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9. 돌잔치 할머니가 첫째 아이를 돌보는 동안 어머니하고 우리 엄마하고 셋이서 밥을 지었다. 미리 썰어 놓은 고기에 참기름을 붓고 볶다가 불려 놓은 미역을 넣어 덖은 다음 물을 붓고 들깨가루를 넣고 끓였다. 하룻밤 양념에 절여 놓은 고기는 엄마가 볶고 나는 옆에서 양파 당근 돼지고기를 볶아내고 시금치를 삶아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고 볶은 밑감을 한 그릇에 모았다. 당면을 삶아 불판에 담고 참기름을 두르고 간장을 섞어 볶은 당면을 골고루 버무린다. 엄마는 가자미는 손질하고 졸인다. 엄마는 양념이나 그릇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래도 엄마가 내가 할 부엌 일을 맡아 주었다. 우리가 부엌에서 밥을 짓는 동안 어머니는 마루에서 돌자리를 차렸다. 미리 사다 놓은 보따리에서 과일을 꺼내어 펼친다. 마루가 꽉 찬다. 수박 하나 바나나 한 다발 포도 한 접시 능금 한 접시를 담았다. 하얀 떡을 담고 송편 수꾸떡 인절미도 담고 고기꼬지도 올렸다. 돌자리가 푸짐하다. 어머니는 연필하고 공책하고 실을 올렸다. 만 원짜리 종이돈도 하나 올리고 나는 우리 딸 주려고 사온 장난감 청진기를 상에 올려둔다. 이제 우리 딸한테 입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1. 사생이나물: 사양나물, 생치나물이라고도 한다. 이런 우리말 나물이름보다 전호나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늘을 좋아해서 냇가 나무 그늘에 많이 난다. 이른 봄에 눈이 녹자마자 또는 얼었던 땅이 녹자마자 머리를 내미는 나물이다. 내가 사는 백두대간 사벌고을에선 가장 먼저 올라오는 봄나물 가운데 히나디. 미나리 같이 생겼고 맛과 내음이 좋아 여러 사람 사랑을 받는다. 요즘 한창 뜯는 나물이다. 날로 먹어도 되지만 데쳐서 쌈 싸먹거나 무쳐먹으면 더 제 맛이다. 잎이나 어린 싹보다 제법 자라서 꽃대가 올라왔을 때 그 꽃대가 가장 맛이 좋다. 미나리 대궁 맛이 가장 좋은 것과 같다. 여러해살이풀이다. 2. 놀기서리: 원추리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서라벌 고장 말로 놀기서리라 한다. 노란 꽃이 피는 애기 놀기서리, 놀기서리, 큰 놀기서리가 있고 누르붉은 꽃이 피는 임금 놀기서리가 있다. 임금 놀기서리는 밑동이 통통하고 굵으며 맛이 더 좋다. 놀기서리는 데쳐 무쳐 먹거나 데쳐 된장국을 끓여먹으면 맛있다. 놀기서리는 날 것으로 먹으면 독이 좀 있어 물똥을 누게 되거나 게울 수도 있어 꼭 끓는 물에 한소끔 데쳐서 먹는다. 여러해살이풀이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8. 훔치다 “엄마 나 어떡해. 비밀번호 말해 버렸어.” “그걸 말하면 어쩌노?” “몰라. 윽박지르고 다그치니까 어쩌지 못해 말했어.” “사이버 경찰한테 말할 테니 울지 마. 엄마 일 마치면 빨리 갈게.” “벌써 내 비밀번호도 바꾸어 버렸어. 이젠 못 들어가. 어떡해.” 아들이 누리놀이(컴퓨터게임)를 하다가 덧이름(아이디)을 빼앗겼다. 집으로 빨리 가야 하는데 첫째 아이를 태우러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엄마 차가 날아다니는 듯해.” 옆에 탄 딸이 말했다. 팔에 잔뜩 힘주고 달리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땀이 눅눅하게 뒤범벅이 되어 집에 들어섰다. 아들은 엄마를 보자 덧이름만 잃지 않고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온 누리돈(사이버머니)까지 잃었다. 아들은 아깝다고 자꾸 말하고 흐느낀다. 그 돈이 뭐길래 모은다고 학원도 빼먹고 학습지도 빼먹었다. 무리를 나누어 하느라 밥때도 놓치고 컴퓨터와 마주하고 꼼짝하지 않았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열쇠를 잃어버렸으니 기운이 없다. 괴로워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울음소리가 쓸쓸하다. 이래저래 달래도 그치지 않는다. 어쩌지 못하다가 회초
