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노래 우리말빛 숲에서 짓는 글살림 26. 마 ‘마!’ 하고 누가 말하면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 “마, 됐다.”에서 쓰는 ‘마’입니다. 둘째, “하지 마.”에서 쓰는 ‘마’입니다. “마, 됐다.” 할 적에는 어쩐지 마음이 놓인다면, “하지 마.” 할 적에는 마음이 무겁거나 옭매입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출입금지”라 하면 딱딱하면서 힘있어 보인다고 여기는데, “들어오지 마”나 “다가오지 마”처럼 써도 딱딱하면서 힘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흡연금지”라 해야 세 보이는 말이 되지 않아요. “담배 피우지 마”라 해도 세 보이는 말이 됩니다. 또는 “담배 끊어”나 “담배 저리 가”나 “담배 치워”라 해볼 만한데 “담배 꺼져”라 하면 더없이 세 보이는 말이 될 테지요. 열린터(공공기관·공공장소)에서 쓰는 말은 부러 딱딱하거나 세 보이는 말을 써야 한다고 여겨 버릇하면서 한자말에 얽매이는 분이 퍽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세 보이는 말을, 아니 참말로 드센 말을 헤아려서 쓸 수 있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미신 迷信 미신을 타파하다 → 엉터리를 내몰다 미신을 떠받들다 → 엉너리를 떠받들다 미신 같은 것은 문제로 삼지 않으시어 → 눈가림은 크게 따지지 않으시어 미신에 사로잡히는 빈도가 제일 강했다 → 가장 눈이 멀었다 그 따위의 미신은 믿지 않는다 → 그 따위 말치레는 믿지 않는다 ‘미신(迷信)’은 “1.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으로 망령되다고 판단되는 신앙 2. 과학적ㆍ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음. 또는 그런 일”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엉너리·엉너릿손·엉터리’나 ‘눈멀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거짓·거짓길·거짓말·거짓질’이나 ‘속임·속임말·눈속임·눈가림’로 풀어내어도 되고, ‘치레·겉치레·글치레·말치레’나 ‘호리다·꼬이다·꼬드기다·낚다’나 ‘꾸미다·꾸밈말·꿀발림·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숲하루 발걸음 22] 운동회 운동회가 열릴 적에는 온마을이 잔칫날이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먼저 가고 어버이는 뒤따라 왔다. 너른터(운동장)에는 마을마다 모둠으로 앉는다. 마을 사람들이 솥을 걸치고 국을 끓였다. 밥을 모여서 먹었다. 어머니는 떡을 해오고 땅콩하고 밤에 고구마를 삶고 감도 삭혀서 갖고 왔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적에 아이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 앞으로 지나갈 때면 어른들은 꽹과리를 신나게 치며 힘내라고 소리친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는데 첫째를 못했다. 한 아이를 이길 수가 없었다. 곱슬머리에 낯이 까맣게 탄 효순이는 작은 몸집이지만 날렵하고 빨랐다. 입을 악물고 달리는데, 두 걸음만 바짝 따라 붙여도 이길 수 있을 듯한데, 따라잡지 못했다. 둘째래도 공책과 연필이 넉넉하게 쌓여서 오랜 날 돈 주고 사지 않았다. 이날은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이 된다. 우르르 나와 줄을 당기며 이어달리기에서 막대기를 주고받으며 오로지 우리 마을이 이기도록 온힘으로 달린다. 몸으로 부딪치는 운동회 날에는 정이 나는 날이다. 우리 어머니도 마을 분들도 이날만큼은 곱게 차려입고 입술을 발갛게 발랐다. 운동회를 마치면 마을에서 북…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1] 깨물기 어린 날 우리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가끔은 무리가 갈린다. 골 따라 갈리기도 하고 힘이 센 쪽에 붙기도 했다. 머스마들은 코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하고 가시내들은 머리채를 뜯는다. 