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내가 안 쓰는 말. 남자 남자란 바보같은 놈이야 스스로 못 깨닫고 곁에서 알려주면 뒷북이지 남자란 나무로 설 수 있고 날개를 펼 수 있고 노래를 할 수 있어 남자란 날(낳을) 적에는 아직 몰라도 날(나을) 적에는 확 달라지지 너도 알 테야 나긋나긋 알려주렴 느긋느긋 속삭이렴 온 나날을 사랑으로 너나없이 우리로서 ㅅㄴㄹ ‘남자’는 ‘男子’처럼 한자를 적습니다. ‘밭(田) + 힘(力)’입니다. 우리말로는 ‘가시버시’에서 ‘버시’가 ‘남자’요, ‘버시 = 벗’이며, 시골말로는 ‘머스마(머스매)’이고, 이 오랜 우리말은 ‘머슴’하고 맞닿습니다. ‘머슴’이란,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남이 시키는 일을 맡아서 해주고는 일삯을 돈이나 밥으로 받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머슴이란 일꾼은 ‘사내(남자)’입니다. 곧, 우리말 ‘머슴’이나 한자말 ‘男子’나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힘으로 맡는 사람”인 셈입니다. 우리말이나 한자말이 왜 이런 밑뿌리를 낱말에 담았는가 하고 돌아본다면, 참말로 사내(돌이·남자)는 처음부터 스스로 생각해 보기보다는 남(순이·여자)이 들려주는 말과 모습에 따라 달라져요. 나이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탈바꿈 풀벌레는 옛몸 내려놓고 티없이 고요한 넋으로 허물벗기를 하면서 새롭게 커 나비는 애벌레몸 재우고 해맑게 가만히 꿈꾸며 날개돋이를 하면서 가볍게 눈떠 모든 아기는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으며 느긋느긋 놀고 노래하니 철들며 자라 탈을 쓰면 헌몸 그대로 껍데기를 가리지만 탈을 바꾸면 새몸 그려서 빛나는 속살 가꿔 ㅅㄴㄹ 얼굴에 씌워서 다른 모습인 듯 꾸미는 것을 ‘탈’이라고 해요. 얼굴에 씌우는 “꾸민 새모습”인 ‘탈’입니다. 겉을 씌운 몸을 모두 내려놓듯 벗고서 새몸으로 가는 일을 ‘탈바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겉으로 다른 모습인 척 꾸미는 일을 안 하고, 이 겉모습(겉몸)을 그대로 내려놓으면서 한결 튼튼하게 곱게 자라려는 길이 ‘탈바꿈’이라고 여길 만해요. 풀벌레는 탈바꿈을 하면서 날개나 다리가 새로 돋아요. 우리는 어떤 탈바꿈을 하면서 철이 들거나 ‘참다운 어른’스럽게 자랄 만할까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코앞 나무 밑에서 비를 긋는 잠자리 나비 새 곁에 동그마니 앉아서 풀잎에 맺힌 빗방울 본다 나무 곁에서 일손 쉬는 할머니 할아버지 둘레 살그머니 다가가 이마에 맺힌 땅방울 식힌다 눈앞에 있어도 멀리 떨어져도 구름을 움직여도 바람을 못 알아볼까 코앞에 있는 바람 한 줄기가 훅 머리카락 나부끼더니 춤추며 놀자고 한다 ㅅㄴㄹ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1 그럴듯하다 그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 ‘그럴듯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다고 여길 만하거나 저렇다고 여길 만할 적에는 어떻게 나타낼까요? 입으로 말할 적에는 ‘이럴듯하다·저럴듯하다’처럼 나타내겠지만, 손으로 적는 글에서는 ‘이럴 듯하다·저럴 듯하다’처럼 띄어야 맞춤길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목을 곰곰이 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할 적에 띄어쓰기는 거의 안 따집니다. 느낌이나 결을 살필 뿐입니다. 그리고 새말을 하나 지었다면 그 낱말 하나만 새롭게 ‘붙여서 쓸’ 노릇이 아니라, 비슷한 얼거리인 다른 낱말을 함께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국립국어원은 꽤 오랫동안 ‘신나다’를 한 낱말로 안 받아들여서 ‘신 나다’처럼 적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립국어원에서 ‘신나다’를 한 낱말로 받아들여 올림말로 삼았습니다. 다만 ‘신나다’는 올림말이 되었습니다만, 비슷한 얼거리인 ‘신명·신바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살지다 너른들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늘이 사람이며 들짐승이며 풀꽃나무한테 내려준 포근한 숨결처럼 이룬 판판한 자리예요. 열매도 나무도 살지고, 아이도 어른도 살지면서, 모든 목숨붙이가 푸지게 살림을 누리는 너른들녘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작은 손길을 오래오래 들여서 차근차근 일군 열매들녘입니다. 돌을 고르고 흙을 갈고 거름을 주고 물길을 내고 못을 파고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어 푸진들녘으로 바꾸어 냅니다. 기름진 논밭에서 푸짐하게 맺는 낟알이 너울너울합니다. 너울들녘이에요. 살진들은 궂은날씨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숲에는 가뭄이 없어요. 숲을 담듯 일구는 들도 막날씨를 씩씩하게 견디거나 흘려보냅니다. 그런데 온누리는 갈수록 벼락날씨가 춤춥니다. 얄궂날씨가 널뜁니다. 