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9] 딸이 온다고 이틀 뒤에 작은딸네가 온다. 짝을 맺으니 사위가 덤으로 따라온다. 딸은 따라오는 일이 있는 이름 같다. “장모님!” 하고 부르는 말이 처음에는 낯설다가 이제는 살갑다. 처음 인사 왔을 적에는 목소리에 꽤 힘이 들어갔다. 이제는 부드러운데 저도 나처럼 낯설 테지. 그나저나 무얼 해야 하나. 그제는 둘이 덮을 이불을 빨고 어제는 화장실 구석구석 씻고 오늘은 떡을 맞추고 고기집에 갔다. 서로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딸 잘 봐달라고 조금 흉내만 낸다. 엄마가 마음 쓰는 줄은 모르고 받으면 마음이 느긋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시어머니를 생각하는 딸이 벌써 남이 된 듯하다. 장만했니 안 했니 말을 먼저 하지 않다가 하룻밤 자고 갈 적에 짠하고 차에 옮겨 실어 주어야지. 딸아이는 아직 이쪽 일터를 매듭짓지 않아서 살림살이가 어설프다. 일터를 옮겨야 해서 새해 첫날 면접을 보았단다. 우리 딸은 처음부터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유치원이 낫다고 해서 이제껏 유치원에서 일했다. 이 유치원에서는 수녀님하고 일한다. 이 유치원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사람들을 보면 거의가 결혼을 하면서 그만두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만의 (萬/만의 하나·만에 하나)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시간이 남는다면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틈이 난다면 만의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 어쩌다가 자빠진다면 / 자칫 넘어진다면 만의 하나라는 각오로 임한다 → 모른다는 다짐으로 한다 ‘만(萬)’은 “천의 열 배가 되는 수. 또는 그런 수의”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만의 하나·만에 하나”라는 말씨로 “아주 드묾”을 나타낸다지요. 이 말씨는 ‘드물다·뜸하다’나 ‘적다·보기 어려다·거의 없다’로 손볼 만합니다. ‘어쩌다·문득·비록·모르다’나 ‘설마·자칫·설핏·얼핏’으로 손보고, ‘아니면·아니라면·아뿔싸’로 손보며, ‘하나라도·조금이라도’나 ‘그러나·그런데·그렇지만’으로 손보면 되어요. ㅅㄴㄹ 만의 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처리 處理 행정 처리 → 나랏일 사고 처리 비용 → 말썽을 치우는 값 처리 속도가 빨랐다 → 빠르게 움직였다 / 빠르게 해낸다 실종으로 처리되었다 → 사라졌다고 여긴다 무혐의로 처리되었다 →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 얼른 치워야 합니다 폐수 처리 시설을 설치하다 → 구정물 거름터를 놓다 방수 처리가 허술한 → 물막음이 허술한 불에 타지 않게 처리된 벽지 → 불에 타지 않게 한 담종이 물이 새지 않게 처리했습니다 → 물이 새지 않게 했습니다 ‘처리(處理)’는 “1.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지음 2. 일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화학적 또는 물리적 작용을 일으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만, ‘다루다·다스리다’나 ‘가누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7 ― 서울 가는 길 서울에 간다. 책수다를 하러 간다. 작은딸 꽃잔치를 마치고서 새로 책이 나왔고, 이 책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서울 방배동에 있는 작은 마을책집에서 모인다고 한다. 며칠 몸살을 앓느라 어수선하고, 집안일도 있고 가게일도 있는데, 무슨 옷을 입을지도 망설인다. “딸아, 뭘 입어야 하겠노? 뭘 입어야 나아 보일까? 시골스럽지 않을까? 아니, 시골스럽게 입어야 할까?” 내 책을 읽어 줄 사람을 만나러 간다. 