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별똥 전남 고흥 도화면 작은마을 길이름(도로명주소)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벼슬집(군청·면사무소)은 아무 말도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하자면 예부터 ‘감투’란 이름으로 그들 일꾼을 가리킬 만합니다. 머리에 뭘 썼기에 우쭐거리거든요. 작은 시골마을 길이름은 ‘객사거리길’이었는데 ‘동백길’로 바뀌어요. 조선 무렵에 길손채나 손님채 노릇을 하던 곳이 있었기에 ‘객사거리길’이라 붙였다는데, 뜻으로 보면 나쁠 일은 없되, 한자에 얽매인 이름이란 대목을 짚을 노릇입니다. 길에서 죽으면 길죽음이요, 쓸쓸한 죽임입니다. 이때에 ‘동티’로 가리키기도 하고 ‘벼락죽음’이나 ‘개죽음’이라고도 해요.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며 누리는 데는 ‘나들칸’이면서 ‘잠터’입니다. 나그네가 머무는 집이기도 합니다. 한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자로 말을 지을 테니 하늘을 ‘하늘’이라 말하지 못하고, 기다리거나 지켜볼 적에 ‘기다리다·지켜보다’라 말하지 않더군요. 비처럼 떨어지는 별은 별비이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한글배움 제가 글을 쓰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집 아이들은 거의 열 살 무렵에 글을 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말글을 살피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엮는 일을 하노라니 아이들은 저절로 매우 일찍부터 글을 깨칩니다. 어버이가 바다에서 살며 늘 헤엄을 치면 아이들은 바다랑 사귑니다. 어버이가 숲을 누비며 나무랑 속삭이면 아이들은 숲이랑 놀아요. 어버이 숨결은 아이들 숨빛으로 잇고, 어버이 몸짓은 아이들 차림새로 흐릅니다. 어버이가 구름하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개미랑 떠들고, 어버이가 나비랑 말을 섞으면 아이들은 잠자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구나 스스로 선 곳에서 새말을 짓습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숲을 품고서 살았기에 모든 어버이가 저마다 다른 사투리로 숲말을 지었고, 오늘날에는 어디나 서울을 닮기에 서울말(표준말)만 배워서 따라합니다. 글읽기를 어릴 적에 못 익힌 할매할배가 늘그막에 한글을 처음 배울 적에 어떤 한글을 익힐까요? 서울말인가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6] 잘가쏘? “우리 이제 갈게.” “짐 가득 실어 뒤가 막혔으니 쉼터마다 쉬었다 가렴.” “엄마는 안 힘드나?” “늦잠 잤지. 어제 집으로 큰 선물이 왔어. 어느 이웃님이 엄마 시집 한 권을 다 붓글씨로 써서 보내왔어. 좋아서 힘든 줄 몰랐네. 또 어디 넣을 글 걱정에 잠이 달아나 새벽 3시에 일어나 쓰고 잤어. 그래, 너희들도 애썼다. 김 서방도 잘 가고 우리 딸 잘 돌보렴.” 말하는 내 목소리가 떨린다. 작은 거품이 뽀글뽀글 끓듯 끊어질 듯 이어가는 목소리는 떨었다. 작은딸 목소리도 떨린다. 염소처럼 밝게 웃어도 목소리가 떨렸다. 울음을 꾹꾹 누르는 떨림이었다. 잔치(결혼식)를 할 적에도 떨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참말로 짝 곁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따라가니 우리 곁에 머물던 마음도 가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더 짙게 마음 귀퉁이에 머무는지 모른다. 저 가녀린 아이가 사랑을 찾아가는 길인데 곱고 가냘픈 손으로 밥을 짓고 빨래하고 쓸고 닦는 일에 얽매인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목소리에 맺힌 듯했다. 며칠 쉬었다 일을 나가면 좋을 텐데, 옮기자 바로 나가야 하는 딸아이 어깨를 누르는 짐이 그 나이를 지나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5] 우리 딸이 가요 “엄마 언제 도착해?” “2시에 나설게.” “그 사람은 3시쯤 닿을 듯한데 못 보겠네.