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가운데 ― 인천 〈문학소매점〉 일본이 총칼로 우리나라에 쳐들어와서 억누를 적에, 고장마다 ‘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로 가른 이름을 썼습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으레 ‘중구’였습니다. 그들이 차지한 나라에서 어느 고장에 밀려들어 마을을 바꾸려 하며 ‘총칼잡이를 가운데에 둔’ 셈입니다. 인천이나 부산을 가만히 보면 ‘중구가 가운데가 아니라 할’ 만합니다. 지난날에는 인천도 부산도 그리 안 넓었습니다. 조그마한 고장이 차츰 넓게 뻗자 ‘가운데 아닌 왼쪽’에 치우친 자리인데 ‘중구’요, 오른쪽 아닌 왼쪽이나 가운데에 있는데 ‘동구’란 이름입니다. ‘동서남북’도 ‘구(區)’란 이름도 걷어치울 만합니다. 일본 총칼(제국주의) 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꽃책 ― 부산 〈동주책방〉 2004년에 《곤충·책》이 나온 적 있습니다. 1647년에 태어나 1717년에 눈감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이 풀벌레하고 풀꽃나무를 사랑한 숨결을 물씬 느낄 만한 숲책(생태환경책)입니다. 이녁 삶자취는 그림책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이 부드럽고 상냥하게 들려줍니다. 부산 망미나루 곁에 있는 〈동주책방〉 한켠에 이분 책이 있습니다. 흔한 풀꽃하고 풀벌레를 눈여겨보며 아낀 눈부신 손길이 있기에 오늘날 숱한 사람들이 풀꽃그림이며 풀벌레그림을 노래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우람그림책 《Maria Sibylla Merian》을 보면서 이다음에 이 우람그림책을 장만하러 부산에 곧 다시 찾아가자고 생각합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7 때 모든 책은 때가 되면 손길을 받습니다. 손길을 받는 책은 천천히 마음을 보여줍니다. 책이 되어 준 숲은 사람들 손길·손때·손빛을 받으며, 새롭게 살아가면서 노래하는 길을 느끼고는, 나무라는 몸으로 받아들인 숨빛을 들려줍니다. 오늘은 다 다른 어제가 차곡차곡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꿈길을 심는 씨앗이지요. 우리는 이 씨앗을 말이라는 소리에 가볍게, 그리는 삶을 사랑이라는 별빛으로 얹어, 서로서로 웃고 나누는 살림으로 지핍니다. 아이가 가을을 맞이하며 뛰놉니다. 어른이 봄을 바라보며 아이를 안습니다. 여름은 비바람으로 하늘을 씻습니다. 겨울은 눈꽃으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하루는 별길을 따라서 걸어갑니다. 이때에 무엇을 느끼고 싶습니까. 저때에 누구하고 살아가고 싶습니까. 그때에 어떤 꿈씨를 살포시 묻으면서 살림을 짓고 싶습니까. 스스로 즐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4 ㄱ. 작가의 서신 교환은 계속됐다 작가(作家) :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서신(書信)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 편지 교환(交歡/交驩) : 서로 사귀며 즐거움을 나눔 ≒ 교관 중반(中盤) 1. 바둑이나 장기 또는 운동 경기나 선거전 따위에서, 초반이 지나고 본격적인 대전으로 들어가는 국면 2. 일정한 기간 가운데 중간쯤 되는 단계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두 작가의 서신 교환은”처럼 사이에 ‘-의’를 넣으면 일본말씨인데, 이 보기글은 옮김말씨이기도 합니다. 우리말은 “두 글님(두 작가)”을 임자말로 삼습니다. “글월 주고받기(서신 교환)”를 임자말로 안 삼습니다. ‘-까지’라는 토씨를 붙이면 그때에 이르도록 꾸준히(계속) 한다는 뜻입니다. “-까지 계속됐다”는 겹말이기도 하고 ‘-됐다’로 맺은 말씨는 옮김말씨입니다. “두 사람은” 어느 무렵까지 “글월을 나누었다”처럼 적으면 그만입니다. 두 작가의 서신 교환은 1930년대 중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발걸음 18] 꽃상여 내가 어릴 적에 우리 마을에는 사람이 많았다. 일흔 집이 모여 살고 한 집안에 다섯이나 일곱씩 살았다. 몇 백이 사는 마을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 한 달에 몇 판이나 꽃상여가 나갔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종이꽃을 접었다. 꽃을 단 상여는 고왔다. 어른 열이나 넘게 붙어서 어깨에 짊어지는데 상여를 맨 우리 아버지 다리가 휘청거렸다. 옥양목으로 지은 한복을 입고 소리꾼 장단에 맞추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여러 사람이 발을 맞추었다. 온집안이 지팡이를 하나씩 짚고 뒤따른다. 사내는 ‘아이고’ 소리만 내고 가시내는 서럽게 울었다. 나는 행상이 나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마을 어귀에서 죽은 사람 옷을 태웠다. 옷을 태워 주면 넋이 입고 가라는 뜻이고, 이불은 무거워 짐이 되기에 태우지 않았다. 꽃상여는 마을 안길로 다니지 않고 마을 밖으로 나가 빙 돌아서 산으로 간다. 무섭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을 여럿이 태우고 재밌게 가니 내 눈에는 놀라웠다. 꽃상여가 나가는 날이면 떡이 생기고 고기를 먹으니깐 산까지 따라다녔지 싶다. 아버지는 집에 올 적에 수건하고 고무신을 갖고 왔다. 마을에서는 사람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10]지렁이 지렁이가 비렁길에 떼로 말라죽었다. 어림잡아 몇 백 마리는 될 듯하다. 비도 내리지 않는데 어디서 몸을 숨기다가 흙도 없는 울퉁불퉁한 비렁길로 나왔을까. 여름 햇볕이 가장 뜨거울 낮에 어디를 가려던 길일까. 