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곁장구 얼핏 훑으면 들판에 흐드러진 꽃이 모두 같아 보입니다만, 가만히 보면 모든 꽃은 하나도 안 똑같습니다. 같은 나무에 나란히 돋는 잎도 하나이지 않아요. 다 다른 잎은 크기도 무늬도 빛깔도 저마다 다릅니다. 나무를 제대로 그리려 한다면, 잎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다 다르게 그리겠지요. 풀꽃을 제대로 옮기려 한다면, 풀도 꽃도 하나하나 새롭게 마주하면서 옮길 테고요.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매한가지라고도 하지만, 이렇게 하기에 이 길이요, 저렇게 하기에 저 길입니다. 이 길하고 저 길은 늘 달라요. 우리는 서로 다른 줄 알기에 함께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줄 알아보면서 같이해요. 다른 빛을 알아채기에 믿고, 새로운 숨결을 느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맞잡습니다. 때로는 물벼락처럼 소나기를 퍼붓는 구름은 모두 달라요. 크게 보면 하나이지만 곰곰이 보면 온갖 물방울이 얼크러져요. 한마음이라서 곁장구를 치기도 하지만, 한뜻이 아니어도 북돋우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새뜸 언제 누가 처음 지었는지 알 만한 낱말도 많으나, 어느 때에 곳곳에서 한꺼번에 피어나는 낱말도 많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쓰는 낱말을 어느 한 사람이 처음으로 쓰며 퍼지기도 하고, 시골이나 마을에서 조용조용 쓰던 말씨를 누가 눈여겨보고서 두루 퍼뜨리기도 합니다. 〈전남새뜸〉은 1997년부터 나오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세종에는 ‘새뜸마을’이 있고, ‘새뜸초등학교·새뜸중학교’가 2017년부터 섭니다. 눈을 새로 뜨고 마음을 새로 뜹니다. 이야기를 새로 띄우고 생각을 새로 띄워요. 다그치지 않고 띄웁니다. 따지지 않고 물으면서 띄워요. 차근차근 찾아보는 동안 어느새 눈을 뜹니다. 귀를 열고서 들으니 눈을 떠요. 가슴을 틔우고서 받아들이니 마음을 떠요. 삶에는 여러 길이 있어요. 이모저모 즐겁게 나아가며 하나씩 살핍니다. 알고 싶기에 눈을 뜨고, 궁금하기에 귀를 뜹니다. 속속들이 알아보기도 하지만, 속내를 제대로 들추려는 뜻입니다. 깊이 말하며 알아가기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마을책숲 나라에서는 ‘국어’란 한자말을 쓰는데, 이 이름은 나라에서 틀에 맞추려는 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스스럼없이 ‘우리말’이라 하고, 우리가 스스로 살아가며 나누는 말이란 뜻입니다. 우리말은 따로 ‘삶말’이라고도 합니다. 삶에서 비롯하니까요. 꼭두길님이나 으뜸길잡이가 짓는 우리말이나 삶말이 아닙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금’이라 하고, 하늘을 쳐다보며 ‘하늘금’이라고 수수하게 이야기하는 여느 말씨가 삶말입니다. 고을에 있기에 고을책집이에요. 마을에는 마을책숲이 있어요. 고을책밭처럼 말끝을 바꾸어도 어울려요. 이리하여 밥 한 그릇을 수수하면서 즐겁게 나누려고 마을밥이며 고을밥을 짓지요. 고장밥도 짓고 오래오래 이은 오래밥도 짓습니다. 옛날 옛적부터 먹은 옛밥도 있고, 삶말처럼 살림을 짓는 사람이 손수 지은 살림밥이 있어요. 그렇다면 마을말에 고을말에 고장말이 있을 테고, 오래도록 쓴 오래말이 있겠지요. 삶말처럼 삶밥이 있고, 살림밥처럼 살림말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6 심심한 사과의 말씀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놓고 아이들은 “아이 심심해.” 하고 말합니다. 하는 일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두고 살림하는 어른들은 “국이 심심하네.” 하고 말합니다. 