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말글을 가꿀 사람은 누구일까 [오락가락 국어사전 17] 거꾸로 가는 걸음을 멈추고 ‘실행·행하다·이행’ 같은 한자말을 낱말책에서 나란히 찾아보면 뜻풀이가 매우 엉터리인 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낱말은 하나하나 보기도 해야 하지만, 꾸러미로 묶어서 보기도 해야 합니다. 낱말책은 붓잡이(학자)가 도맡아서 짓는 책이라고 여기는 마음을 넘어서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우리 누구나 함께 가꾸고 짓는 책이라고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낱말책을 가꾸고 지어야 비로소 낱말책다운 낱말책이 이 땅에 처음으로 태어나는 길을 엽니다. 문장(文章) : 1. = 문장가 2. 한 나라의 문명을 이룬 예악(禮樂)과 제도. 또는 그것을 적어 놓은 글 3. [언어]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 ≒ 문(文)·월·통사(統辭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물날 이레말 - 한자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 자격 資格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였다 → 구경하는 자리로 모임에 왔다 교원 자격 → 길잡이 이름 자격 없이 진료한 → 이름값 없이 돌본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다 → 누구나 치를 수 있다 졸업 자격을 얻어 → 마칠 수 있어 가르칠 자격도 없다 → 가르칠 주제도 없다 / 가르칠 솜씨도 없다 ‘자격(資格)’은 “1.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 2.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자리·높이·몸’이나 ‘감·깜냥·주제·그릇’이나 ‘-로서·만하다·수·줄’로 손봅니다. ‘밑·밑감·밑바탕·밑틀·밑솜씨·바탕·바탕틀’이나 ‘솜씨·재주·힘’으로 손볼 만하고, ‘이름·이름값·이름띠·이름꽃·이름빛’이나 ‘어깨띠·팔띠’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쇠날 이레말 6 반려식물 정을 나누며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이다 → 마음 나누며 벗풀을 기른다 우리 집 반려식물입니다 → 우리 집 풀꽃입니다 반려식물 : x 반려(伴侶) : 짝이 되는 동무 ≒ 동려(同侶) 식물(植物) : [식물]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대체로 이동력이 없고 체제가 비교적 간단하여 신경과 감각이 없고 셀룰로스를 포함한 세포벽과 세포막이 있다 곁에 두는 짐승이나, 벗으로 함께 지내는 짐승이 있습니다. 이처럼 곁에 두는 풀하고 벗처럼 함께 지내는 풀이 있어요. 곁에 두기에 ‘곁풀·곁풀꽃’이나 ‘곁꽃’이라 할 만합니다. 수수하게 ‘뜰꽃·뜨락꽃·마당꽃’이라 해도 되고, ‘벗나무·벗풀’ 같은 이름도 어울립니다. 집에 함께 있다는 뜻으로 ‘집꽃·집풀’이라 해도 되고요. ㅅㄴㄹ 고독을 벗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노래에서 길을 찾다]16-내가 부를 너의 이름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내가 부를 너의 이름'입니다. 이 노래는 4323해(1990년)에 신창규 님이 노랫말을 쓰시고 가락을 붙이신 것을 김영태 님이 불러 널리 알려졌습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면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데 '항상', '고독' , '위해'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르는 이름을 여러 가지로 붙였는데 그 느낌을 참 남달리 나타내서 더욱 멋지게 느껴집니다. 