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팔매 오늘날에는 한 가지만 잘하더라도 얼마든지 돈을 벌거나 이름을 날립니다. 이런 여러 가지 가운데 공을 차거나 때리거나 넣거나 던지는 놀이가 있어요. 어른이 되어 이런 놀이를 하면 놀이가 아닌 ‘일(직업)’이라고 합니다만, 모름지기 아이들 눈에는 즐거이 어울리는 놀이예요. 어른들은 놀이를 ‘돈이나 이름을 얻는 일’로 바꾸면서 으레 한자말이나 영어 이름을 붙이는데, ‘공놀이’에 다른 이름이 붙기 앞서는 으레 누구나 ‘팔매’를 했습니다. 팔매로 날리는 돌이나 공은 동그랗게 날지 않아요. 비스듬히 날아 ‘팔매금’을 이룹니다. 겨울이란 철은 우리한테 추위를 가르칩니다. 가볍게 춥다가 포근하기도 하지만, 살을 에거나 칼 같기도 해요. 얼음추위나 얼음눈바람 같은 추위도 있어요. 맵추위에 된추위에 강추위랄까요. 갑자기 얼어붙으니 추위벼락입니다. 그러나 여름이며 가을이 끝난 자리에 겨울이 있듯, 겨울이 마지막에 이르는 곳에는 봄이 있어요. 꽁꽁추위란 고비를 넘기면 푸릇푸릇한 땅입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8. 숨 스물넷 봄에 함께한 뒤 시골에서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옷을 차려입고 아버님께 절을 드린다. 어머님이 차리신 밥을 먹고 일을 다녔다. 세 어른하고 지내면서 집안에서 하는 일을 차근차근 배웠다. 한 달 남짓 함께살다가 따로 살림을 차렸다. 곁님이 어버이 집을 끔찍이 챙기느라 쉬는 날이면 찾아가 하룻밤 묵는다. 함께살고 여섯 달이 지날 무렵 큰할머니 제삿날에 우리가 쓰던 방에서 첫째 아이를 품었다. 아기가 조금만 늦게 오길 바랐다. 일터에서는 짝을 맺으면 어떤 구실을 달아 내쫓던 때인데, 아기가 있으면 더 눈총을 받는다. 이 무렵 높은 자리 어느 분이 주식하고 증지로 장난질을 하고 밑사람들은 그분을 몰아내려고 자리가 어수선했다. 우리 살림도 넉넉하지 않았다. 곁방 하나 딸린 집이고 어설픈 부엌에서 사글세로 살고, 곁님이 예전에 몰고 다니던 자동차 값을 나눠서 갚느라 둘이 벌어도 살림이 빠듯해 아기를 새로 맞아들일 겨를이 없었다. 옛사람이 보내주신 빛으로 여기면서도 나쁜 마음을 먹었다. 딸이면 지우고 아들이면 낳기로 했다. 앞서 아이를 없앤 일이 있어 또 지우면 다시는 아이를 못 밸 듯해 두렵고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 온갖 : 이런저런 여러 가지 (㉥ 온갖 과일이 놓여있다.) · 가지가지(갖가지) : 한 바탕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여러 낱인 꼴 (㉥ 꼴값도 가지가지다.) · 가닥 : 한군데에 딸린 낱낱 줄 (㉥ 여러 가닥으로 꼰 밧줄) · 까닭(= 때문) : 어떤 일이 생기거나 이루어진 밑받침이 되는 것. (← 이유) (㉥ 무슨 까닭으로 젊은 나이에 집살이를 버렸을까요?) · 것, 갓 : ➀ 앞말이 가리키는 일이나 몬 (㉥ 내 것, 낡은 것) ➁ 앞말이 가리키는 사람을 낮잡아 이름 (㉥ 젊은 것들이,,,) ➂ 뚜렷한 믿음이나 생각, 또는 뚜렷하지 않은 헤아림을 나타냄 (㉥ 내가 이룰 것, 눈이 내릴 것 같다.) · 갓1 : 어른이 된 사내가 머리에 쓰던 둥근 테가 있는 쓰개 (㉥ 갓끈을 매고,,,) · 갓2 : 겨자갈래 두해살이풀로서 김치를 담가 먹는 남새 (㉥ 물갓김치가 맛들었다.) · 갓3 : 바로 이제, 처음으로 (㉥ 갓 나온 새싹) · 고래 : 가장 몸집이 크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르는 바다짐승.(㉥ 고래가 춤춘다.) · 값 : 몬을 사고 팔 때 주고받는 돈. 몬이 본디 가지는 쓸모 (㉥ 그 사람 그림에 어찌 값을 매길 수 있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왜말 일반, 일반적, 일반적으로, 전반, 전반적, 전반적으로, 만반 같은 말이 곳곳에 쓰여 우리말을 어렵게 하고 그 뜻을 제대로 모르면서 널리 써서 우리말을 어지럽힌다. 한자 般은 種과 함께 우리말 ‘가지’로 뒤친다. 가지가지, 온갖(온가지), 할 때 ‘가지’이다. 