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2. 낯씻기 날마다 머리 수그리고 일하느라 사람 얼굴을 제대로 못 본다. 어쩌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도 누군지도 몰라 모른 척하고 내 일을 한다. 누가 곁에 와서 아는 척 건네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살갑게 맞는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들어오면 하얀 입가리개만 눈에 들어온다. 날이 추우니 차림새가 어둡고 입을 가려 목소리를 듣지 않고는 도무지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 가리개를 해서 눈빛이 여느 때보다 부드럽게 보이는 사람이 있고 오히려 더 차갑게 보이는 사람이 더 예쁘게도 보인다.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본 지가 아득하다. 그나마 나는 사람들 눈빛을 보고 목소리도 듣지만, 첫째는 집에 갇혔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집에서 일하는 날이 차츰 늘어난다. 이제는 숨이 막히는지 갑갑해서 못 견딘다. 좁은 곳에 갇혀 지내면서 때때로 전화하고 말을 받아 주면 수다가 길어지고 아예 끊을 생각을 않는다. 끊자고 하면 도리어 놀아 달라고 혀짧은 말을 한다. 일을 집에서 하고 셈틀로 보며 일을 주고받고 글뭉치는 사람을 불러서 보낸다. 이참에 얼굴에 난 점을 뺄까 묻는다. 돌림앓이가 한 해를 넘고 집에서 일하니 입을 가리지 않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사자성어 다듬기 : 복부비만 그것은 복부비만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 이 때문에 배뚱뚱이 된 듯하다 복부비만을 유발하기 쉽다 → 뱃살이 나오기 쉽다 복부비만 : x 복부(腹部) : [생명] 배의 부분. 갈비뼈의 가장자리와 볼기뼈 사이를 이른다 비만(肥滿) : 살이 쪄서 몸이 뚱뚱함 뱃살이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뱃살’로 수수하게 이 모습을 나타냅니다. 따로 ‘뱃살꾼·뱃살쟁이·뱃살꾸러기’나 ‘배뚱뚱’이라 할 만합니다. “배가 나오다”나 “배가 뚱뚱하다”라 해도 되고, ‘뱃더미’나 ‘뱃덩이·뱃덩어리’라 해도 어울립니다. 복부비만인 점을 근거로 한 판단이다 → 배뚱뚱이라서 그렇게 여긴다 → 뱃살꾼이기 때문이다 → 뱃살이 많기 때문이다 《말이 인격이다》(조항범, 위즈덤하우스, 2009) 131쪽 이렇듯 복부 비만을 타도하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이 났다더냐"란 노래가 있었다. 사람이 먼저 났으니, 무슨 일에서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돈이나 다른것은 나중에 생각하는 것이 바른 사람살이 아니겠느냐?고 사람들을 일깨우는 노래였죠. 우리나라도 한창 돈벌이가 잘 되고, 살림이 늘어나 담박에 많이 번 사람들도 나타나고, 너도나도 많이 벌려고 바쁘다! 바뻐! 하며 막 뛰어갈 때 돈이 먼저지 하며 돈을 떠 받들고, 내돈 많아진다면 다른 사람 좀 짓밟은들 어떠랴! 하며, 그 앞에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여기저기 벌어질 때 나온 노래였다. 요즘은 이런 노래 조차 없다. 이미 사람보다 돈, 땅, 집이 먼저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말이 마음을 울리지도 않게 되어 버렸을까? 그래도 사람이 먼저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아직 집을 한채 마련 못했다는데, 젊은이들이 집을 그렇게 갖고 싶어 한다는데, 나몰라라 하면서 한채 있는데 한채 더 가지려고 한다든가, 두채, 세채 이미 있는데 또 한채 갖고자 하는 생각을 낼 수 있을까 싶어요. 무슨 말씀을? 잘 사는 동네에 가보세요. 두채, 세채 없는 놈이 바보지, 좀 산다는 사람치고 두채, 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11. 콩 콩을 아무렇게나 흙에 묻었다. 하룻밤 지나고 나니 싹이 돋았다. 머리에 까만 껍질을 뒤집어쓰고 쑥쑥 오르고 줄기가 가느다랗게 웃자라 넝쿨로 자랐다. 혼잣힘으로 서지 못해 나무젓가락을 꽂아 기대 준다. 몇 밤 자고 나니 더 높이 자라 젓가락을 훌쩍 넘는다. 꽃집에서 얻은 꼬챙이를 둘 꽂았다. 해가 잘 드는 창가로 자리를 옮겨도 줄기가 시들시들 자란다. 