내가 쓴 책에 내 이름을 또박또박 쓰고서 얼굴을 마주할 자리에 간다. 대구에서 서울 가는 기차표를 끊으면서, 서울서 대구 돌아가는 기차표도 끊는다. 그래, 난 멧길을 오르내리며 즐거운 하루이니 멧신으로 하자. 기차를 내리고서 지하철을 갈아탄다. 대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방배동 한켠까지 간다. 세 시간 일찍 왔다. 가까운 찻집에 들어간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코를 힝 푼다. 풀고 풀고 또 푸는데 코가 자꾸 나오더니 검은피도 나온다. “니가 쓴 풀꽃나무 책 잘 봤대이. 책이름처럼 풀꽃나무가 흐르는 이야기가 좋대이. 애썼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8 ― 빛 “책 나왔네요? 우리 고장 으뜸가는 신문에 알림글이 나왔어요. 기쁩니다. 올해 여러모로 큰일 하셨지요? 새해에도 힘차게 나아가 보세요!” “책 나왔네? 우예 냈노? 궁금하다. 내도 요새 뭔가 써 보려고 끄적이는데 잘 안 되더라. 용하다. 올해에 시집도 내고 수필책도 냈네? 무슨 좋은 재주가 있어 이리 책을 내노?” 다른 사람들이 쓴 글하고 책만 읽다가 쉰 줄이란 나이에 이르러 시집도 수필책도 한 해에 하나씩 냈다. 한 해가 저무는 날, 두 가지 책을 가슴에 안고서 살살 쓰다듬는다. 내세울 이름이 없을 텐데 책을 둘씩이나 냈네. 내 글이름을 또렷이 새긴 책을 둘을 품었네. 시집은 내가 나한테 주는 빛이라 여겼다. 쉰 해를 잘 살아왔다고 주고 싶은 빛이었다. 수필책은 막내한테 주는 빛으로 여겼다. 큰딸 작은딸은 시골집을 조금은 맛보았어도 막내는 시골집을 모를 수 있겠다 싶어, 막내한테 남겨주는 빛이 되도록 천천히 글길을 여미었다. 새해에는 어떤 빛을 글에 담을 수 있을까. 먼저 두 딸한테 빛을 심어 줄 글을 써 볼까. 이러고서 짝꿍한테도 빛을 건넬 글을 써 볼까. 깊고깊은 밤이 가득한 겨울을 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5 첫밗 첫꽃 첫씨 첫발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우리글·한글을 찬찬히 익힐 노릇입니다. 우리글·한글을 찬찬히 익히지 않는다면 글쓰기를 하더라도 ‘글’이라 할 만한 글을 못 여미게 마련입니다. 말을 하는 모든 사람은 우리말·한말을 천천히 배울 노릇입니다. 우리말·한말을 천천히 배우지 않는다면 제 뜻이며 생각이며 마음을 알맞게 펴는 길하고 동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우리글·한글은 모든 소리를 담습니다. 소릿값(발음기호)으로 삼아도 넉넉할 만큼 훌륭한 글입니다. 그런데 이웃글(이웃나라 글)도 그 나라 사람들 나름대로 온갖 소리를 담아요. 모든 글은 그 글을 쓰는 사람들 나름대로 그들이 듣고 받아들이는 소릿결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커버 カバ- 영어 ‘cover’를 ‘커버’로 적으면 ‘한글’로 적는 셈이지만, ‘한말·우리말’은 아닙니다. 이웃나라가 ‘カバ-’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カバ-’가 ‘일본말’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그저 영어 ‘cover’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글일 뿐입니다. 겉·껍데기 마개·덮개·뚜껑·가리개·씌우개 막다·덮다·가리다·씌우다 소리가 나는 대로 적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섬찟 잘 안 되는구나 싶어 고단할 때가 있다면, 잘 되는구나 싶으나 고달픈 때가 있습니다. 한여름이라 더워서 힘들다고 할 만하다면, 한겨울이라 추우니 괴롭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들하고 한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걷다가 속삭입니다. “우리 마음이 얼음장처럼 차가우면 한여름이어도 춥단다. 우리 마음이 모든 열매를 무르익도록 북돋우는 해님을 품는 따사로운 빛이라면, 이 여름은 너무 더워 버거운 하루가 아닌, 알맞게 자라고 싱그럽게 바람이 찾아드는 길이야.” 