아슬아슬하게 함박비가 쏟아지고, 무시무시하게 더위가 잇달기도 하고, 철마다 다른 바람빛이나 햇볕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모든 들숲바다는 사람만 사는 터가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아스라하다 어린날은 도무지 안 떠올라서 까마득하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눈앞에서 마주하듯 떠올리는 오래빛으로 삼기도 합니다. 마음이 멀다면 감감할 테고, 마음이 흐른다면 먼모습이 아닌 오늘빛이라 할 만합니다. 누구나 오늘을 살기에 어제 하거나 겪거나 보거나 듣거나 느낀 일만 해도 아득히 여길 수 있어요. 아무래도 해묵은 자취가 많기에 달래거나 손질하고픈 옛일일 수 있지요. 낡거나 묵어 창피한 자국이라 여겨 이제는 고치려 하거나 잘라내고픈 옛길일 수 있고요. 옛모습에 갇히면 새모습을 가꾸지 못합니다. 밑자리는 든든하게 다스릴 노릇이되, 뻔한 틀을 오래오래 붙들기만 한다면 고린내에 스스로 가두고 말아요. 마음을 억누르거나 삶을 짓누르는 모든 굴레는 털기로 해요. 뼈를 깎듯 애써도 되고, 하루하루 가다듬는 매무새로 피어나도 됩니다. 지난일을 잊지는 말되 자꾸 다그치지 않도록 다듬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가는 사람입니다. 뒷길로 빠지거나 옆길로 새는 삶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홈 모든 말은 매우 쉽고 부드럽게 삶이라는 거미줄로 잇습니다. 어릴 적에 혼자 놀면 마을 할머니는 “혼자 노는구나” 하고 말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밭을 가꾸는 할아버지는 호미로 땅을 콕콕 홉니다. 어머니는 바늘을 쥐어 옷을 호치지요. 빗물이 홈통을 거쳐서 흐르고, 홀가분히 빗방울을 받으며 놀아요. 말 하나가 무엇을 가리키거나 나타내는지 잘 모르면서도, 둘레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드러나는 자국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알아차립니다. 따로 알려주지는 않아도 겉차림이나 속빛에 어리는 삶무늬로 말을 새겨요. 마땅한 일이지요.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살림하는 수수한 사람들이 지었어요. 삶을 가꾸고 사랑하는 여느 순이돌이가 지은 말이에요. 누가 먼저 말하거나 밝힌 말은 아닙니다. 삶이라는 너울에 문득 써넣듯 마음에 담아서 다 다른 삶빛을 그리는 말입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니면서 파고 들어가도 알아낼 수는 있으나, 이보다는 손수 살림꾼으로 즐겁게 일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김정화) 자연에세이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대구에서 살아도 풀꽃은 곁에서 경북 의성이란 멧골짜기 어린 나날은 자랑할 일이 없었지만, 감출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작은 시골순이 삶과 살림과 사랑을 글로 옮겨도 될는지 몰랐다. 아니, 우리나라는 예부터 어디나 시골이었는데, 흔한 시골아이 어릴 적 삶을 글로 옮기면, 다 아는 이야기이리라 여겼다. 그렇지만 어릴 적 하루를 하나씩 글로 옮기고 보니, 시골 어버이 마음도 오늘 대구에서 살아가는 내 마음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풀꽃나무는 멧골에도 도시에도 똑같이 있는 줄 새롭게 배웠다. 2023.04.12. 숲하루 #고산도서관에 보낸 작가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김정화 시집 『꽃의 실험』 꽃이었고 꽃으로 보는 나 마음으로만 눌러두었던 이야기를 노래로 터뜨려 본다. 마음에 가두듯 꽁꽁 숨긴 생각을 노래로 옮겨 본다. 아직 걸어가지 않은 길이니 두렵지만, 이제부터 걸으려고 하는 길이니 두근거린다. 막상 해보면 아무것이 아니던데, 씩씩하게 해보기까지는 내내 종종걸음이다. 2023. 04. 12. 숲하루 #고산도서관에 보낸 작가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9] 멀리 온 시골 시골 들녘을 달린다. 벼를 키울 흙을 갈아 놨네. 골목에 들어서니 시어머니가 쪼그리고 원추리를 뜯는다.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아도 바로 못 알아본다. 어깨를 감싸고 마당으로 간다. 어머니 키가 내 가슴까지 온다. 작은 몸이 더 작다. 바로 뒤뜰로 갔다. 벌통이 하나뿐이네. 한 사람이 다니던 발자국이 오솔길이 되었다. 풀이 제법 푸르게 올라왔다. 민들레 잔디 제비꽃으로 밭이다. 배롱나무 가지치기를 한다고 따라왔다. 나는 작은 칼을 들고 나물을 한다. 달래를 다섯 뿌리를 뽑았다. 밭뚝 따라 쑥이 있을까 돌아본다. 밭둑에 올라온 정구지는 다니기 힘든 시어머니 몫으로 둔다. 어깨를 넘는 마른 풀밭에 쑥이 있다. 쑥을 뜯다가 대파를 몇 뽑는다. 쑥을 욕심내지 않기로 하고 짝이 있는 나무밭으로 오른다. 무덤 흙이 파이고 바닥에 빨같통을 묻었다. 멧돼지가 냄새를 맡고 못 오게 하는 약이구나. 나무밭둑에 두릅나무가 있다. 마른 나무처럼 선 나무 끝 새싹을 꺾는다. 여느때 같으면 새싹이 잔뜩 나왔을 텐데 나무가 죽어 가는가. 옷이 가시에 자꾸 걸린다. 나무 사이로 다니며 두릅을 딴다. 두릅이 싹을 내면 우리가 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