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9 느티나무 《물에서 나온 새》 정채봉 지음 샘터 2006.9.15. 《물에서 나온 새》를 읽었다. ‘어린새’ 이야기는 봉황과 허수아비를 다룬다. 짚으로 여민 몸에 마음이 들어와서 참말로 숨결이 있기를 바라는 허수아비는 들새를 불러서 쉬라 하고, 배를 채우라 하고 싶다. 그렇지만 스스로 들판에 선 허수아비가 아닌 터라, 허름한 옷을 걸친 채 들새를 훠이훠이 쫓아야 한다. 예전에 안동 도산면에서 일하던 날을 떠올린다. 그때 내가 살던 집에서 일터 사이는 오십사 킬로미터 길이었다. 오가는 길이 꽤 멀었는데, 오히려 길이 멀기에 철마다 다른 들빛과 꽃빛을 누리기도 했다. 도라지꽃을 보고, 허수아비를 만나고, 낯선 들꽃을 보면 이름이 뭘까 하고 한참 헤아리던 나날이다. 기차가 다니는 북후면 쪽으로 오갈 적에는 으레 일찍 기차역으로 나왔다. 혼자 논두렁길을 걸으며 벼냄새를 맡았다. 봄에는 매화를 보고, 꽃이 지면 시냇물을 보고, 철길을 건너 멧비탈을 다녀오기도 했다. 일터에서는 낮밥 즈음에 슬쩍 냇가로 가서 꽃을 보았고, 저물녘에는 별바라기를 했다. 곁에 있는 느티나무한테 가서 차도 마시고 빗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8 싸우는 곳 《싸우는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김선숙 옮김 더숲 2018.10.29. 《싸우는 식물》은 풀꽃이 풀꽃 나름대로 싸우면서 목숨을 이어간다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그런데 참말로 풀꽃은 싸우면서 살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풀꽃을 바라볼 적마다, 또 풀잎과 꽃송이를 쓰다듬을 적마다 온마음이 녹고 느긋한데, 싸우는 풀꽃이라면 내 마음도 사람들 마음도 달랠 수 없는 셈 아닐까? “싸우는 풀꽃”이 아닌 “어울리는 풀꽃”이라고 생각한다. 풀꽃과 나무로서는 언제나 어울리는 길일 테지만, 사람은 마치 싸운다고 잘못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엉키거나 얽히는 뿌리는 마치 싸움질 같아 보일 수 있겠지. 그러나 서로 만나고 아끼고 돌보려고 하면서 어우러지는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운이 빠지는 일이 있어도, 대구 한복판 곳곳에서 돋는 풀꽃을 보면서 시름을 달래고 힘을 얻는다. 아무리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꽁꽁 덮어도 풀싹은 어김없이 돋는다. 아무리 자동차가 끝없이 달려도 나무는 새잎을 내고 푸르다. 《싸우는 식물》은 이래저래 풀꽃 마음으로 이야기를 여미려고 했으리라 보지만, 조금 더 풀꽃한테 다가가서,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4 손바닥 손바닥에 물을 받아 입을 헹굽니다. 낯을 씻고 몸을 씻습니다. 손바닥은 몸 끝에서 바닥 일을 해요. 엎어지면 손바닥이 먼저 달려와요. 작다고 비웃으면 뺨을 때려요. 주먹다짐하면 별이 번쩍 떠요. 궂은일로 굳은살이 돋고, 손바닥에 허물이 살아요. 손바닥은 텃밭을 일구는 내 연장입니다. 손바닥은 땀이 나도록 일을 해요. 땅바닥은 흙이 덮고 냇바닥은 물이 덮고 손바닥은 무늬가 덮어요. 나를 활짝 여는 열쇠입니다. 나를 먹여살리는 밥줄이지요. 손뼉을 치고 싶고, 받고 싶습니다. 싫으면 손사래칩니다. 잘못하면 싹싹 빕니다. 매를 맞으면 손바닥은 비손을 올려요. 눈물을 훔치면 손바닥이 가려 줍니다. 하늘을 담지 못해도 하늘을 가려 줍니다.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는 사랑손입니다. 손바닥에 떠오르는 아침해를 얹어 봅니다. 뭉게구름도 담아 봅니다. 멧바람도 담아 봅니다. 손바닥 보자기에 신바람이 춤을 춥니다. 2023.12.23.