먼저 '그리움'이란 이름을 붙이고 '외로운 밤에 꿈길을 디디고 와서 눈이 부시는 아침 햇살에 곱게 깨어난다'는 말이 참으로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꿈에도 만나고 싶은 그리운 마음을 잘 나타낸 것 같습니다. '그림자'란 이름을 붙이고는 '잡을 수 없는 빈 손짓과 아쉬움으로 늘 내 곁에 머물러 있다'고 한 것도 그림자처럼 늘 곁에 머무는 사랑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어서 붙인 이름이 '고독' 인데 이것은 '외로움'이라고 붙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붙인 이름이 '슬픔'이고 '나보다 더 아픈 가슴을 위해 우는 슬픔인데 이 슬픈 마음이 '사랑'으로 이름이 바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68 뒷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뒷배'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기월 다음과 같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에 있는 보기를 들고 있습니다. 필순이는 가게를 보게 하고 부모는 안에서 살림을 하며 뒷배나 보아 달라 하기에 십상 알맞았다.(염상섭, 삼대) 구가가 뒷배 봐 주고 무대에 서고 할 땐 장사 참 잘됐다.(박완서, 도시의 흉년) 전라도 천지를 다 돌아보아야 조정에 조병갑이만큼 뒷배가 든든한 사람도 찾기가 드물었다.(송기숙, 녹두장군)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드러나지 않게 보살펴 주는 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으나 보기월은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말로 '뒷받침'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뒷배: 겉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드러나지 않게 보살펴 주는 일. 또는 그런 사람. 위의 풀이를 놓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자주 쓰는 '백(back)'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갈음해 쓰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4] 익모초 산에서 익모초를 마흔 해 만에 보았다. 멧산 층층 쌓인 자리를 밟으니 돌이 부서진 풀밭에 피었다. 어머니는 육모초라 했다. 익모초는 생김이 쑥하고 닮았다. 잎은 쑥보다 좁고 길쭉하다. 풀이 내 허리께에 오고 꽃대가 빳빳하고 한 뼘쯤 꽃이 피었다. 보랏빛이 도는 작은 꽃이다. 아버지가 가을에 풀을 베어 엮어 두었다가 말린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말린 익모초를 겨울에 가마솥에 넣고 팔팔 끓여서 그 물로 감주를 삭히고 조청을 꼰다. 더 졸여서 동글동글 비벼 알로 먹는다. 어머니는 익모초로 비빈 구슬 맛이 향긋하다고 했다. 어머니한테 좋은 풀을 어머니는 어떻게 알았을까. 마을 어른한테서 배웠을 테지. 어머니도 많은 풀 가운데 꽃을 보고 찾아내는지 모른다. 묵혀둔 땅에 익모초가 많이 자랐다. 풀 같지만 곧고 꽃이 곱게 피어 눈에 잘 띈다. 목골 정이네 집 뒷간이 있는 높은 밭둑에 이 풀이 많았다. 그날 나는 우리 어머니 갖다 주려고 한 포기 뽑았다. 꽃대를 잡고 걸어가는데 내 허리춤까지 오고 굵고 크다. 우리가 먹는 쑥도 쓰고 한약도 쓰던데 몸에 좋은 풀은 모두가 쓸까. 익모초 달인 물을 많이 얻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3] 감자 마늘 캘 무렵이면 감자도 캔다. 우리 집은 노란감자하고 자주감자를 심었다. 땅미 재 너머 간지밭 금서 도빠골 진밧골에 논깃새에 돌아가며 심는다. 밭을 쪼개 고추 몇 줄 감자 몇 줄 심는데 감자는 다섯 고랑이나 세 고랑쯤 심었다. 어느 해는 진갓골에 감자를 많이 놓았다. 감자밭이 멀어서 캐는 일을 잘 거들지 못했다. 감자는 다섯 상자나 세 상자가 나왔다. 아버지가 지게 발에 감자를 담고 나른다. 마늘을 걸어 둔 가게 그늘에 감자를 말린다. 나는 큰오빠 다음으로 밭일을 하지 않고 감자를 삶아 들로 밭으로 갖다 주는 일을 맡았다. 마늘 가게 밑에 기어들어가 내가 까기 쉬운 감자만 골랐다. 껍질이 시들지 않은 까끌까끌한 감자가 껍질이 잘 벗겨진다. 떫은맛이 나는 자주감자도 깎는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샘에 걸터앉아 숟가락으로 쓱쓱 긁는다. 자주감자는 눈이 많아 눈을 후벼파도 잘 안 빠진다. 껍질도 잘 벗겨지지 않아 나중에는 자주감자만 남았다. 감자 깎는 칼이라곤 부엌칼과 숟가락이니 긁다가 내 손바닥을 긁기도 한다. 