[ 배달겨레소리 바람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좋은말씀 #명언 #참우리말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11-아무것도 달라지 않을지라도... 아이들과 새롭게 만나 함께 지낸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구나. 온봄달(3월) 둘쨋날 새배해(신학년)를 비롯했으니 오늘이 꼭 서른째 날이거든. 짧다면 짧고 또 길다면 긴 한 달동안 서로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이야기를 나눈 앞과 뒤에 달라진 것은 무엇이고 또 얼마만큼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저마다 한 달 살이가 어땠는지 돌아보고 이야기를 해 보면 더 마음을 쓸 일이나 또 바꿔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싶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일보다 그 일을 먼저 해 볼 생각이야. 너희들도 새로 바뀐 둘레에서 지낸 한 달이 어땠는지 궁금하구나. 나름대로 다짐을 한 것들도 있었을 텐데 그 다짐들은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동무들과 가까워졌는지도 궁금하니 이 글을 보면 짧게라도 글갚음을 해 주면 기쁘겠다.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지난 한 달을 돌아본 뒤 되새겨 보면 좋겠다 싶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7. 피를 뽑다 문구점에 가려고 병원에 차를 세우고 나오는데 나무 밑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어느 아저씨가 나무에 올라 톱으로 가지를 자르다가 다리를 다쳐 피를 흘리고 실려 갔단다. 며칠 뒤 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했다. 방학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피바침(헌혈)을 떠올렸다. 세 아이가 보는 앞에서 피를 뽑아서 주는 엄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피를 뽑으러 가려고 밥을 든든하게 먹는다. 피를 뽑는 집은 자주 가던 큰 문구점 맞은쪽에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고요하다. 종이에 무엇을 적어서 내고 기다린다. 두 딸은 자리에 얌전히 앉고 아들은 폴짝 뛰면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기웃거린다. 핏심(혈압)을 잰 다음 노란 고무줄을 팔에 묶고 바늘을 찌른다. 주먹을 움켜잡았다 펼치는 사이 피가 주욱 나온다. 나는 몸에 바늘을 꽂기가 무섭다. 바르르 힘주며 떠느라 바늘이 부러지지 않게 다시 힘을 빼지만 나도 모르게 절로 아야 하고 소리를 낸다. 세 아이 눈이 지켜보는데도 아프다고 엄살을 부린다. 간호사는 뽑은 내 피를 갖고 갔다가 혈액형이 o형이라고 말한 뒤 내가 앉은 자리로 온다. 물이 담긴 병에 뽑은 피를 똑똑 떨어뜨린다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아침마다 옛이야기를 읽어 주곤 했는데 어제는 노래를 하나 틀었단다. 그런데 몇 몇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하느라 귀 기울여 듣지를 않아서 마음이 좀 언짢았단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며 내 마음을 밝힐 수 있었지. 내가 어제 아이들에게 들려 준 노래는 '산울림'의 '예쁜 맘 예쁜 꿈'이었어. "마음이 예쁘면 꿈도 예쁘죠 예쁜 꿈꾸면 나비같이 날아. 마음이 예쁘면 고운 꿈꾸죠 고운 꿈꾸면 구름처럼 날아."라는 노랫말을 들으니 마음이 절로 밝아지는 것 같았거든.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이 노래와도 이어지는 것이고 지난 이레 했던 것 꿈과 아랑곳한 거야. "네가 어떤 것이든 꿈을 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루는 것 또한 할 수 있다."는 말인데 너희들도 잘 아는 '디즈니랜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 님이 남기신 말씀이라고 해. 한 마디로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너희 두 사람에게 되풀이해서 한 말이면서 올해 배움을 돕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힘을 주어 하는 것이 '꿈과 아랑곳한 책 찾아 읽기'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꿈이 없다고 하거나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6. 반듯한 이 작은딸이 거울을 보며 얼굴이 짝짝이다고 투덜거린다. 이를 드러내 앞니가 삐뚤다고 뜯어본다. 나는 아래쪽 앞니가 삐뚤삐뚤하고 나머지는 고른데, 딸은 바로잡은 앞니가 처음 자리잡았을 적하고 다르다. 작고 고르던 젖니가 빠지고 새로 올라온 이가 큼직하다. 빠진 이보다 커서 이가 밀려났는지 어금니보다 조금 작은 이가 둘이나 자리잡았다. 