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1. 막말잔치 어릴 적에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옛말을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가 이 옛말을 알아듣기에는 어려울 만해요. 그러나 조금 더 생각을 기울이면 “바람이 살랑 분다”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는 결이 다르니, 아 다르고 어 다른 까닭을 어렴풋이 헤아릴 만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말맛’입니다. 말끝을 살짝 바꾸면서 말맛이 바뀌어요. 다시 말하자면 말끝마다 말결이 달라 말맛이 다릅니다. 말끝을 바꾸기에 말결이 새롭고 말맛이 살아나면서 말멋까지 생길 수 있어요. 말잔치 : 말로만 듣기 좋게 떠벌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막말 : 1.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 막소리 말을 둘러싼 두 가지 낱말을 헤아려 봅니다. 먼저 ‘말잔치’입니다. 말잔치를 한다고 할 적에는 말로 즐거운 잔치가 아니라 떠벌이기를 가리켜요. ‘잔치’라는 말이 붙는데 뜻은 딴판이지요. 다음으로 ‘막말’을 헤아리면, 마구 하는 말이기에 줄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5 처치 곤란 이러지도 못하거나 저러지도 못한다고 할 적에는 예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고 수수하게 말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처치 곤란(處置 困難)”이라는 한자말이 떠돌거나 퍼집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건사하지도 못할 적에 이 말씨로 나타내더군요. 영어 낱말책에서 문득 ‘intractability’라는 낱말을 찾아보니 뜻풀이를 “고집스러움, 다루기 힘듦, 처치 곤란”처럼 적습니다. 영어를 이렇게 풀이했기에 “처치 곤란”이라는 말이 퍼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만, 영어 낱말책도 이런 말씨가 퍼지도록 한몫 거들었다고 할 만합니다. 영어 낱말책에도 나오지만, 알맞게 쓸 우리말은 “다루기 힘듦”입니다. “다루기 힘들”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지요. “다루기 힘든” 나머지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건사하지도 못해요.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가리켜 ‘갈팡질팡’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을 맺고 끊는 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5. 망령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한자말 ‘망령’은 ‘亡靈’하고 ‘妄靈’으로 가르는데, 둘을 한자나 한글만 보고 가름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런 말을 쓴대서 나쁠 일은 없으나, 어느 한자로 어느 곳에 써야 알맞을까로 머리를 앓기보다는, 곧바로 누구나 알아차릴 만한 말씨를 쓸 적에 더없이 쉬우면서 부드럽고 즐거우리라 봅니다. 이를테면 ‘넋·죽은넋·허깨비·허울·그림자·찌꺼기·찌끼·찌끄러기·부스러기·티·티끌·허접하다·끔찍하다·더럽다·추레하다·지저분하다·꼴사납다·사납다·눈꼴사납다’라 하면 되고, ‘늙다·늙은이·늙네·늙다리·낡다·낡아빠지다·추레하다·벗어나다·넋나가다·넋빠지다·얼나가다·얼빠지다·바보·바보스럽다·모자라다·멍청하다·멍하다·맹하다·엉망·엉터리·어지럽다·어이없다·턱없다·터무니없다·생각없다·흐리다·흐리터분하다·흐리멍덩하다’라 하면 되어요. 이렇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 스스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펴냄터에서 책을 보내 주어서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이웃님한테 부치려고 넉줄글을 씁니다. 고마운 이웃님은 한둘이 아니라, 고마운 분한테 책을 다 부치자면 즈믄(1000)으로도 턱없습니다. 다섯 살 무렵 고마운 이웃하고 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확 다릅니다. 스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부쩍 늘고, 서른 살에 마흔 살을 거치는 동안 고마운 이웃은 엄청나게 늘어요. 이쯤에서 생각하지요. 곰곰이 보면 고맙지 않은 분이 없구나 싶은데, 누구한테는 책을 부치고 안 부칠 수 있을까요? 새로 낸 《곁책》에는 마을책집 빛꽃(사진)을 열 나문 담았습니다. 엮음새에 맞추니 열 몇 쪽이 통으로 비더군요. 통으로 빈 쪽을 그대로 두면 느긋할 수 있지만, 어릴 적부터 종이 한 자락을 벌벌 떨면서 쓰던 버릇이 아직 있고(1970∼80년대까지 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몇힘 커다란 돌이 있고 작은 돌이 있어요. 우람한 바위가 있고 조그마한 돌이 있습니다. 아이가 손에 쥐면서 따스하게 놀이동무로 삼는 조약돌이 있고 몽글몽글한 몽돌이 있어요. 얼핏 작은힘은 초라하다고 여기지만, 몇몇이 이루는 수수한 빛으로 온누리 기스락을 가만히 밝히곤 합니다. 큰힘이어야 뽐낼 만하다고 여길 텐데, 조촐하게 맺는 마음으로 아름길을 이루거나 펴기에 이 삶자리가 사랑스럽지 싶습니다. 함박처럼 큰 꽃이 더러 있습니다만, 거의 모두라 할 꽃송이는 작아요. 작게 드러나는 꽃송이는 꽃마냥 작은 풀벌레랑 벌나비하고 이웃이 됩니다. 마치 놀이를 하듯 꽃한테 몰려들어요. 