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4 길손집 놀이란 늘 사뿐사뿐 즐기는 노래이지 싶습니다. 놀면서 우는 사람은 없어요. 놀면서 다들 웃어요. 놀이란 마음에 즐거이 웃는 기운을 맞아들이려고 새롭게 펴는 몸짓이라고 할 만합니다. 오늘도 웃는다면, 오늘도 노래하면서 즐거이 놀았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언제나 집에 머물며 하루를 그려서 짓고 가꾸고 누리다가, 곧잘 이 집을 떠나서 이웃이나 동무한테 찾아갑니다. 이웃하고 동무가 살아가는 마을은 바람이 어떻게 흐르고 풀꽃나무가 어떻게 춤추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하늘을 보며 걷습니다. 철마다 새롭게 빛나는 숨결을 아름다이 느끼면서 나들이를 합니다. 집을 나와 돌아다니기에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집”으로 찾아들어 하룻밤을 묵지요. 이때에 이웃이나 동무는 저한테 “숙소는 정하셨나요?” 하고 물으시는데, “잘곳은 그때그때 찾아요.” 하고 말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3 가는곳 낱말책에 ‘가는곳’이나 ‘가는길’ 같은 낱말은 아직 없습니다만, 저는 이런 낱말을 거리끼리 않으면서 씁니다. 띄지 않고 붙입니다. 이제는 ‘타는곳’ 같은 낱말이 자리잡아요. ‘나가는곳’ 같은 낱말도 자리잡고요. 가장 수수하다 할 ‘가는곳·가는길’을 새말로 삼아 우리 넋과 삶과 길을 밝히면 한결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여느 낱말책을 뒤적이면 “행선지(行先地) : 떠나가는 목적지”처럼 풀이하고, “목적지(目的地) : 목적으로 삼는 곳 ≒ 신지”에다가 “목적(目的) :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으로 풀이해요. 겹말·돌림풀이입니다. 우리말 ‘가다’랑 ‘나아가다·떠나다’를 알맞게 쓰는 결을 못 살피고 안 돌아보는 낱말책이네 싶습니다. 마음에 뜻한 바가 있기에 꿈을 그려요. 언제 어떻게 이룰는지 몰라도 한 발짝 내딛습니다. 둘레에서 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7. 몰록 깨달은 씨앗 사투리넋 오늘 우리는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나날을 살아갑니다. 흔히 쓰는 말이든 더러 쓰는 말이든 낡은 틀대로 헤아릴 까닭이 없습니다. 어제까지 쓴 말을 바탕으로 오늘 새롭게 살려서 쓰는 말결을 북돋우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볼 노릇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바라보면서 알맞게 말을 짓고 가다듬으면 되어요. 생각해 봐요. 요새는 사투리가 차츰 잊히거나 사라지지만, 지난날에는 어느 고장이나 고을이나 마을에서는 홀가분하게 사투리를 썼어요. 사투리란, 고장이나 고을이나 마을마다 다 다른 터전하고 살림하고 숲에 맞추어 다 다른 결을 저마다 스스로 슬기롭게 바라보고 알아보고 깨달아서 지은 말입니다. 손수 지은 삶에서 즐겁게 태어난 말이 바로 사투리예요. 우리 모두한테는 ‘사투리넋’이 있습니다. 사투리넋이란, 살림을 제 터전에 맞게 슬기로이 지을 줄 아는 넋입니다. 바닷마을 살림하고 들마을 살림하고 멧마을 살림이 다르니, 바닷마을이나 들마을이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오늘말 오늘말. 엉너리 엉터리로 하고서 엉겨붙으려 하는 능구렁이가 있으면 꽤나 골치가 아플 뿐 아니라, 달라붙은 이 엉너리를 떨구려 하면서 녹초가 되기 일쑤입니다. 눈속임으로 하니까 엉너릿손을 내밀 테지요. 꿀발림으로 살살 꼬드기려 할 적에 그만 넘어가면 자칫 삐걱거리다가 털썩 자빠질 수 있습니다. 꾸밈말에는 거짓질이 깃들어요. 낚으려는 말에는 참다운 마음이 옅습니다. 눈먼 마음에 홀린다면 엉덩방아를 찧을 만해요. 손쉽게 얻거나 가로채려는 마음이 흐른다면 호리는 말에 깜빡 속아서 흐무러지겠지요. 