누가 억누르기에 들볶이기도 하지만, 따로 짓누르거나 밟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가시밭길일 수 있습니다. 늘 마음에 따라 다른 하루라고 느껴요. 그놈들 등쌀에 애먹을까요? 저놈들 서슬에 소름이 돋나요? 이놈들 무쇠낯 탓에 섬찟하면서 벅찬 나날인가요? 못된 녀석을 굳이 봐주어야 하지는 않아요. 다만, 모질고 맵찬 녀석이 아닌, 우리랑 그들을 잇는 길에 드리우는 빛줄기를 보기를 바라요. 해는 누구한테나 비추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어정쩡하다 말로 풀면 아름답습니다. 치고받는 주먹다짐이 아닌, 부드러이 이야기하면서 응어리를 풀기에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 만합니다. 그러나 말만 하면 고단해요. 입만 살아서 번드르르 지껄인다면 지쳐요. 우리 삶은 틀림없이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자라납니다만, 입으로 읊기만 하는, 그러니까 마음이 없고 생각이 없으며 사랑이 없는 엉성한 말씨로는 삶을 낳지 않아요. 흙한테 안긴 씨앗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가만히 지켜봐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틈을 내어 풀씨랑 꽃씨랑 나무씨를 살펴봐요. 설익은 씨앗은 싹트지 않아요. 어정쩡해서는 움틀 수 없어요. 어영부영한다면 피어나지 않습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은 삶하고 멀어요. 장난말은 놀림말로 흐르고, 놀림말은 이웃을 누릅니다. 혼자만 재미있다면 이웃은 재미없겠지요. 놀림길 아닌 놀이로 나아가야 비로소 말꽃이 되고 웃음글로 이으며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피어요. 숱한 사람들이 잿빛터에 모여서 잿빛집에 웅크리는 오늘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34. 타다 몇 살 적 일인지 떠오르지 않지만 꽤 어릴 적이었습니다. 한창 부엌일로 바쁜 어머니가 저를 부릅니다. 두 손 가득 반죽이 묻은 어머니는 입으로 저한테 심부름을 시킵니다. “저기, 밀가루 좀 가져와.” 어머니 말대로 밀가루 담긴 자루를 찾습니다. 문득 어머니가 한 마디 보탭니다. “새것 타지 말고, 쓰던 것 옆에 있어.” 우리는 입으로 말할 적에 임자말을 으레 건너뛰고, 꾸밈말도 잘 안 넣게 마련입니다. 글로만 적어 놓는다면 “새것 타지 말고 쓰던 것 옆에 있어”라 할 적에, 사이에 쉼표조차 안 넣으면 도무지 뭔 소리인가 알쏭달쏭할 만합니다. 그러나 입으로 말할 적에는 높낮이랑 밀고당기기를 하면서 소리를 내니, 이 말을 곧장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머니가 저한테 심부름을 시킨다면서 살짝 곁들인 한 마디 ‘타다’는 아마 그때 그 자리에서 처음 들은 낱말 쓰임새였을 테지만,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타다 1 ← 화재, 연소, 소각, 전소, 발화, 변하다, 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구체적 사물의 구체적 발현 → 살림이 고스란히 드러남 구체적 모습 → 속모습 / 제모습 / 온모습 묘사는 추상적인 대상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방법이다 → 그림은 마음속 모습을 눈앞에 보여준다 구체적 사례 → 보기 / 낱낱 보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 -- 이를테면 / 보기를 들면 구체적 근거가 없다 → 따로 들지 못하다 / 밑바탕이 없다 구체적 대안 → 뚜렷한 길 / 또렷한 길 구체적 경위를 밝히다 → 까닭을 하나씩 밝히다 구체적인 내용 → 낱낱 이야기 / 여러 이야기 / 속이야기 / 알맹이 / 속살 구체적으로 말하다 → 낱낱이 말하다 / 차근차근 말하다 / 뚜렷이 말하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논의하다 → 하나하나 따지다 / 작은 곳까지 다루다 ‘구체적(具體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