조그마한 싹이 자그마한 꽃으로 피어나고, 앙증맞게 씨앗을 맺어 온누리 잿더미에 삶빛을 드리웁니다. 우리 삶은 꽃으로 가면 좋겠어요. 잿빛길이 아닌 꽃길을 가고, 잿밭이 아닌 꽃밭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잿살림이란 얼마나 매캐하고 갑갑할까요. 꽃살림이 되고 온살림으로 펼치면서 오순도순 지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3 -서 書 안내서 → 길잡이책 / 길잡이글 참고서 → 도움책 / 징검책 고서 → 옛책 / 오래책 / 손길책 신서 → 새책 우리 낱말책은 말끝에 붙는 ‘-서(書)’를 다루지 않습니다. 뜬금없이 ‘서(書)’를 “[책명] 유학(儒學) 오경(五經)의 하나. 공자가 요임금과 순임금 때부터 주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수집하여 편찬한 책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다. 20권 58편 = 서경”처럼 풀이하며 싣습니다. 옆나라 책이름은 굳이 낱말책에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널리 쓰는 ‘책’으로 손질할 만한데, ‘글·글월·글자락’이나 ‘꾸러미·꾸리·꿰미’로 손질할 수 있고, 모든 이야기를 두루 담아서 푸르게 살림을 빛내는 바탕이라는 쓰임새를 헤아려 ‘숲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즐겁게 움직이는 춤 같은 말 [오락가락 국어사전 16] ‘불꽃’은 ‘화염·스파크’가 아니다 나라마다 쓰는 말이 다릅니다. 저마다 삶이 달라 말이 다르니, 이 다른 결에 맞추어 저마다 즐겁게 말을 지어서 씁니다. 우리말꽃은 우리나라에 걸맞는 결로 즐겁게 쓸 말을 담으면 됩니다. ‘불꽃’을 굳이 ‘화염’이나 ‘스파크’로 나타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말꽃이 바깥말(외국말)을 알려주거나 줄줄이 비슷한말로 덧다는 얼거리를 씻어내고, 우리말을 슬기롭게 가꾸도록 이끄는 몫을 해야겠습니다. 나 : 1. 말하는 이가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상대하여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2. 남이 아닌 자기 자신 3. [철학] = 자아(自我) 스스로 : 1. 자기 자신 2. 자신의 힘으로 3. 남이 시키지 아니하였는데도 자기의 결심에 따라서 자기(自己) :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해받이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냥을 하거나 가난하기에 ‘거지’가 아닌, 거짓말을 하기에 거지이겠구나 싶어요. 동냥을 하면 동냥꾼이요, 가난하면 가난꾼입니다. 있지도 않은데 거짓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높이 노래하고 싶어 속청을 펴는 사람이 있지요. 그야말로 높기에 ‘높소리’일 텐데요, 곁사람하고 높은소리로 노래할 수 있지만, 곁짝한테 높소리로 꾸중하거나 다그친다면 재미없습니다. 어떤 소리를 들려줄 짝인가요. 우리 님한테는 어떤 목소리로 다가서고 싶나요. 사랑하는 님한테 가짓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겠지요. 참소리를 들려주는 마음이 되고, 깊바다 같은 말소리를 펼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해를 먹으며 푸른 숲처럼, 사람도 해바라기를 하기에 튼튼해요. 집을 든든히 건사하는 기둥은 나무인데, 바로 해먹임으로 자란 숨결입니다. 스스로 지키고 함께 꾸리는 살림이란 늘 빛받이로구나 싶어요. 쌀도 밀도 빛바라기입니다. 모든 열매는 해받이예요. 햇살이 우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지극 정성 그 지극 정성을 → 그 알뜰한 손을 → 그 살뜰한 마음을 지극정성(至極精誠) : 더할 수 없이 극진한 정성 지극하다(至極-) : 더할 수 없이 극진하다 극진하다(極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정성을 다하는 태도가 있다 정성(精誠) :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낱말책에도 나오는 ‘지극정성’이지만, 한자말 ‘지극’이나 ‘극진’ 한 마디로도 ‘정성’을 아우릅니다. 낱말책을 살피면 뜻풀이가 뒤죽박죽인데, ‘지극·극진·정성·지극정성’ 같은 한자말 쓰임새도 뒤죽박죽이로구나 싶어요. 우리말로 ‘알뜰하다’나 ‘살뜰하다’를 쓰면 됩니다. ‘갸륵하다’나 ‘참하다’를 써도 어울립니다. 그 지극 정성을 보고 내가 어떻게 가만있겠어 → 그 알뜰한 손을 보고 내가 어떻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하루글 하루를 씁니다. 저물녘에도 쓰고, 한낮에도 쓰고, 아침에도 씁니다. 하루글은 꼭 잠자리에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때이든 하루자취를 돌아보고 싶을 적에 써요. 즐겁거나 뜻깊거나 아프거나 새롭게 겪은 하루를 차근차근 옮깁니다. 오늘을 씁니다. 누가 안 시켜도 스스로 오늘글을 씁니다. 스스로 즐긴 일을 씁니다. 새삼스레 맡는 일을 적습니다. 반가이 맞아들여 삶을 가꿀 일감을 누린 이야기를 씁니다. 살림을 씁니다. 조곤조곤 지은 살림을 옮기고, 소꿉놀이 같은 빛살을 적으며, 아이하고 돌본 삶을 써요. 서로 이야기를 하듯 씁니다. 글줄마다 생각이 반짝반짝 드리웁니다. 어쩌면 삶글이란 삶빛글이라 할 만해요. 삶꽃글이라 해도 돼요. 살림꽃글이나 살림빛글처럼 이름을 곱게 붙입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풀꽃나무가 넉넉히 자라도록 하니, 나무그늘이 싱그럽고 풀내음이 상큼합니다. 이 풀꽃나무한테 찾아오는 새는 노랫가락을 베풀고, 개구리랑 두꺼비가 함께 노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