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톺다 오늘날 시골에서는 노래하며 하루를 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에서도 매한가지일 테지요. 노래를 틀어놓고서 일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온갖 틀(기계)을 다루느라 노래도 소리도 안 듣는 사람이 많고요. 지난날에는 모를 낼 적에 모노래(모내기노래)를 불렀지만, 이제는 들노래가 가뭇없이 사라졌어요. 자장노래로 아이를 재우거나 놀이노래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버이는 몇 안 남습니다. 살림자리를 곱씹어 봐요. 어른부터 일할 적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놀 적에 노래를 부를까요? 어른은 쉴 틈이 없고 아이는 놀 겨를이 없는 나날로 바뀌었습니다. 앞길을 짚거나 톺는 어버이는 찾아보기 힘들고, 꿈을 그리거나 사랑할 아이도 자취를 감춥니다. 우리는 일자리(직업)만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벌잇감(돈벌이)’만 건사한다면 사람다움을 잃어요. 꿈으로 일구고 사랑으로 돌보는 보금터를 이루기에 슬기로우며 즐거운 사람입니다. 나눔밥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노래 우리말 이야기 숲에서 짓는 글살림 37. 서울 다녀오는 길 서울을 다녀오는 일이 있을 적에 언제나 “서울에 간다”고만 말합니다만, 둘레에서는 ‘상경’이나 “서울에 올라오다”라는 말로 받습니다. 이 말씨 ‘상경·서울에 올라오다’가 알맞지 않다고 넌지시 알려주어도 좀처럼 못 바꾸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하기는, 전남 고흥에 살면서 고흥읍에 일이 있어 갈 적에도 비슷해요. 고흥군청이나 고흥교육청에서 일하는 분들 입에서 으레 “읍내에 올라오시지요?” 같은 말이 툭툭 나옵니다. 이 위아래로 가르는 말씨를 언제쯤 말끔히 씻을까요? 촛불 한 자루 드는 물결로는 못 씻으려나요? 나이로 위아래를 가를 뿐 아니라, 자리로 위아래를 가르는 버릇으로는 어떤 어깨동무도 못 한다고 느껴요. 그나저나 서울에 걸음을 하고 보면, 곳곳에 선 알림판 글월이 어지럽습니다. 다만 저한테만 어지러운지 이런 알림글은 서른 해가 가고 쉰 해가 흐르고 일흔 해가 지나도록 바뀔 낌새가 안 보입니다. 열차가 방금 출발하였으니 다음 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배냇자리 멀리 길을 나서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스스로 삶자리를 일구어요. 꼭 첫자리에서 내내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배냇자리를 사랑할 수 있고, 새터로 떠날 수 있고,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고, 이웃나라로 갈 수 있어요. 마음을 담아 일구는 보금자리라면 새삼스레 텃마을이 될 만합니다. 싱그러이 솟는 샘물 같은 자리에 살림터를 일구게 마련이에요. 해가 넉넉하고 비가 싱그럽고 바람이 맑은 그곳은 오늘을 살아가는 밑자리이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텃집입니다. 마당을 나무로 두르고, 숲정이를 옆에 끼면서, 풀꽃이 푸르게 올라오는 삶자락이라면 언제나 하늘빛으로 살림을 보살피리라 생각해요. 밑절미를 가꾸고 하루를 다독입니다. 나고자란 터전을 돌보고, 살림하는 밑판을 추스릅니다. 즐거이 일하고 느긋하게 쉬어요. 넉넉히 짓고 느긋이 나눠요. 집집마다 나무가 우거지면 여름에는 나무 밑에 앉아 바람을 마시고 글 한 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찬몸 까치는 우듬지에 짓고 지킨다 겨울에 우듬지는 가랑잎 하나 없어 까치집은 한 방울 비도 비껴갈 수 없다 꼭대기에 홀로 앉아 새끼들 쳐다보던 까치는 이제 떠났다 하늘 열리고 비를 맞는 잔가지 보금자리 조금 춥다 2023.03.09.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1] 모든 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본 지 일곱 달이다. 여기에는 고요히 글을 올린다. 처음 인스타그램에 들어오니까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알림으로 떴다. 뜨면 지웠다. 내 하루를 엿보는 듯해서 막았는데 아마 백쉰을 넘는 듯하다. 가까운 사람도 없지만 둘레 사람일수록 모르는 게 낫다고 여긴다. 마음이 쓰이면 감추고 마음이 안 가볍다. 우리 집 아이들을 동무로 삼고 싶지만 우리 아이들도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시시콜콜 얘기한다는 둥 토를 달는지 몰라 얌전히 있는다.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딸 얼굴이 자꾸 뜬다. 문득 딸아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둘러본다. 모두 새사람하고 찍은 사진이네. 어, 우리 아들이 좋아요 눌렸네. 덩달아 아들아이 인스타그램도 구경한다. 아들은 글을 여섯 올렸다. 다시 딸아이 칸으로 와서 사진을 크게 해서 보노라니 새사람 인스타가 이어진다. 