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푸른그림책 - 물을 마시며 물이 됩니다 《오늘 날씨는 물》 오치 노리코 글 메구 호소키 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0.1.20. 사랑스러운 말을 듣는 사람은 사랑이 말에 깃들면 어떠한 숨결이 되는가를 느끼고 맞아들여서 배우고 삶으로 누립니다. 미워하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억누르는 말을 듣는 사람은 바로 이러한 몸짓에 고스란히 묻어난 말을 들을 적에 어떠한 마음이 되는가를 느끼면서 이러한 삶을 맛봅니다. 바람이 매캐한 곳에서는 숨쉬기 어렵습니다. 바람이 맑은 곳에서는 숨쉬기 좋습니다. 바람이 매캐한 서울 한복판이라든지 핵발전소나 제철소 곁에서 숨을 제대로 쉴 만할까요? 숲 한복판이나 바닷가에서는 누구라도 가슴을 펴고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한껏 숨을 마실 만합니다. 찬이는 밖으로 뛰어나가 손바닥에 눈을 받았습니다. 그 손바닥에서 “찬이야, 찬이야.” 하는 목소리가 났어요. (6쪽)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손수 흙에 심고서 가꾸고 거두고 손질한 남새나 열매로 밥을 차려서 함께 누렸습니다. 이때에는 일본 한자말 ‘유기농·자연농·친환경’ 같은 이름이 없었으나 누구나 어디에서나 숲결을 그대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한겨레 우리말’은 우리가 늘 쓰면서 막상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말밑을 찬찬히 읽어내면서, 한결 즐거이 말빛을 가꾸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말밑을 우리 삶터에서 찾아내어 함께 빛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한겨레 우리말 ― 이야기, 잇고 잇는 마음 동무하고 말이 안 맞아서 부아가 난 적 있지 않나요? 동생이나 언니하고 말다툼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 어머니나 아버지하고도, 배움터에서 여러 길잡이하고도 자꾸자꾸 말이 어긋나서 뾰로통한 적이 으레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말하고 저쪽에서 하는 말은 왜 안 맞거나 어긋날까요? 싫거나 짜증난다고 여기는 그러한 자리를 가만히 돌아보면 좋겠어요. 우리가 말을 못 알아듣지는 않았을까요? 저쪽에서 말을 못 알아차리지 않았나요? 어쩌면 둘 다 서로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종잡지 못했다고 볼 수 있어요. 요새 어른들은 ‘소통’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소통’은 한자말이에요. 여기에 다른 한자말 ‘의사’를 붙여 ‘의사소통’처럼 쓰기도 해요. 이런 말씨를 어린이가 얼마나 알아듣기에 좋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른이란 몸입니다만, 저는 이런 말을 안 씁니다. 저는 ‘이야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팔매 오늘날에는 한 가지만 잘하더라도 얼마든지 돈을 벌거나 이름을 날립니다. 이런 여러 가지 가운데 공을 차거나 때리거나 넣거나 던지는 놀이가 있어요. 어른이 되어 이런 놀이를 하면 놀이가 아닌 ‘일(직업)’이라고 합니다만, 모름지기 아이들 눈에는 즐거이 어울리는 놀이예요. 어른들은 놀이를 ‘돈이나 이름을 얻는 일’로 바꾸면서 으레 한자말이나 영어 이름을 붙이는데, ‘공놀이’에 다른 이름이 붙기 앞서는 으레 누구나 ‘팔매’를 했습니다. 팔매로 날리는 돌이나 공은 동그랗게 날지 않아요. 비스듬히 날아 ‘팔매금’을 이룹니다. 겨울이란 철은 우리한테 추위를 가르칩니다. 가볍게 춥다가 포근하기도 하지만, 살을 에거나 칼 같기도 해요. 얼음추위나 얼음눈바람 같은 추위도 있어요. 맵추위에 된추위에 강추위랄까요. 갑자기 얼어붙으니 추위벼락입니다. 그러나 여름이며 가을이 끝난 자리에 겨울이 있듯, 겨울이 마지막에 이르는 곳에는 봄이 있어요. 