잎이 타듯이 말라 한 잎 두 잎 떨어지길래 저절로 폭삭 내려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어느 날 물을 주다가 눈이 동그래졌다. 잎이 떨어진 줄기에 콩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렸다. 콩을 심은 지 넉 달이 접어든다. 지난해 시월에 냉장고에 있던 검은 콩 몇 알을 작은 나무 곁에 심었다. 물을 좋아하는 나무 곁이라 물을 먹는 흙을 눈여겨보았다. 한 마디마다 떡잎을 벌리며 무럭무럭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알이 여물지 않은 것이 더 많지만 두 알씩 든 꼬투리 둘은 단단하게 여물었다. 내 손으로 처음 키워낸 콩꼬투리를 만졌다. 콩나물로 기르는 일하고 사뭇 다르다. 우리 집 숟가락통을 처음 살 적에는 시루로 쓰려고 했다. 구멍이 숭숭 나고 둥근 도자기가 둘 붙었다. 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6 흙을 가꾸는 이웃님하고 《발밑의 혁명》 데이비드 몽고메리 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7.13. 《발밑의 혁명》(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옮김, 삼천리, 2018)은 앞서 나온 《흙》이라는 책하고 짝꿍입니다. 앞서 선보인 《흙》은 여러모로 살핀 ‘흙’을 다루었다면, 《발밑의 혁명》은 이 흙을 어떻게 ‘돌보며 사랑할’ 적에 우리 삶이 새롭게 피어나는가를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모두 375쪽에 이르는 도톰한 책인데, 한 줄로 갈무리한다면 ‘흙을 갉지 말고 쓰다듬으면 즐겁다’라고 할 만합니다. 씨앗이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날 만한 흙은 쟁기로도 어떤 쇠삽날(트랙터)로도 ‘갉’지 말라지요. ‘흙을 갉으’면 그야말로 흙이 아파하면서 고름이 맺혀 딱딱하게 바뀐다지요. 오늘날 우리는 땅갈이를 합니다. ‘갈다’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숱한 쟁기질은 ‘갈이’라기보다 ‘갉기’이기 일쑤입니다. ‘갈다·갉다’가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읽어야 해요. ‘흙결을 바꾸려고 갈아엎는다’면 무엇이 바뀔까요? 여태 지렁이랑 풀벌레랑 잎벌레랑 벌나비랑 새가 어우러지던 흙이 오직 사람 손길을 타는 쪽으로 바뀝니다. 집이며 터전을 빼앗긴 지렁이하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말. 잔뜩 하나이면 작으나 떼를 지으면 큽니다. 혼자서는 여리나 무리를 이루면 셉니다. 이웃 한 사람이 거들어도 고맙고, 동무들이 찾아와 도와도 반갑습니다. 씨앗 한 톨을 심을 적에는 그저 씨앗 한 톨이 자라는 곳이요, 씨앗을 여러 톨 심으면 밭이 됩니다. 모으면서 달라져요. 더미를 이루니 새로워요. 잇달아 찾아드니 가득가득하고, 잔뜩 거두어 여러 사람하고 나눕니다. 힘들 적에는 대꾸 한 마디가 버겁지요. 지칠 적에도 맞대꾸를 못하기 마련입니다. 애써 갚으려 들면 오히려 벅차요. 찬찬히 이 길을 가면서 실마리를 풀다 보면, 어느새 즐겁게 나누는 곬을 찾아내리라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태어나지만, 빈몸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롭게 짓는구나 싶어요. 헐벗었기에 나뒹굴지 않아요. 바닥나기에 얼뜨지 않아요. 스스로 꿈을 지으려는 마음이 없기에 넋이 나가기 마련이고, 우두커니 구경만 할 테지요. 스스로 하루를 생각하는 마음이 된다면 어리벙벙한 티끌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겨울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막둥이 임금님이 우리말을 붙잡을 우리글을 지은 뒤로도 우리말 앞길은 가시밭길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겨레는 한발 한발 우리말을 빛낼 앞길을 열어왔다. 일찌기 독립신문이 길을 열고 한겨레 신문이 더 큰 길을 열어, 오늘에 와서는 새카만 한문을 아직도 써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은 꼰대 가운데 꼰대들을 빼면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쳐야 한다고 아직도 우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고, 알게 모르게 한자책 만들어 팔거나 배운 한자 가르치고 싶은 사람들과 손잡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 힘을 쓰겠지만, 큰 흐름을 바꾸기엔 힘이 부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손말틀과 누리그물에서 우리글이 으뜸으로 쓰기 쉬워서 한자 갖고는 도무지 겨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말 살릴 여러 터전들은 잘 갖춰졌다. 