나는 지렁이를 밟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비껴갔다. 열 살 적에 지렁이를 토막낸 적이 있다. 비가 쌀쌀하게 내렸다. 처마 밑에 웅크리고 비를 구경하는데 지렁이 한 마리가 앞에 지나갔다. 곧게 몸을 뻗고 오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좁고 느리게 간다. 보드라운 살결이지만 만지기 싫어 목을 움츠렸다. 아궁이 나뭇가지로 살짝 건드렸다. 내가 건드려도 가던 길 가고 앞을 막아도 머리를 틀어 기어간다. 이러다가 지렁이 허리를 끊었다. 잘린 몸이 꿈틀했다. 피도 나지 않고 한 마리던 지렁이가 두 마리가 되었다. 마디마디 주름이 지고 마디가 끊겨도 죽지 않았다. 비렁길에 흩어진 지렁이는 밟혀서 죽지 않았다. 어린 날 내가 본 지렁이와 빛깔도 달랐다. 먹는 흙에 따라 몸빛이 다른가. 속이 훤히 보이는 여린 맨몸으로 어떻게 땅에서 버틸까. 제가 지나가는 흙이 제 몸처럼 부드럽다는 몸짓일까. 흙을 숨 고르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앉은벌이 어버이한테서 돈을 물려받아 고스란히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거저벌이입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어 보이면 앉은벌이입니다. 물림먹기나 물림벌이라 할 만해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숨결을 어버이한테서 받습니다. 누구는 돈을 받으면, 누구는 사랑을 받고, 누구는 노래를 받고, 누구는 싱그러운 바람하고 햇살을 받아요. 밑천벌이를 하고 싶다면 푸른들이나 파란바다가 아닌 돈을 바라겠지요. 돈벌이가 나쁠 일은 없습니다. 돈에만 들러붙다가는 그만 허수아비가 되고 말아, 스스로 짓는 삶이 없어 떨거지로 구르기 일쑤예요. 남을 좇을 생각은 끊어요. 우리는 찌꺼기가 아닙니다. 말로만 달콤한 길을 바라지 말고, 겉말을 치우고서 새롭게 오늘을 지어요. 따라다니기만 하다가는 아무런 꿈이 없습니다. 글발림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눈속임에 홀랑 넘어가느라 밑돈을 날린답니다. 느긋이 삶을 바라본다면 돈멀미도 글멀미도 씻어내면서 즐겁게 내딛을 삶자리를 맞추면서 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20 한자말은 매우 적다 낱말책에 몇 낱말이 올랐나 어림하면서 ‘우리말 가운데 텃말은 매우 적고, 한자말이 거의 모두를 차지한다’고 잘못 이야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 이야기를 잘못이라고 밝힐 수 있습니다. 아주 쉬워요. 왜냐하면 우리 낱말책을 엮은 이들이 우리 텃말은 일부러 제대로 안 담으면서 벼슬판·힘판(정치권력·사회권력·문화권력)을 거머쥐던 지난날 임금·글바치·나리가 쓰던 중국 한문은 빼곡하게 담으려 했거든요. 일본이 총칼로 짓밟던 무렵에 스며든 일본 한자말도 잔뜩 담으려 했고, 일본에서 흔히 쓰던 영어까지 꽤 많이 담았어요. 국립국어원에서 낸 낱말책을 보면 중국 땅이름이나 미국·유럽 사람이름·책이름까지 참 많이 담습니다. 우리 낱말책에 정작 충청말·경기말·강원말·전라말·경상말·제주말을 제대로 안 담습니다. 예부터 고장마다 서로 다르게 쓰던 말을 조금 담기는 했으나 웬만한 말은 거의 안 담았어요. 북녘말은 그야말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역사 歷史 역사를 기록하다 → 자취를 남기다 역사를 쓰다 → 발자국을 쓰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오랜빛이 있다 국어의 역사 → 우리말 뿌리 도예의 역사 → 그릇빛 옛길 지구의 역사 → 푸른별 걸음 한국 야생초의 역사 → 우리 들풀 밑자락 ‘역사(歷史)’는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사·춘추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4.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 역사학 5. [책명] 기원전 425년 무렵에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책 6. [책명] 기원전 400년 무렵에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쓴 역사책”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발걸음·발길’이나 ‘발바닥·발자국·발자취·발짝’이나 ‘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5. 님놈 고흥에서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탑니다. 저는 짐을 도맡아 꾸리고 움직이느라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이 시외버스에 보임틀(텔레비전)이 있습니다. 보임틀은 시끄럽고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흐르고 이것저것 판다는 알림말이 잔뜩 나옵니다. 곁님은 저더러 버스 일꾼한테 꺼 달라는 말을 여쭈라 합니다. 버스 일꾼은 고맙게 꺼 주었고, 아이들을 조용히 다독입니다. 저는 집안에 보임틀을 안 들이고 살기에, 어디에 갈 적마다 쉽게 마주쳐야 하는 이 녀석이 꽤 성가십니다. 시외버스에서는 꺼 주십사 여쭐 수 있으나 손님이 많을 적에는 이런 말을 여쭙기 어렵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손님을 헤아려 보임틀을 켠다지만, 보임틀을 안 보는 손님을 헤아린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여기에 어린이를 헤아린다면? 서로 가시버시 사이로 지내는 두 사람은 사랑을 짓는 님이라고 여깁니다. 보금자리라는 곳에 사랑이 흐르도록 살림을 짓는 두 사람은 곁에서 지켜보고 돌보고 헤아리는 길을 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