 데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국이나 찌개에 있는 고기를 보실 때마다 '꾸미'를 떠올려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분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들봄달 스무이틀 한날(2021년 2월 22일 월요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망나니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에 아름길을 보고 듣고 겪고 느끼고 누립니다. 그악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악길을 만납니다. 저쪽에 갔기에 끔찍하거나 막되지 않고, 여기에 있기에 아름답거나 착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 스스로 마음을 나쁘게 굴렸기 때문이지 싶어요. 스스로 사랑하기보다 스스로 차갑게 굴면서 마음에 쌀쌀맞은 생각을 자꾸 심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누가 시켰기에 하는 야살이 짓이 아닙니다. 누가 큰돈을 준대서 이 돈을 노리고 더럼짓을 한다기보다, 스스로 참사랑을 잊거나 등돌리면서 살아가기에 돈뿐 아니라 이름값이나 주먹힘에 스스로 휘둘리는 살림이지 싶습니다. 모든 허튼짓을 짚어 보면 사랑하고 멉니다. 아니 양아치한테는 사랑이 없어요. 막짓놈한테 무슨 사랑이 있을까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기에 망나니가 되고, 망나지짓에서 헤어나지 않습니다. 남한테 잘 하려면 먼저 제 마음한테 잘 해야겠지요. 스스로 사랑하는 길에 설 적에 비로소 우락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눅다 – 1.반죽이 무르다. ㉥반죽이 너무 눅지 않니. 2.물기를 받아 부드럽다. ㉥다림질은 눅을 때 해야 잘 된다. 눈어림 - 눈으로 대충 헤아리는 일. (한)눈대중. ㉥눈어림으로 사왔는데 옷이 몸에 꼭 맞았다. 눈엣가시 - 몹시 미워 눈에 거슬리는 사람. ㉥시앗이란 아내한테는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다. 눈총 - 눈에 독을 품고 쏘아보는 기운. ㉥버시 눈총을 맞으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괴롭다. 눋다 - 조금 타서 누런 빛이 나다. ‘눋’이 길게 소리남. ㉥밥이 눋다. 누룽지 -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 (한)눌은밥. ㉥누룽지 튀긴 것은 참말 맛있어요.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 (준)늘어진 안개. ㉥는개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길을 걸었다. 늘리다 - 본디보다 많아지게 하다. ㉥일을 부지런히 하여 땅을 늘리다. 늘이다 - 본디보다 길게 하다. ㉥고물을 길게 늘이다. ‘드리우다’와 같은 뜻으로도 쓰임. 늦마 - 제철이 지난 뒤에 지는 장마. ‘마’는 장마 옛말. (한)늦장마. ㉥올해 마을 줄다리기는 늦마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늦추다 - 1.느슨하게 풀다. ㉥허리띠를 늦추다. ‘늦다’ 입음꼴. 2.하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덜다 돈이 있어 돈을 씁니다. 마음이 있어 마음을 씁니다. 돈값을 하는 세간이 있고, 땀값을 하는 두 손이 있어요. 돈을 곁에 두어 살림을 꾸리기도 하지만, 돈이 없더라도 두 손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립니다. 가없이 오래도록 이은 살림이라면, 돈이 이 별에 태어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돌고도는 돈이라면, 어느 곳에 묵히지 않도록 돌려야겠지요. 돌지 않는 돈은 그저 돌(바위)이 되어 무겁습니다. 큰돈을 차지하려는 사람은 이 짐더미를 안고 지내느라 곧잘 삶을 잊거나 살림하고 멀어져요. 겨울이 저물면서 들꽃이 고개를 내밉니다. 들길을 같이 걷는 아이가 “저기 꽃 피었어요.” 하고 노래합니다. 꽃을 알아보는 꽃돌이로군요. “우리 집 뒤꼍에도 이 들꽃이 가득하지.” 하고 보태는 어버이라면 꽃사람입니다. 하루는 얼마든지 살뜰하게 누릴 만합니다. 어제는 썩 알뜰하게 못 누렸다면 오늘은 한결 낫게 돌보기로 해요. 새벽에 눈을 뜨면서 틀거리를 여미어 봐요. 모자라면 여투거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 희망소비자가격·권장소비자가격 ‘소비자가격(消費者價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비하는 사람(소비자)이 어떤 것을 살 적에 내는 값(가격)”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샛밥 자루(과자 봉지)부터 자동차나 집까지 ‘소비자가격’이 붙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샛밥이나 빵이나 세간을 보면 ‘희망소비자가격’이나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말이 붙기도 해요. 말뜻 그대로 “희망하는 소비자가격”이요, “권장하는 소비자가격”인 셈입니다. ‘희망(希望)하다’는 “바라다”를 뜻합니다. ‘권장(勸奬)하다’는 “권하여 장려하다”를 뜻하고, ‘권하다’는 “어떤 일을 하도록 부추기다”를 뜻하며, ‘장려(奬勵)하다’는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주다”를 뜻해요. ‘희망소비자가격’이라면 “이만큼 받고 싶은 값”을 가리킬 테고, ‘권장소비자가격’은 “이만큼 받도록 하려는 값”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값. 책값. 받을값. 제값 우리가 읽는 책에는 ‘희망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0. 빵 아이들이 기다리던 빵굼틀(제빵기)이 왔다. 두 아이하고 함께 종이상자를 뜯는다. 두 딸이 상자를 밑으로 당기고 나는 위로 잡아당겼다. 하얀 바탕에 네모낳고 묵직한 틀이 나왔다. 상자 바닥에서 책을 꺼냈다. 어떻게 쓰는가 알려주는 얇은 책하고 빵굽기를 담은 책이다. 