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개방적 개방적인 사람 → 트인 사람 개방적인 사고방식 → 열린 생각 개방적으로 보이다 → 허물없어 보이다 개방적 성격이다 → 스스럼없다 / 거리낌없다 개방적으로 운영한다 → 가두지 않는다 / 묶지 않는다 ‘개방적(開放的)’은 “태도나 생각 따위가 거리낌 없고 열려 있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두지 않다·묶지 않다·가볍다’나 ‘거리낌없다·스스럼없다·허물없다’로 고쳐쓸 만하고, ‘활짝·훨훨·날개·나래·날갯짓·날다’로 고쳐씁니다. ‘열다·트다·풀다·끄르다’나 ‘터지다·벌어지다’로 고쳐써도 되고, ‘드티다·마음껏·마음대로·실컷’으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ㅅㄴㄹ 에이, 관두자. 이런 개방적인 가족 흉내내는 거, 우리같이 스마트한 집엔 너무 창피하다구 → 에이, 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2 바닷방울 낱말책에 실린 말도 많지만, 안 실린 말도 많습니다. 우리말에 있는 말도 많고, 없는 말도 많아요. 우리나라는 숲이며 멧골도 깊으면서 바다를 두루 끼는 삶터요, 냇물이 곳곳에 뻗고 못도 퍽 많은 살림자리입니다. 더구나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네 철이 뚜렷하니 해바람비하고 얽힌 낱말이 꽤 많습니다. 더위를 가리키는 낱말도 추위를 나타내는 낱말도 두루 있고, ‘따스하다·포근하다’처럼 갈라서 쓰기도 해요. 철을 밝힐 적에는 겨울에만 쓰는 ‘포근하다’예요. 물을 보면 ‘물방울’이고, 이슬을 보면 ‘이슬방울’이고, 비를 보면 ‘빗방울’입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방울’은 물이며 비이며 바다에서 마주하는 ‘방울’에서 따온 낱말이에요. 그런데 ‘물방울·이슬방울·빗방울’에 ‘눈물방울’은 흔히 말해도 막상 바닷물을 놓고는 ‘바닷방울’이라 말하는 사람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1 타는곳 이제는 ‘타는곳’이라는 우리말을 널리 쓰지만, 처음 이 말씨를 기차나루에서 받아들이던 2000년 어귀에 “잘 쓰던 ‘승차장·승차홈·플랫폼’을 왜 안 쓰느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안 따졌어요. 나이든 분하고 글바치(지식인)만 따졌습니다. 이분들은 익숙한 말씨를 버리고 새말로 나아갈 마음이 얕았어요. 자라나거나 새로 태어날 어린이를 헤아려 ‘갈아타는곳(← 환승역)’이며 ‘내리는곳(← 하차장)’이며 ‘들어오는곳(← 입구)’이며 ‘나가는곳(← 출구)’으로 하나하나 고쳐쓰자는 글을 꾸준히 썼고, 이러한 뜻이 널리 퍼지기를 바랐습니다. 한자말이 나쁘기에 고쳐쓰자는 글을 쓰지 않았어요. 쉽고 상냥하게 쓸 우리말이 있고, “우리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 새말을 지을 적에 앞날이 밝다”는 이야기를 펴려고 했습니다. 말을 어른한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우체부 곰》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28. 이제는 어릴 적만큼 말을 더듬지 않지만, 낯을 가리고 말더듬이로 어린날을 보내면서 “넌 커서 뭐가 되겠니?”라든지 “넌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같은 소리를 으레 들었습니다. 말을 안 해도 되는 일이라든지, 굳이 사람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돌아보다가 ‘우체부’가 보였어요. ‘등기’라면 사람을 마주해야 하지만, 글월집(편지함)에 차곡차곡 꽂고, 글월을 추스르면서 마을길이며 골목이며 고샅을 거니는 우체부라는 길이 말더듬이한테 어울릴 만하리라 여겼습니다. 《우체부 곰》은 글월나름이가 보내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곰아이(곰인형) 모습인 글월나름이는 언제나 똑같이 하루를 열고 똑같이 거닐고 똑같이 이웃을 마주하고 똑같이 씻고서 똑같이 쉬며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늘 똑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글월나름이가 손에 쥔 글월은 모두 다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노상 새롭게 이야기를 갈무리하면서 주고받는 글월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똑같이 일하지만, 한 해 내내 새롭게 마주하면서 길을 잇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9 푸르다 지난날에는 어디나 모두 푸른 터전이었어요. 뚝딱터(공장)나 큰고장(도시)이 따로 없던 무렵에는 쓰레기도 딱히 없었기에 어디에서나 맑고 밝게 물하고 바람이 흘렀어요. 누구나 물하고 바람을 싱그러이 마시며 살았어요. 지난날에는 ‘친환경’이나 ‘환경친화’를 딱히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맑거나 정갈한 터전을 그리면서 ‘녹색(綠色)’이라든지 ‘초록(草綠)’이라든지 ‘그린(green)’을 이야기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모임(단체·정당)이나 배움터에서 이런 이름을 쓰지요. 그런데 우리말 ‘푸른’을 쓰면 될 노릇일 텐데 싶어요. ‘친환경 제품’이라면 ‘푸른것·푸른살림’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맑푸르다’ 같은 낱말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맑은것·맑은살림’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고, ‘맑은물·맑은바람’이나 ‘푸른물·푸른바람’ 같은 이름을 쓸 만해요. ‘파란하늘·파란바람’은 하늘빛을 가리키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김명우 옮김 분도출판사 1975.1.1. 꽃이 꽃으로 피려면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오르고 잎이 돋기도 해야 하지만,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별이 돋기도 해야 합니다. 