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 미덕 美德 두 가지의 미덕에 대하여도 → 두 가지 아름다움도 고래로 미덕으로 여긴 → 예부터 곱게 여긴 / 예부터 참하게 여긴 ‘미덕(美德)’은 “아름답고 갸륵한 덕행 ≒ 휴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곱다·아름답다·갸륵하다’나 ‘뜻·뜻깊다·뜻있다·값·값지다·값있다’로 고쳐씁니다. ‘눈부시다·반짝이다·번쩍이다·윤슬’이나 ‘밝히다·빛·빛나다’로 고쳐쓸 만하고, ‘참하다·참빛·참길’이나 ‘착하다·좋다’로 고쳐씁니다. ‘높다·훌륭하다·우러르다·섬기다·기리다’나 ‘꽃·꽃빛·꽃길’이나 ‘길·얘기·이야기’로 고쳐써도 됩니다. ㅅㄴㄹ 진정으로 고귀한 부자는 미덕을 풍부히 갖춘 사람이며 → 참으로 빛나는 가멸님은 아름다운 사람이며 → 착하기에 참으로 빛나는 가멸님이며 《자발적 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6 낱말겨레 《우리말의 상상력 1》 정호완 정신세계사 1991.4.15. 나는 우리말을 좋아하지만, 아직 우리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우리말의 상상력 1》는 우리말이 어떻게 낱말겨레를 이루고 낱말날개가 어떠한 길을 지나는지 살핀다. 우리말 뿌리와 가지에 걸리는 말이 어떻한지 들려준다. 아기가 태어나면 알록달록 움직이는 그림을 천장에 달아 준다. 아기 이름을 부르고 손뼉을 치면, 아기는 소리 나는 쪽으로 본다. 젖을 먹는 동안 엄마 냄새와 엄마 살결을 촉촉하게 느낀다. 말이 아닌 웃음과 울음으로 말을 한다.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잡고 일어서고 걷는데 온 하루를 보낸다. 문득 이 모습이 우리한테 숱한 길을 가르치고 말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가 글을 모를 적으로 돌아가면 아름다이 글과 노래를 짓고 만날 수 있겠구나 싶다. 나는 ‘감사합니다’라 안 하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쓴다. 아직 우리말을 모르던 때에는, ‘고맙다’가 아닌 ‘감사하다’가 훌륭한 말인 줄 여겼는데, 이 책을 만난 뒤 생각해 보니, ‘고맙다’는 우리말이고, ‘감사하다’는 한자말일 뿐이었다. 우리말 ‘고맙다’ 뿌리를 살피면 어마어마한 사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3 짝 ‘짝!’ 하고 부릅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입술을 짝 폅니다. 웃는 얼굴입니다. 널방아에 얹은 널판처럼 입술이 나란합니다. 널을 놓는 방아는 짝이 있어야 타요. 한쪽이 하늘로 올라가면 한쪽은 땅으로 내려옵니다. 한쪽이 무거우면 내려오지 못 해요. 우리 다리를 볼까요. 한쪽이 나아가면 다른쪽은 슬쩍 밀어요. 걸으면 걷고, 뛰면 뜁니다. 두 발은 같은 쪽을 봅니다. 짝도 같은 쪽을 걸어요. 닿소리와 홀소리를 짝지으면 낱말을 낳아요. 가시와 버시는 아기를 낳아요. 짝이 있어 새롭게 얻습니다. 사랑은 함께 키워요. 짝사랑은 혼자 키워 외로워요. 신을 짝짝이로 신으면 뒤뚱거려요. 짝은 짝짝인 마음을 잘 짜맞추는 사이입니다. 발을 묶고도 어깨동무로 뛰어요. 붙음쇠는 같은쪽을 밀어내고 다른쪽을 당기지만, 사람은 끼리끼리 짝을 맺습니다. 물 한 방울은 마르기 쉽지만, 짝과 함께하면 냇물에 닿을 힘을 얻습니다. 2023.12.22.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책숲마실 파란바닥 ― 인천 〈모갈1호〉 우리 집 큰아이는 돌을 맞이하기 앞서 찰칵이를 손에 쥐었습니다. 한 손에는 붓을 쥐고, 다른 손에는 찰칵이를 쥐었어요. 어머니가 쥐는 뜨개바늘은 이따금 쥘 뿐, 아버지가 쥐는 찰칵이하고 붓을 으레 낚아챘습니다. 