왜말로 종류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반은 ‘한가지’인데 한가지는 또한 ‘온갖’ ‘두루 미치는’이란 뜻을 품어 곧 전반(온갖), 만반(골가지)이란 뜻도 함께 지닌다. 또 여느 사람을 일컬을 때도 일반이란 말을 쓴다. · 일반감각 → 두루 느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닿는 낱낱 느낌과 달리 여러 느낌문에 두루 미치는 느낌) · 일반개념 → 두루 뜻알 (사람, 꽃처럼 테두리가 넓은 뜻알) · 일반국도 → 두루나라길 (고을(도시), 갯고을(항구), 날틀곳(비행장) 따위를 이어 빠른길(고속도로)과 함께 나라줄기길(기간도로)을 이루는 길) · 일반균형 → 두루 고름 (서로 기대고 있는 갖가지 돈과 몬(팔 것)에서 이뤄지는 고름) · 일반명사 → 두루 이름씨 (여러 가지 것에 두루 미치는 보람(특성)을 나타내는 이름씨 (= 여느 이름씨(보통명사)) · 일반언어학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피어나는 보금자리 ― 서울 〈꽃 피는 책〉 어제 파주에서 이야기꽃을 펴면서 ‘꾸밈이(디자이너)’란 낱말하고 얽힌 실마리를 풀어 보았습니다. ‘꾸’라는 말씨는 ‘꾸미다’하고 ‘가꾸다’에 똑같이 들어가지만 뜻이나 쓰임새는 좀 갈려요. ‘꾸리다’하고 ‘일구다·일꾼’ 같은 자리에서도 갈리지요. 그러나 이 모든 자리에 흐르는 말밑 ‘꾸’는 ‘꾸다·꿈’하고 맞물려요. 보기좋도록 만지는 일을 ‘꾸미다’라는 낱말로 나타내는데, 보기좋도록만 해서는 꾸미지 못해요. 앞으로 새롭게 펴고 싶다는 마음, 곧 ‘꿈’이 있어야 꾸미거든요. ‘꾸밈이 = 꿈 + 있는 + 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말밑길을 살피고서 오늘 〈꽃 피는 책〉에서 새 이야기꽃을 펴는데, 이 자리에 모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해는 높고 잎은 물들고 ― 순천 〈책방심다〉 이틀을 전주에서 묵습니다. 어제는 새벽 두 시부터 일어나 노래꽃을 썼다면, 오늘은 아침 여섯 시에 느즈막이 일어나 노래꽃을 씁니다. 노래꽃을 쓰는 바탕은 늘 풀꽃나무입니다. 눈을 고요히 감고서 마음귀를 살며시 열면 어느새 숱한 풀꽃나무가 바람빛으로 다가와서 속살거려요. “넌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니?”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날까?” “네가 궁금한 그 이야기는 이렇단다.” 같은 말로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데요, 이 수다는 제가 쓰는 노래꽃으로 새롭게 피어납니다. 매우 향긋한 유칼립투스란 나무를 2011년에 제대로 만났지 싶습니다. 다만 그때에는 나무이름을 몰랐어요. 마을에서도 나무이름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하얗게 어루만지는 한 마디 [오락가락 국어사전 4] ‘흰-’은 없고 ‘백(白)-’만 있구나 우리말꽃 올림말이 대수롭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대수롭습니다. 우리말꽃에 올라야 쓸 만한 낱말은 아니되, 우리말꽃에 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결 널리 쓰는 기틀이 생깁니다. ‘흰-’은 올림말로 없고 ‘백(白)-’만 올림말로 있다면, 우리말을 다룬다는 낱말책이 오히려 우리말을 등지거나 멀리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채전(菜田) : = 채소밭 채소밭(菜蔬-) : 채소를 심어 가꾸는 밭 ≒ 남새밭·전포(田圃)·채소전·채전(菜田)·포전(圃田)·포지(圃地) 남새밭 : = 채소밭 채소를 심으면 채소밭일 테고, 남새를 심으며 남새밭일 테지요. 그런데 우리말 ‘남새밭’을 “= 채소밭”으로 다루는 풀이는 알맞지 않구나 싶습니다. ‘채전·채소밭’을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겹말 손질 : 신변 가까이 신변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만큼 →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만큼 → 곁에 둘 만큼 신변(身邊) : 몸과 몸의 주위 주위(周圍) : 1. 