서로 즐거울 길을 찾는다면 글치레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아름다울 삶을 생각한다면 말치레를 하지 않아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몸짓은 참으로 지칩니다. 손사래치고 싶어요. 꿈이 아닌 꾸미기로 가득한 겉모습에 미끄러질 마음이 없어요. 눈가림이 아닌 살림빛으로 손수 일군 보금자리에서 찬찬히 하루를 엮고 싶습니다. 겉옷은 껍데기예요. 속마음이 알맹이입니다. 하늘을 볼까요? 뿌옇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5] 씀바귀 멀리서 찾아온 글동무하고 두류공원에 갔다. 대구에 살지만 막상 혼자 느긋이 쉬려고 두류공원에 간 적이 없다. 글동무하고 찻집에라도 갈까 했으나, 봄날씨가 좋으니 공원이 낫지 않겠느냐 해서 가 보았는데, 하늘을 보며 나무 곁에 앉거나 걸으니 오히려 좋았다. 두류공원을 걷다 보니 곳곳에 씀바귀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아무도 안 쳐다볼 만한 자리에 피었다. 공원에 오는 사람 가운데 누가 씀바귀를 쳐다볼까. 오월에 흰꽃이 눈부신 이팝나무하고 아까시나무를 바라보겠지? 느티나무 곁에 참 작은 틈새에 피어난 씀바귀는 어떤 생각으로 홀로 꽃을 피울까. 무얼 믿고 혼자 삶을 지을까. 보이지 않는 사랑을 믿으려나. 햇볕이 날마다 깃들고 바람이 말동무가 되어 주고 느티나무 뿌리한테서 얘기도 듣고 나뭇잎한테서도 줄기한테서 수다를 들으며 혼자서도 심심한 줄도 잊고 지낼지도 몰라. 가까이에 글동무가 없는 나도 저 씀바귀처럼 느낄 때가 있다. 혼자라서 자꾸만 여기저기 기웃거렸는지 모른다. 씀바귀는 늘 홀로 꽃을 피웠다. 돌틈이든 구석진 곳이든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활짝 피운다. 이 곁에는 알록달록하거나 새빨간 빛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4] 가지치기 올해는 아까시꽃을 따먹어 보고 싶었다. 마침 두류공원을 걷다가 아까시꽃을 본다. 이팝나무도 꽃을 활짝 피웠다. 이팝나무에 핀 꽃이 더 뽀얗고 아까시나무는 송사리를 이제 터트린다. 그렇지만 아까시나무가 무척 커서 가지에 손이 닿기에는 내 키로는 매우 높아 보인다. 한 송이를 살짝 따서 맛을 보고 싶었는데 이 도시에서는 나무마다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느라 손이 안 닿는다. 왜 가지치기를 할까. 나뭇잎을 다 떨군 추운 겨울을 지나 새봄을 맞이하여 새싹이 돋아나기 앞서 자꾸 가지치기를 한다. 전깃줄이 훤히 드러난다고 하지만 추운 날에 가지를 숭덩숭덩 자르면 나무가 안 아플까. 이때만이 나무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려나. 멋있게 보이려고 길가 나무를 다듬는다고도 한다. 사람이 걸어다니다가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 만한 높이로 잘라낸다고도 한다. 이런 탓에 가지가 저렇게 높이 자라니까 나뭇잎도 꽃도 가까이에서 보기 힘들다. 가지치기도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인다고 한다는데,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인지 모르겠다. 나무가 알아서 가지를 내고 잎을 내어 자랄 텐데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싹둑싹둑 잘랐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3] 꾀꼴 소나무 그늘에 앉으니 바람이 차다. 햇살이 드리운 두류공원에서 조금 걸으니 흙길이 나오는 야트막한 멧자락으로 올라간다. 놀이터가 제법 넓고, 울타리가 있다. 사람은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짐승은 내려오지 못하게 막은 듯하다. 울타리 너머를 보는데, 처음이다 싶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울타리 가까이 다가간다. 새소리가 들리는 쪽 나무를 올려다본다. 바닥이 비스듬하고 나무가 무척 높아 뒤로 넘어질 듯했다. 