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7 자동차와 겉모습과 《천재 유교수의 생활 3》 야마시타 카즈미 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1997.1.25. 목이 아프더니 머리까지 아프고 몸살이 다시 난다. 꼬박 하루를 자다가 깨며 보낸다. 누운 채 《천재 유교수의 생활 3》을 집었다. 셋째 이야기에서 유교수는 자동차를 스스로 몰아 보겠다면서 배우는 모습이 나온다. 자동차를 떠올리다 보니, 길에서 부딪히는 온갖 일을 더 눈여겨본다. 멀쩡한 사람도 손잡이를 쥐면 어느새 마구마구 몰아대기에, “사람이 운전을 하면 무대포가 될 수 있는 줄 알게 되고, 차란 마약작용이 있는 위험한 탈것”이라고 여긴다. 걷는 쪽에서 알아서 살펴야 한다고 여긴다. 우리 집은 언제부터 자동차를 몰았는지 돌아본다. 짝꿍은 1990년부터 몰았다. 헌차를 그때 오십만 원에 장만했다. 짝꿍이 일할 적에 몰던 자동차인데, 나는 딱 하루를 타 보았다. 마침 그날 예천으로 놀러가는 길이었는데, 눈길에 먹통이더라. 그날 그 자동차는 숨을 다했고, 비로소 새차를 장만했다. 갓 살림을 차리던 무렵 다달이 내는 집삯이 후덜거렸는데, 차값으로 다달이 빠지는 돈도 후덜거렸다. 그래도 나는 큰딸을 낳고 바로 면허증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맨드리 다 자란 나무를 옮겨심으려면 삽을 씁니다. 그러나 나무를 심고 싶다면, 손가락으로 흙을 살살 걷어내고서 씨앗 한 톨을 놓은 다음 새삼스레 손가락으로 흙을 살살 덮으면 끝입니다. 다람쥐하고 새가 나무를 심는 길을 살피면 숲을 어떻게 가꿀 만한지 배울 수 있어요. 이미 이룬 숲에서 나무를 파서 옮겨도 안 나쁘지만, 덤일을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새롭게 가꿀 적에 우리 손으로 지을 만합니다. 밭수레로 땅을 갈아엎으면 손쉽게 심거나 돌보아서 거둘 수 있다지요. 그렇지만 호미 한 자루를 쥐고서 천천히 갈거나 훑을 줄 안다면, 늘 노래하며 살림을 찬찬히 북돋웁니다. 생각해 봐요. 커다란 논밭수레가 움직일 적에는 말소리조차 묻혀요. 낫을 버리고서 벼베개(콤바인)를 쓰면 아무도 말을 못 나눠요. 맨드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만든것을 쓰는 뜻도 찾아볼 노릇입니다. 그리고 누가 짜놓은 틀을 고스란히 가져다 쓰기보다는 우리 두 손을 사랑스레 움직이면서 차근차근 엮어 나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족치다 고약한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괘씸한 놈을 갈라야 할까요. 끔찍한 짓을 어떤 눈으로 달래야 할까요. 몹쓸 나라라면 우리 스스로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요. 괴롭히는 녀석은 어떻게 마주해야 하나요. 제아무리 까드락거리더라도 쳐다볼 일이 없습니다. 나쁜놈은 스스로 옳지 않은 줄 알기도 하지만, 스스로 얼마나 썩었는지 못 볼 수 있습니다. 부라퀴는 발톱을 세운 채 제멋대로 굴 텐데, 스스로 엄니를 번쩍이면서 함부로 구는 줄 모를 수 있어요. 호로놈을 족치면 볼꼴사나운 짓이 사라질까요? 망나니를 마구 두들겨패면 답치기를 걷어낼 만한가요? 막짓을 일삼는 이는 어깨띠를 하고서 우쭐거립니다. 이들은 사람을 발밑에 놓고서 웃짓을 하는데, 앞뒤를 못 가릴 만큼 마음이 텅 비게 마련입니다. 흙으로 돌아가려는 찌꺼기는 잔뜩 냄새를 풍깁니다. 지저분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런데 모든 쓰레기는 해바람비 손길을 받으면서 자잘하고 추레한 기운을 모두 내려놓아요. 파리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더듬이 발이 빠른 사람하고 느린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더듬는 사람하고 안 더듬는 사람이 있어요. 