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전용도로 소형차를 위한 전용도로에서 → 작은길에서 버스 전용도로로 침범했다 → 버스길로 넘어왔다 전용도로 : x 전용(專用) : 1. 남과 공동으로 쓰지 아니하고 혼자서만 씀 2. 특정한 부류의 사람만이 씀 3. 특정한 목적으로 일정한 부문에만 한하여 씀 4. 오로지 한 가지만을 씀 도로(道路) :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 어느 한 가지만 다니도록 마련한 길을 한자말로 ‘전용도로’라 하는데, 우리말로 옮기자면 ‘제길’이나 ‘혼잣길·혼길·홀길’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전용도로”라면 ‘찻길’이라 하면 되고, “자전거 전용도로”라면 ‘자전거길’이라 하면 되며, “버스 전용도로”라면 ‘버스길’이라 하면 되어요. 수수하게 ‘길’로 담아낼…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달망지다=다부지다 : 1. 생김새가 튼튼하고 기운차다. ㉥다부지게 생긴 몸매. 2. 일솜씨나 몸짓이 빈틈이 없고 힘차다. ㉥ 해맑음은 나물뜯기를 다부지게 잘한다. 3. 힘든 일을 견딜 만큼 굳세다. ㉥돌쇠는 무거운 짐을 다부지게 지고 간다. 당차다 : 어리거나 작지만 마음과 몸이 굳세고 똑똑하다. ㉥당찬 아우를 보고 배울 때가 많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당차게 마음먹고 갑니다. 되바라지다 : 1. 그릇이 운두가 낮고 위가 벌어져 바닥이 쉽게 드러나다. ㉥되바라진 버지기. 2. 사람됨이 남을 너그러이 감싸주는 품이 좁다. ㉥사람이 되바라져서 사귀는 벗이 적다. 3. 융숭 깊고 아득한 맛이 적다. ㉥되바라진 얼굴을 보면 앞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을 수도 있다. 4. 나이에 견줘 어수룩한 데가 없이 얄밉도록 똑똑하다. ㉥사람이 얕게 똑똑하면 되바라질 수가 있어. 매실매실하다 : 얄미울 만큼 되바라지고 반드럽다. ㉥언뜻 보면 야무진 것 같지만 얼마나 매실매실한지 모른다. 반드럽다 : 1. 반질반질 매끄럽다. ㉥반드러운 얼음판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건넜다. 2. 됨됨이가 어수룩하지 않고 약삭빠르다. ㉥아무래도 줄 돈을 제 때에 주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6] 감자눈 나물 손질을 마쳤다. 밥때가 훌쩍 지났다. 배가 고프니 손이 느리다. 어서 집에 가서 밥 먹어야지. 뒷자리를 추스르다가 까만 뚜껑을 연다. 감자가 싹이 났다. 넷씩 담은 감자를 뜯는다. 과일 깎는 칼끝을 거꾸로 잡는다. 노랗게 올라온 눈을 파낸다. 손으로 밀면 부러지지만 배꼽에 싹이 남아서 이내 삐죽 올라온다. 후벼 파고 다시 넷씩 담아 싼다. 작은 상자에 담아 놓은 감자에도 싹이 났다. 신문을 덮어 놓은 감자를 봉희 씨가 골라온다. 나는 신문에 부어서 눈을 따고, 봉희 씨는 상자에 부어서 눈을 딴다. 감자 하나에 눈이 많다. 움푹한 자리마다 눈이다. 햇감자가 나온 지 이제 두어 달쯤 될까. 감자에 벌써 싹이 났다. 둘은 감자싹을 파면서 수다를 떤다. 봉희 씨가 어제는 두 시쯤에 집에 갔다. 제사를 지냈다. 동서는 부침만 거들다가 방에 가서 눕고 거의 혼자 한 듯했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곁님 전화에 ‘이제는 당신 아버지 제사 못 지내겠다. 너무 힘들다’고 했단다. 시어머니하고 동서하고 시동생이 다 있는 자리에서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웃음이 났다. 넉살이 참 좋구나. 첫얼굴처럼 맑고 시원시원하다는 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5] 이력서 가게에서 저녁에 일하는 학생이 그만둔다. 이학기 수업이 모두 낮으로 잡혔다. 새로 일할 사람이 다녀갔다. 나는 새사람 얼굴을 보지 못했다. 곁님이 이력서를 보냈다. 빽빽하게 적혔다. 어떤 사람일지, 일을 오래 할지, 일을 잘할지 훑어본다. 여느 이력서와 다르다. 꼼꼼하게 적었다. 학력을 보니 여상을 나왔고 마흔 넘어 대학공부를 하고 사이버대에서도 배웠네. 자격증은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아동심리상담사 부모교육상담사 전산회계를 땄다. 