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값받이 나라마다 밥살림이 달라 밥짓기를 가리키는 말이 다릅니다. 밥을 하는 길도 다르고, 밥에 넣는 살림도 다르지요. 우리나라에서 누리는 ‘국’하고 ‘찌개’를 한자말이나 영어로 어떻게 옮길 만할까요? 거꾸로 한자말 ‘탕’이며 영어 ‘스튜·수프’는 어떻게 옮겨야 어울릴까요? 맞바꾸듯 쓸 수는 없을 테지만, 곰곰이 보면서 차근차근 다루면 알맞게 비길 만하지 싶어요. 때로는 수수하게 국이나 찌개이고, 때로는 조림이나 곰국이에요. 그리고 ‘맛국’처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나타내는 말입니다.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예요. 나라마다 펴는 살림길이 다르고, 겨레마다 펼치는 삶길이 다르기에, 이 다른 하루를 가만히 견주면서 새롭게 맞아들일 생각 한 줌을 천천히 내놓습니다. 값받이를 하듯 바꾸어도 될 테고, 서로 돌려서 헤아릴 만하며, 어깨동무하며 나아갈 앞길을 살피면서 여미어 볼 만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마음에 대고 물어보면 돼요. 길미가 아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작은삶 7] 떨어지다(탈락) 쪽글이 왔다. 기다리던 ‘ㅎ’이라는 알림을 보니 콩닥콩닥 뛴다. 바로 쪽글을 열어 보려다 망설었다. 붙었을까 떨어졌을까, 붙었을 테야 하는 부푼 마음이 일고서야 열었다. ‘선정 미선정’ 한 마디만 보이면 좋겠는데 글월이 길다. 쭉 읽어 보니 ‘결과 사유에서 해당사유 확인가능’ 하다는 말에 떨어졌구나. 바람 빠지듯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또 이름난 사람들이 되었겠지. 글을 쓴 지 세 해이다. 이제 ㅎ에서 내주는 예술인 증명도 받고 예술인 카드도 받을 수 있다. 예술인 카드가 있으면 재난지원금도 백만 원 타는데, 나는 아직 못 탔다. 곁님이 하는 일이 벌이로 잡혀서 그런가. 이 돈을 믿고 책값에 보태고 싶었는데 섭섭하다. 이제 또 삶글(수필) 석 자락을 올리면 이 글을 실을 자리를 주고 발표지원금을 이백만 원 준다는데 ㄱ으로 들어가니 ‘미선정’이다. 올봄에도 ㅇ에 글꾸러미를 보내 보았다. 지난달에 어찌 되었는지 알려주었다. 책으로 틀까지 잡아서 보냈는데 또 떨어졌다. 여기에 붙었다는 사람들 이름을 쭉 훑어보니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큰 상을 받은 이름난 시인들이 잔뜩 있다. 도서관에서 두 달 동안 글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6] 받은대로 갓 시집에 왔을 적에 큰시누네 딸이 열 살이었다. 조카인 셈인데, 나는 외숙모가 된다. 나를 가장 반겨준 사람이 조카 소정이가 아닌가 싶다. 편지를 꼬박 보내왔다. 외숙모를 참 좋아하는 아이처럼 느꼈다. 동생이 또 열 살이 되자 둘이 같이 편지를 보냈다. 집을 몇 군데 옮겨다니고, 우리 집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면서 소꿉만 해도 많지만, 두 아이가 보낸 편지는 서른 해도 넘었지만, 버리지 못했다. 어린 날 마음은 고스란히 제 아이한테나 둘레 사람한테 마음결이 냇물처럼 핏줄을 타고 끝없이 흐르고 돈다. 시어머니 생신날을 횟집에서 한다. 큰시누네 식구만 열이 왔다. 삼대가 온 셈이다. 밥을 다 먹고 세 아이 소꿉잔치가 있었다. 할머니한테 편지를 읽어 준다. 그리고 오누이가 장구를 치고 가야금을 튕긴다. 서로 바꾸어 또 한 판 들려주고 가장 어린 여섯 살 난 아이는 춤을 춘다. 앞에는 소정이가 앉았고 눈짓을 하면서 치고 튕기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억지로 시키지도 않고 안 하겠다고 떼도 쓰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저 어릴 적에 하듯이 자랐다. 아이들이 읽고 건네준 편지를 펼쳤다. 열세 살 아이가 쓴 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2 시골사람 낱말책에 ‘서울사람·시골사람’이 없습니다. ‘시골내기·서울내기’란 낱말이 있으니 없을 만할까요? ‘-내기’를 붙인 말씨도 퍽 쓰지만, ‘-사람’을 붙인 말씨를 훨씬 자주 쓸 텐데요. 고장이름을 붙여 ‘창원사람·화순사람’이라든지, 나라이름을 붙여 ‘네팔사람·폴란드사람’처럼 수수하게 씁니다. 이때에는 굳이 띄어쓰기를 할 까닭이 없다고 느낍니다. 붙여쓰기일 적에 알아보기 나아요. 