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10 밥투정 어릴 적부터 못 먹는 밥이 잔뜩 있습니다. 둘레에서는 “뭐든 다 잘 먹어야 튼튼하게 자라지!” 하면서 제가 못 먹는 밥을 자꾸 먹였습니다. 입에도 속에도 와닿지 않는 먹을거리를 받아야 할 적에는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어떻게 이곳을 벗어나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길이 없습니다. 둘레 어른들은 제가 코앞에 있는 밥을 말끔히 비워야 한다고만 여겨요. 눈을 질끈 감고서 입에 넣어 우물거리지만 목구멍에 걸립니다. 억지로 삼키면 이내 배앓이를 하거나 게웁니다. 거의 모두라 할 어른들은 ‘가려먹기(편식)’를 한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마땅하지 않을까요? 몸에 안 받을 적에는 가려야지요. 다른 사람이 잘 먹기에 모든 사람이 잘 먹어야 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밥살림은 다르고, 옷살림도 집살림도 글살림도 다릅니다. “또 밥투정이야?” 하는 말을 들을 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21 말하는 눈높이 누리그물(인터넷)이 퍼지고, 셈틀을 퍽 눅은 값으로 장만해서 쓸 수 있으며, 손전화는 더 값싸게 사서 누구나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물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모든 나라를 둘러싸고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어디서나 빛물결(와이파이)로 놀이마당을 이뤄요. 온누리 골골샅샅 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다 다른 말을 쓰면서 갖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미국말만 쓰지 않고 작은나라 말을 배워서 쓰는 사람도 많아요. 이웃나라 살림을 배우자면 이웃말부터 배울 노릇이고, 이웃사람하고 사귀자면 참으로 이웃말을 즐거이 익힐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마침종이(졸업장)를 따는 배움터를 다니지 않아도 무엇이든 다 배울 수 있는 터전입니다. 온누리 벗님은 나이·배움끈(학력)·부스러기(지식)를 떠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로 만납니다. 서로 말을 놓고 한결 깊고 넓게 바라볼 틈이 생겨요. 예전에는 배움책(교과서)이 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물날 이레말 - 한자말 17 낙원 樂園 낙원을 건설하다 → 보금터를 짓다 기쁘고 살기 좋은 낙원으로 만들려면 → 기쁘고 살기 좋게 꽃누리로 이루려면 낙원을 이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 새터를 이룩하는 첫걸음이라고 아름다운 낙원에 먼저 가 계실지 → 아름나라에 먼저 가셨을지 ‘낙원(樂園)’은 “1.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 2. 고난과 슬픔 따위를 느낄 수 없는 곳이라는 뜻에서, 죽은 뒤의 세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기쁨누리·기쁨나라’나 ‘꽃누리·꽃나라·꽃동산·꽃마을·꽃자리·꽃터’나 ‘고운자리·고운터·꿀나라·달콤나라’로 고쳐씁니다. ‘보금누리·보금나라·보금터·별누리·별터’나 ‘사랑누리·사랑나라·사랑터’로 고쳐쓰고, ‘아름나라·아름누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5] 사미 약방 어지간해서는 약을 먹지 않는데, 몸살이 돌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스피린을 처음 먹었다. 내가 약을 잘 안 먹는 까닭이 있다. 감기에 걸려도 그냥 버틴다. 아주 어려 걸음마를 할 무렵에 후끈 달아오르고 갑자기 아팠단다. 어머니는 재 너머 사미에 있는 약방에서 약을 지어 먹였다는데, 잘 걷던 내가 그 뒤로 걷지를 않으려고 했단다. 