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노인 老人 노인을 공경하다 → 어르신을 섬기다 평범하게 산 노인보다 → 수수하게 산 늙네보다 팔십 난 노인인데 → 여든 난 할매인데 / 여든 난 할배인데 ‘노인(老人)’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 ≒ 구로·기수·노창·백수·숙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늙다’나 ‘늙은이·늙사람·늙은사람·늙은내기’나 ‘늙네·늙님·늙은네·늙으신네·늙다리·늙둥이’로 손질합니다. ‘주름살·쪼글쪼글·쭈글쭈글’이나 ‘굽다·꼬부랑·꾸부렁’으로 손질할 만하고, ‘할머니·할아버지·할매·할배·할할머니·할할아버지’나 ‘어르신’으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어른·어른같다·어른답다·어른스럽다’나 ‘얼찬이’로 손질해도 되고, ‘꼬장꼬장·꼬장꼬장하다·꼬장이·꼬장질·꼬장짓’이나 ‘꼰대·꼰대질·꼰대짓’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4] 남동생 금값이 스무 해 앞서보다 여섯 곱이나 올랐다. 막내네 두 아이가 돌인데 반지 하나 못 받았다길래 한 돈 장만했다. 둘을 한꺼번에 치르자니 짐이 크지만 우리는 따로 이십만 원 더 넣는다. 하룻밤 묵을지도 몰라서 짐을 챙겼더니 가방이 무겁다. 그만 긴 끈이 뚝 떨어진다. 손잡이를 팔에 걸고 들기로 하고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거꾸로 보는 자리에 앉는다. 앞으로 달리는데 뒤로 지나가는 모습을 본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동안 천천히 달리지만 빠르다. 붉게 물든 담쟁이가 타고 올라간 높다란 담벼락을 본다. 캄캄한 굴을 지나는가 싶더니 호수가 나온다. 가까운 나무보다 멀리 있는 가을물이 든 나무가 잘 보인다. 칸칸이 물고 달리는 기차는 아늑한 쉼터 같다. 창밖을 보는 사람은 적다. 다들 고단한 몸을 쉬는 듯하다. 바퀴가 빠르게 굴러가는 쇠소리와 덜커덩 흔들리는 소리에 이따금 귀가 먹먹하다.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기차가 가운데 달리고 해와 달은 마주한다. 두 시간 달리는 기차에서 책을 읽으려 했는데, 길을 나서다가 가방 끈이 떨어지는 바람에 책을 빼놓고 나왔다. 쪽잠을 자다가 멍을 때린다. 서울길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3] 기차 탔네 기차를 탔다. 1호차이다. 타고 내리기 쉬운 가운데쯤 맡으면 좋았을걸. 차표 끊는 일이 서툴어서, 알림창에 뜨는 대로 끊었더니, 처음과 끝이다. 서울길은 첫머리에 가까운 1호차이고, 대구길은 맨 끝이다. 쭉 뻗은 곧은 줄에 처음이고 끝이 따로 있을까, 뾰족한 기차 머리를 앞과 뒤에 마주 잇대어 이쪽저쪽 한 줄만 타는 기차이다. 같이 나온 곁님은 시골로 배추를 가지러 간다. 가는 길에 배웅을 받는다. 무척 바라던 일인데, 이런 날도 있네. 이른아침에 어디로 가는 사람들일까. 타는곳에 일찍 나왔더니 한 대가 지나간다. 한쪽은 앞을 보는 자리이고, 한쪽은 뒤로 보는 자리이다. 기차도 자리처럼 맞물고 휙 지나간다. 하늘빛이 온통 뿌옇다.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숲은 가을이 깊다. 바깥 그림은 가만히 있는데 달리는 기차를 타니 누가 누구를 보는지 모르겠다. 살림집에서 작은 창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여기서는 창문을 보지 못해도 가만히 있는 곳에서는 달리는 기차를 더 잘 볼 테지. 가까운 그림은 스치고 멀리 있는 집은 천천히 스친다. 더 멀리 있는 숲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다. 오래 산 숲은 다르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2] 글손질 넉걸음 새로 낼 책을 놓고서 이제 마지막 글손질이라고 여기고 넘겼는데, 더 손질한 글월이 왔다. 