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4 매끼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뜻은 '곡식 섬이나 곡식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월을 보였습니다. 벼를 베고 매끼를 틀어 볏단을 묶다. 동생은 나뭇단 매끼로 쓸 칡넝쿨을 끊어 놓았다. 그는 지게 고다리에 낫과 도끼를 매끼로 매달고 나무하러 갈 채비를 차렸다. 둘째 뜻으로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곡식 섬이나 곡식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을 세는 단위'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베 일곱 매끼 보릿단 열두 매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두 가지로 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뜻으로 '곡식 단이나 섬을 묶는 데 쓰는 새끼나 끈'으로 풀이를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온종일 짚으로 매끼를 틀어 볏단을 묶는 게 그의 일과였다. 둘째 뜻으로 '수 관형사 뒤에서 의존적 용법으로 쓰여, 새끼나 끈 따위를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고 다음 보기를 들었습니다. 벼 한 섬에 두 매끼씩 묶어 두어라. 새끼가 몇 매끼나 남았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책에서 길을 찾다]7-눌리다 말리다 닦다 오늘 되새겨 볼 글도 지난 글에 이어서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것입니다. 월에서 제 눈에 띄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조국을 살리는 길은 무엇보다도 민족의식으로 독립 정신을 신장시킴이 급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눌리는 것보다도 문화적으로 말리우는 것이 더 무서움을, 가까이 청족 곧 만주족이 한족에게 되눌린 꼴을 보아도 잘 아는 바이다. 먼저 말을 찾자. 말은 민족의 단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말의 단위가 곧 민족의 단위라고도 볼 수 있으니 조선 말이 곧 조선 겨레라 하여도 지나친 바 아니다. 그 때에 서울에는 조선어 연구회(조선어 학회의 첫 이름)가 있었다. 스승은 그 회의 여러분들과 만났었다. 그리고 조선어의 교육자들과도 가까이 사귀며 만났었다. 쓰러져 가고 시들고 없어져 가는 조선 말, 흥클리고 찢어져, 갈라지고 흩어져 가는 조선 말은 혼란의 극도에 다달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 말의 통일 정리 보급은 이 겨레를 살리는 가장 가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살리기]1-93 맞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맞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즉시 치르는 물건값'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정말 돈이 많은지 승용차도 맞돈으로 구입했다. 상인은 맞돈으로 살 생각이 없으면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직접 치르는 돈'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맞돈이 아니면 거래하려 하지도 마세요. 이 물건은 외상이 아니라 맞돈을 주고 산 거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맞돈: 몬(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치르는 돈 이 말과 비슷한 말이 우리가 자주 쓰는 '현찰', '현금'이라는 것을 두 곳에서 다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모두 이것을 좋아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마 더 좋아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이걸 많이 들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위에 있는 보기월을 보더라도 '맞돈'을 알고 있으면 쓸 일이 참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3 난날노래 서른 몇 살 무렵부터 ‘난날’을 세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느 하루만 난날이 아니라고 느꼈고, 한 해 모든 날이 새롭게 난날이자 ‘빛날’이고 ‘온날’이며 ‘사랑날’이라고 생각했어요. 둘레에서는 난날을 맞이해 영어 노래인 “Happy Birthday to You”를 “생일 축하합니다”로 바꾸어서 부르곤 하지만 이 노래도 영 마음에 안 들어요. 판박이요, 어린이는 ‘축하(祝賀)’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왜 어린이가 못 알아들을 말을 노래로 불러야 할까요? 저는 ‘난날노래’를 안 부르지만, 둘레 어린이한테 노래를 불러야 할 일이 있다면 “기쁘게 온 날, 반갑게 온 날, 사랑스레 온 날, 고맙게 온 날.”처럼 부르자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왔고, 반갑게 왔네. 사랑스런 ○○○, 고맙고 기뻐.”처럼 부를 수도 있어요. 모든 말은 스스로 쓰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물날 이레말 - 한자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 규모 規模 행랑채의 규모를 고루 갖춘 것이었으나 → 바깥채 꼴을 고루 갖추었으나 규모가 크다 → 크다 이만 한 규모의 건물은 → 이만 한 집은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어 갔다 → 온나라로 뻗었다 살림 규모 → 살림덩이 예산 규모 → 돈부피 살림을 규모 있게 꾸려 나갔다 → 살림을 알차게 꾸려 나갔다 ‘규모(規模)’는 “1. 본보기가 될 만한 틀이나 제도 2. 사물이나 현상의 크기나 범위 3. 씀씀이의 계획성이나 일정한 한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짜임새·짜임·짜임결·얼개·얼거리·틀·틀거리’나 ‘덩치·몸·몸집·몸피·부피’나 ‘더미·덩어리·덩이’로 고쳐씁니다. ‘꼴·꼬라지·꼬락서니·모습’이나 ‘짜리·품·크기·테두리·그릇’으로 고쳐쓸 만하고, ‘판·너비·만큼·만치·되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둘레 살갗 엉기다 대롱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75쪽부터 7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75쪽 첫째 줄에 ‘그 둘레에서 열을 빼앗아 간다.’