저는 인천에서 나고자랐기에 인천사람이기도 하지만,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시골로 옮겨 꽤 오래 살아가기에 시골사람이기도 합니다. 인천에서 살 적에는 ‘골목사람’ 같은 이름을 짓기도 했습니다. 잿빛집(아파트) 아닌 골목마을에서 살았거든요. 앞으로는 숲사람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는데, 오늘 지내는 터전이 시골이다 보니, 이 시골은 어떤 자리인가 하고 되새기곤 합니다. 서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1 쪼잔이 어릴 적에 저한테 자꾸 돈을 빌리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돈을 빌려주면 갚는 일이 없는데, 안 빌려주면 괴롭히거나 때립니다. 저는 여덟 살부터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걸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모두 버스를 타지만, 저는 걸으면서 날마다 120원씩 모았어요. 그러니 이 아이는 제 길삯 120원을 빼앗으려는 셈입니다. 돈을 빼앗기다가 얻어맞다가 도무지 견디지 못하고 맞붙으며 더 얻어맞곤 했지만, 그래도 그 아이 팔뚝에서 피가 나도록 이로 깨물거나 종아리를 깨물었어요. 주먹힘이 안 되니 깨물기라도 해야 떨어집니다. “너 참 쪼잔하다. 어떻게 깨무냐?” 하는 이 아이한테 “돈을 빼앗고 때리는 너야말로 쪼잔하지! 힘없다고 괴롭히잖아!” 하고 읊고서 더 얻어맞았어요. 이러던 어느 날 이 아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기찻길 곁 가난한 집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0 ㄱ. 선한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은 선하다(善-) :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는 데가 있다 인간성(人間性) : 1. 인간의 본성 2. 사람의 됨됨이 파괴(破壞) : 1. 때려 부수거나 깨뜨려 헐어 버림 2. 조직, 질서, 관계 따위를 와해하거나 무너뜨림 반성적(反省的) :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것 사고(思考) : 1. 생각하고 궁리함 2. [심리] 심상이나 지식을 사용하는 마음의 작용. 이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직관적 사고, 분석적 사고, 집중적 사고, 확산적 사고 따위가 있다 3. [철학] = 사유(思惟) 상실(喪失) : 1.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2.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획일적(劃一的) : 1. 모두가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는 2. 모두가 가지런하게 고른 전체주의(全體主義) : [사회 일반] 개인의 모든 활동은 민족·국가와 같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하여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이 대표적이다 지적(指摘) : 1. 꼭 집어서 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 손질 집을 나서는데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직 가게에서 일할 사람을 못 찾았다. 가게에 들어서면 몇 가지 걸레부터 들고 가방을 둔다. 하루 쉰 날은 나물 손질이 많다. 잘라 놓은 양배추가 하나뿐이다. 통으로 둔 양배추 잎이 누렇다. 마르고 뜬 잎을 떼어내고 한 통을 넷으로 쪼갠다. 손님이 왔다. 칼을 내려놓고 뛰어갔다. 자른 양배추를 둘둘 감는다. 손님이 왔다. 또 뛰어가서 값을 치러 준다. 이제 긴 접시에 담아 놓은 쪽을 손본다. 늘 오른쪽부터 다듬지만, 다듬어서 가장 티가 나는 나물, 다시 말하면 가장 시들한 나물부터 손질한다. 양배추 다음은 언제나 실파를 손질한다. 누렇게 뜬 끝을 떼고 줄기가 누렇게 뜨는 잎을 떼어낸다. 손님이 왔다. 또 뛰어갔다. 다듬은 실파를 끝을 가지런히 해서 튀어나온 뿌리를 자르고 다시 그릇에 담는다. 이제 쑥갓을 꺼냈다. 두 개는 묵어서 누렇게 뜨고 시들었다. 뒤로 빼놓는다. 집에 갖고 갈 참이다. 나머지는 비닐을 뜯어내고 시들한 잎을 떼고 물을 뿌린다. 다른 쑥갓을 손질하고 물을 뿌린다. 