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24. 키 우리 집 아이들은 ‘금연 구역’이라는 말을 못 알아봅니다. 다만, 이 말 옆에 나란히 있는 그림을 보면서 “저기, 담배에 모락모락 나는 그림에 빨간 줄로 찍 그었으니까, ‘금연 구역’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뜻이야?” 하고 묻기는 합니다. 큰아이가 열한 살이던 무렵에 들려주는 말을 듣고서 제 열한살 무렵을 떠올렸어요. 그때에 제 또래 가운데 ‘금연·흡연’을 못 알아듣는 동무가 꽤 있어요. 저도 때로는 무슨 말인지 헷갈렸습니다. 아무래도 열한 살 어린이가 ‘담배 피우다·담배 안 피우다’ 아닌 ‘금연·흡연’을 알기는 어려울 만합니다. 이런 한자말을 아는 어린이가 더러 있을 터이나, 모르는 어린이는 어김없이 꽤 많아요. 모르는 어른도 제법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출입 금지’라든지 ‘통행 금지’라는 말을 쉽게 못 알아듣습니다. 이때에 우리 어른들은 생각해 볼 만하겠지요. 왜 저 아이들은 이런 말을 못 알아듣느냐고 말이지요. 달리 생각한다면, 왜 아이들이 못 알아들을 만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3. 한실거랑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그 물길이 지나는 마을들(2) 새김돌에서 물은 조금 더 흘러 아름다운 방구대(반구대)를 지나 다시 새녘으로 꺾이는데, 그 어름에서 또 한줄기 새 물을 만난다. 바로 고헌메 새마녘(남동쪽)으로 흘러내린 물이 고래섬, 갈밭, 새말, 괴말, 솔배기, 새터(모두 다개와 반곡에 딸린 마을)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그대로 살아있는 마을을 지나 흘러온 물이다. 바로 이 두 물이 만나 흐르는 오른쪽 바위 벼랑에 고래그림, 고래잡는 그림, 범그림, 사람그림, 사슴그림,,, 온갖 그림이 새겨져 있다.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아니 가까운 마을 사람이나 그 고장사람은 옛부터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부터 쉰 해쯤 앞에야 이것을 알아내고 보니, 여태까지 알아낸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고 한다. 하기는 조금 위쪽에 있는 새김돌(각석)이 더 오랜 것이고 (새김돌엔 아득한 옛날에 새긴 세모꼴, 동그라미 같이 그림이라고 하기 앞 것과 세나라 때에 새긴 것이 아울러 있음), 이 바위그림(암각화)이 그 다음 것이라고 한다. 이 바위그림이 있는 곳부터 한실로 들어가는데, 바위그림 바로 아
[ 배달겨레소리 한실 글님 ] 울산고을 우리말 땅이름 살펴보기 3. 한실거랑으로 흘러드는 물줄기와 그 물길이 지나는 마을들(1) 어릴 때 동네 어른들한테서 ‘밝메(백운메) 세가람오름(삼강봉)에 떨어지는 비는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때로는 쇠동골(소호) 쪽으로 떨어져 가라가람(낙동강)으로 가고 어떨 때는 안에(내와), 바데(외와) 쪽으로 떨어져 형산가람으로 가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탑골 쪽으로 떨어지면 테화가람으로 내리 흐른다’는 우스개소리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세 가람으로 갈라지는 꼭지점이 바로 세가람오름이다. 이 밝메에서 흘러내린 물이 탑골을 지나면 아름다운 가메들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마넉골(미호)내를 이루어 마넉골 벌을 적시고 흘러가서 만나는 첫 마실이 버던(유촌)이다. 우리가 어릴 적 어머니한테 듣던 ‘버던 김서방네 잔치한단다’처럼 들었던 버던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은 사라지고 모두 유촌이라 일컫는다. 하기는 마넉골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미호라고 일본사람들이 와서 지었을 것 같은 한자말 이름을 쓴다. 아랫마넉골(하동)까지 새녘(동쪽)으로 흘러오던 물줄기가 마녘(남쪽)으로 조금씩 굽어지다가 버던에서부터는 마녘으로 오롯이 굽어 흐르면서 삼정골에 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3] 버들강아지 열다섯 살인 나는 학교 가는 길이 멀었다. 집에서 아랫마을을 지나 멧골로 올랐다. 