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연이와 버들잎 소년》 이원수·손동인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0.7.10. 《연이와 버들잎 소년》(이원수·손동인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0)이란 옛이야기 글모음이 있습니다. 이제는 백희나 님이 빚은 그림책으로 “연이 버들잎” 이야기가 확 퍼진 듯한데, 아무리 새 그림책이 나오더라도 옛이야기 줄거리하고 얼거리하고 삶넋부터 찬찬히 읽고 돌아볼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 옛이야기는 모두 수수한 순이돌이 삶을 담습니다. 잘나거나 이름나거나 돈있는 벼슬아치나 글바치나 임금붙이 이야기는 안 담지요. 왜 그럴까요? 돈바치·벼슬아치·글바치·임금붙이는 그야말로 돈·이름·힘에 얽매여 스스로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이와 달리 수수한 순이돌이는 삶·살림·사랑을 숲에서 스스로 짓는 슬기로운 하루를 짓고 나눠요. 우리 옛이야기는 바로 삶·살림·사랑하고 숲·스스로·슬기를 어른하고 어버이부터 되새기면서 아이들이 이 숨결을 고이 이어받아서 새롭게 가꾸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만합니다. 옛이야기는 심심풀이가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가르침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글꽃(문학)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 삶이자, 말이자, 넋이자, 오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 구드룬 파우제방 신홍민 옮김 김중철 엮음 웅진닷컴 1997.4.20.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구드룬 파우제방/신홍민 옮김, 웅진닷컴, 1997)를 1999년에 처음 만났어요. 책이름을 이처럼 아름다이 붙일 수 있어 놀라웠고, 어린이부터 누구나 차근차근 되새길 이야기가 사랑스러워 반가웠습니다. 이때 뒤로 이 책을 둘레에 꽤 건네었고, 알렸고, 들려주었습니다. 어느덧 두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라는 나날을 살며, 우리 집 아이하고도 함께 읽습니다. “너희는 어떻게 읽었니? 이 책에 나오는 미움하고 눈물이 어떤 뜻이라고 생각하니?” 빙그레 웃기만 하는 아이들한테 더 묻지 않습니다. 스스로 느낄 수 있으면 넉넉해요. 천천히 돌아보면서 마음 가득 어깨동무를 품으면 되어요. 한자말 ‘평화’는 우리말로 하자면 ‘손잡기’나 ‘어깨동무’입니다. 손을 잡기에 평화예요. 서로 손을 잡아야 이 손에 총칼을 못 쥐지요. 아니, 서로 손을 잡기에 따사로이 흐르는 숨결을 서로 느끼고, 이 숨결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소꿉놀이를 짓는 길을 생각할 만합니다. 어깨동무이기에 평화예요. 어깨를 겯으며 걸어야 안 다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5 알다 어릴 적에 집에서 어머니가 저한테 “‘이해’했니?” 하고 물은 적이 없다고 떠올립니다. 어머니가 저한테 물을 적에는 언제나 “‘알’았니?”라 하셨어요. 마을에서 다른 어른도 으레 “알았니? 몰랐니?” 하고 물었습니다. 어린 우리도 동무하고 “알았어? 몰랐어?”나 “알아들었어? 모르겠어?” 하고 물었지요. 그런데 배움터(학교)에서 우리를 가르치는 어른은 집이나 마을에서 마주하는 어른하고 다른 낱말을 썼어요. 배움터에서는 언제나 “이해했니?”나 “이해가 가니?”나 “이해가 안 되니?”라 했습니다. 새뜸(신문)이나 책에서도 ‘알다’보다는 ‘이해하다’라는 낱말을 훨씬 자주 쓴다고 느낍니다. 이른바 ‘정치·경제·사회·문학·종교’라는 곳은 모두 이와 같지 싶어요. 어릴 적에는 왜 집·마을에서 쓰는 말이랑 둘레(사회)에서 쓰는 말이 다른지 잘 모르는 채 지나갔어요. 아리송하구나 싶었어도 이내 잊었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28 가만히 가을볕이란 가만히 지나가면서 쓰다듬어 주는 손길 같습니다. 