다 다듬는 사이 물을 머금은 쑥갓은 잎이 살아난다. 나물 가운데 쑥갓은 손길이 닿는 만큼 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4 ] 다툼 우리 가게에서 나물을 손질하는데 누가 “사장님 되세요?” 묻는다.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손님인데 둘 다 모자를 쓰고 입을 가려서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왜 그러세요?” 하고 물었다. “어제, 저녁 여섯 시 조금 넘어서, 여기에서 카드를 썼는데 화면을 좀 보여줄 수 있나요?” 하신다. “네, 그러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여덟 살 딸이 독서실에서 동무와 싸웠단다. 싸운 아이 마음을 풀어 주려고 마실거리를 사주었는데, 아이 엄마는 안 먹으려고 하는 아이한테 억지로 사주었다는 말을 하더란다. 조금 속도 상하고 그 아이가 억지로 받았는지 아니면 스스로 가지고 왔는지 보고 싶단다. “아이를 봐서라도 그 아이 엄마한테 보여줄 일은 아닌 듯해요. 언젠가는 참마음을 알 거예요” 하고 얘기했지만, 아이 엄마는 속으로 울컥하는 마음을 씻지 못하는 듯하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 엄마가 왜 싸우고 얻어먹느냐고 다그치면 아이는 꾸중 안 들으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여덟에서 열 살까지는 엄마 뒷받침으로 아이들이 위아래로 선다. 엄마들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시험성적에 따라서 말발이 서거나 없다. 요즘은 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3] 나무 안아 보기 또 앞산에 가자고 한다. 나는 가보지 않은 숲으로 가고 싶은데 선뜻 간다는 말이 안 나온다. 밤이 깊었으니 갈지 안 갈지는 일어나서 어쩌기로 했다. 곁님은 멧골로 가고 나는 몽돌이 있는 바닷가로 떠날까. 살짝 생각하다가 따라나선다. 앞산은 몇 걸음 갔지만 골골이 다니지 않았으니 가자, 숲에 가면 답답한 마음이 풀어질지도, 아니야 숲 그대로 보자. 그렇지만 나무를 꼭 안아 봐야지, 혼자 흥얼거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옷을 챙겨 왔으나 우산을 쓴다. 가방이 젖지 않게 덮개를 씌우고 모자를 쓴다. 비가 가늘어 흙길에 먼지만 가라앉았다. 길이 넓고 땅이 질퍽하지도 마르지도 않아 걷기가 좋다. 한 발 두 발 딛자 가랑이에 흙이 달라붙는다. 발목 토시를 찼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처럼 토시와 모자가 축축하다. 잎이 우거진 나무 밑으로 지나면서 나는 우산을 접는다. 비옷을 입으면 덥고 우산을 쓰고 걷기에는 팔이 아프다. 이쯤 내리는 비는 맞아도 좋으리. 쉼터 하나 지나고 몸이 선뜻하니 커피를 마신다. 오르기도 앞서 꾸물꾸물하며 오른다. 커피 한 잔 마시기까지는 몸풀기인데 나는 이렇게 슬슬 놀며 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엄마아빠 5] 함박꽃 시골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마늘논 자리에 함박꽃이 피었다. 이랑마다 까만 비닐을 씌웠다. 함박꽃 가운데 몇 송이만 빼고 한가지 빛을 띤다. 붉노란 꽃잎이 큰 잎을 발라당 뒤로 펼치고 노란 속을 드러낸다. 이 꽃은 속이 훤히 보여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꽃은 피어야지만 그래도 메아리일 적에 꽃잎을 열고 나올지 궁금해서 꽃피기를 기다린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이 꽃이 이쁘기만 하다. 마을에 이렇게 큰 꽃밭이 있다니 ‘꽃이다, 와’ 거푸 놀란다. 꽃밭에 들어갔다. 한 걸음씩 다가서서 꽃내음을 맡는다. 냄새는 나지 않네. 넓적한 잎을 살포시 비벼 보고 다시 냄새를 맡는다. 꽃내음이 바람 따라 어디로 갔는지 어린 날 맡던 옅은 냄새가 콧구멍으로 몰려든다. 바람이 제법 분다. 둘레에도 꽃이 있나 휙 둘러본다. 어린 날 아랫마을을 지나 배곳 가던 옛길에 물이 흐르는 언덕에 심어 놓은 함박꽃을 늘 눈여겨봤다. 그곳 꽃은 감빛 꽃과 달리 속이 꽉 찬 엷붉은 빛을 띠고 곱다. 눈치 살피고 몇 송이 꺾어 학교에 들고 간 일이 있었다. 당번이라 선생님 책상에 꽂았지 싶다. 밭에서 키우는 꽃은 꺾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