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땅벼락 어린이부터 알아듣도록 말을 가다듬자고 하면 “그래도 이런 한자말은 못 고칠 테지?” 하면서 자꾸 따지려는 분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짚자면 못 다듬을 낱말이란 없어요. 스스로 이모저모 살피면 바로 오늘 새길을 열기도 하지만, 열흘 뒤나 열 달 뒤나 열 해 뒤에 두루 품을 만한 낱말을 고루 길어올립니다. 어느 나라 말이든 꽃보따리입니다. 꽃바구니랄까요. 꽃을 담으니 꽃구럭이듯, 스스로 새롭게 가꾸려는 마음이기에 “손수 꽃으로 이루는 꾸러미”로 나아가요. 안 된다는 잣대나 어렵다는 얼개를 들이밀면 스스로 못 해냅니다. “그래도 ‘지진’은 어려울 텐데?” 하고 묻는 분한테 “저한테 묻지 마시고 아이들한테 어떻게 ‘지진’을 풀이해 줄는지 헤아려 봐요. 땅이 흔들리는 결이고, 땅이 울리는 결이잖아요? 그러면 ‘땅흔들’이나 ‘땅울림’이라 하면 되고, 수수하게 ‘흔들리다’나 ‘갈라지다’를 쓰지요. 땅이 벌어져서 무서울 만하니 ‘땅벼락’처럼 지을 만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1 - 시집 보따리 시집을 한 보따리 받았다. 그끄저께 모임이 있었다. 인천까지 멀기도 하고 곁님이 가지 말라고 했다. 아는 시인한테 내 몫으로 좀 받아 달라고 여쭈었다. 이분은 내가 어느시인협회에 들어오도록 다리도 놓아 주었다. 아는 시인 없는 나로서는 이분 발자취가 부럽다. 늘 넘치도록 온갖 시집을 그냥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부럽다. 너무 많이 받아서 귀찮다고 얘기하는데, 나도 귀찮을 만큼 누가 보내주는 시집을 받아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얼결에 한 보따리를 받는다. 시집 보따리를 하나씩 펼쳐 보는데, 시인이 참 많구나. 이렇게나 시인이 많은데, 내가 쓰는 시가 끼어들 틈이 있으려나. 내가 내놓는 시집을 알아볼 눈이 있을까. 시집에 적힌 전화번호를 내 손전화로 하나씩 담아 놓는다. 얼굴조차 모르지만, 알음알이로 만나는 시인이 이렇게 늘어나는구나. 앞으로는 손을 꼽을 수 없을 수도 없도록 시인 이름을 알 수 있겠구나. 나는 어떤 글이나 시를 쓸 수 있을까. 나는 풀꽃나무를 보는 하루를, 멧골을 오르내리는 걸음을, 곁님하고 가게를 돌보는 살림을, 세 아이를 낳아서 키운 삶을 그려도 될까. 시집 보따리를 펴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0] 시집 광고 ㄱ에서 곧 잡지가 나오는데 이때에 광고를 넣으면 어떠냐고 묻는다. 잡지를 내는 곳에 몸을 담그면 광고를 그냥 실어 주는 줄 알았는데, 돈을 내면 싣는단다. 내 이름을 넣은 책을 처음으로 내놓기에, 조금이라도 더 알리면 좋겠다고는 생각하는데, 광고비까지 더 써야 하는 줄 몰랐다. 그래서 둘레에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고 물어본다. 내가 쓴 시를 처음 실어 준 곳에 시를 몇 자락 보내면서 그곳은 “시집 광고를 어떻게 하나요?” 하고 여쭌다. 이곳에서는 따로 돈을 받지 않고서 내 시집을 알리는 글을 실어 주겠단다. 고맙다. 얼마나 기쁘던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활짝 웃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내 웃음소리 때문에 그냥 실어 준다고 말한다. 조금 우습지만, 웃는 기운이 이토록 힘이 세구나.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만, 광고비를 안 쓰고 여러 사람이 보는 잡지에 올려서 뿌듯하다. 내 책을 하나 내놓으면서 여러 사람을 조금씩 알아간다. 꾸벅꾸벅 절을 하는 자리마다 조금씩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구나. 그래도 뭔가 텅 빈 듯하다. 책을 왜 그저 책으로 마주하지 않고, 사이에 돈을 놓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9] 잘 썼나? 이레 뒤에 책이 나온다. 내가 쓴 시를 모았다. 자랑하고 싶다. 잘했다고 해줄 만한 피붙이가 있을까 궁금하다. 