그런데 우리글로 쓴 낱말이더라도 우리말이 아닌 한자 낱말이 지나치게 많다. 한자는 생겨 날 때부터 글자마다 통째로 한 그림이어서 한 글자로 뜻을 다 나타낸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자말은 두 글자짜리가 많은데, 이것은 하늬삶꽃(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니혼사람들이 새로 만든 말들이다. 도로(길도, 길로), 정치(다스릴정, 다스릴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찾고 싶은 말 [오락가락 국어사전 5] ‘찾기’로 고쳐쓰라지만 우리말꽃을 살피다 보면 어느 말로 고쳐쓰라는 풀이가 있으면서도 정작 이 어느 말은 올림말로 없기 일쑤입니다. 한자말은 빠짐없이 올림말로 있으나 우리말은 올림말로 잘 안 삼더군요. 우리말꽃이 외려 우리말을 얕보거나 멀리하는 얼거리인 셈입니다. 이런 얼거리는 앞으로 찬찬히 바로잡거나 손질해야겠습니다. 검색(檢索) : 1. 범죄나 사건을 밝히기 위한 단서나 증거를 찾기 위하여 살펴 조사함 2. 책이나 컴퓨터에서, 목적에 따라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내는 일. ‘검사’, ‘찾기’로 순화 찾기 : x 검사(檢査) :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하여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 조사하다(調査--) :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다 ‘검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적' 없애야 말 된다 위협적 위협적인 그 말투 → 억누르는 그 말씨 / 다그치는 그 말결 위협적인 효과는 충분하지요 → 호통으로는 넉넉하지요 위협적 분위기 → 으르는 흐름 / 윽박지르는 자리 인간의 생존에 위협적 존재이다 → 사람이 살기에 사납다 / 사람이 살기에 나쁘다 ‘위협적(威脅的)’은 “으르고 협박하는 듯한 것 ≒ 위하적”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으르다·으르렁·윽박·을러대다’나 ‘호통·다그치다·딱딱거리다’나 ‘흔들다·노리다·몰다·몰아붙이다·몰아세우다’로 고쳐쓸 만하고, ‘걱정스럽다·근심스럽다’나 ‘무섭다·두렵다·무시무시하다·사납다·나쁘다·안 좋다’나 ‘누르다·억누르다·짓누르다·짓밟다’로 고쳐써도 됩니다. 나일강의 유량 감소로 인해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장 위협적인 결과는 이집트 경제에 더없이 중요한 삼각주가…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또 다른 참은 마음이 옛날이나 앞날로 헤맬 때 그 생각은 즐거운 생각이거나 언짢은 생각이어서 마음이 옛날이나 앞날로 굴러갈 때 즐거운 생각이면 바라서 달라붙고, 언짢은 생각이면 싫어하여 밀어냅니다. 마음은 바람(라가)과 달라붙음으로 싫음(도사)과 내침으로 마음을 짓는구나. 그래서 늘 괴로웠고.... 이것이 바로 내 마음버릇이고 묵은 마음버릇은 언제나 바라고 싫어하고 바라고 싫어하는구나! 왜 바라고 싫어할까요? 왜냐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모르니까요. 마음 겉은 바깥느낌거리에 꺼둘리어 바빠서 바람과 싫음이 일어나는, 곧 괴로움이 일어나는 마음속 깊은 곳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모름, 어리석음(모하)이지요. 한 생각이 마음에 떠오르면 곧바로 다른 생각이 뒤를 잇는데 옛날로 갔다가 앞날로 갔다가 즐겁기도 하고 언짢기도 하고 뒤죽박죽 아무 차례가 없습니다. 닦지 않은 마음, 길들지 않은 마음은 바로 이와 같이 얼빠진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얼빠진 짓에서 벗어나려면 부지런히 마음 닦아야 합니다. 이 마음닦기가 닦으라는 대로, 지난날 닦았던 어떤 마음닦기와도 뒤섞지 말고, 그런 것들은 열흘 동안 잠깐 젖혀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