가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둘레’는 다른 책이나 요즘 배움책에서 ‘주변’으로 쓰는 것입니다. 앞으로 ‘주변’을 써야 할 때 ‘둘레’를 떠올려 쓰면 될 것입니다. 그 뒤에 있는 ‘빼앗아 간다’에서 ‘빼앗다’는 말도 다른 책에서나 글에서 ‘수탈하다’, ‘탈취하다’는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하는데 ‘빼앗다’는 말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있는 ‘살갗’은 앞서 나온 적이 있지만 오래 되어서 못 본 분들도 계시지 싶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피부(皮膚)’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 ‘피부’가 아닌 ‘살갗’을 썼었기 때문에 다시 ‘살갗’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살갗’부터 배우고 난 뒤 ‘피부(皮膚)’도 알고 ‘스킨(skin)’도 알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줄부터 일곱째…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 찾기 놀이]1-18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누리집을 다녀 가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솜씨 뽐내기에 지음몬(작품)을 낸 배움이가 세 즈믄 사람(3000명)에서 몇 사람 빠질 만큼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 겨루기, 다녀갑니다에 글을 남겨 주신 분들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있고 제 때 챙기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욱 마음을 쓰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지난 엿날에는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세 이레 만에 간 시골은 참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붉은 빛깔로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은 말할 것도 없고 잎도 하나 남김 없이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싸늘한 바닥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시렵도록 차가웠죠. 건건이를 챙겨 넣고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하다가 손이 시려움을 느끼고 아직 물을 데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끼시는 게 몸에 배서 그러지 마시라 말씀을 드려도 그러시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바쁘게 보낸 한 이레를 마무리하며 토박이말 찾기 놀이를 만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7] 참나무 겨울이 되면 비등수에 올랐다. 아버지는 마을 어른들과 비렁에 기대 햇볕을 쬐고, 우리는 좀 더 올라가서 좋은 참나무를 하나씩 맡았다. 나는 나무 밑 흙이 보드라운 자리를 골랐다. 솔잎을 따서 바닥을 쓸고 모래미를 그러모으고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작대기로 금을 긋는다. 돌멩이를 주워서 울타리를 쌓았다. 납작한 돌을 줍고 집에서 갖고 온 사금파리나 옹기 접시 깨진 조각을 돌에 놓고 살림놀이를 했다. 흙을 떠서 밥을 담고 떨어진 도토리를 몇 주워 한 접시 담고 풀잎을 뜯어 돌멩이로 찧고 솔잎도 돌에 찧어 접시에 담아 한가득 차린다. 냠냠 밥을 먹는 시늉을 했다. 좁은 길 따라 동무 집에 찾아가는 손님놀이도 했다. 우리 살림은 풀이랑 돌이랑 나뭇가지뿐이지만, 추운 겨울에 볕을 쬐면서 노는 일은 재밌다. 비등수는 온통 참나무이고 아궁이에 불을 때느라 다 다 베어서 산에 나무가 없었다. 나무가 어려서 도토리도 드물었다. 어머니는 도토리를 주워 방앗간에서 갈아 와 자루째로 물에 세 시간 담그고 검은 물을 뺀 뒤. 치대면서 찌꺼기를 거르고 웃물을 버리고 가라앉은 물을 끓여서 도토리묵을 했다. 낮에 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6] 구기자꽃 묵정밭에 풀이 자란 숲길을 내려오다 구기자꽃을 보았다. 작은나무에 열매도 몇 알 익어가는데 뒤늦게 보랏빛꽃이 피었다. 아홉이나 열 살 무렵에 장골에서 구기자를 땄다. 우리가 살던 집 뒤에 도랑이 있고 도랑 너머 감나무에 숙이네 소를 묶어 두던 풀밭이 있다. 숙이네 울타리이자 우리 집 울타리이다. 멧골에서 빗물이 흘러 지나가는 도랑둑에 우리 구기자가 한 그루 있었다. 윗집 숙이네는 골목에서 집까지 긴 마당으로 들어가는 가파른 밭둑으로 구기자가 울타리로 길게 우거졌다. 구기자는 개나리처럼 가지를 뻗었다. 나무가 여리고 가늘었다. 덤불이 나지막하게 빵빵하게 퍼진다. 보드라운 줄기는 쉽게 번지지 않고 나무도 잘 크지 않아 언제나 우리 눈높이보다 높지 않았다. 구기자잎은 개나리잎보다는 보드랍고 고춧잎보다 빳빳하다. 나뭇가지가 가늘어 금낭화처럼 휘청이도록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푸른빛이 노랗게 익고 빨갛게 무르익어 빛깔이 곱다. 우리는 빨갛게 익은 것만 골라 땄다. 산수유는 씨가 있어 알이 탱탱한데 구기자는 물컹해서 작은 알을 따려고 힘을 주다가는 손힘에 툭 터진다. 물컹하게 튀어 얼굴과 옷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85] 도끼비바늘 고욤을 보려고 풀밭에 들어갔다. 사람 손길 닿던 밭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다 보니 풀이 허리까지 온다. 작은나무도 한 해 사이 허리만큼 자랐다. 풀을 발로 쭉 밀어 눕히면서 밖으로 그냥 나왔다. 바지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바지 올이 풀린 끝단과 신발에 풀빛 바늘도 붙었다. 어린 날에 밭에 갔다가 풀밭을 지나서 집에 오면 그때에도 옷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갈바람이 시원하게 불 무렵 털옷을 입고 실로 짠 바지를 입어서 도깨비바늘이 더 달라붙었다. 손마디 길이가 되는 바늘은 그나마 손에 잘 잡혀 떼기 쉬우나 작고 동그란 도깨비바늘을 떼면 올이 뭉친다. 도깨비바늘에 스치기만 해도 앞과 뒤 아래위에 달라붙어 떼고 뗐다. 마당에서 하나하나 떼는 일이 번거로워 그냥 들어가면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었다. 내가 안 떼면 어머니가 떼야 했다. 도깨비바늘은 씨앗이 길쭉하고 뾰족한 가시이다. 가시로 몸에 달라붙어 숲을 나오려고 할까. 갈고리 가시로 척 붙으면 떨어지지 않아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들으라 할까. 걷지 못하는 씨앗은 움직이는 짐승과 사람한테 붙어 멀리 떠나고 싶었겠지. 바람이 불어도 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