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32 섣달꽃 하루만 반짝하고 지나가면 반갑지 않습니다. 바쁜 어른들은 으레 ‘하루만 반짝’하고서 빛날(생일)도 섣달꽃(크리스마스)도 지나가려 했습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매한가지이고, 한글날도 한가위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설레는 마음도, 이날을 누리며 기쁜 마음도, 이날을 보내면서 홀가분한 마음도, 느긋하거나 넉넉히 살필 겨를이 없구나 싶더군요. 워낙 일거리가 많다 보니 “다 끝났잖아. 얼른 가자.” 하면서 잡아끄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어린 날이 휙휙 지나가고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살림길에 곰곰이 보니 이웃나라는 ‘섣달잔치’를 으레 한 달쯤 즐기더군요. 다른 잔치도 그래요. 달랑 하루만 기리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달살림을 헤아리면서 아이어른이 함께 이야기꽃을 펴고 집살림을 추스릅니다. 우리나라도 먼먼 지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우리말 곁말 31 허벅도리 짧게 걸치는 치마라면 ‘짧은치마’이건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도무지 이 낱말을 안 싣습니다. ‘짧은뜨기·짧은바늘·짧은지름’은 그럭저럭 낱말책에 있어요. ‘깡동치마’는 낱말책에 있는데 ‘미니스커트’를 풀어내는 우리말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러던 2010년 무렵부터 ‘하의실종(下衣失踪)’이라는 일본스러운 말씨가 퍼집니다. 여러 모습을 두고두고 보다가 생각합니다. 무릎 길이인 치마라면 ‘무릎치마’요, 발목 길이인 치마라면 ‘발목치마’이고, 허벅지를 드러내는 치마라면 ‘허벅치마’로, 궁둥이를 살짝 가리는 치마라면 ‘궁둥치마’라 할 만합니다. 바지라면 ‘무릎바지·발목바지·궁둥바지’라 하면 돼요. 더 생각하면 ‘한뼘도리·한뼘옷·한뼘바지·한뼘치마’처럼 새말을 지어, 옷이 짧은(깡동한) 모습을 나타낼 만해요. ‘엉덩도리·엉덩옷·엉덩바지·엉덩치마’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이익 챙기다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었겠지만 → 덩달아 챙길 수도 있겠지만 → 더 챙길 수도 있겠지만 이익(利益) :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길미 2. [경제] 일정 기간의 총수입에서 그것을 위하여 들인 비용을 뺀 차액 3. [불교] 부처의 가르침을 받음으로써 얻는 은혜나 행복 챙기다 : 1.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갖추어 놓거나 무엇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피다 2. 거르지 않고 잘 거두다 3. 자기 것으로 취하다 얻거나 보태거나 받거나 챙길 적에 한자말로 ‘이익’을 쓰니, “이익을 챙기다”라 하면 겹말입니다. 보기글이라면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를 “반사이익일 수도”처럼 적을 노릇이요, 한자말을 안 쓰겠다면 “덩달아 챙길”이나 “더 챙길”로 손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인 까닭 말꽃삶 1 한글·훈민정음·우리말 어릴 적에는 그냥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고, 둘레 어른이나 언니한테서 들은 말을 외워 놓았다가 말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틀리거나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을 꽤 자주 읊으며 손가락질이나 놀림을 받았어요. “야, 그런 말이 어디 있니?”라든지 “내 말을 흉내내지 마!”라든지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해 봐.”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어린이는 아직 ‘말(우리말)’하고 ‘글(한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 합니다. 