국물 간을 좀 싱겁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자말 ‘甚深’이나 ‘深深’을 쓰는 글쟁이 어른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은 “심심한 감사”나 “심심한 사과”나 “심심한 조의”나 “심심한 경의”처럼 쓴다고 하는데, 우리말이 아닌 한자를 널리 받아들여서 쓰는 일본 말씨입니다. 오늘날에는 영어도 널리 쓰니까 일본스런 한자말쯤이야 그리 안 대수로울 만합니다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처럼 말하는 어른을 아이가 바라본다면 무엇을 느낄 만할까요? “심심한 감사의 말씀”처럼 말하는 글쟁이를 여느 살림꾼이 마주한다면 무엇을 생각할 만할까요? 아마 아이는 뭔 ‘능금(사과)’이 어떻게 ‘재미없다’고 말하는가 싶어 고개를 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손빛 얼마 앞서까지 모든 일이며 살림을 누구나 손으로 했습니다. 손수 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굳이 손일(수작업) 같은 낱말을 쓸 일이 없이 ‘일 = 손일·몸일’이기 마련이었습니다. 이제 손수 일하지 않는 일이 늘 뿐 아니라, 사람이 일하지 않기에 ‘손내림’으로 커피를 마련한다든지 ‘사람일’처럼 갈라서 말할 자리가 생깁니다. 여기에 얼굴을 안 마주하고도 일하거나 어울리는 ‘누리판’이 태어납니다. 누리그물로 글월을 띄우면, 누리글월(이메일·전자우편)은 곧장 날아간다지요. 언제 닿으려나 속태울 일이 없어요.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애태울 일이 없이 어느새 다다릅니다. 곰곰이 보면 옛날에는 마음으로 사귀고 만나며 어울렸기에, 먼곳에서 사는 이웃이나 동무하고 모처럼 만나면 반갑고 손님을 살뜰히 여겼을 텐데, 오늘날에는 누리집에서 너무 손쉽게 만나고 말을 섞으며 외려 벌컥하거나 골을 내거나 마음을 바득바득 가는 일이 불거지기까지 합니다. 쉽게 띄우고 받으면서 쉽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내리 스스로 즐기는 길이라면 끊임없이 갑니다. 스스로 즐기지 않는다면 얼핏 꾸준히 가는 듯해도 이내 지치거나 나가떨어지는구나 싶어요. 뿌리를 내린 풀꽃나무가 줄기를 기운차게 올리는 마음을 헤아려요. 즐겁게 피어나서 반가이 비바람해를 머금으려는 풀꽃나무 숨결이 아니라면 줄줄이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한결같이 나아가고 싶다면 노상 푸른들넋이면서 내내 파란하늘빛이어야지 싶어요. 마음이 흐트러진다면 쉬잖고 가던 길을 멈추기로 해요. 어지러운 눈빛으로는 내도록 나아가지 못합니다. 까맣게 타들어간 마음을 다독여요. 매캐하게 들러붙은 티끌은 떨어내요. 뒤숭숭한 발걸음은 그치고, 새록새록 돋아나는 풀잎처럼 싱그러이 눈을 밝혀요. 죽은 눈빛으로는 죽은말이 불거지고, 싱그러운 눈망울로는 삶말이 자라요. 옛말을 곁에 놓고서 새말을 다스리지요. 지난말을 길잡이 삼아 오늘말을 줄줄이 지어요. 밤낮으로 흐르는 바람은 온누리를 시원스레 어루만집니다. 아침에 다시 뜨는 해는 푸른별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5 처치 곤란 이러지도 못하거나 저러지도 못한다고 할 적에는 예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고 수수하게 말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처치 곤란(處置 困難)”이라는 한자말이 떠돌거나 퍼집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건사하지도 못할 적에 이 말씨로 나타내더군요. 영어 낱말책에서 문득 ‘intractability’라는 낱말을 찾아보니 뜻풀이를 “고집스러움, 다루기 힘듦, 처치 곤란”처럼 적습니다. 영어를 이렇게 풀이했기에 “처치 곤란”이라는 말이 퍼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만, 영어 낱말책도 이런 말씨가 퍼지도록 한몫 거들었다고 할 만합니다. 