꽁꽁추위란 고비를 넘기면 푸릇푸릇한 땅입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피어나는 보금자리 ― 서울 〈꽃 피는 책〉 어제 파주에서 이야기꽃을 펴면서 ‘꾸밈이(디자이너)’란 낱말하고 얽힌 실마리를 풀어 보았습니다. ‘꾸’라는 말씨는 ‘꾸미다’하고 ‘가꾸다’에 똑같이 들어가지만 뜻이나 쓰임새는 좀 갈려요. ‘꾸리다’하고 ‘일구다·일꾼’ 같은 자리에서도 갈리지요. 그러나 이 모든 자리에 흐르는 말밑 ‘꾸’는 ‘꾸다·꿈’하고 맞물려요. 보기좋도록 만지는 일을 ‘꾸미다’라는 낱말로 나타내는데, 보기좋도록만 해서는 꾸미지 못해요. 앞으로 새롭게 펴고 싶다는 마음, 곧 ‘꿈’이 있어야 꾸미거든요. ‘꾸밈이 = 꿈 + 있는 + 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말밑길을 살피고서 오늘 〈꽃 피는 책〉에서 새 이야기꽃을 펴는데, 이 자리에 모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해는 높고 잎은 물들고 ― 순천 〈책방심다〉 이틀을 전주에서 묵습니다. 어제는 새벽 두 시부터 일어나 노래꽃을 썼다면, 오늘은 아침 여섯 시에 느즈막이 일어나 노래꽃을 씁니다. 노래꽃을 쓰는 바탕은 늘 풀꽃나무입니다. 눈을 고요히 감고서 마음귀를 살며시 열면 어느새 숱한 풀꽃나무가 바람빛으로 다가와서 속살거려요. “넌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니?”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날까?” “네가 궁금한 그 이야기는 이렇단다.” 같은 말로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데요, 이 수다는 제가 쓰는 노래꽃으로 새롭게 피어납니다. 매우 향긋한 유칼립투스란 나무를 2011년에 제대로 만났지 싶습니다. 다만 그때에는 나무이름을 몰랐어요. 마을에서도 나무이름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하얗게 어루만지는 한 마디 [오락가락 국어사전 4] ‘흰-’은 없고 ‘백(白)-’만 있구나 우리말꽃 올림말이 대수롭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대수롭습니다. 우리말꽃에 올라야 쓸 만한 낱말은 아니되, 우리말꽃에 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결 널리 쓰는 기틀이 생깁니다. ‘흰-’은 올림말로 없고 ‘백(白)-’만 올림말로 있다면, 우리말을 다룬다는 낱말책이 오히려 우리말을 등지거나 멀리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채전(菜田) : = 채소밭 채소밭(菜蔬-) : 채소를 심어 가꾸는 밭 ≒ 남새밭·전포(田圃)·채소전·채전(菜田)·포전(圃田)·포지(圃地) 남새밭 : = 채소밭 채소를 심으면 채소밭일 테고, 남새를 심으며 남새밭일 테지요. 그런데 우리말 ‘남새밭’을 “= 채소밭”으로 다루는 풀이는 알맞지 않구나 싶습니다. ‘채전·채소밭’을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겹말 손질 : 신변 가까이 신변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만큼 →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만큼 → 곁에 둘 만큼 신변(身邊) : 몸과 몸의 주위 주위(周圍) : 1. 어떤 곳의 바깥 둘레 2.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 3.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가까이 : 1. 한 지점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로 2. 일정한 때를 기준으로 그때에 약간 못 미치는 상태로 3.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친밀한 상태로 한자말 ‘신변’을 ‘주위’란 한자말로 풀이하는데, ‘주위’는 ‘가까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신변 가까이”는 “가까이 가까이”나 “둘레 가까이”라 하는 셈이니 겹말입니다. ‘가까이’만 쓰면 되고, ‘곁’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그리하여 그것을 원할 수 있고 신변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만큼 좋은 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치레 꾸미면 보기좋을까요? 