흙은 까무잡잡하면서 구수해야 하지요. 풀벌레가 꽃가루받이를 해주어 씨앗을 맺어 주어야 해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는 꽃입니다. 얼핏 보면 애벌레가 잎을 갉작갉작하느라 구멍이 송송 난다지만, 애벌레는 풀잎을 조금 나눠먹고는 꽃가루받이란 즐거운 일을 맡으면서 새한테 먹이가 되어 들숲마을에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밑거름이 됩니다. 또한 애벌레는 나비로 깨어나니, 풀벌레랑 나란히 꽃가루받이를 나누고, 사람들한테 나풀나풀 눈부신 무늬를 알려줘요. 《꽃들에게 희망을》은 “꽃한테 바람을” 속삭이는 애벌레·풀벌레·나비 한살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풀밥살림을 잇던 벌레는 어느 날 꿈을 그리면서 밥을 끊고서 “고요한 어둠”인 ‘고치’에 깃들어요. 이러고서 긴긴날 가만히 꿈누리를 품더니, 옛몸을 사르르 녹여서 “파란 하늘빛”으로 피어날 ‘날개’로 거듭납니다. 사람한테는 어떤 바람이 흐를까요? 사람은 사람으로서 어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6 ㄱ. 일타강사 일타강사(一star講師) : 학원 등에서 가장 인기가 많거나 수강신청이 첫 번째로 마감되는 인기 강사를 말한다 강사(講師) 1. 학교나 학원 따위에서 위촉을 받아 강의를 하는 사람. 시간 강사와 전임 강사가 있다 2. 모임에서 강의를 맡은 사람 3. [불교] 강당에서 경론을 강의하는 승려 누구보다 잘 이끌면 ‘으뜸길잡이’입니다. 한자 ‘일(一)’에 영어 ‘스타(star)’를 더한 ‘일타강사’는 우리나라에서 지었을까요, 아니면 일본에서 퍼뜨린 말을 받아들였을까요? ‘꼭두길님’이나 ‘으뜸길님’이기를 바랍니다. ‘첫별’이나 ‘샛별’이기를 바라요. ‘별님·별잡이’나 ‘꽃님·꽃잡이·꽃길님·꽃길잡이’로서 아름다이 가르치거나 이끌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일타강사가 이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 으뜸길잡이가 이 책을 읽어 주었다 → 꼭두길잡이가 이 책을 읽어 주었다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 187쪽 ㄴ. 우울증 압도적 자기혐오 비판 동반 우울(憂鬱) : 1.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2. [심리]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5 ㄱ. 개성적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작품(作品) : 1. 만든 물품 2. 예술 창작 활동으로 얻어지는 제작물 3. 꾸며서 만든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개성적(個性的) :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뚜렷이 구별되는 발하다(發-) : 1. 꽃 따위가 피다 2. 빛, 소리, 냄새, 열, 기운, 감정 따위가 일어나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3. 어떤 내용을 공개적으로 펴서 알리다 4. 군대 따위를 일으켜 움직이다 각각(各各) : 1.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 2. 사람이나 물건의 하나하나마다 생명(生命) : 1.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2. 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3.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4. 사물이 유지되는 일정한 기간 5. 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덕분(德分) :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 덕(德)·덕윤·덕택 지어서 선보입니다. 글이며 그림을 짓고, 살림을 짓습니다. 다 다르기에 ‘다르다’고 합니다. ‘남다르다’고도 하지요. 빛은 ‘나다·내다’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9 ― 수밭고개 1 머리가 돌처럼 딱딱하다 자꾸 잠이 온다 집을 나선다 멍하니 대구 시내를 벗어난다 골프장 알림판이 보인다 고개를 돌린다 못가에 선다 둥그런 보랏빛 꽃을 본다 빗물이 내려앉은 꽃잎이다 잔디밭 앞에서 할매가 나물을 캔다 바닥만 보며 고갯길을 오른다 다리를 쉬려고 허리를 편다 고개를 들어 둘러본다 대구 시내에 집집이 빼곡하다 삣쫑삣쫑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래 이곳엔 새가 있지 2023. 01. 09.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0] 사위 온다고 “엄마, 우리 내일 옷 편하게 입고 가도 되나?” “그래, 그래도 깔끔하게 입고 절은 해야지.” “나도 같이 하면 되나?” 지난해 설에 사위가 처음 우리 집에 왔다. 처음 오는데다가 그날이 설날인데도 세배를 하지 않았다고, 처음 온 애한테 말도 걸지 않고 싸늘하게 굴었다. 이잔치를 치르고서 처음 우리 집에 온다. 잔치를 치르던 무렵에 사위가 엉덩이를 수술하느라 노래를 듣지 못했다. 우리는 딸이랑 사위가 힘들게 신혼여행을 갔다가 잘 쉬지도 않고서 우리 집으로 오면 또 덧날지 몰라, 좀 쉬엄쉬엄 다 낫거든 오라고 했다. 여행 때도 안 좋아 힘들었다는데, 돌아와서 바로 다시 수술했단다. 아직도 거즈로 닦는다. 며칠 더 있으면 한결 나을 텐데, 저희들도 시집 인사를 미루기엔 눈치가 보였나. 내가 눈치를 주었나. “엄마 나 원서 네 군데 냈잖아, 다 붙었어. 처음 붙은 데가 가장 좋아서 다른 세 곳에는 못 간다고 했어.” 자랑하는 딸을 보니 이 아이를 걱정하던 어린날 딸이 아니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한테 사랑을 가장 못 받았을지 모르는 작은딸인데, 작은딸은 동생을 오히려 귀여워했다. 작은딸이 나서서 동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