영어 낱말책에도 나오지만, 알맞게 쓸 우리말은 “다루기 힘듦”입니다. “다루기 힘들”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지요. “다루기 힘든” 나머지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건사하지도 못해요.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가리켜 ‘갈팡질팡’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을 맺고 끊는 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몇힘 커다란 돌이 있고 작은 돌이 있어요. 우람한 바위가 있고 조그마한 돌이 있습니다. 아이가 손에 쥐면서 따스하게 놀이동무로 삼는 조약돌이 있고 몽글몽글한 몽돌이 있어요. 얼핏 작은힘은 초라하다고 여기지만, 몇몇이 이루는 수수한 빛으로 온누리 기스락을 가만히 밝히곤 합니다. 큰힘이어야 뽐낼 만하다고 여길 텐데, 조촐하게 맺는 마음으로 아름길을 이루거나 펴기에 이 삶자리가 사랑스럽지 싶습니다. 함박처럼 큰 꽃이 더러 있습니다만, 거의 모두라 할 꽃송이는 작아요. 작게 드러나는 꽃송이는 꽃마냥 작은 풀벌레랑 벌나비하고 이웃이 됩니다. 마치 놀이를 하듯 꽃한테 몰려들어요. 조그마한 싹이 자그마한 꽃으로 피어나고, 앙증맞게 씨앗을 맺어 온누리 잿더미에 삶빛을 드리웁니다. 우리 삶은 꽃으로 가면 좋겠어요. 잿빛길이 아닌 꽃길을 가고, 잿밭이 아닌 꽃밭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잿살림이란 얼마나 매캐하고 갑갑할까요. 꽃살림이 되고 온살림으로 펼치면서 오순도순 지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해받이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냥을 하거나 가난하기에 ‘거지’가 아닌, 거짓말을 하기에 거지이겠구나 싶어요. 동냥을 하면 동냥꾼이요, 가난하면 가난꾼입니다. 있지도 않은데 거짓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높이 노래하고 싶어 속청을 펴는 사람이 있지요. 그야말로 높기에 ‘높소리’일 텐데요, 곁사람하고 높은소리로 노래할 수 있지만, 곁짝한테 높소리로 꾸중하거나 다그친다면 재미없습니다. 어떤 소리를 들려줄 짝인가요. 우리 님한테는 어떤 목소리로 다가서고 싶나요. 사랑하는 님한테 가짓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겠지요. 참소리를 들려주는 마음이 되고, 깊바다 같은 말소리를 펼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해를 먹으며 푸른 숲처럼, 사람도 해바라기를 하기에 튼튼해요. 집을 든든히 건사하는 기둥은 나무인데, 바로 해먹임으로 자란 숨결입니다. 스스로 지키고 함께 꾸리는 살림이란 늘 빛받이로구나 싶어요. 쌀도 밀도 빛바라기입니다. 모든 열매는 해받이예요. 햇살이 우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하루글 하루를 씁니다. 저물녘에도 쓰고, 한낮에도 쓰고, 아침에도 씁니다. 하루글은 꼭 잠자리에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때이든 하루자취를 돌아보고 싶을 적에 써요. 즐겁거나 뜻깊거나 아프거나 새롭게 겪은 하루를 차근차근 옮깁니다. 오늘을 씁니다. 누가 안 시켜도 스스로 오늘글을 씁니다. 스스로 즐긴 일을 씁니다. 새삼스레 맡는 일을 적습니다. 반가이 맞아들여 삶을 가꿀 일감을 누린 이야기를 씁니다. 살림을 씁니다. 조곤조곤 지은 살림을 옮기고, 소꿉놀이 같은 빛살을 적으며, 아이하고 돌본 삶을 써요. 서로 이야기를 하듯 씁니다. 글줄마다 생각이 반짝반짝 드리웁니다. 어쩌면 삶글이란 삶빛글이라 할 만해요. 삶꽃글이라 해도 돼요. 살림꽃글이나 살림빛글처럼 이름을 곱게 붙입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풀꽃나무가 넉넉히 자라도록 하니, 나무그늘이 싱그럽고 풀내음이 상큼합니다. 이 풀꽃나무한테 찾아오는 새는 노랫가락을 베풀고, 개구리랑 두꺼비가 함께 노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