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한테 11 ― 냇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11 ― 냇둑 햇살이 비스듬히 뿌옇다 햇볕이 제법 포근하지만 아직 쌀쌀하다 냇둑에 할머니 한 분 앉아 책을 읽는다 무엇을 읽는지 궁금해 할머니한테 살금살금 다가가 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물소리에 섞인 노랫소리가 들린다 할머니가 냇둑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셨구나 다시 발소리를 살살 죽여 가면서 뒤돌아선다 2023. 01. 26. 숲하루
- 숲하루 글쓴이
- 2023-04-07 21:22
[작은삶 84] 맨발걷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4] 맨발걷기 일터 앞을 지나는데 꽃잔디가 피었다. 곱다. 일터 뒷마당으로 간다. 꽃밭이다. 김밥집 뒤쪽에는 앵두꽃이 피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알림판이 있다. 이 오솔길은 마치 고양이 길 같다. 하양 분홍 진분홍 꽃잔디가 나무 밑을 덮어 물결친다. 꽃내음이 이렇게 짙던가. 냄새를 훅 들이마시고서 일터에 간다. 일을 끝내면 숲에 가자. 그제 못 본 수수꽃다리꽃이 피었다. 배꽃은 목련빛처럼 뽀얗게…
- 숲하루 글쓴이
- 2023-04-07 21:22
빈곳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빈곳 허리 굽힌다 빈손이다 촤르륵 연다 아침햇살 지피던 그곳인가 수건 석 장 쌓였다 책상 곁에 둔 빨래바구니 째려본다 옷장 열린 틈으로 이 옷 안 입는다고 옷걸이 흔드는 소리 다시 닫는다 귓전에 들리는 아들 목소리 멋내기에 쑥스러워 슬그머니 닫던 모두 그대로 멈춘 빈곳 아이 그림자만 찾는다 열 몇 해 같이 살았나 너와 나 옛하루 살던 그곳 닫는다 2023.03.28. 숲하루 #열린시학2023봄호 #김정화
- 숲하루 글쓴이
- 2023-03-31 20:58
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하루 구름이 기웃거린다 하늘빛이 내려온다 길바닥은 신나게 굴러가고 나는 땅을 소리로 등바닥으로 들으며 빈곳만 지킨다 나무보다 높은 겹겹 집더미인 잿빛 너머로 날아가는 새는 무엇을 찾고 먹고 사는가 네거리에서 올려다보다가 오늘도 앉지 못한 채 어두운 바닥에 들어서서 뒹군다 어느새 가을잎은 지고 별빛 없는 밤하늘에 하루가 누워서 간다 2023.03.28. 숲하루 #열린시학2023봄호 #김정화
- 숲하루 글쓴이
- 2023-03-31 20:58
[작은삶 83] 내가 본 울릉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3] 내가 본 울릉도 나루터에 출렁이는 바닷물이 맑다. 바위에 붙은 물미역도 맑게 출렁인다. 나루터에 감도는 바다냄새는 비릿하지 않다. 바닷물도 샘물도 맑고 부드럽다. 울릉섬은 온통 바위가 높고 뾰족하다. 어두운 곳에서 밝게 빛나는 바위가 얼룩덜룩 구멍이 난 작은 돌하고 뒤섞여 보인다. 멀리서 보면 흙처럼 보여 바위가 굴러 떨어질 듯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손으로 만져 보니 단단하다. 바람이 바위를 후벼…
- 숲하루 글쓴이
- 2023-03-31 20:52
말꽃삶 8 나란꽃 함꽃 여러꽃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8 나란꽃 함꽃 여러꽃 모든 말을 새로 짓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말짓기가 어려울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말에 담을 뿐입니다. 말짓기는 안 어려운데, 나라(정부)라든지 배움터(학교)라든지 말글지기(언어학자·국어학자)는 아무나 함부로 새말을 엮거나 지으면 안 된다는 듯 밝히거나 따지거나 얽어매거나 짓누르곤 합니다. 새말짓기란, ‘새마음으로 가는 길’입니…
- 숲노래 글쓴이
- 2023-03-31 20:43

불날 이레말 - 적 15 이례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이례적 이례적 행동 → 남다른 몸짓 / 튀는 몸짓 /…
- 숲노래 글쓴이
- 2023-03-31 20:43
달날 이레말 - 토씨 의 9 별의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 별의별 별의별 고생을 다 하다 → 온갖 …
- 숲노래 글쓴이
- 2023-03-31 20:43
푸른책 읽기 36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36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 츠보이 사카에 서혜영 옮김 우리교육 2003.3.25.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츠보이 사카에/서혜영 옮김, 우리교육, 2003)는 일본 우두머리가 저지른 싸움판에서 수수한 어른하고 아이가 어떤 멍울이며 생채기이며 눈물을 품고서 살아남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싸움을 누가 일으키는지 생각해야 하…
- 숲노래 글쓴이
- 2023-03-31 20:38

[작은삶 82] 싹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2] 싹 고구마에 싹이 났다. 손으로 눌러 보니 하나는 물렁물렁하다. 무렁한 고구마는 버리고 길쭉한 고구마를 씻는다. 유리병에 달린 끈을 풀고서 물을 듬뿍 담아 고구마를 꽂는다. 주둥이가 좁아도 고구마 끝이 물에 닿는다. 싹이 나니 뿌리도 나겠지. 수염도 고구마처럼 보랏빛일까. 물을 따라 뿌리가 살금살금 내려와 유리병을 꽉 채울 테지. 싹은 고구마가 썩어 갈 무렵 나려나, 싹이 나서 썩어 가려나. 시골…
- 숲하루 글쓴이
- 2023-03-31 2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