둘레에 쪽글을 남기니 하나같이 “한 권 사면 될까?” 하고 묻는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들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남이라 할 만한 먼 사람들은 “축하한다”거나 “잘 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우리 집에서는 바라기 어려운 듯싶다. 그래도 이 무덤덤한 사람들한테 빙긋빙긋 웃으면서 알린다. 스스로 슬쩍 자랑질까지 해본다. 작은오빠는 “응, 살게. 축하한다. 대박 났으면 좋겠다” 한다. “그래, 작은오빠야는 몇 권 사주나?” 하고 물었더니 “둘레에 책 좋아하는 이가 없어서 줄 데가 없는데?” 한다. 엄마한테도 “엄마는 책 많이 팔아 줘야 한대이, 엄마한테는 책 한 권이 아주 비싸대이.” 했더니, “야야, 내가 요즘 일을 나가지 않아 돈이 없다”고 짜는 소리를 한다. “엄마, 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대이.” 했더니 “그라마 한 권 사서 친구한테 줄까?” 하고 묻는다. “잘 썼나?” “잘 못 썼는데, 부끄럽데이. 내가 내 글을 스스로 잘 썼다고 어째 말하나. 그저 책을 읽어 주는 사람들이 잘 읽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9. 집 ‘장수’라고만 말하면 전라도에 사는 사람은 ‘전라북도 장수’를 먼저 떠올리지 싶습니다. 이다음으로는 “오랫동안 산다”는 뜻을 가리키는 한자말 ‘장수(長壽)’를 떠올릴 테고요. 그런데 낱말책을 살피면 “≒ 노수(老壽)·대수(大壽)·대춘지수·만수(曼壽)·만수(萬壽)·수령(壽齡)·영수(永壽)·용수(龍壽)·하년(遐年)·호수(胡壽)”라고 해서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이 잔뜩 뒤따릅니다. 지난날에 한문으로 글살림을 가꾼 분은 이렇게 갖은 한자말을 썼겠지요. 그러나 이 가운데 오늘날 우리가 물려받아서 쓸 만한 낱말은 하나도 없지 싶습니다. ‘장수’란 한자말조차 ‘오래살다’로 고쳐쓰면 그만입니다. ‘길게살다’나 ‘널리살다’나 ‘튼튼살다’처럼 오늘날 우리 살림살이를 헤아려 새롭고 재미난 말을 얼마든지 지어서 쓸 만하지요. 사투리란, 우리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서 삶을 가꾸다가 문득 새로 지은 말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투리는 고장마다 다를 뿐 아니라, 고을마다 다르고, 마을마다 다른데다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선정적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 → 사납고 낯뜨거운 데가 많아 무희들의 선정적 몸짓에 넋을 잃었다 → 맨살이 드러난 춤꾼 몸짓에 넋을 잃었다 ‘선정적(煽情的)’은 “정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낯뜨겁다·화끈하다’나 ‘엉큼하다·앙큼하다·응큼하다’로 고쳐씁니다. ‘벗기다·옷벗기다·발가벗다’나 ‘맨살·맨살이 훤하다’로 고쳐쓸 만하고, 자리를 살펴서 ‘추레하다·더럽다·지저분하다’나 ‘새빨갛다·빨갛다’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여태 만화를 그리면서 내 만화를 한 번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여태 그림꽃을 그리면서 조금도 거칠거나 지저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이두호, 행복한만화가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6 달콤이 저는 김치를 못 먹습니다. 고춧가루를 듬뿍 치면 재채기부터 나옵니다. 찬국수에 동치미를 못 먹고, 달콤이도 못 먹어요. 달콤이를 받아들이는 몸이라면 누가 달콤이를 먹을 적에 달려들거나 눈을 반짝하겠지만, 달콤이를 섣불리 먹었다간 배앓이를 여러 날 하기에 냄새부터 맡고 싶지 않아요. 잎물(차)을 마시는 자리에 곧잘 달콤이 한 조각쯤 같이 놓잖아요? 저는 잎물만 마신다고 여쭈지만 고작 이 한 조각이 얼마나 대수롭냐고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김치를 못 먹는다고 하면 “한 조각도요? 