어느새 넉벌이나 손질하는 글이다. 책 하나를 내는데 이렇게 또 손질하고 더 손질하고 자꾸 손질을 해야 하나? 넉벌째 손질한 글을 쭉 살피는데, 묶음표에 붙인 뜻이 틀렸다. 어머니 시골말인 ‘짜들다’는 ‘쪼들리다’가 아닌 ‘깨지다’이다. 어릴 적에 듣고 쓰던 사투리를 글에 그냥 썼는데, 다른 고장에서는 우리 어머니 사투리를 다르게 읽을 수 있구나. 미처 몰랐다. 이다음에는 먼저 묶음표에 서울말씨를 넣어야겠다. 더 손질해서 보내온 꾸러미를 새로 읽을 적마다 덜컹거리는 대목이 눈에 띈다. 막판에 더 붙이다가는 자칫 틀린글씨를 바로잡지 못한 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더 손볼 데라든지, 보태야 할 곳을 차근차근 적어 놓는다. 일을 다 마치고서 출판사로 보낸다. 이다음에 다른 책을 내놓을 적에는 글을 더 살펴서, 앞뒤로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지는지 제대로 추스르고 써야겠다. 그나저나 이 책이 곧 나오면 내 삶이 발가벗을 듯해서 이만저만 마음이 무겁지 않다. 이렇게 나를 다 드러내도 될까 콩닥이는데, 곁님이 전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1] 공해 어떤 모둠누리칸(단체 카톡방)에 몇 사람이 그림(이모티콘)을 올린다. 그런데 그곳에 올라온 글은 거의 안 본다. 나와 뚝 떨어진 이야기라 그런지 읽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하겠고, 빨간 숫자만 지우려고 열어본다. 모둠칸(단체방)은 어쩐지 새로운 ‘공해’라고 느낀다. 작은딸이 꽃잔치(결혼)를 열기에 모둠누리칸에 카톡을 보낸 일이 있다. 작은딸 꽃잔치를 기뻐해 주는 이야기를 처음 볼 적에는 반갑더니, 어느새 이것저것 파는 알림글을 나한테 아침저녁으로 몇씩 보내는 언니가 있다. 며칠 꾹 참았다. 읽어 보지 않고 알림숫자가 거슬려서 열어 보는데 밤에 또 온다. 언니는 예전에 화장품을 하다가 이제는 몸에 좋다며 다른 것도 판다. 너무 달라붙듯 사라고 하니깐 싫다. “언니, 내가 사야 할 적에 살 테니깐, 자꾸 보내지 마세요. 버거워요. 일하다가 알림소리가 나서 열어 보기도 벅차요. 좀 봐주세요.” 언니는 이 글월을 본 뒤로는 알림 카톡을 보내지 않는다. 마음이 좀 무겁지만, 말을 해야 하는 쪽이 나을 듯했다. 한쪽이 어떻게 버거운지 모를 수 있다. 어쩌다가 보내면 덜 할까 모르지만, 번거롭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그린핑거green finger 그린핑거 : x green finger : 1. a person who is a gardening enthusiast. 2. a key cultural figure of the eastside of Biggleswade, Beds 영어를 쓰는 이들은 ‘green finger’를 말할 만합니다. 우리말로는 ‘풀손가락·풀빛손가락·풀손·풀빛손’으로 옮길 만하고, ‘푸른손가락·푸른손’으로 옮겨도 어울립니다. 수수하게 ‘풀꽃돌봄이·풀꽃지기·풀돌봄이·풀지기’라 할 만하지요. ‘꽃살림·꽃살이·꽃삶’이나 ‘꽃일·꽃지기·꽃밭지기’ 같은 이름을 붙여도 됩니다. 푸른손가락이라면 들이며 뜰이며 밭을 가꾸는 손길일 테니, ‘들살림·들살이·들일·들짓기’나 ‘뜰일·뜰살림·뜰짓기’라 할 수 있어요. ‘뜰지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손길 아버지의 손길을 받으면서 → 아버지 손길을 받으면서 나의 손길을 따라 → 내 손길을 따라 누구의 손길도 없이 → 누구 손길도 없이 ‘-의 + 손길’ 얼개라면 ‘-의’를 털면 됩니다. “구호의 손길도”라면 “돕는 손길도”처럼 앞말을 고쳐씁니다. “자애의 손길은”이라면 “따스한 손길은”이나 “사랑스런 손길은”처럼 앞말을 고쳐쓰면 되어요. ㅅㄴㄹ 그런 구호의 손길도 → 그런 도움손도 → 그처럼 돕는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박노해, 느린걸음, 2005) 49쪽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한 생명의 약동이야말로 자연의 위대한 힘입니다 → 숲은 사람 손길을 거스르는 듯이 고동치는 숨결이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여행하는 나무》(호시노 미치오/김욱 옮김, 갈라파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마무리잔치 나는 나를 드러낼 적에 빛납니다. 