뒷메보다 높은 멧골이지만 몸이 작은 그때는 오르막이 높게만 느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지름길로 가기도 했다. 덜 가파른 길로 돌아서 꼭대기에 닿으면 구불구불한 멧허리를 따라 긴 오솔길을 한참 걸으면 이제 가파른 내리막길로 미끄러지듯 쫓기듯 숨차도록 멧길을 다 내려오면 마을이 보이고 길이 좋았다. 윗음지 아래음지 마을 지나고 큰 내를 잇는 다리 하나를 건너 양지마을을 지나면 학교에 닿았다. 하루는 아랫마을을 지나 멧길을 올랐다. 오솔길은 혼자 지나갈 틈으로 누가 말하지 않아도 줄을 지어 걸었다. 나는 맨 앞에 걷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꼴찌로 가기로 했다. 걷다가 뒤를 힐끗 보고 또 돌아보았다. 아랫마을 숙이하고 희야가 뒤따라왔다. 나는 두 동무한테 길을 비켜주려고 섰다가 버들강아지를 만났다. 잿빛 털이 난 작은 버들강아지가 눈망울을 틔운다. 손을 가까이 대어 만진 털이 보드라웠다. 두 친구가 내 앞에 다 지나가고서야 멈춘 내 발걸음을 옮겼다. 키가 크고 늘씬한 숙이 뒤를 따라갔다. 나는 내 뒤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2] 반딧불이 여름이 되면 반딧불이가 찾아온다. 반딧불이가 꽁무니를 빼고 달아가면 쫓아다녔다. 부엌은 백열등을 썼다. 부엌과 수돗가를 비추는 불은 그을림이 앉아 불을 켜도 어둑하다. 밤이 깊으면 부엌에 불을 켜 놓았다. 마당에 펼쳐 놓은 자리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작은 별과 그 가운데 더 반짝이는 별을 찾아보면서 하나둘 헤아렸다. 밤하늘 별을 보았더니 우리 집 마당에 별이 찾아온 듯했다. 모깃불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마당에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 휙휙 날아 옮기는 빛줄기가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불이 어디서 반짝일까. 살금살금 자리에서 일어나 반딧불이를 따라 두 손으로 잡아 보겠다고 뱅글뱅글 돌고 골목으로 뒤쪽으로 날아가는 반딧불이를 따라다녔다. 캄캄한 곳에 한참 있으면 우리 눈이 어둠에도 길을 찾고 반딧불이가 밝아 나무에 붙기도 하고 풀에 있다가 불빛이 어디에 앉는지 다 보여준다. 우리 골목 끝에는 장골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이 흐른다. 골목이 길어서 개울인 줄 알까. 마당에서 우리와 같이 춤을 추고 싶었을까. 잡으려면 기다란 불꽁지로 그림을 그리며 내빼면서 한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1] 콩고물 우리 집 정지(부엌)는 빗장을 열고 들어간다. 문짝이 두껍고 아궁이에서 불을 때느라 나온 매운 김에 그을려 문이며 천장이며 온통 까맣다. 바닥은 오돌토돌하지만 밟히고 밟혀 흙바닥이 반질반질했다. 가마솥 하나와 작은 양은 솥 하나로 밥과 국을 끓였다. 가마솥에서는 밥을 하고 범벅을 끓였다. 찰밥 팥죽도 했다. 말끔히 씻어내고 콩이나 깨도 볶았다. 제사에 쓰일 떡을 하려고 콩고물로 쓸 콩을 볶는데, 덜 볶으면 가루가 하얗다. 고소하게 먹으려고 콩을 달달 볶다가 껍질을 태우기도 했다. 볶은 콩을 디딜방아에 넣고 찧고 채로 치면 가루를 곱게 내어 떡고물을 썼다. 떡고물을 하고 남으면 어머니는 부뚜막에 쥐가 다닌다고 큰 통에 담아 둔다. 나는 밥 먹을 적에 콩고물을 한 숟가락씩 떠서 밥에 섞었다. 손으로 뭉치거나 숟가락으로 눌려서 먹다가 목이 막혀 마른기침을 하기도 했다. 콩고물이 달고 고소해서 다른 반찬이 없이도 먹었다. 여름이면 어머니는 들일 갈 적에 콩고물에 밥을 비며 먹는다. 식은밥을 맨손으로 통에 넣고 고물을 묻혀서 주먹밥을 쥐어 먹느라 손이며 입이며 옷이며 가루를 잔뜩 묻혔다. 어머니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100] 개나리 우리 마을에서는 개나리를 ‘이애’ 라고 했다. 개나리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옥이네 뒤산으로 밭으로 가는데, 산꼭대기에 여우가 파먹는 무덤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 점낫골 못 가기 앞서 우리가 부치는 밭이 있고 도랑 따라 개나리꽃이 활짝 피면 멧골이 온통 노랗게 물든다. 개나리 나무가 넝쿨이 커서 어른보다 더 자랐다. 가을이면 씨앗이 주렁주렁 열렸다. 열매가 흙빛으로 익으면 주둥이가 쩍 벌어지고 씨가 나왔다. 껍질이 저절로 벌어지기 앞서 씨앗을 땄다. 