읍내 병원에까지 가야 했단다. 어린 날에는 내가 많이 여렸나 보다. 사미 약방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약을 먹기를 꺼린다. 박카스를 먹으면 이내 머리가 빙빙 돈다. 약을 먹으면 더 그렇다. 어린 날 어떤 약인지 모르나 나는 이 약이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했다. 밝은 길보다 시커먼 어둠을 생각한 마음이 깊이 스미고,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걷거나 다니지 못했다. 큰길보다 사람이 뜸한 뒷골목으로 다녔다. 씩씩함을 몽땅 앗아간 뿌리일 텐데, 나를 오래도록 괴롭혔다. 꿈을 꾸지도 못한 채 꿈을 잃어버린 셈이랄까. 따로 약을 안 먹어도 하루이든 며칠이든 앓고 나면 말끔히 털고 일어났으니 내 몸이 아주 여리지는 않고, 제법 튼튼했다고 본다. 약힘을 빌리지 않더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4] 사탕 어른들은 배움터 가는 길이 십리 길이라고 했다. 배움터 개나리 울타리 밖에 구멍가게가 두 군데 있었다. 마침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우르르 몰린다. 나는 돈이 늘 없었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빳빳하고 알록달록한 쫀디기를 산다. 하루는 주머니에 5원이 있는데 이 돈으로 살 만한 과자가 없다. 라면이라도 먹으려니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눈깔사탕을 하나를 샀다. 막대사탕은 알록달록하고 굵은 설탕을 한 겹 둘렀다. 사탕을 물면 입안에 꽉 찼다. 혀를 쑥 빼서 핥아먹고 쉬고 또 핥아먹고 쉬고 집까지 빨고 왔다. 아끼고 아끼며 빨아먹는다. 나는 집으로 오는 길에 일부러 작은고모네 집에 놀러 가면 백 원씩 얻는다. 고모네는 이웃 마을에서 흙을 일구는데, 틈틈이 마을사람 머리카락을 깎아 주면서 돈을 만진다. 어린 날 고모네가 있어 돈을 구경했다. 십 원짜리 하나 만지지 못하던 어린 날, 고모부는 활짝 웃으며 기쁘게 돈을 준다. 눈깔사탕도 고모네가 준 돈으로 샀다. 어린 날에는 손님이 오면 가장 좋았다. 큰고모는 구두쇠 소리를 들었지만 두 고모가 가장 자주 찾아왔다. 고모도 좋지만 고모가 슬쩍 쥐어주는 돈 받는다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23] 저잣터 닷새저자(오일장)를 여는 날은 마을마다 바쁘게 움직인다. 아버지가 경운기를 배우기 앞서는 이웃집을 다니며 “가는 길에 함께 좀 싣고 가자”, “내 좀 태워 도”하고 이웃집을 다니며 물어보다가 우리 경운기를 들인 뒤로는 마늘을 싣고 고추를 싣고 돈이 될 만한 살림을 손수 싣는다. 경운기를 타고 읍내에 가는 날은 엉덩이가 꽤 아프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경운기가 몹시 덜컹하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딱딱한 짐칸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삼 십리 길을 타고 가면 저잣거리가 북적거린다. 하루는 아버지가 큰 저잣거리에서 마늘을 팔고 비누가게에 들렸다. 바로 앞 빈터에 둥글게 사람들이 모여섰다. 장사꾼이 빛꾸러미를 주면서 사람 눈길을 사로잡으며 약을 팔았다. 서커스단이 왁자해서 저잣거리에 온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기웃거렸다. 어떤 아저씨는 약장사한테 꼬셔서 큰돈 주고 약을 샀다. 이제 점심이 되면 천막으로 간다. 장날은 국수와 닭발을 먹는 날이다. 쇠판에 담아 연탄불에 구운 닭발은 맛있다. 어린 날 시골 장터는 가지고 간 살림으로 돈을 바꾸어 다른 살림으로 바꾼다. 논밭에서 가꾼 낟알하고 남새를 내다 팔아 집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수월찮다 하기에 까다로운 일이 고약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하기에 힘들다고 여겨 처음부터 안 다가서는 마음이 고약하지 싶어요. 만만찮은 일이라서 안 할 마음이 없습니다. 자꾸 애먹인다고 해서 그만둘 뜻이 없어요. 쉽잖기에 더 달라붙지는 않아요. 