나는 옥이한테 머리채를 잡혔다. 닭싸움하듯 씨름하듯 머리를 맞붙이고 서로 머리채를 잡고 씩씩거린다. 머리채를 한 번 잡히면 머리카락이 잔뜩 빠졌다. 머리는 수세 뭉치처럼 헝클어진다. 옥이는 머리 쥐어뜯고 잘 깨물었다. 말로 하다 안 되면 팔을 깨무는데, 깨물린 자리에 이빨 자국이 깊고 시퍼렇게 피멍이 든다. 나는 아파서 울며 집에 왔다. 머리채 잡히는 일보다 깨무는 짓은 나빠 보였다. 그 동무는 집이 끝에 있고 바람막이가 될 언니나 오빠가 없다. 몸집이 남들보다 작아서 억세어 보이려고 꼬집고 물까. 나도 지지 않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동무한테 받은 대로 오빠하고 동생하고 다투면 깨물고 꼬집었다. 그때에는 왜 깨물어야만 속이 시원했을까. 게다가 울면서 악을 쓰며 깨물까. 주먹이 안 따라주니 깨물고 꼬집었을는지 모른다. 나는 거칠게 노는 아이였을까. 그래도 깨물고 꼬집는 일은 끔찍했다. 2022. 03. 26.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0] 키 우리가 자는 곳에는 벽장이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때라 벽장에 넣어 두면 시원했다. 작은 문에 달린 줄을 당기며 연다. 키가 작은 우리는 깨금발을 디뎌도 턱에도 미치지 못했다. 폴짝 뛰면서 안에 뭐가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동생 엉덩이를 안고 안을 보게 했다. 그때부터 동생과 나는 벽장 밑에 서서 밤마다 키를 쟀다. 머리에 연필을 올려놓고 눈금을 그렸다. 동생은 벽장 밑에 긋고 나는 문설주 옆에 눈금을 그렸다. 몸을 벽에 딱 붙이고 턱을 당긴다. 처음에는 뒤꿈치를 바짝 당기는데 빨리 크고 싶어서 뒤꿈치를 몰래 들었다. 배에 힘을 꽉 주고 어떻게 하든 키를 늘리려고 애썼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재면 더 자랐다. 어머니가 보면 벽종이 더럽힌다고 꾸지람을 해서 눈에 안 띄게 금을 그었다. 눈금이 올라가면 신나서 밥을 더 먹었다. 누워 잠자는 동안 몸을 쭉 펴고 자서 그럴까. 구부러진 몸과 눌린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가서 그렇겠지. 어린 날 우유라도 좀 먹었더라면 내 키가 더 자랐으려나. 마을에 사는 집안 어른이 그러던데, 우리 할아버지도 키가 크고 집안이 다 크다고 했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일을 너무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우리말에 두량(兩)자가 들어와 우리말 두, 둘을 밀어내고 안방차지한다. '두'나 '둘' 이라 말하면 훨씬 뜻이 뚜렷하다. 한자를 우러르던 얼간이들이 우리말에 끌어들여 오늘날 저도 모르는 새 널리 쓴다. 양을 몰아내면 말이 뚜렷하고 흐름이 깨끗해진다. 양가 – 두 집안, 두집 양가부모 – 두 집 어버이 양견 - 두 어깨 양국 - 두 나라 양군 - 두 지킴이, 두 잠개잡이 양그루 - 두 그루 양극 - 두 끝 양극단 - 두 맨끝 양끝 - 두 끝 양날 - 두 날 양날톱 - 두 날톱 양다리 - 두 다리 양단(端) - 두 끝 양단(斷) - 두 가름 양단간 - 되든 말든 양론 - 두 말, 두 얘기 양립 - 두 섬, 함께 섬 양면 - 두 낯, 두 쪽 양면 작전 - 두 쪽 싸움 양미간 - 두 눈썹사이 양반 – 두 떼 양방 – 두 쪽 양방향 – 두 쪽 양변 – 두 가 양부모 두 어버이 양분 – 둘 나눔 양비론 – 둘다 그름 양시위 – 두 시위 양색 – 두 빛 양서(-西) - 두 하늬, 두 갈 양서류 - 물뭍갈래 양설 – 두 혀 양성(-性) - 두컷 양성화 – 두컷꽃 양손, 양수 – 두 손 양손잡이, 양수잡이 – 두손 잡이 양순음 – 입술소리 양심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세나라 때 이두를 파고들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그때 우리말에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보'를 널리 썼음을 알 수 있다. 우리말 보를 나타내려고 쓴 한자로는 宗, 童, 夫, 福, 卜, 伏 들이 있다. 夫, 福, 卜, 伏은 우리말 ‘보’ 소리를 적은 것이고 宗, 童은 보(사람)란 뜻을 한자로 적은 것이다. 