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아래를 내려다보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 내려다보면 → 밑을 보면 아래 : 1. 어떤 기준보다 낮은 위치 2. 신분, 연령, 지위, 정도 따위에서 어떠한 것보다 낮은 쪽 3. 조건, 영향 따위가 미치는 범위 4. 글 따위에서, 뒤에 오는 내용 5. ‘음부’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 내려다보다 : 1. 위에서 아래를 향하여 보다 2. 자기보다 한층 낮추어 보다 낱말풀이를 살피면 ‘내려다보다 = 아래를 보다’이니, “아래를 내려다보다”는 겹말입니다. ‘내려다보다’라고만 쓰면 되고, “밑을 보다”라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낱말풀이는 ‘내려다보다 : 눈을 내리듯이 보거나 눈을 내리면서 보다.’로 바로잡아야지 싶습니다. 눈을 내리면서 보기에 ‘밑’을 보는 모습입니다. 또한 ‘아래 3·4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8] 드디어 책이 왔다 책이 온다는 쪽글을 받고 책맞이를 한다. 책 낼 적에 살피고 모아둔 종이를 버리고 책상을 닦았다. 책상 밑도 물걸레도 닦고 책꽂이에 올려둘 자리에 쌓인 먼지도 닦는다. 두 시가 훌쩍 넘자 문을 열어 봤다. 네 시가 되자 또 열어 보았다. 아저씨한테 전화하니, 삼십 분이나 한 시간 더 걸린단다. 어제 새벽에는 ㅎ 신문에 새책 알림글이 뜬다고 잠 설치면서 보고, 보고 나니 누리책집(인터넷서점)에 책이 안 떴다. 뜨기까지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이제는 책이 오는데 하루가 길다. 상자를 뜯어 책을 꺼냈다. 막상 펼치려니 또 떨렸다. 가슴에 꼭 안았다. 오돌토돌한 겉표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냄새도 맡았다. 가운데 적힌 책이름을 만지니 도톰하다. 먹빛으로 살짝 솟은 글씨가 있으니 결이 살고 겉그림도 겉종이도 나무를 만지는 듯하다. 우리 집 수국이 새로 꽃을 피웠다. 자그마하지만 벌써 네 송이째. 책을 가까이 놓고 찍었다. 아스파라거스가 푸르게 수북하게 자란 잎을 당기고 봄부터 한 해 내내 꽃을 피우는 작은 보랏빛 꽃줄기를 당겨 책이랑 또 찍었다. 해가 넘어가느라 어둡다. 밝은 날 다시 꽃이랑 풀잎을 얹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7] 부조금 꽃잔치(결혼식)를 마쳤다. 딸은 괌으로 떠났다. 괌에서 보내는 하루를 사진으로 보내온다. 딸아이 눈과 손을 거쳐서 저 너머 모습을 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닷가가 그림 같다. 구름이 물결치는 듯하다. 사람들이 헤엄치는 바닷물이 맑다. 물속으로 모래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놀면 참 신나겠다. 두 사람이 여기에 오기까지 숱한 사람들이 기뻐해 주었다. 꼭 올 만한 사람한테 모심글(청첩장)을 먼저 뿌렸다. 그리고 한때 만나 차도 마시고 밥도 먹은 사람한테 보내 보았다. 글동무한테도 보냈다. 누리마당에도 띄웠다. 우리 아이 꽃잔치(결혼)를 누가 말하면 고마웠다. 막상 날이 다가오니 못 오는 사람들이 돈을 보낸다. 이 꽃돈을 받지만 마음이 무겁다. 도리어 가라앉고 슬프다. 차라리 벌써 보낸 모심글을 까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들어오는 돈이 그동안 내가 쌓은 살가운 값일까. 꼭 오리라 꼭 하리라 여긴 사람은 안 하고, 뜻밖이라 여길 사람이 성큼 내고 온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나를 찾아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고맙다. 눈물이 글썽했다. 물이 닿으면 곱게 꾸민 얼굴이 망가진다기에 눈물을 꾹 참는다. 친척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6] 눈떨림 눈이 떨린다. 바른쪽보다 왼쪽이 좀 들어가고 눈꺼풀이 처져도 떨리지는 않았는데, 팔딱팔딱 떨리다가 멈추기를 사흘째 한다. 