수월찮다고 여기기보다는, 두고두고 느긋이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풀어낼 일이기에 얼핏 버겁거나 벅차다고 느끼는구나 싶어요. 빗방울은 하늘을 빗질하면서 내리고, 이 땅에 드리울 적에는 땅을 고이 빗질합니다. 그래서 ‘하늘비’는 ‘마당비’인 ‘빗자루’하고 같은 소리일 테고, 머리카락을 정갈히 갈무리하는 ‘빗’하고 말밑이 같구나 싶어요. 하늘비에 마당비에 머리빗처럼 바다는 스스로 빗질을 하면서 고약한 쓰레기를 바닷가로 밀어냅니다. 바다에 쓰레기를 흩뿌리지 말고 스스로 건사하라는 뜻일 테지요. 바다빗질을 하는 사람은 두 손으로 바다하고 어우러지는 살림길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이 별을 푸르게 가다듬고 싶은 마음이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핑계 아이한테도 스스로한테도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면 돼. 억지로 하는 척하면서, 안 할 생각이면서 핑계는 대지 마.” 하고 속삭입니다. 토를 달거나 군말을 하는 짓은 덧없습니다. 누구를 탓한들 안 바뀝니다. 스스로 나아가려는 말을 들려주면서, 오늘 이곳에서 밑절미를 손수 닦습니다. 불씨가 될 허튼짓은 구태여 할 까닭이 없습니다. 뭘 갖춰야 한다고 내걸어야 한다면 굳이 안 합니다. 품삯 때문에 일하지 않아요. 아름답게 삶을 가꾸어 이 삶자리가 눈부시게 피어나는 길에 즐거이 발판이 되고자 일할 뿐입니다. 대단한 자리를 얻어야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뭘 이뤄야 하지 않습니다. 냇물이 흐르는 밑줄기를 살피고, 바람이 스미는 바탕길을 헤아립니다. 어떤 뜻을 바라려는 마음이 있다면 가벼이 지우고서, 언제나 오롯이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노래하자고 다스립니다. 하나씩 해요. 천천히 해놓습니다. 미리 해두어도 안 나쁘되 그때그때 새록새록 곁들면서 이모저모 다독여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쇠날 이레말 8 [삶말/사자성어] 멸종위기 멸종위기에 처한 현실이다 → 사라질 판이다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 → 아슬이가 될까 걱정이다 바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이기 때문이다 → 바로 흔들숨결이기 때문이다 멸종위기 : x 멸종(滅種) : 생물의 한 종류가 아주 없어짐. 또는 생물의 한 종류를 아주 없애 버림 위기(危機) : 위험한 고비나 시기 없어지거나 사라질 듯하기에 수수하게 “떠날 듯하다·사라질 듯하다·없어질 듯하다·죽을 듯하다”처럼 이야기합니다. 우리 터전에서 곧 사라지겠구나 싶은 뭇숨결을 놓고는 ‘아슬목숨·아슬숨결’이나 ‘아슬이·아슬빛·아슬꽃·아슬숨·아슬고개·아슬고비’ 같은 말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흔들목숨·흔들숨결’이나 ‘흔들이·흔들빛·흔들꽃·흔들숨·흔들고개·흔들고비’ 같은 말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9 풀꽃나무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에 듬뿍 누리다 보면, 해님은 언제나 모든 숨붙이를 사랑하는구나 싶습니다. 돌도 냇물도 다 다르게 숨결이 빛나고, 바람줄기는 우리 등줄기를 타고 흐르다가, 빗줄기를 슬며시 옮겨타고서 신나게 놉니다. 어버이한테 사랑을 가르치려고 태어난 아이는, 바람처럼 놀고 해님처럼 웃으니 다 압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로 놀며 자란 빛이라면, 풀꽃나무를 상냥히 쓰다듬는 사이에 눈뜨겠지요. 오늘 이곳에서 누린 하루는 새로 피는 꽃이라, 이 꽃내음이 번지면서 보금숲을 가꿉니다. 너는 나랑 다르면서 같은 하늘빛을 품어, 늘 새롭게 만나고 노래하는 동무입니다. 나는 너랑 같으면서 다른 풀빛을 안아, 언제나 새록새록 마주하고 춤추는 이웃입니다. 너는 풀이고 나는 꽃입니다. 너는 나무이고 나는 나비입니다. 너는 꽃잎이고 나는 꽃송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