보기좋으라고 꾸밉니다만, 꾸밀 적에는 늘 꾸민 티가 납니다. 멋을 내면 어떨까요? 멋을 내면 멋낸 티가 나요. 겉을 치레할 적에는 늘 겉치레가 반지르르 흐릅니다. 겉발림으로 한 말에는 반들거리는 티가 묻어나지요. 남한테 보여주려고 하기에 속모습을 가리고 맙니다. 잘 봐요. 겉모습을 빛나게 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면, 속모습은 저절로 빛을 잃어요. 옷을 이쁘게 하면 할수록 마음빛은 어쩐지 시들어요. 어떤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속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마음결이어야지 싶습니다. 어떤 말이 겉으로 나타나더라도 속에서 맑게 샘솟는 마음씨여야지 싶어요. 살림을 하건 아이를 돌보건 글을 쓰건 매한가지예요. 우리는 으리으리하게 ‘문학·예술·문화’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사랑·살림’을 하지요. 그저 글을 쓰면 돼요. 멋글이 아닌 글을 쓰면 돼요. 오직 느낌하고 마음하고 생각하고 사랑, 이 네 가지만 얹으면서 놀이하듯 글을 쓰면 넉넉합니다. 살림을 소꿉처럼 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 고운 생각으로 빚은 고운 삶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 밥을 맛나게 먹고 싶으면, 스스로 밥을 맛나게 차리면 됩니다. 밥을 맛없게 먹고 싶으면, 스스로 골을 부리며 밥을 차리면 됩니다. 정갈하게 거름을 삭혀 논밭에 뿌리고 푸성귀와 곡식을 알뜰살뜰 돌보면, 석 달 뒤에 아름다이 열매를 얻습니다. 풀죽임물을 치며 풀을 잡느라 부산스러우면, 풀죽임물을 치면서 숨이 갑갑하고, 열매를 거둘 적에도 풀죽임물을 함께 먹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움직이고, 삶이 움직이는 대로 우리한테 돌아옵니다. 풀죽임물을 안 치면 벌레가 꼬인다지만,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다시 겨울이 찾아들 때까지 벌레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비가 봄을 맞이해 따순 나라로 찾아오듯, 이제 벌레도 기지개를 켜며 새롭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곧, 벌레 걱정으로 풀죽임물 칠 일은 없습니다. 벌레는 벌레대로 살되, 사람은 사람대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구나 벌레는 새한테 먹이가 되고, 이 벌레가 나비나 나방으로 깨어나면 꽃가루받이를 하니, 사람이며 새이며 벌레는 열매를 함께 지어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7. 쉬운 말은 쉽게 써야 아름다워요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를 해서 두 가지로 좋다고 할 적에 씁니다. 두 가지로 좋은 일을 가리키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도 해요. 하나만 좋지 않고 하나를 더 얻기에 ‘덤’이라는 말도 써요. 두 가지로 좋을 적에는 ‘더’ 좋은 셈이니 “더 좋다”고 쉽게 말할 만합니다. ‘만고불변(萬古不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안 바뀐다고 할 적에 씁닏다. 오랫동안 안 바뀌니 “오랫동안 안 바뀐다”고 할 만하며, ‘한결같다’고 할 만하지요. “늘 그대로”라든지 “언제나 그대로”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시청청(四時靑靑)’이라는 글을 쓰는 분이 있어요. 말뜻은 “네 철 푸르다”예요. 이 말뜻처럼 누구한테나 쉽게 “네 철 푸름”처럼 쓸 수 있고, ‘늘푸른나무’라는 이름에서 보기를 얻어 ‘늘푸르다’처럼 새롭게 우리말을 지을 만해요. 어느 말을 골라서 쓰느냐는 어느 생각을 마음에 품느냐라 할 만합니다. 어떤 말을 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