일이 한꺼번에 몰려서 그런가. 작은딸 잔치(결혼식)도 이제 이틀 남았고, 내 새로운 책이 곧 나온단다. 씻는데 숨 쉬는 길이 쏴하다. 이대로 멎을 듯 어질하다. 내가 많이 떠는구나. 날이 겹치거나 다른 일로 못 온다는 사람이 많다. 꽃돈(축의금)이 들어오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일을 치른 뒤 쪽글을 보낼 생각이지만, 그래도 바로 쪽글을 보낸다. 어쩐지 미안하고 고맙다. 이렇게 받아도 되나, 마음이 답답했다. 그제는 잔칫날 주례로 나눌 말 때문에 아빠와 딸 사이에 앙금이 생기느라, 두 마음을 풀어주느라 쩔쩔맸다. 그래, 내 큰일도 있는데 안이 시끄러울 적에는 밖으로 나가지 말자 싶어 하루는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잘 나가던 내가 “바빠서 못 가요.” 한마디 했는데 “삐침인가?” 하고 묻는다. 뭔가 했더니,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가 어떤 상을 못 받았대서 그 모임에 안 오는 줄 알았는가 보다. 아니, 그런 흐름으로 몰아간다. 간밤에 집안에서 터진 일을 말해야겠구나 싶어 이 얘기 저 얘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38 너나하나 주먹힘은 주먹을 담금질하는 사람이 세요. 돈힘은 돈을 긁어모으는 사람이 세고요. 마음힘은 마음을 돌보는 사람이 내고, 사랑힘은 사랑을 헤아리며 스스로 짓는 사람이 폅니다. 나라(국가·정부)가 서지 않던 무렵에는 위아래·왼오른·순이돌이를 가르는 굴레가 없습니다만, 나라가 서면서 위아래·왼오른·순이돌이를 갈라놓습니다. 돌이를 싸울아비로 억누르고 순이를 집에 가두거든요. ‘평등(平等)’ 같은 한자말이 없던 무렵에도 사람들은 ‘나란히·고르게·어깨동무’를 했어요. 그런데 순이돌이를 가르고 위아래에 왼오른으로 가른 나라는 순이는 순이대로 돌이는 돌이대로 짓눌렀고, ‘짓눌린 수수한 돌이는 곁에 있는 수수한 순이를 짓밟는 바보짓’을 오래도록 ‘나라지기·나라일꾼한테 길든 채 저질렀’습니다. ‘순이물결(페미니즘)’은 일어날 노릇입니다. 추레하거나 거짓스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37 한물결 일본 도쿄 간다에는 책골목이 있습니다. 이 책골목 한복판에서 한글책을 일본사람한테 잇는 책집 〈책거리〉가 있고, 이 책집을 꾸리는 분은 한겨레 글꽃을 일본글로 옮겨서 펴냅니다. 일본글로 옮긴 책을 읽어도 될 텐데, ‘그 나라 글빛뿐 아니라 삶빛을 제대로 알자면 그 나라 말글로 읽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한글을 익혀 한글책으로 새삼스레 읽는 분이 많답니다. ‘韓流’로 적는 ‘한류’는 으레 연속극과 몇몇 꽃님(연예인) 얼굴로 헤아리기 일쑤이지만, 서로 마음으로 사귀고 속뜻으로 만나려는 사람들은 조용히 물결을 일으키면서 두 나라를 이어왔다고 느낍니다. ‘한글’에서 ‘한’은 한자가 아닙니다. ‘韓國’처럼 한자로 옮기지만, 정작 우리나라 이름에서 ‘한’은 오롯이 우리말입니다.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물줄기는 ‘한가람’일 뿐입니다. ‘한·하’는 ‘하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33. 공놀이 좀 해볼랑가 어릴 적에 살던 마을은 야구장하고 가까웠습니다. 저녁에 야구장에 불빛이 환하면 우리 마을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고, 때로는 야구장에서 들리는 우렁찬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대단했어요. 다만, 제가 나고 자란 마을은 전라도 아닌 인천입니다. 제가 늘 지켜본 야구장에는 ‘삼미 슈퍼스타즈’라고 하는 이름으로, 늘 꼬래비에서 허덕이며 ‘언제 안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나’ 싶은 기운이 흘렀습니다. 오늘 저는 전라도에서 아이들하고 살아가는데요, 고흥 시골마을에서 야구를 보는 분은 없지 싶습니다. 괭이자루는 잡아도 공 치는 방망이를 잡을 일이 없겠지요. 그래도 인천에서나 전라도에서나 공을 치고받는 놀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매한가지라고 느끼면서 “자네, 공놀이 좀 해볼랑가?” 