비닐을 바닥에 깔고 작대기로 때렸다. 잔가지를 주워내고 열매를 통째로 면자루에 한 말씩 담아 장날 작약 같은 한약재 파는 집에 팔았다. 개나리 씨앗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돈이 될 만한 열매는 무엇이든 저자에 내다 팔았다. 우리 마을은 경북 의성군 사곡면인데 풀이 자라지 않는 등성이 길이다. 밟으면 뭉개 으스러지는 비렁길과 도랑 둑에 개나리가 뭉쳐 자랐다. 우리 마을에 자라던 개나리와 도시에 사는 개나리는 씨앗이 다르지 싶다. 도시 개나리나 요즘 숲에서 보는 개나리나무에 열매가 거의 없다. 겨우 찾았다. 어린 날 개나리 열매를 맨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9] 사과 사과가 먹고 싶어서 산수유씨를 빼러 다녔다. 순이네 집은 산수유를 까면 새참으로 인도인지 국광인지 푸릇한 사과를 준다. 국광은 껍질이 푸르고 단단한데 달았다. 노랗게 익은 사과는 허벅허벅하고 부드럽다. 나는 부사나 홍옥보다 새참으로 나온 사과가 맛있었다. 낮에는 순이네 사과창고 벽에 등을 기대 나란히 서서 햇볕을 쬤다. 사과창고 문을 닫아도 향긋한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문을 활짝 열 적에는 쇠그물에 달라붙어 안을 들여다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창고는 캄캄하고 바닥이 깊었다. 나무상자를 겹겹이 쌓아 두고 바닥에 물도 고였다. 나는 산수유 까기 싫은데도 사과 먹으려고 참고 깠다. 아버지는 내가 사과 먹고 싶어서 산수유를 까는 줄 알았다. 몇 해 뒤에 우리 집에도 사과나무를 심었다. 아버지는 사과만 보면 딸 생각이 난다고 했다. 아버지는 사과나무를 심어 처음 열린 사과를 따서 우리를 주었다. 구미 사돈네가 생기기 앞서까지는 내가 사과를 마수걸이했다. 여름에 나오는 아오리나 홍옥을 먹고 나면 가을에 부사가 나왔다. 흉이 난 부사를 먼저 먹으면서 골마루에 두고 겨울이 끝나고 봄 여름까지도 먹었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숲하루 풀꽃나무 이야기 98] 울콩과 양대콩 아버지가 콩을 뿌리째 뽑아서 마당에 두면 할아버지가 마당에 널었다. 메주콩이나 콩나물콩이 바싹 마르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는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작대기로 두들긴다. 앉아서 도리깨질을 했다. 힘에 부치면 도리깨를 받아 나도 내리쳤다. 콩줄기를 걷어내고 모으는 일까지 할아버지가 했다. 그러나 울콩이나 양대콩은 손으로 꼬투리를 벌리면서 깠다. 모두 모아 봐야 부피가 얼마 되지 않았다. 봄에는 울콩을 감자밭 고랑에 심었다. 콩꼬투리가 여물면 알록달록 곱다. 껍질이 두껍고 콩알도 굵다. 콩꼬투리를 까면 빨간 콩도 있고 얼룩무늬 콩도 있다. 어머니는 울콩을 감자콩이라고 했다. 감자가 자라지 못해 마른자리에 울콩을 고랑 사이사이에 심고 감자하고 같이 캔다고 붙였는지도 모른다. 봄에 심은 또 다른 콩은 덤불로 자라 넝쿨 줄기가 잘 뻗도록 올려주면 가을에 여물어 땄다. 콩꼬투리가 얇고 콩도 울콩보다 자잘하다. 콩을 까서 들여다보면 어금니하고 닮았다고 어금니콩이라 했다. 콩을 광주리에 담아 놓고 어머니하고 깠다. 깍지를 벌려 콩알을 헤아리기도 하고 알이 영근 꼬투리를 골라 까면 여물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물날 이레말 - 한자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 흥미 興味 흥미 위주의 → 재미만 보는 / 재미만 따지는 흥미가 나다 → 재미가 나다 / 신이 나다 흥미를 더하다 → 재미를 더하다 / 즐거움을 더하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다 → 재미나다 / 즐겁다 / 신나다 바둑에 흥미를 붙이다 → 바둑에 재미를 붙이다 / 바둑이 즐겁다 별 흥미를 못 느낀다 → 그리 재미를 못 느낀다 / 그리 즐겁지 않다 흥미가 반감되는 → 재미가 줄어드는 / 안 즐거운 ‘흥미(興味)’는 “흥을 느끼는 재미”라 하는데, ‘흥(興)’은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흥’은 ‘재미’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뜻이요, ‘흥미 = 재미를 느끼는 재미’인 셈이 됩니다. 이러한 느낌을 가리키는 다른 우리말로 ‘신’이 있고, 낱말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