가을바람이란 가만가만 흐르면서 어루만지는 숨빛 같습니다. 찬찬히 하루를 짓습니다. 천천히 오늘을 누립니다. 아이하고뿐 아니라 어른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이며 나무하고 말을 나눌 적에도 가만가만 마음을 틔워 생각을 빛냅니다. 찰칵 소리를 내며 어떤 모습을 담는다고 할 적에는, 찍는 쪽하고 찍히는 쪽이 가만히 한마음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글을 쓸 적에도 이와 같지요. 글로 옮기는 사람도,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가만가만 한마음으로 노래하기에 새롭게 만날 만합니다. 저는 빨리달리기(단거리경주)를 아주 못합니다. 오래달리기(장거리경주)라면 눈이 초롱초롱해요. 빨리 달리거나 빨리 가거나 빨리 하자면 허둥지둥 힘겨워요. 느긋이 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27 들딸 멧딸 밭딸 어머니 옛집을 어릴 적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요새는 휙휙 가로지르는 길이 곳곳에 뚫립니다만, 예전에는 한참 돌아요. 인천부터 당진 사이도 굽이굽이 멀디멀고, 어머니랑 저는 멀미로 애먹습니다. 오며가며 지치지만 큰고장하고 사뭇 다른 시골에서는 뛰놀 들하고 멧자락이 있고, 시골 누나하고 언니는 “넌 서울(도시)서 살아 다 모르는구나?” 하며 깔깔거리다가도 사근사근 알려주었어요. 딸기꽃을 여덟아홉 살 무렵 처음 보았지 싶어요. “딸기꽃이야. 딸기꽃도 몰라?” “…….” “이다음에 오면 딸기가 빨갛게 익겠네. 그때는 밭에서뿐 아니라 숲에서도 딸기를 딴단다.” 어린 날에는 가게에서 사먹는 딸기만 보았으니 딸기가 어떻게 맺는 줄 모르기도 했습니다. 이 딸기는 딸기꽃이 지고 나서 맺는 열매라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더구나 밭하고 들하고 숲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3] 개구리 소년 그제 와룡산엘 다녀왔는데 이 숲에서 사라진 아이들 이야기가 신문에 나왔다. 안동에도 와룡산이 있다.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밤꽃이 한창 필 적에 그 밑으로 풀밭을 헤치며 올랐다. 오솔길에 바위가 하얗고 돌부리가 많다. 커다란 바위에 앉다가 까투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때도 와룡산이라는 이름이 무서웠고 여기 대구 와룡산도 그랬지만, 지난 봄날에 벚꽃이 아름답게 핀 숲을 본 뒤로 가볍게 올라야지 했다. 회화나무에 꽃이 푸릇푸릇 피고 길바닥은 잎이 쌓여 눈처럼 쌓였다. 대나무 숲을 지나니 건너 넓은 길로 사람들이 올라간다. 쓰러진 나무로 쌓은 계단이 이어진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곧고 계단으로 놓은 길이 조금 따분했다. 소나무하고 아까시나무가 웃자라 숲에 해가 덜 드는지 나무에 이끼가 낀다. 비가 오기도 하지만 하루 내린 비로 이끼가 끼지는 않겠지. 바닥에는 겨울에 떨군 가랑잎이 깔리고 사람이 다니는 길가로 어린나무를 심었다. 아직 내 팔뚝보다 가는 편백나무이다. 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자리에 심었다. 한 나무는 속이 다 비었는데도 아까시잎이 싱싱하고 꼬투리도 맺었다.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버티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2] 큰애 생일 큰애가 팔월에 집에 온다고 한다. “엄마하고 한 이틀 바람쐬러 가자.” “어디로?” “남쪽이나 서쪽 섬으로.” “엄마 운전 솜씨 못 믿겠는걸.” “탈나면 둘이 겪어 가면서 정도 내고 좋잖아.” “왜 가려고 해?” “니캉 좀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서 그러제.” “이미 좁혀졌는데 뭘.” “며칠 뒤 니 생일이네. 미리 축하해.” “엄마는 한 번도 축하 안 해줬어.” “무슨 소리야, 네 생일날 바빠서 그렇지 늦게라도 꼭 했는걸. 