새사람은 온통 딸하고 찍은 사진이다. 우리 새사람이 언제쯤 열었나 보다가 동영상을 본다. 어, 노래 부르네. 내가 새사람 노래를 무척 듣고 싶었는데 여기서 듣네. 가만히 들으며 노랫말 몇 마디를 옮겨적어서 찾아본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노래라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수국 달빛에 갈아 넣고 떨리는 천둥처럼 놀라며 숨막힌다 고요히 향긋이 걸어나오지 않는다 해도 발걸음은 네 앞에 멈춘다 가만히 보랏빛으로 속삭이다 바람에 흩날릴 때 애타며 녹을 듯해서 문득 굳어버리는 뜻모를 내음으로 나한테 그림이 되었네 오늘 2023.03.09.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80] 울릉도 가고 싶어 아스파라거스 덩굴이 며칠째 눈에 거슬린다. 창문을 열 적마다 마른잎이 먼지처럼 떨어진다.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푸짐하게 매달린 잎줄기가 문틈에 끼지 않게 잡는다. 한 뿌리가 늘어나고 올라간 높이 만큼 흙을 다 차지한 뿌리로 얕은 흙이 굳었다. 아직 살았으니 뽑지 않고 마른잎을 가위로 자른다. 창문을 여는데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되게끔 설 자리를 남기고 꽃그릇을 옆으로 밀었다. 천장에 매달아 둔 덩굴도 막대기로 옮겼다. 가운데쯤에 끈으로 묶고 창문을 열어도 부딪치지 않게 하고 자리를 옮겼다. 잘라 놓은 잎을 훑어 가위로 잘라서 흙에 덮었다. 이제 나무에 잔가지가 뻗어 잘랐다. 자른 자리에 하얀 물이 나온다. 파릇한 잎을 잘게 부수자니 잎이 파르르 떠는 듯했다. 얇고 넓적한 큰 그릇에 물을 담아 작은 포도송이 같은 가지를 물에 꽂았다. 마른잎 치기를 마치고서 숨을 돌린다. 미루고 미룬 다음 일을 하자. 나는 울릉도에 가 보고 싶다. 바다 한복판에 있는 그 섬에 가 보고 싶다. 대구에서 뱃나루까지 차를 몰고 가서 실을 수도 있다는데, 가깝지 않은 길이라 여행사에서 묶음으로 다녀오는 길로 알아볼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21. 튀김닭 감자를 튀기면 ‘감자튀김’이다. 고구마나 배추를 튀긴다면 ‘고구마튀김·배추튀김’이라 할 테지. 당근이나 닭을 튀기면 ‘당근튀김·닭튀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튀김닭·튀김감자’나 ‘닭튀김·감자튀김’이 아닌 ‘프라이드 치킨·프라이드 포테이토’를 먹는다. 때로는 ‘치킨·감자튀김’을 먹는다. 한 손으로는 ‘감자튀김’을 먹는데, 다른 손으로는 ‘치킨’을 먹으면 어쩐지 아리송하지 않을까? 이 손으로도 저 손으로도 ‘튀김’을 먹어야 어울리지 않을까? 튀김닭 (튀기다 + ㅁ + 닭) : 반죽을 입히고 튀겨서 먹는 닭고기. (= 닭튀김. ← 치킨, 프라이드치킨) 22. 씨눈쌀 껍질을 벗긴 ‘벼’는 따로 ‘쌀’이라 한다. 쌀 가운데 속껍질을 안 벗기거나 적게 벗긴 쌀은 누런빛이 감돌아 ‘누런쌀’이요, 속껍질을 말끔히 벗긴 쌀은 ‘흰쌀’이다. 벼·볍씨를 밥으로 지으려고 껍질을 벗기는데, 싹눈이나 씨눈을 고스란히 살릴 만큼 가볍게 벗기니 ‘싹눈쌀’이요, ‘씨눈쌀’이다. 씨눈쌀 (씨눈 + 쌀) : 씨눈을 틔운 누런쌀. 씨눈을 벗기지 않고 겉껍질만 벗긴 쌀. (= 싹눈쌀·싹누런쌀·싹눈누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생략 省略 이하 생략 → 밑은 줄임 / 다음은 줄임 문장 성분의 생략 → 글월 줄이기 생략된 표현 → 줄인 말씨 / 줄인 말 생략된 내용 → 줄인 줄거리 / 지운 줄거리 의례적인 인사말은 생략되었다 → 겉말은 뺐다 / 겉치레말은 안 했다 생략하기로 하자 → 줄이기로 하자 / 안 하기로 하자 / 넘어가기로 하자 지나치게 생략하는 것도 → 지나치게 줄여도 / 지나치게 빼도 긴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 긴 말은 줄이겠습니다 ‘생략(省略)’은 “전체에서 일부를 줄이거나 뺌”을 뜻하고, “≒ 약(略)·약생(略省)”처럼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그런데 ‘약’도 ‘약생’도 “= 생략(省略)”으로 풀이해요. ‘약·약생’은 굳이 안 써도 될 만한 한자말이요, 낱말책에서도 덜어야지 싶습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 생활의 생활의 방식이 다르다 → 사는 길이 다르다 / 살림새가 다르다 생활의 터전 → 사는 터전 / 삶터 생활의 여유가 있다 → 살림이 넉넉하다 / 삶이 느긋하다 ‘생활(生活)’은 “1. 사람이나 동물이 일정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살아감 2. 생계나 살림을 꾸려 나감 3. 조직체에서 그 구성원으로 활동함 4.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감”을 가리킨다지요. ‘생활 + -의’ 얼거리는 ‘-의’를 털고서 ‘삶·살다·살림·살이’로 손볼 만합니다. 때로는 ‘지내다·있다’나 ‘하루’로 손봅니다. ㅅㄴㄹ 남쪽의 미나마따 어민들의 소박한 생활의 일단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 마녘 미나마따 뱃사람이 수수하게 사는 모습을 살짝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