가시리보(居柒(七)夫) : 荒宗 이시보(異斯夫) : 苔宗, 伊宗 우리가 배곳에서 거칠부, 이사부라 배운 것은 그때 소리로는 가시리보, 이시보였는데, 이제 와서 거칠부, 이사부라 읽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배곳에서 그때 소리 가리시보, 이시보라 가르쳐야 하고 모두 그렇게 읽는 것이 맞다. 이렇게 높은 사람한테도 널리 썼던 우리말 ‘보’가 오늘에 와서는 땅딸보, 뚱보, 째보, 털보, 꾀보, 느림보, 떡보, 먹보, 곰보, 울보, 짬보, 잠보, 바보 같은 말로 쓰고, 조금 낮춤말로 많이 쓴다. 오늘날 우리말에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분, 이, 놈이 있으나 놈은 낮은 말로 쓰면서 덜 쓰고 이, 분을 쓰는데 보를 널리 살려 쓰면 좋겠다. 사람을 나타내는 한자말 사, 수, 자. 원들을 갈음하여 쓸 수 있는 좋은 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가시버시 열네 살에 이르도록 ‘가시버시’라는 말을 못 듣다가 열네 살에 이르러 배움터에서 글꽃(문학)을 배우며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한자말 ‘부부’보다 말하기에 좋고, 뜻이 확 와닿았어요. 요즈음 우리는 ‘남녀평등’이란 이름을 넘어 ‘여남평등’이나 ‘양성평등·성평등’ 같은 말을 씁니다. 가만히 보면 ‘가시버시·갓벗·갓사내’라는 이 오랜 말은 ‘가시내(여성)’를 앞에 놓습니다. ‘아빠엄마’라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으나 거의 ‘엄마아빠’라 합니다. 쉽게 나누는 우리말은 으레 순이(여성)를 앞에 놓습니다. 두 사람 가운데 굳이 어느 쪽을 앞에 놓아야 하지는 않으나, 가시내라는 이름인 순이는 살림길을 여는 꽃다운 숨빛이기에 이슬받이처럼 앞장서는 셈이리라 생각합니다. 흔하게 누구나 쓰는 말이 사랑스럽습니다. 아이어른 가리지 않고서 흐드러지는 말이 아름답습니다. 우리 터전이 후끈별로 흐른다면 두님이 서로 사랑이라는 길로 가기보다는 자꾸 다툼질로 기우는 탓이라고 느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불날 이레말 9 '-적' 없애야 말 된다 : 무조건적 무조건적인 사랑 → 아낌없는 사랑 / 가없는 사랑 무조건적 지지 → 덮어놓고 밀기 무조건적 수용이 필요한 때이다 →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때이다 무조건적인 용서 → 아낌없이 봐주기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 어머니 사랑은 끝없다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였다 → 마냥 따르기를 바랐다 무조건적인 믿음 → 무턱대고 믿음 ‘무조건적(無條件的)’은 “1. 아무 조건도 없는 것 2. 절대적인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냥·그저·그렇게·그토록·마냥·줄줄이’나 ‘고스란히·곧이곧대로·깡그리·꼬박·묻지 않다·안 따지다’로 고쳐씁니다. ‘끝없이·가없이·그지없이·하염없이’나 ‘무턱대고·덮어놓고·아무래도·아무튼·어쨌든’으로 고쳐쓸 만하고, ‘늘·노상·언제나·언제라도·우격다짐·이냥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8 푸른씨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던 1991년에 즐겨읽은 여러 가지 책을 펴낸 곳으로 ‘푸른나무’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낸 어느 책을 읽다가 ‘푸름이’란 낱말을 처음 만났어요. 깜짝 놀랐지요. ‘청소년’이란 이름이 영 거북하고 못마땅하다고 여기던 열일곱 살에 만난 ‘푸름이’는 즐겁게 품을 새말을 짚어 주는 반가운 길잡이였습니다. 그 뒤로 즐겁게 ‘푸름이’라는 낱말을 쓰는데, 적잖은 분은 제가 ‘청소년’이란 한자말을 손질해서 쓰는 줄 잘못 압니다. 요즈음도 이 낱말을 즐겨쓰지만 이따금 말끝을 바꾸어 ‘푸른씨’나 ‘푸른순이·푸른돌이’나 ‘푸른님’처럼 쓰기도 합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린씨·어린순이·어린돌이·어린님’이라고도 하고요. 꼭 한 가지 이름만 있을 까닭은 없다고 생각해요. ‘씨’는 ‘씨앗’을 줄인 낱말입니다. ‘푸른씨 = 푸른씨앗인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