열세 해를 은행에서 일하고 열여섯 해를 쉬었다가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막창집에서 주말 곁일을 했다. 여기까지야 누구나 이야기를 하지만 집안 이야기는 좀처럼 잘 안 하더라. 그렇지만 이분은 스스럼없이 적었다. 이분 곁님도 은행에서 지점장으로 마쳤고 아이들이 다니는 일터도 적었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열한 해 앞서만 해도 이력서를 자주 냈고, 우리 집안 이야기는 감쪽같이 숨겼다. 말도 아꼈다. 내가 하는 일을 말하면 월급이 드러날까 싶어 부끄러웠다. 일터를 말하면 얼마나 배웠는지도 드러나고 돈벌이가 드러난다. 우리 집 살림을 다 드러내는 일이 아주 싫었다. 누구네처럼 달삯이 많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4] 문 닫기 가게에 일 나가기 싫은 날이 가끔 있다. 한두 가지를 손질하려고 가자니, 씻고 차려입기가 귀찮다. 모자를 눌러 쓰고 간다. 어제 받아들인 조선 단배추 세 단과 조선 열무 넉 단을 담아 계산대에 주고 오늘은 물건만 싼다. 파프리카가 올랐네. 값만 붙여 자리에 올린다. 잘라 놓은 양배추가 아무래도 적어 보여 반쪽 잘라 놓은 양배추를 또 잘랐다. 바나나는 비닐을 빼서 다 꺼낸 뒤 칼로 반을 자르고 그릇에 담아 싸면, 곁에서 저울에 올려 값종이를 뽑아서 나란히 갖다 놓는다. 토마토는 다섯씩 싸면 좋겠는데, 서로 부딪히면 무를 듯해서 넷을 어긋 담는다. 참다래도 넷씩 담는다. 당근을 둘씩 싸고 옆에서 저울에 올려 값종이를 뽑아서 붙이고, 마늘을 한 자루 뜯어 일곱 그릇에 똑같이 저울에 달아서 담았다. 이래저래 싸기만 했더니 빨리 끝난다. 열두 시가 안 된다. 혼자 집에 가자니 어쩐지 눈치가 보인다. 과자가 빈 자리는 새 통을 뜯어 채우고 당긴다. ㄹ과자는 뒤쪽이 텅텅 비었다. ㄹ과자 회사에서 밀어넣기를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많이 넣지 못하게 한다. 사탕도 푹 줄었다. 겹겹 쌓인 사탕을 반 내려 빈자리에 채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이름꽃 우리는 스스로 높이거나 낮춥니다. 남이 우리를 높이거나 낮추지 못 합니다. 저이가 우리를 놈팡이라 부르기에 우리가 놈팡이일 까닭이 없어요. 이웃한테 꽃나래를 펴지 않는 마음인 그이 스스로 놈팡이일 뿐입니다. 그사람한테 그님이라 부르더라도 그쪽 사람이 그님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분 스스로 님인 줄 깨닫고 받아들일 적에 비로소 그이는 그님입니다. 남이 마련한 꽃길을 걷기에 꽃자리이지 않습니다. 모든 꽃길도 가싯길도 우리가 스스로 냅니다. 길잡이란 따로 없어요. 누구나 스스로 길잡이입니다. 알아보려는 사람이 별빛을 읽어 길을 찾습니다. 생각해 봐요. 별은 늘 그곳에 있으나, 별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길잡이별로 삼지 못 해요. 저는 아이들한테 낮춤말이나 막말을 안 씁니다. 아이한테도 동무한테도 누구한테도 높임말을 써요. 풀꽃나무하고 풀벌레한테도 다 다른 이름꽃을 밝힐 높임말을 씁니다. 우리는 서로 꽃낯으로 마주할 빛줄기입니다. 한 발짝 다가서 보면, 발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말많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해본다면, 1980해무렵(년대)을 어린이로 보내는데 둘레 어른들이 “사내놈이 뭔 말이 많아? 고추 떨어진다!” 하면서 ‘수다 = 가시내’로 몰아붙이고 ‘사내는 점잖게’ 있어야 한다고 꾸짖고 숱하게 꿀밤을 먹이더군요. 지난날 어른이란 분들은 순이돌이가 사이좋게 얘기를 펴면서 생각을 나누고 슬기롭게 일을 풀어나가도록 북돋운 일이 드물어요. 집안기둥이라는 사내(아버지·할아버지)가 밀어붙이기 일쑤였어요. 함께짓는 집살림이라면 서로서로 사랑을 바탕으로 손짓기를 할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말이 좀 많은들, 시끌시끌한들, 북적북적 떠들썩한들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집을 이루어 살아가는 길이란 서로 따사로운 품으로 자라난다는 뜻이라고 여겨요. 