우유 식빵 쪽을 펼친다. 책에 적힌 대로 해본다. 우유를 넣고 달걀을 하나 깨고 밀가루를 붓고 이스트하고 버터하고 소금을 넣고 단추를 누른다. 뚜껑은 속이 비친다. 가만히 보니까 네모난 속통이 돌아간다. 밀가루가 물하고 섞이고 차츰 덩어리로 바뀌면서 저절로 뭉친다. 뭉친 반죽이 벽을 탕탕 치면서 빙글 돌아간다. 빵이 다 되려면 세 시간쯤 걸린다. 두 딸은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다가 아빠가 불러서 어딜 나갔다 왔다. 그때까지 반죽은 돌아갔다. 돌다가 쉬고 하는데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두 아이가 들어오자마자 빵이 다 되었는지 자꾸 물었다. 아직 남은 시간이 적혔는데 나는 기다리지 못했다. 뭔가 단추를 잘못 눌렸나 해서 멈췄다. 다시 처음부터 단추를 꾹 눌렸다. 반죽이 탕탕 이쪽 벽에 붙었다가 저쪽 벽에 붙었다 치기만 하고 탕탕 소리만 냈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꽃일다 #호전되다 [토박이말 살리기]1-22 꽃일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꽃일다'입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화학적 작용이나 발효의 과정 따위에서 한창 순화한 현상이 나타나 보이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무슨 뜻인지 어림은 할 수 있겠는데 똑똑히 알기 어렵지 싶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다시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김치나 젖갈 따위가 발효되어 맛이 달다'는 뜻으로 쓰는 '삭다'라는 토박이말을 아실 것입니다. 김치가 삭는 것을 보신 분들은 '한창 순화한 현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시지 싶습니다. 김치에서 물이 나오고 그 국물이 보글거리다가 마침내 신맛이 나게 되면 잘 삭았다고 합니다. 그처럼 썩지 않고 먹기 좋게 삭는 길(과정)에서 눈에 띄게 뭔가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이라는 말이 가진 느낌과 '일다'라는 말이 '없던 현상이 생기다'는 뜻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꼭 삭는 것만 가지고 말할 게 아니라 뭔가 좋아지는 게 나타나 보일 때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이 말의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아들 #딸 #토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터박이말 #순우리말 #고유어 #명언 #좋은말씀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5-기운과 끈기는...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기운과 끈기는 모든 것을 이겨낸다'야. 이 말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인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나 공부나 일을 할 때 갑자기 고단하다는 생각이 물 밀듯이 밀려 올 때 떠올려 되새기면 좋을 말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렇게 힘이 들고 고단하다 싶을 때 기운을 내서 더욱 지며리 하면 끝내 이겨낼 수 있게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우리가 흔히 일을 많이 했을 때 '피곤하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피곤하다'는 말을 '고단하다'는 토박이말로 갈음해 써 보면 좋겠어. 그리고 하는 일이 힘에 벅차다 싶을 때 '되다'라는 말도 떠올려 써 보렴. '되다'가 반죽이나 밥 따위에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는 뜻도 있고 '일이 힘에 벅차다'는 뜻도 있거든. 일이든 공부든 되면 쉬어 가면서 하는 게 좋단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꾸준하고 차분하게 하는 게 좋은데 '꾸준하고 차분한 모양'을 나타낼 때 쓸 수…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터박이말 #참우리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꽃물 #꽃국물 #진국 [토박이말 살리기]1-21 꽃물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진국'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 '꽃물'입니다. 이 말은 '곰국이나 설렁탕 따위의 고기를 삶아 내고 아직 맹물을 타지 않은 짙은 국물'을 가리키는 말로 '꽃국물'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물을 '진한 국물'이라는 뜻으로 흔히 '진국'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그렇게 자주 쓰는 '진하다'의 '진'도 '나루 진(津)'을 쓰는데 말집(사전) 풀이를 보면 '짙다'는 말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진하다'는 '짙다'는 말로 갈음해 써도 되겠다 싶습니다. '진국'이라는 말도 진한 국물이라는 뜻보다는 '거짓이 없이 참된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쓴다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앞으로 '진국'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꽃물', '꽃국물'이라는 말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둘레 분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들봄달 열여드레 낫날(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