입으로 하니까 말이요, 손으로 적으니까 글이라고 알려준들, 적잖은 어린이가 ‘왼쪽·오른쪽’을 오래도록 헷갈려 하듯 ‘말(우리말)·글(한글)’도 헷갈려 하지요. 어른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아이가 ‘왼쪽·오른쪽’을 찬찬히 가릴 수 있을 때까지 상냥하고 부드러이 짚고 알려주고 보여줄 노릇입니다. ‘말·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하는 줄 상냥하고 부드러이 헤아리면서 느긋이 짚고 알려줄 줄 알아야 할 테고요. 그런데 우리 배움터를 보면, 예나 이제나 배움터 구실보다는 배움수렁(입시지옥) 모습입니다. 배움수렁에서는 ‘왼쪽·오른쪽’이나 ‘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2] 강가 걷기 큰딸이 집에 왔다. 해가 떨어지면 시냇가에서 뛰자고 한다. 한가위 지나면 달리기 대회에 나간다나. 요즘 뛰기에 푹 빠졌다. “엄마는 뛰지 못해” “그럼 나 뛰는 거 구경해” “그럴까” 창밖을 보니 구름이 발갛다.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건널목을 건너고 철길 건널목을 지나 골목으로 빠져나오니 냇가를 잇는 다리가 나왔다. 다리를 건너 강으로 내려갔다. 남쪽으로 가다가 돌아보니 구름이 노을을 입었다. 금빛이었다가 붉게 바뀐다. 더 붉어질까. 딸한테 말해서 길을 바꾸자고 했다. 북쪽으로 시내를 따라간다. 비둘기가 길바닥에 몇 마리 가만히 있다. 다리 밑으로 가까이 가니 포르르 날아오른다. 비둘기가 앉은 곳은 다리 바로 밑판이다. 가만가만 전봇대에 참새가 앉듯이 나란히 앉았다. 끝이 안 보였다. 아, 비둘기집이었구나. 비가 오면 어디서 쉴까. 잠은 어디서 잘까 무척 궁금했는데, 다리 밑판에서 쉬는구나. 더울 때는 시원하고 비바람을 그으면 따뜻하겠다. 내가 있어 물 먹기 좋고 햇살이 들면 풀밭에 나와 쬐기 좋고 차에 부딪힐 걱정 없어 마음이 놓인다. 따라나오길 잘했구나. 이렇게 많은 비둘기가 쉬기에는 다리 밑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1] 목소리 돌개바람이 지나간 다음날 엄마한테 전화했다. “비 피해는 …….” “그래, 괴안타. 아랫마을에 일하러 왔다. 뭐라 카노… 왜 그러노?” “갑자기 말이 안 나와 …….” “잠 안 자고 너무 공부해서 그렇다” 말이 나오지 않아서 더듬거리는데 엄마는 너무 애쓴다고 하네. 옆에 누가 있는 듯하다. 어쩐 일인지 다른 사람 들으라는 딸 자랑하는 말이네. 삼십 초 넘기지도 못하고 끊는다. 목에 가는 털이 서로 부딪치듯 작게 떨리며 간질간질했다. 나오지 않았다. 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살가죽을 당기지만 목에서 떨리며 소리를 막는다. 일어나 물을 마시지 않아서 더 그런가. 밤새 입을 꼭 다물고 자서 그런가. 일할 때는 말짱하다가 집에 와서 입을 다물어서 그런지 곁님이 전화하면 기침만 나고 말이 안 나온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이러다 목소리를 잃는가. 혼자서 ‘아아아아아’ 소리를 내지만 간질간질한 떨림이 사라질 때까지는 내지르지 못했다. 마침 집에 온 큰딸한테 말했더니, 큰딸이 유전자검사를 했단다.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발병률이 높은 암검사를 다섯 가지 해준대서 갑상선암을 받았다. 발병율이 99%라나. 어쩐다나. 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풀꽃나무 풀은 풀입니다. 풀을 ‘식물’이라 할 까닭이 없고, ‘녹색식물’처럼 알쏭달쏭하게 써야 할 일이 없습니다. 푸르게 퍼지는 숨결이라서 풀입니다. 풀하고 꽃을 아울러 풀꽃이요, 풀하고 나무를 나란히 푸나무·풀나무라 합니다. 모든 푸나무를 헤아리려면 온푸나무·온풀나무라 하면 돼요.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아우를 적에는 풀꽃나무라 하면 어울려요. 이름은 재주를 부려서 짓지 않습니다. 이름은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는 이웃빛을 헤아리면서 지어요. 좋은 이름을 붙이지 않아요. 즐겁게 생각을 지피면서 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곁에 두는 말을 추스릅니다. 대단하구나 싶은 솜씨로 엮는 말이 아닌, 수수하게 하루를 사랑하는 살림빛으로 여미는 말입니다. 들풀에 흐르는 숨빛을 읽어 볼까요. 풀빛마다 얼마나 다르게 눈부신가를 느껴요. 들풀처럼 들풀넋이 되어 우리 마음을 빛내어 봐요. 들꽃처럼 들꽃넋으로 거듭나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붙이를 하나하나 품어요. 