차근차근 엮고 기쁘게 나누고 가만가만 짜면서 웃음잔치로 노래하는 하루이기에 왁자지껄하게 ‘우리 집’이라고 말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수 가꾸며 빛나는 둥지입니다. 나란히 돌보며 눈부신 보금자리입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우리말씨 우리가 쓰는 ‘우리말’은 다른나라에서는 그리 안 쓴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웃나라가 쳐들어와서 짓밟은 나날”을 치른 나라라면, 이웃나라가 이녁 말을 쓰도록 억누른 적이 있던 나라라면, 그곳에서도 ‘우리말빛’을 지키려는 물결이 일게 마련이요, ‘우리말씨’를 가꾸려는 마음이 샘솟겠지요.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지은 글은 ‘훈민정음’이지만 오늘날은 ‘한글’이란 이름을 새롭게 씁니다. 한문으로 지었기에 안 쓰는 ‘훈민정음’이 아니라, 스스로 새꽃으로 피어나서 뒷사람 누구한테나 앞날을 밝힐 빛살로 퍼지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지은 ‘한글’이기에 널리 써요. ‘한’은 우리를 스스로 일컫는 이름이면서 ‘하나·하늘·크다·해·밝다·함께’를 아우르는 낱말입니다. 그러면 ‘한국어’ 아닌 ‘한말’로 짝을 이룰 만해요. 아이한테 물려줄 말을 헤아리면서, 뒷님이 나중에 즐거이 쓸 말을 생각하면서, 오늘부터 주먹짓 아닌 살림빛으로 거듭나는 작은숲이 숨결로 말글을 돌본다면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쩍말없다 : 말과 일이 제대로 딱 들어맞아 틀림없다. ㉥ 그 사람 말이 야f릇하게도 쩍말없이 들어맞았다. 일이 쩍말없이 잘 끝났다.(내다보았던 대로 잘 되었다) 생급스럽다 : 갑자기 새삼스럽다. 갑작스럽다. ㉥ 아무리 서울에서 자란 아이라지만 그까짓 한거미 한 마리를 보고 울고 소리지르니, 나로선 좀 생급스럽게 느꼈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생급스럽게 ‘나 마음에 들어요?’라고 묻는다면 놀라는 것도 마땅하지. 조리차하다 : 1. 알뜰하게 아껴서 쓰거나 몹시 깍정이를 부리다. ㉥ 아내는 살림을 조리차해서 어려운 살림살이에서도 조금씩 돈을 모아 나갔다. 실쌈스럽다 : (말이나 짓이) 착하고 부지런하다. ㉥ 누나는 실쌈스러운 데다가 일 솜씨도 좋아 둘레 사람들한테서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영절스럽다 : 아주 그럴 듯하다. ㉥ 헐레벌떡 뛰어와서 뒷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영절스럽게 말해서 우리는 다 그런 줄 알았어요. 능갈스럽다 : 얄밉도록 능청을 떨다. ㉥ 능갈스러운 말솜씨에 모두 껌벅 넘어갔다. 능청 : 속으로는 엉뚱한 마음을 품고 겉으로는 시치미를 떼는 짓. ㉥ 능청을 하면 감쪽 같아야지, 그렇게 어설퍼서야 누가 속겠나. 드레지다 : 됨
[ 배달겨레소리 살구 글님 ] 보고 싶은 내 동무 초리에게. 내가 한글이름을 '살구'로 짓겠다 했을 때, 너도 한글이름이 갖고 싶다며 몇가지 들어 달라고 했지. 그 가운데서 네가 고른 건 '초리'였어. '가느다랗고 뾰족한 끝'을 가리키는 '초리'라는 말은 참말로 너에게 딱이었지. 남을 찌르는 말을 잘하는 너를, 벌써부터 네 아우는 '가시'라고 부른다고 했으니 얼마나 찰떡 같냐. 그 이름을, 나는 이제야 불러보는구나. 내가 이곳 푸른누리에 온지 어느새 여덟달이 지났어. 시골에서는 때가 천천히 흐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이리도 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내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지내는지, 둘레 사람들에게 글월을 띄워볼까 싶어. 그 가운데 으뜸으로 생각난 사람이 바로 너란다. 우리가 같은 한배곳을 다니다가 일본에 바꿔배움이로 갔을 때, 참말로 많은 글월을 주고 받았는데, 그지? 집안사람들과 떨어져 처음으로 다른나라에서 혼자 지내던 그 때, 네가 보내는 글월은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는지 몰라. 그렇다고 그때 외로웠다는 건 아니야. 혼자 있으니까 어찌나 신나고 좋던지! 얼른 이곳 나날살이를 이야기해 줄게. 한달부터 셋달까지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