밥을 먹거나 하품할 적에 보면 크게 보인다. 보기에도 안 좋다며 딸이 부끄러워한다. 나도 저만 한 열두 살 적에 한 자리에 둘이 나서 하나는 이뿌리가 허옇게 드러났다. 덧니라고 뺀다. 중학교 일학년인 작은오빠 자전거 뒤에 타고 울퉁불퉁한 십 리 길을 달리고 마른강을 건너 읍내에 갔다. 오빠는 치과에 안 가고 언덕집을 찾는다. 허름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막다른 길을 기웃하다 겨우 집을 찾는다. 엄마 말로는 이를 뜨는 사람인데 알음알이로 사람들 이를 봐준다고 했다. 나는 마루에 걸터앉았다. 주사를 맞고 연장으로 이를 뽑는다. 뿌리가 깊어 빼는데 무척 힘들었다. 솜을 괴고 고인 핏물을 뱉고 삼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취가 풀리면서 아팠다. 오빠 허리를 꼭…
[ 배달겨레소리 보리 글님 ] 어느덧 푸른빛 분홍빛 노란빛 발그레한 아이같은 봄이 왔습니다. 겨울 어느 날 벗은 가지가 매워 보였는데 이제는 여기저기 봉오리 맺고 꽃을 피우니 참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나무를 보니 엄마가 주신 사랑이 생각납니다. 몸 한 켠 떼어 한 가지 돋아내고 살 하나 떼어 이파리 피웁고 피 한 방울에 봉오리 터뜨립니다. 나무는 사랑을 아낌없이 주네요. 오늘 같은 봄에는 저도 나무 곁에 기대어 사랑한다 말합니다. 두손모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내가 사랑하는 아이] 25. 노벨 수상자 밖에서 저녁을 먹는데 큰딸이 전화했다. “엄마 노벨 생화학 수상자 만남에 나 뽑혔어. 나라 곳곳에서 이백 명 뽑는데 나도 뽑혔어. 참가증도 주는데 나가도 돼?” “그래라. 근데 어떻게 가지?” “고모 집이나 외삼촌 집에서 하룻밤 자면 안 되나?” “좋은 자리인데, 그럴까?” “그래. 나갈래. 이런 자리가 어디 또 있겠어!” 큰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도 생물을 좋아했다. 그런데 화학자를 만나겠다고 누리글월을 보냈다. 우리 딸은 궁금한 열 가지를 누리글월로 물었다고 한다. 나는 일을 하루 쉬고 딸하고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여느 때 같으면 세 시간 걸리는 길이 차가 밀려 네 시간 반이나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두 판 갈아 타고 강서구에 사는 우리 오빠 집에 갔다. 한 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오빠가 일러 준 역에 내리니 오빠가 마중을 나온다. 오빠집에 가니 아홉 시가 넘었다. 다음날 9호선 첫차를 탔다. 우리가 서울길을 잘 몰라서 오빠가 코앞까지 데려다준다. 이른아침인데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고개를 돌릴 틈이 없다. 에스켈레이드를 갈아타니 사람이 더 많다. 사람
[ 배달겨레소리 바람 바람 글님 ]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좋은말씀 #명언 #아멜리아에어하트 #토박이말 #살리기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9-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거나... 오늘 알려 줄 좋은 말씀은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거나 할 일을 하지 말고 다른 이들이 할 수 없고 하지 않을 일들을 하라."야. 이 말은 아메리카(미국)에서 아주 이름난 날틀꾼(비행사)인 '아멜리아 에어하트'라는 분이 하신 말씀이라고 해. 이 분은 여성으로서 꽃등으로 한하늬바다(대서양)를 가로질러 날아서 건너게 되어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분이라고 하더구나. 더우기 아무도 간 적이 없는 새로운 하늘길(항로)을 날아서 땅별을 한 바퀴 돌려고 하다가 갑자기 사라진 뒤에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단다. 이 분의 이런 삶 이야기를 알고 나니 왜 위와 같은 말씀을 하셨는지 바로 알겠더구나. 그때 하늘을 나는 일은 그야말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이었는데 그런 일을 골라서 했고 또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하늘길을 날아 가다가 끝내 목숨까지 잃었지. 그렇게 한뉘 온 몸으로 그 말의 참뜻을 알려 주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따지고 보면 이 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