두 손을 목 뒤로 깍지를 끼우고 새를 찾아보지만, 소리만 들린다. 시원하고 맑다. 숲을 자주 다니지만 처음 듣는다. 저 새가 무슨 이름이지? 듣고 또 듣고 가만히 듣고 보니깐 꾀꼴거린다. 꾀꼴 꾀꾀꼴 꾀꼴 힘찬 노랫소리처럼 우렁차다. 꾀꼴거리며 우니, 설마 꾀꼬리인가. 코앞에 있는 듯해도 새가 어떤 모습인지 안 보이지만, 새소리를 가만히 듣다 보니깐 새한테 옛날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저 소리 그대로, 참으로 듣기에 구성지다 여겨서, 노래소리를 그대로 새한테 이름을 붙였을까. 개굴개굴 노래한다고 여겨서 ‘개구리’라 하니, 꾀꼬리는 꾀꼴꾀꼴 노래한다고 여겨서 붙인 이름이 맞을 듯싶다. 옛날 사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7 ㄱ 말 언어 인간의 기본 생활 가능 ‘말 언어’만으로도 인간의 기본 생활은 가능하다 → 사람은 말만으로도 이럭저럭 산다 → 말만 해도 웬만큼 살 수 있다 《혁명노트》(김규항, 알마, 2020) 171쪽 한자말 ‘언어’는 우리말 ‘말’을 가리킵니다. “말 언어”는 “말 말”인 셈이니 겹말입니다. 사람은 말만 하여도 이럭저럭 살아간다지요. 말을 하기만 하면 웬만큼 살 수 있다고 하고요. 보기글은 임자말이 ‘인간의 기본 생활은’인 셈인데, 토씨 ‘-의’를 넣어 말결이 뒤틀렸습니다. ‘사람은’을 임자말로 첫머리에 넣거나 덜어내고, 풀이말을 ‘산다·살아간다’나 ‘살 수 있다’로 맺고서, 사이에 몸말로 ‘말만으로도 이럭저럭’이나 ‘말만 해도 웬만큼’으로 손질합니다. ㄴ 나의 주요 관찰 대상 오래전부터 나의 주요 관찰 대상이었다 → 오래도록 가만히 보았다 → 오래오래 지켜보았다 → 오랫동안 살펴보았다 《박원순이 걷는 길》(박원순·임대식, 한길사, 2015) 8쪽 ‘오래’는 꽤 흐른 때를 가리킬 적에 씁니다. ‘오래전부터’처럼 한자 ‘前’을 사이에 끼우는 분이 제법 있는데 ‘오래도록·오래오래·오랫동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2 주제 어릴 적부터 “○○하는 주제에” 소리를 익히 들었습니다. “힘도 없는 주제에”나 “골골대는 주제에”나 “못하는 주제에”나 “말도 더듬는 주제에” 같은 소리에 으레 주눅들었어요. “넌 그냥 쭈그려서 구경이나 해” 하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 참 못났구나 하고도 생각하지만, ‘난 스스로 내 주제를 찾겠어’ 하고 다짐했어요. 어릴 적에는 우리말 ‘주제’가 있는 줄 모르고 한자말 ‘주제(主題)’인가 하고 아리송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돈없는 주제에”나 “안 팔리는 주제에”나 “시골 주제에” 같은 소리를 곧잘 들으며 빙그레 웃어요. “주제모르고 덤벼서 잘못했습니다” 하고 절합니다. 이러고서 “돈없고 안 팔린다지만, 늘 즐겁게 풀꽃나무하고 속삭이면서 노래(시)를 쓰니, 저는 제 노래를 부를게요.” 하고 한마디를 보태요. 나설 마음은 없습니다. 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아슬빛 돈을 노리기에 함부로 몸을 째거나 뜯으려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들은 돌림앓이를 퍼뜨려 몸살피기를 꾀하기도 합니다. 적잖은 미리맞기(예방주사·백신)는 사람들 몸을 알게 모르게 재거나 살피면서 꿍꿍이 뒷셈을 챙깁니다. 우리가 착하면서 참답고 슬기로운 숨결로 나아가는 얼거리가 아닌, 우리 살림길을 남한테 맡기거나 나라한테 넘기고서 등을 돌린다면, 그만 슬픈 그물에 갇히거나 엉성한 틀에 갇힌 채 허어죽거리게 마련입니다. 돈바치는 왜 꿰맞추려 할까요? 힘바치는 왜 매섭게 억누르거나 내몰까요? 이름바치는 왜 맞춤길에 얽매여 사람들을 가두려 할까요? 모두 그들 스스로 마음빛을 바라보지 않는 탓일 테지요. 스스로 아름다이 사랑인 줄 느낀다면 죽음길로 내몰지 않습니다. 나도 너도 우리도 아름빛인걸요. 그러나 돈에 눈멀고 힘에 눈감고 이름에 눈팔린 사이에, 그만 숱한 풀꽃나무가 아슬목숨이 되었고 적잖은 숲짐승은 흔들꽃처럼 사라졌습니다. 머잖아 사람 스스로 흔들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