열두 살 어린 손으로 감자를 고르고 깎기는 벅찼지만 애어른 따지지 않고 일손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52] 수수 수수는 잎이 넓적하고 줄기가 워낙 커서 얼핏 옥수수와 닮았다. 꼭대기에 작은 알곡이 무르익으면서 빳빳이 세운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수꾸나무라 하고 수수가 다 익으면 자루에 넣거나 모기그물에 넣고 비비거나 방망이로 두들겼다. 작은 알곡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살살 다스린다. 이렇게 떨어낸 작은 수수를 우리 어머니는 디딜방아에서 껍질을 벗겨낸다. 디딜방아에 알맹이를 벗기는 공을 끼우고 물을 조금 부어서 뒤적거리며 찧어서 껍질을 벗긴다. 껍질하고 알곡이 섞였기에 어머니는 손으로 퍼담아 키로 까불어 부슬부슬 말려서 붉고 찰진 수꾸떡을 구웠다. 아버지는 알곡을 털어낸 수숫대는 모아서 수수빗자루를 엮었다. 끝을 고르게 맞추고 끈이나 쇠끈으로 묶고 자르면서 비로 엮는다. 손잡이로 모은 수수는 한 줌에 잡히는 굵기로 군데군데 벌어지지 않게 쇠끈으로 동여 묶는다. 대는 통통하고 잘록한 손목 같았다. 아버지는 다 묶은 끝을 작두에 넣어 반듯하게 잘랐다. 빗자루에 알곡을 떨어낸 수수에 알록달록한 알곡 껍질이 남았다. 아버지는 못 쓰는 국그릇으로 달라붙은 껍데기를 쭉쭉 훑었다. 그릇이 얇아서 손에 잡기 좋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29-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나라 곳곳에 소나기가 올 거라고 하더니 어떤 고장에는 작달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여기는 한 방울도 오지 않아 좀 서운하더라. 그래도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더위가 좀 덜해서 좋았어. 골짜기마다 냇가에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보면서 네 사람 모두 따로 있는 우리 집 사람들 생각이 나더라. 다들 물 속에 있는 마음으로 시원한 곳에서 더위를 못 느끼고 지내고 있을 세 사람 말이야.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빛깔을 지니고 있다."야. 이 말씀은 '이(E). 리스'라는 분이 남기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알려 주는 곳이 없더라. 함께 찾아보고 먼저 알게 된 사람이 알려 주기로 하자. 나는 이 말을 보고,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자주 꽃 핀 건 자주 잠자 파노나마나 자주 감자" 라는 가락글(시)이 생각이 나더구나. 감자를 심어 자라는 것을 보고 캐 본 사람은 이 말 뜻을 쉽게 알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뭔 소린가 할 수도 있을 거야. 꽃 빛깔을 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한겨레 우리말’은 우리가 늘 쓰면서 막상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말밑을 찬찬히 읽어내면서, 한결 즐거이 말빛을 가꾸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말밑을 우리 삶터에서 찾아내어 함께 빛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한겨레 곳말 ― 새하늬마높, 곳곳을 이르다 오늘 우리는 한자로 가리키는 네 곳, 그러니까 ‘동서남북’이 익숙할 텐데, 이 말씨는 우리 삶터에 스민 지 오래지 않습니다. 놀랄 만한지, 마땅할 만한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한자말이 들어온 지 그리 오래지 않기도 하지만,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꾼이 아닌, 흙을 짓고 숲을 가꾸며 아이를 돌본 여느 사람들은 한자말이 아닌 그냥 우리말을 수수하고 즐겁게 쓰면서 살았어요. 그렇다면 흙을 짓고 숲을 가꾸며 아이를 돌본 여느 사람들은 어떤 낱말로 네 곳을 가리켰을까요, 간추리자면 ‘새하늬마높’, ‘새 + 하늬 + 마 + 높’입니다. 새·새롭다·새삼 새다·새벽·밤을 새다·지새우다 사이·새우다·틈·트이다 샛별·새삼스럽다·새록새록 ‘동녘’은 ‘새’로 가리킵니다. ‘새녘’이지요. 이 말밑은 ‘샛별’이나 ‘새롭다·새록새록’이나 ‘새삼스럽다’로 잇닿아요. 그리고 밤을 ‘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