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러 갔다 오래.” “아빠는 늘 할아버지뿐이네. 딸이 가는데 엄마인 나를 만나야지, 할아버지가 먼저가?” 파를 다듬으면 일을 마무리지으려고 했다. 손길이 바쁘다. 곁님이 쌀을 싣고 얼음가방을 찾는 동안 다 다듬고 반찬집으로 달려갔다. 며칠 앞서 우리 딸한테 줄 반찬 몇 가지를 맡겼다. 고디국이 한창 끓는다. 저걸 담아서 가려면 늦겠지. 잘 먹던데. 나지막한 내 목소리를 듣던 아주머니가 부추를 넣는다. 한 냄비 담더니 큰 선풍기를 틀고 식힌다. 돈으로 치자면 얼마 되지 않는데 반찬집 일꾼을 힘들게 하는가 안절부절못했다. 미리 말을 해서 그런지 기꺼이 해준다. 나물 반찬도 곁들이고 싶지만, 제때 꺼내 먹는 일도 아직은 서툰 우리 딸을 생각하다가 멈춘다. 비닐에 담아 온 반찬을 유리그릇에 담고 얼음가방에 꾹꾹 눌러 넣는다. 엄마 마음이 꾹꾹 이렇게 담기는 줄 예전에는 몰랐다. 마늘과 매운고추와 양파를 들었다가 이레는 해먹지 못할지 모른다는 딸 말에 다시 뺀다. 작은 고추장 식용유 진간장 국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4] 도시락 차를 세우고 밥집에 갔다. 도시락집이네. 여기서 우리 딸이 밥을 사먹는구나. 딸은 라면을 먹으려 하네. 짐을 꾸리려면 힘을 내야 하니 고기반찬이 나오는 밥을 하나 더 시켰다. 짐은 다 쌌을까. 집에 올라오니, 저녁에 짐을 차에 실어야 한다는데, 아직 짐은 반도 꾸리지 못했네. “너는 갖고 갈 것만 챙겨, 버릴 거는 다 두면 나중에 우리가 치울게.” 가만 보니 버릴 걸 버려야 갖고 갈 짐이 보인다. “엄마가 부엌 좀 맡아 줘?” 한다. 짐이 적은 작은방부터 치운다. 컴퓨터와 밥솥 커피포트를 모으고는 방에 둔 버릴 이불보따리며 옷보따리를 꺼내 문밖으로 냈다. 이제 부엌을 뒤진다. 밥을 해먹은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자국이 없다. 온통 도시락뿐이네. 비닐을 세 군데 펼쳐놓았다. 찌꺼기를 담고 플라스틱을 담고 비닐을 담는다. 냉장고에 버릴 반찬을 꽁꽁 올려두었네. 아빠가 시켰구나. 음식이 썩으니깐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버리라고 늘 말했는데 냉장고와 냉동실이 쓰레기를 얼리고 놓는 자리가 되었네. 다 꺼내서 물기를 빼고 비닐에 담았다. 콜라를 버리려고 뚜껑을 열다가 얼굴에 뿜는다. 콜라로 얼굴을 씻었다. 마시던 음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73] 밑천 “작은딸 가는데 돈 좀 줘야 안 되겠어요?” 곁님은 내 말에 대꾸도 시원찮고 돈도 주지 않는다. 요즘 나는 돈을 만지지 않는다. 주면 쓰고, 없으면 안 쓴다. 카드로 쓰고 카드값 갚을 적에 돈을 옮긴다. 작은딸이 옮겨가는데 나는 엄마이고 엄마로서 주고 싶은 마음을 곁님은 모른다. 우리 엄마한테서 받아 보지는 못했지만, 마흔 살에 내가 새로 일자리를 얻었을 적에 처음 나가는 날 시어머니가 백만 원을 주면서 “옷 사입어라.” 하셨다. 얼마나 좋던지. 그렇게 돈을 쓸 줄 아는 시어머니를 닮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곁님은 돈을 안 주고, 내 주머니에 돈은 없고, 내가 따로 모은 돈을 찾아서 줄까 말까. 카드도 통장도 없는데 어떻게 돈을 찾을까. 생각 끝에 용상에 있는 손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간 김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쓴 책도 드리고 내 통장에서 언니 계좌나 아는 사람 계좌로 보내어 그 돈을 찾을 생각이다. 딸아이 짐을 치우면서도 ‘줄까 말까, 주면 얼마를 주지?’ 하는 생각이 바빴다. 차에 짐을 다 싣고 나니 마음이 조금 그랬다. 딸이 가져가는 짐이 보따리에 담아 싣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36. 치고 모으고 부끄럽고 두 가지 말을 해보겠습니다.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집니다.”하고 “관점에 의해 변화합니다.”입니다. “보는 눈이 있다.”하고 “안목을 지녔다.”입니다. “눈이 좋다.”