그저 그럴 뿐입니다. 글씨가 반듯한 사람하고 날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솜씨가 없는 사람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거친말하고 상냥말은 그저 다르다고 보아야 할까요? 높임말하고 낮춤말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거름이 될 똥오줌이 아닌 똥말에는 어떤 마음이 흐를까요? 쓰레말이나 자잘말은 서로 이바지할 만할까요? 하나하나 본다면, 깎음말은 남을 못 깎아요. 스스로 깎을 뿐입니다. 막말은 남을 못 뜯지요. 스스로 물어뜯는 막말입니다. 볶아대든 구워삶든 스스로 사랑이 사라지는 헛말입니다. 허튼말을 일삼는 사람은 스스로 다치고 피나면서 쓰러집니다. 거침없이 흐르는 물처럼 말을 한다지만, 사랑이 없이 늘어놓기만 할 적에는 마음으로 안 와닿아요. 더듬더듬 꼬이거나 씹히는 말이라 하지만, 사랑을 담아 펼 적에는 마음으로 스며요. 풀벌레한테는 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 변하다 變 눈이 비로 변하다 → 눈이 비로 바뀌다 / 눈이 비가 되다 왕자가 야수로 변했다 → 꽃님이 사납게 바뀌었다 / 빛님이 갑자기 무섭다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 검은빛으로 바뀐다 / 검정으로 된다 흐느낌으로 변했다 → 흐느낀다 웃음으로 변하며 → 웃음으로 바뀌며 / 웃으며 회색으로 변한 → 잿빛으로 바뀐 / 잿빛이 된 거칠게 변하다 → 거칠게 바뀌었다 / 거칠다 입맛이 변하다 → 입맛이 달라지다 / 입맛이 바뀌다 안색은 노랗게 변했다 → 얼굴빛이 노랗다 어떻게 변할지는 → 어떻게 바뀔지는 / 어떻게 달라질지는 / 어떻게 될지는 예쁘게 변했다 → 예쁘다 전쟁터같이 변하고 → 싸움터같이 바뀌고 / 싸움터같이 되고 낱말책에서 ‘변하다(變-)’를 찾아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적당 適當 주차에 적당한 공간 → 차 대기에 알맞은 곳 자신에게 적당한 일을 찾다 → 나한테 알맞은 일을 찾다 적당한 가격으로 → 알맞은 값으로 숨기에 적당한 곳 → 숨기에 알맞은 곳 / 숨기에 좋은 곳 적당한 핑계를 대고 → 솜씨 좋게 핑계를 대고 / 얼렁뚱땅 핑계를 대고 적당하게 둘러대고 → 엇비슷하게 둘러대고 / 슬쩍 둘러대고 소금을 적당히 넣어 → 소금을 알맞게 넣어 ‘적당하다(適當-)’는 “1. 정도에 알맞다 2.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알맞다·맞다·걸맞다·들어맞다’나 ‘비슷하다·엇비슷하다·들다’로 손질하면 되고, ‘잘·제때·솜씨있다’나 ‘맞추다·늦지 않다·때마침’이나 ‘다·모두·모조리’로 손질할 만합니다. ‘그런대로·그럭저럭·그냥·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낙서 落書 벽에 있는 낙서들 → 담에 있는 글 칠판의 낙서를 지웠다 → 판에 끄적인 글을 지웠다 담 모퉁이의 얼룩이며 낙서까지도 → 담 모퉁이 얼룩이며 적바림까지도 ‘낙서(落書)’는 “1. 글을 베낄 때에, 잘못하여 글자를 빠뜨리고 씀 2. 글자, 그림 따위를 장난으로 아무 데나 함부로 씀. 또는 그 글자나 그림 3. 시사나 인물에 관하여 풍자적으로 쓴 글이나 그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글·글꽃·말꽃’이나 ‘글장난·글놀이·글지랄’이나 ‘말장난·말놀이’나 ‘놀이글·장난글·장난말’으로 손봅니다. ‘깨작거리다·끄적거리다·끼적거리다’나 ‘담다·넣다·써넣다·적다’로 손볼 만하고, ‘살짝적이·적바림·남기다’나 ‘재미글·웃음글·익살글·우스개’로 손보면 되어요. ‘작은글·조각글·쪽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