맛도요?” 하고 되묻는 분이 있는데, 이런 먹을거리 이름이나 모습만 보아도 더부룩하면서 괴롭곤 했어요. 이제는 옆에서 누가 이런 먹을거리를 즐기더라도 더부룩하지는 않고, 괴롭지도 않습니다. 속에서 안 받는 밥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 되더군요. 스스로 즐거울 생각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꽃 곁말 25 눈엣가시 어린 날부터 아이를 낳아 돌보는 오늘에 이르도록, 저는 스스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여 알아낸 대로 말합니다. 안 보거나 못 본 모습은 말하지 않고, 안 느끼거나 못 느낀 대목도 말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거짓말은 도무지 안 하며 살아요. 누구를 속인다는 생각도, 속여야 할 까닭도 못 느껴요. “에그, 그럴 때는 모르는 척해야지.” 하는 핀잔을, “좀 숨기면 안 돼?” 하는 짜증을 으레 들어요. 바른말을 하며 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모르는 척하거나 숨길까요. ‘바른말’을 어렵게 바꾸면 ‘정론직필·내부고발’입니다. 우리 삶터는 바른말을 매우 꺼려 ‘눈엣가시’로 삼더군요. 온통 꾸밈말에 감춤말에 속임말이 판치지 싶습니다. 바르거나 곧거나 참하거나 착한 말을 싫어하니 저절로 눈가림말이 넘칠 테지요. 아이들도, 저랑 마주하는 이웃님도, 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의하다 依 노동에 의한 소득 → 일벌이 / 일해서 얻은 소득 전쟁에 의한 참화 → 잿더미 / 싸움 불구덩이 사상은 언어에 의하여 표현된다 → 생각은 말로 나타낸다 소문에 의하면 → 얘기에 따르면 / 말을 들으면 / 들리기로는 실천에 의하여 검증된다 → 해봐야 안다 / 해보면서 밝혀진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 밝혀진 바를 보면 / 밝혀진 바로는 ‘의하다(依-)’는 “무엇에 의거하거나 기초하다. 또는 무엇으로 말미암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거(依據)하다’는 “어떤 사실이나 원리 따위에 근거하다”라 하고, ‘기초(基礎)하다’는 “근거를 두다”라 하니, 낱말책 말풀이는 겹말풀이인 셈입니다. ‘근거(根據)’는 “1. 근본이 되는 거점 2. 어떤 일이나 의논, 의견에 그 근본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18] 숨통 신호등이 바뀌고 브레이크를 꽉 밟았는데 차가 부르르 떤다. 누가 앞에서 끌어당기는 듯 그대로 박차고 달릴 듯이 덜컹 멈칫 또 덜컹 멈칫하며 몸도 까딱까딱한다. 판을 보니 그림 하나에 노란불이 깜빡인다. 기어를 뒤로 당겨 N에 두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밀어 P에 놓고 발을 떼어 보지만 덜컹덜컹한다. 뒷거울로 보니 마침 차가 안 온다. 바로 옆으로 옮겨 모퉁이 타이어 가게로 갔다. 바퀴가 말썽 나지 않았지만 아저씨는 알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도움을 바라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앞서 손사래 친다. 이튿날 고치는 곳에 맡기자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깜빡이던 그림인데, 내렸다 타니 사라졌다. 이튿날 아침에 먼저 나간 곁님이 지하실에서 부른다. 시동 버튼을 짧게 눌러 판에 나오는 그림을 보고 앞뚜껑을 연다. 긴 핀을 빼서 물과 기름을 찍어 보지만 왜 그런지 까닭을 모른다. 하루 일손을 빨리 마치고 고치러 갔다. 손잡이 밑에 기계를 꽂아 차를 훑는다. ‘스로틀 바디’에 때가 끼었단다. ‘스로틀 바디’가 뭔지 물으니 엔진으로 들어가는 바람을 맞추는 길인데 먼지 때문에 길이 좁아서 바람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단다. 사람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