하고 “관찰력을 가졌다.”입니다. “해야 한다.”하고 “필요로 한다.”입니다. “처음 해봤다.”하고 “최초로 시도했다.”입니다. “네가 처음이야.”하고 “네가 시작이야.”입니다. “너한테서 비롯했어.”하고 “네가 시초야.”입니다. 두 가지로 말을 할 줄 알기에 우리 생각을 환하게 나타낸다고 할 만할까요? 두 가지 말을 섞느라 막상 우리 생각을 환하게 나타내기보다는, 어떤 자리에 맞추느라 바쁘지는 않을까요? 창피하다 ‘염치불고’가 맞느냐 ‘염치불구’가 맞느냐를 놓고서 갈팡질팡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이분을 바라보다가 넌지시 말씀을 여쭙니다. ‘창피하지만’이나 ‘부끄럽지만’이나 ‘남사스럽지만’이나 ‘낯부끄럽지만’이라 말하면 될 노릇 아니냐 하고요. 겉은 여리거나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이 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0 주먹질 거칠게 일삼는 짓을 한자말로 ‘폭력’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나라가 총칼(전쟁무기)을 앞세워 쳐들어가는 짓은 ‘국가폭력’이라 하고, 배움터에서 아이를 괴롭히는 짓은 ‘학교폭력’이라 하며, 싫다는 사람을 추근거리거나 마구 다루어 몸을 괴롭히는 짓은 ‘성폭력’이라 하고, 말로 못살게 굴 적에 ‘언어폭력’이라 합니다. ‘폭력’은 거칠거나 사나운 짓을 가리킵니다. 우리 터전이 아름답지 못한 길로 흐른다면 자꾸 새로운 폭력이 불거질 테지요. 그렇다면 이 슬프도록 안타까운 거칠거나 사나운 짓을 예전에는 어떤 말로 가리켰을까요? 또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킬 수 있을까요? 먼저 여느 폭력이란 ‘주먹질·발길질’이곤 합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찬다면 ‘주먹발질·발주먹질’이겠지요. 나라가 일삼는 주먹질이라면 ‘막 + 짓·질’ 얼거리로 ‘나라막짓·나라막질’이라 해 볼 수 있습니다. 배움터에서는 ‘또래주먹질·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합리적 합리적 과정 → 올바른 길 / 알맞은 흐름 / 바른길 / 곧은길 합리적 경영 → 바르게 꾸리기 / 올바르게 꾸리기 합리적인 선택 → 올바로 고름 / 알맞게 뽑음 일을 합리적으로 진행하였다 → 일을 알맞게 잘 하였다 합리적 사고 → 알맞은 생각 / 옳은 생각 / 슬기로운 생각 ‘합리적(合理的)’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을 뜻한다고 합니다. ‘합당(合當)하다’는 “꼭 알맞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합리/합리적 = 합당한 = 알맞은’인 셈입니다. 우리말로 ‘알맞다’를 쓰면 되고, ‘낫다·좋다’나 ‘가볍다’를 쓰면 되며, ‘슬기롭다·마땅하다’나 ‘옳다·바르다·똑바르다·올바르다’나 ‘그대로·찬찬히·가만히·차근차근·꾸밈없이’을 쓸 만합니다. 때로는 ‘알뜰하다·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하다·선언, 삶·생활, 와닿다·거리감 ‘나는 생활인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선언하는 것은 비교적 거리감이 없었다 → ‘나는 살림꾼이다’라고 할 때에는 제법 와닿았다 → ‘나는 살아간다’라고 할 때에는 꽤 와닿았다 생활(生活) : 1. 사람이나 동물이 일정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살아감 2. 생계나 살림을 꾸려 나감 3. 조직체에서 그 구성원으로 활동함 4.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감. 또는 그런 상태 선언(宣言) : 1. 널리 펴서 말함 2. 국가나 집단이 자기의 방침, 의견, 주장 따위를 외부에 정식으로 표명함 3. 어떤 회의의 진행에 한계를 두기 위하여 말 거리감(距離感) : 1. 어떤 대상과 일정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느낌 2.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간격이 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