어떤 곳의 바깥 둘레 2.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 3.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가까이 : 1. 한 지점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로 2. 일정한 때를 기준으로 그때에 약간 못 미치는 상태로 3.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친밀한 상태로 한자말 ‘신변’을 ‘주위’란 한자말로 풀이하는데, ‘주위’는 ‘가까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신변 가까이”는 “가까이 가까이”나 “둘레 가까이”라 하는 셈이니 겹말입니다. ‘가까이’만 쓰면 되고, ‘곁’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그리하여 그것을 원할 수 있고 신변 가까이에 둘 수 있을 만큼 좋은 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치레 꾸미면 보기좋을까요? 보기좋으라고 꾸밉니다만, 꾸밀 적에는 늘 꾸민 티가 납니다. 멋을 내면 어떨까요? 멋을 내면 멋낸 티가 나요. 겉을 치레할 적에는 늘 겉치레가 반지르르 흐릅니다. 겉발림으로 한 말에는 반들거리는 티가 묻어나지요. 남한테 보여주려고 하기에 속모습을 가리고 맙니다. 잘 봐요. 겉모습을 빛나게 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면, 속모습은 저절로 빛을 잃어요. 옷을 이쁘게 하면 할수록 마음빛은 어쩐지 시들어요. 어떤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속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마음결이어야지 싶습니다. 어떤 말이 겉으로 나타나더라도 속에서 맑게 샘솟는 마음씨여야지 싶어요. 살림을 하건 아이를 돌보건 글을 쓰건 매한가지예요. 우리는 으리으리하게 ‘문학·예술·문화’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사랑·살림’을 하지요. 그저 글을 쓰면 돼요. 멋글이 아닌 글을 쓰면 돼요. 오직 느낌하고 마음하고 생각하고 사랑, 이 네 가지만 얹으면서 놀이하듯 글을 쓰면 넉넉합니다. 살림을 소꿉처럼 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 고운 생각으로 빚은 고운 삶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 밥을 맛나게 먹고 싶으면, 스스로 밥을 맛나게 차리면 됩니다. 밥을 맛없게 먹고 싶으면, 스스로 골을 부리며 밥을 차리면 됩니다. 정갈하게 거름을 삭혀 논밭에 뿌리고 푸성귀와 곡식을 알뜰살뜰 돌보면, 석 달 뒤에 아름다이 열매를 얻습니다. 풀죽임물을 치며 풀을 잡느라 부산스러우면, 풀죽임물을 치면서 숨이 갑갑하고, 열매를 거둘 적에도 풀죽임물을 함께 먹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움직이고, 삶이 움직이는 대로 우리한테 돌아옵니다. 풀죽임물을 안 치면 벌레가 꼬인다지만,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다시 겨울이 찾아들 때까지 벌레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비가 봄을 맞이해 따순 나라로 찾아오듯, 이제 벌레도 기지개를 켜며 새롭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곧, 벌레 걱정으로 풀죽임물 칠 일은 없습니다. 벌레는 벌레대로 살되, 사람은 사람대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구나 벌레는 새한테 먹이가 되고, 이 벌레가 나비나 나방으로 깨어나면 꽃가루받이를 하니, 사람이며 새이며 벌레는 열매를 함께 지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