살랑살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둘째치다 모르기에 배우겠다며 나서고, 모른다면서 안 배우려고도 합니다. 알기에 새롭게 배우려 나서지만, 안다면서 더는 안 배우려고 손사래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너머를 바라보며 사뿐히 건너가는 사람이 있고, 할 일을 젖혀놓고서 슬그머니 건너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찬찬히 마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아예 손을 놓고 몰래 넘어가는 사람이 있어요. 틀림없이 같은 말이지만, 한 끗으로 갈립니다. 스스로 서는 자리에 따라 마음이 다르고, 이 다른 마음으로 삶을 등지기도 하고 삶을 사랑하기도 합니다. 어느 길손집은 정갈하게 차린 덧살이칸을 마련하지만, 어느 길손채는 후줄그레하게 내버려둔 모둠칸을 둬요. 한터집을 꾸릴 적에는 더 마음을 기울일 노릇일 텐데, 어울칸이라는 생각을 잊는구나 싶어요. 모든 집은 우리가 누리는 마을이라는 대목을 둘째치고서 돈을 먼저 바라보는 탓입니다. 모든 말은 예부터 이모저모 헤아려서 짓습니다. 샘 같은 창자인 ‘샘창자’입니다. 하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0] 우체국 며칠 우체국에 들렸다. 일터 가는 길에 두 군데가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은 어쩐지 딱딱하다. 책꾸러미 하나를 저울에 올리고 나머지 무게가 같다고 말해도 ‘올려 주세요’한다. 나는 ‘똑같아요’ 말했다. 팔을 뻗기 귀찮은가, 말하기가 더 번거로운가. 나도 모르게 발끈거린다. 그러다가 보내는 글자루에 적힌 이름을 생각하며 꾹 참는다. 세 판쯤 이런 일을 되풀이하자 입이 거칠어질 듯해서 일터 가까운 우체국을 들른다. 예전에는 우체국 일꾼이 스스로 저울에 올렸는데, 이제는 우표값을 내는 손님이 올리라 하면서 너무 딱딱하다. 일터 곁 우체국은 군말이 없이 전화번호나 주소를 쉽게 살펴준다. 저울에 하나를 올리고 같다고 하면, 슥 쳐다보고서 그대로 받아들인다. 우체국은 똑같은 우체국일 텐데, 왜 이곳하고 저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확 다를까.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온 책꾸러미가 있다. 처음 우체국에 가져가서 책을 부칠 적에는 글자루(봉투)가 구겨지지 않게 가방에 얌전히 담아서 다루었다. 돌아온 꾸러미는 택배나 등기가 아닌 일반 우편요금으로 보냈는데, 두 이레만에 돌아온 책꾸러미는 너덜너덜 걸레가 되었다. 풀을 붙인 자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29] 맑음 ‘맑음’은 내가 나한테 붙인 첫 이름이다. 영어로 하면 닉네임일 테고, 우리말로 하면 글이름이다. 2020년부터는 내가 나한테 ‘숲하루’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맑음’이라는 글이름을 그대로 써도 되지만, 어쩐지 새롭게 둘레를 다시 바라보면서 새길을 가야겠다고 느껴서, 글이름을 새로 지으려고 했다. 처음 ‘맑음’이란 이름을 나한테 붙일 적에는 문득 마음으로 스치는 낱말을 붙잡으려고 했다. ‘맑음’이란 이름을 쓰면 스스로 맑게 살고 싶다는 꿈대로 가리라 여겼고, 맑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 스스로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느 이웃님 글을 읽는데, 글이 참 곱더라. 비단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이 쓴 글을 다 뒤지며 읽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말은 날씨를 닮았더라. 봄이기도 하다가 바다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비바람이 떠올랐다. 어느 이웃님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싹싹하게 글을 쓰고 허튼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짧게 쓴 글을 보면 섬뜩하다. 속을 꿰뚫으려고 하는지, 어쩐지 피바람이 불고 피비린내가 퍼지는 듯했다. 그분 글은 속이 메스꺼웠다. 내가 글을 잘 안다고는 보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