이야기를 적어 볼까 싶습니다. 공을 치니께 야구요 어릴 적을 떠올리면, 아무리 야구장 곁 골목집이나 기찻길집에 살던 동무라 해도 야구를 모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이 오가지요. “야, 넌 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5] 흰김치 시골에서 배추를 잔뜩 갖고 왔다. 요즘은 예전하고 달라서 이웃한테 좀 팔까 싶어도 팔리지 않는다. 싱싱할 적에 김치를 담그면 좋겠지만, 올해 나는 김치 안 한다. 엄마가 한 통 담아 놨고 묵은김치도 아직 있다. 곁님은 어디서 봤는지 물김치를 담그는 길을 적어 왔다. 바구니에 물김치에 들어갈 마늘이며 양파, 쪽파, 양배추, 생강, 배, 사과, 무, 배추를 담아 왔다. 믹서기가 가게에 있어 김치물에 넣을 것을 다시 담는다. 나는 시키는 대로 마늘과 생강 홍고추를 넣어 갈고, 미나리와 실파를 총총 썰어 놓았다. 가게서 소금물에 배추를 절여 물을 빼서 갖고 왔다. 가게 문을 거의 밤 12시에 닫는데, 졸음을 참고 기다렸다가 둘이서 담근다. 큰 그릇에 내가 갈아 놓은 양념을 붓고, 채설어 놓은 무와 대추를 넣어 버무리고, 배추이파리에 집어넣고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리고 무를 통으로 썰어서 넣고 곁님이 마련해 온 양념물을 붓고 밖에 두었다. 아침에 한 포기 꺼내 주니 잘 먹는다. 국물이 좀 짜서 생무를 썰어 넣었다. 그리고 한 포기 담아 가게에 갖고 갔다. 우리 곁님은 짜면 먹지 않는 사람인데, 스스로 우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소에게 친절하세요》 베아트리체 마시니 글 빅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1.5. 《소에게 친절하세요》(베아트리체 마시니·빅토리아 파키니/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를 읽고서 한참 되새깁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퍼진 ‘개○○’나 ‘○새끼’ 같은 말씨는 이제 막말·깎음말이라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개’나 ‘강아지(새끼)’라는 이름이 막말·깎음말일 수 있을까요? 빗대어 깎는다고 여깁니다만, 사람들이 치고받거나 괴롭히거나 할퀴면서 내뱉는 말씨는 오히려 ‘개한테 버르장머리없는 말’이지 싶습니다. 이제는 ‘소○○’나 ‘닭○○’나 ‘돼지○○’처럼 쓰기도 하는데, 소나 닭이나 돼지나 개를 비롯한 모든 숨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이런 말을 지껄이더라도 막말·깎음말로 안 느낄 만합니다. 누가 “함박꽃 같은 얼굴이에요!” 하면 반갑고, “호박꽃 같은 얼굴이네요!” 하면 안 반가운가요? 꽃을 꽃으로 여겨 마음으로 품는 사람이라면, 달걀꽃이건 탱자꽃이건 딸기꽃이건 하늘타리꽃이건 개미취꽃이건 모두 반가이 여기리라 생각합니다. 꽃을 꽃으로 여기지 않으니 몇몇 꽃을 ‘못생기거나 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주변에서 남들이 주변에서 남들이 → 둘레에서 → 남들이 주변(周邊) : 1. 어떤 대상의 둘레 2. = 전두리 남 : 1.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 2. 일가가 아닌 사람 3.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관계를 끊은 사람 둘레에 있는 사람이 ‘남’입니다. 한자말 ‘주변’은 ‘둘레’를 가리키고, “주변에서 남들이”라 할 적에는 “둘레에서”나 “남들이”를 가리켜요. 겹말입니다. 보기글은 “둘레에서”나 “이곳저곳에서”나 “여기저기에서”로 손질합니다. ㅅㄴㄹ 주변에서 남들이 내가 고희(古稀)를 맞이했다고들 한다 → 둘레에서 내가 바른철을 맞이했다고들 한다 → 이곳저곳에서 내가 일흔을 맞이했다고들 한다 《동굴 속의 독백》(리영희, 나남출판, 1999) 7쪽 ㄴ 겹말 손질 : 공평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