너는 너를 나타낼 적에 빛나요. 자랑하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참된 나랑 네가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을 적에 서로 마음을 밝히면서 즐겁게 오늘 이곳에서 새길을 연다고 느껴요. 꾸미는 겉모습을 보여준다면 덧없어요. 치레하는 겉발림에 머문다면 부질없지요. 아무렇게나 혀를 놀리지 말고, 가라사대 타령을 하지 말고, 수더분하면서 수수하게 생각을 털어놓을 적에 모든 하루가 꽃잔치처럼 열리는구나 싶어요. 차근차근 수다잔치를 폅니다. 차곡차곡 노래잔치를 나눕니다. 다소곳이 마무리잔치를 하고, 도란도란 온갖 이야기가 흐르는 뒤풀이도 해봐요. 엉터리 술잔치나 뜬금없는 막말잔치는 치워요. 말 한 마디에 포근히 숨빛을 얹어서 우리 보금자리를 사랑하는 마음결을 풀어놓아 봐요. 모든 어린이가 마음껏 뜻을 펴고 이야기하는 마을이 아름답습니다. 모든 푸름이가 꿈을 속삭이고 펼치면서 흉허물없이 어깨동무하는 나라가 즐겁습니다. 말 한 마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제금나다 책을 읽을 틈이 없다면, 책을 읽을 만하게 틈을 내면 느긋합니다. 바쁘기에 틈을 내어 하루를 넉넉하게 누려요. 온누리 모든 사람은 저마다 바쁘게 마련입니다. 차분하게 하루를 돌아보면서 생각을 틔우고 마음을 가꿀 틈을 내지 않는다면, 그만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하루로 맴돕니다. 배우려고 읽습니다. 깨달으려고 읽어요. 종이에 담은 책을 읽고, 풀꽃나무란 책을 읽으며, 해바람비라는 책을 읽어요. 온누리 모든 책은 누구나 온눈으로 거듭나면서 홀가분하게 살림길을 돌보도록 이바지합니다. 씩씩하게 제금나는 길을 알려준달까요. 푸르게 혼살림을 짓는 길을 밝히는 책읽기라고 할 만합니다. 사랑스레 혼자살림을 꾸리는 하루를 들려주는 책읽기라고 해도 어울려요. 알지 못할 어려운 말을 그득 담은 책이 아닌, 멧새가 노래하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쥐어요. 끼리끼리 노는구나 싶은 수수께끼조차 아닌 메마른 말만 넘치는 책이 아닌, 어린이한테 너그럽고 이웃한테 상냥한 말씨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은삶 50] 금지령 병원에 갔다. 어제 아침에는 가볍게 몇 발짝 걸었는데 찜질을 하고 난 뒤에는 한 걸음도 걷기 힘들었다. 걸레를 짜는 듯 틀려서 딛지를 못했다. 이러다 못 걸으면 어떡하나 앞이 캄캄했다. 나을 낌새가 없다. 쪼그리고 앉은 지 꼬박 세이레, 버티다 못해 찾았다. 막상 병원에 오니 한결 나아 잘 걷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서기 힘들어 계단으로 2층을 오른다. 아홉 시가 조금 넘는데 앉아 기다리는 사람을 어림잡으니 백이 넘는다. 문 앞에 있는 간호사가 이것저것 묻는다. 내 차례가 되었다. 의사는 내가 간호사한테 말한 글을 읽는다. “3년 만에 오셨네요.” “인대가 늘어났는지 아파 딛지를 못해요.” “인대가 문제가 아니라, 그때 젊어서 65세까지 쓰라고 했는데. 안 되면 인플란트를 해야해요.” “제가 산엘 좀 다녔어요.” “산에는 절대 가면 안 되고, 수영이나 자전거 타고 판판한 길 걷기하고 몸무게가 늘지 않도록 해요.” “수영을 하니 자꾸만 쥐가 나서 그만뒀어요.” “쥐가 나면 다른 동작을 하던가 해야지.” 다른 몸짓을 하더라도 발차기는 어디든 들어가는데, 발차기를 하다 보면 쥐가 나는데. 차마 말을 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