봐, 지난해도 했잖아.” “근이 제대 일자는 기억하면서 내가 생일이라고 말해서 한 말이잖아. 손꼽아 제대 일자는 기억하면서 딸래미 생일은 모르고.” 아무래도 같이 가기 싫은갑다. 다른 사람은 잘 챙기지 않아도 제 생일은 챙겨 주기를 바라는구나. 뭔가 모르지만 꼬였구나. 반갑게 말하다가 끊을 적에는 말이 무겁다. 어린애도 아니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이 아이가 네 살 무렵이었을까. 둘째가 태어나고 동생을 귀여워했는데, 그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둘째를 감싸안은 사진마다 토라진 낯빛이 붉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큰아이 마음을 이제야 읽는다. 셋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쇠날 이레말 9 [삶말/사자성어] 탄소중립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 온누리 첫 잿빛씻이 나라가 되겠다고 탄소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 잿빛털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 x 탄소(炭素) : [화학] 주기율표 제14족에 속하는 비금속 원소의 하나. 유기 화합물의 주요 구성 원소로, 숯·석탄·금강석 따위로 산출된다. 보통 온도에서는 공기나 물의 작용을 받지 않으나 높은 온도에서는 산소와 쉽게 화합한다. 산화물의 환원, 금속 정련 따위에 쓴다 중립(中立) : 1.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적인 입장에 섬. 또는 그런 입장 2. 국가 사이의 분쟁이나 전쟁에 관여하지 아니하고 중간 입장을 지킴 탄소를 내보내면 그만큼 탄소를 줄이도록 한다는 ‘탄소중립’이라고 합니다. 탄소를 늘리지 않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어울빛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나는 사람은 둘레를 환하게 밝히는 빛살을 흩뿌려요. 사랑둥이 곁으로 뒷빛에 빛꽃이 어우러집니다. 바다나 냇물에서 만나는 윤슬은 새롭습니다. 물빛은 이렇게 반짝거리며 노래하는 결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어울빛으로 퍼지는 마음을 속삭이지 싶습니다. 어렵기에 엇나갈 수 있고, 버겁기에 비틀거릴 수 있습니다. 손발이 안 맞는다면 어울길이 아닌 비꺽길인 셈이겠지요. 일을 하다 보면 꼬이거나 흔들리기도 합니다. 자꾸 절름거려서 부아가 나거나 불같이 씩씩거리기도 할 텐데, 서두르거나 짜증을 낸대서 일을 풀지는 않아요. 불내림을 해요. 잔불도 다스려요. 한달음에 모둠빛을 이루어도 안 나쁘지만, 우리가 한빛으로 나아가자면 조금 더 느긋할 노릇이에요. 그러나 좀처럼 불길이 안 사그라든다면, 남은불로 고구마를 구워 볼까요. 나머지불로는 모닥불을 삼아요. 추위에 떠는 이웃을 불러 서로서로 이 불빛을 누리면서 엇가락을 조금씩 풀고 맞추어 봐요. 엉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보금누리 한자말로 새말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한자말이 익숙하면 한자말로 지어요. 영어가 익숙한 사람은 영어로 새말을 짓습니다. 벼슬꾼(공무원)이나 글바치(지식인)는 한자말이나 영어로 이름을 지을 만합니다. 이분들은 아이를 수수하게 낳아 돌보면서 쉽게 우리말을 들려주고 나누는 삶하고는 멀거든요. ‘가원(家園)’을 이룬다는 이웃님을 보면서 아름누리나 포근누리라 할 살림집이라는 뜻을 사람들이 얼마나 알아듣겠나 싶더군요. 기름진 밭이면 ‘기름밭’이라 하면 됩니다. ‘옥토’나 “비옥한 토지”라 할 까닭은 없습니다. 기쁘기에 기쁨누리요 기쁜집입니다. 꽃처럼 곱게 누리거나 가꾸는 곳이라 꽃자리요 꽃마을이고 꽃터입니다. 새가 짓는 집인 ‘보금자리’를 포근하거나 아늑하다고 여겨 사람들이 이 이름을 널리 받아들이는데, 숲으로 포근하거나 아늑하다면 ‘보금숲’이라 할 만해요. ‘보금-’을 앞가지로 삼아 ‘보금터’나 ‘보금노래’나 ‘보금책’이나 ‘보금글’처럼 새말을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