이러다가 열 살 즈음부터 찰칵이는 시큰둥하더니 거의 붓하고 부엌칼을 쥡니다. 작은아이는 찰칵이는 시큰둥한 채 뛰어놀며 자라다가 낫이랑 도끼랑 호미랑 삽을 으레 쥐더니, 어느 날부터 누나 곁에서 붓을 쥐고, 또 찰칵이를 자주 쥡니다. 작은아이도 가끔 부엌칼을 쥡니다. 우리 보금자리는 나무를 천천히 늘립니다. 나무는 서둘러 자라지 않으니 얼른 심어서 빨리 키워야 하지 않습니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도 반갑고, 열매가 없이 지나가도 고맙습니다. 나무는 늘 우리 곁에 있기에 흐뭇합니다. 한봄볕을 누리면서 인천 배다리 〈모갈1호〉로 걸어갑니다. 해는 언제나 고루 비춥니다. 어느 곳만 더 비추지 않아요. 어느 곳을 덜 비추지 않습니다. 바람도 어느 곳에나 찾아갑니다. 바람이 안 찾아가는 데는 없어요. 우리는 한겨레라고 일컫습니다. 하늘겨레이자 해겨레이고, 하나인 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책숲마실 누가 사읽는가 ― 부산 〈국제서적〉 책이란 마음을 틔우는 조그마한 씨앗이면서, 이 마음에 스스로 사랑을 심는 길을 넌지시 비추는 빛줄기인 줄 천천히 받아들였습니다. 열 살 무렵에 흰고니나 여우나 지게꾼이나 옛 시골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책이란 싱그러운 이야기샘이라고 느꼈어요. 예전에는 ‘마을책집’보다는 ‘글붓집(문방부)에 딸린 책시렁’이 흔했습니다. 어린이는 ‘글붓집 책시렁’에서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만났고, 어른은 큰책집보다는 조그마한 책집에 “이 책 좀 들여놓아 주십시오” 하고 여쭈고서 여러 날 기다린 끝에 받곤 했어요. 요새야 누리책집에서 바로바로 살 뿐 아니라, 하루조차 안 기다리고 책을 받는다고 하지만, 손에 쥐어 차근차근 넘기는 책은 빨리 읽어치우는 종이뭉치가 아니었어요.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마음을 새기고 가꾸는 빛씨앗인 책입니다. 푸름이하고 어린이는, 책을 안 사더라도 책집마실을 하는 틈을 내는 마음으로도 넉넉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요. 책시렁을 돌아보는 눈망울로도 즐겁게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푸름이입니다. 골마루를 거니는 발걸음으로도 신나게 하루를 노래할 수 있는 어린이예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책숲마실 이미 벌써 아직 ― 부산 〈학문서점〉 이미 읽은 책을 되읽습니다. 예전에는 그무렵까지 살아온 나날을 바탕으로 읽었고, 오늘 읽는 책은 오늘까지 살아낸 숨결을 바탕으로 익히는 살림입니다. 열 살에 읽은 책을 스무 살에 되읽으면 남다르고, 서른이랑 마흔이랑 쉰에 되읽으면 새롭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떻게 느꼈는지 돌아보면서 되읽습니다. 지난날 무엇을 놓쳤는지 짚고,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한결같이 바라보는 대목을 곱씹습니다. 속깊은 책이라면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얕은 책이라면 몇 쪽 넘기지 않아도 벌써 줄거리가 다 보이고 허전합니다. “나라면 이런 줄거리를 이처럼 안 쓸 텐데.” 하고도 생각하고, “나라면 이 줄거리를 어떻게 살릴 수 있나?” 하고 살핍니다. 굳이 모든 사람이 책을 쓸 까닭이 없지만, “내가 책을 쓴다면 글결을 어떻게 북돋울 만한가?” 하고 톺아보면서 더 깊고 넓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아직 안 읽은 책을 장만합니다. 앞서 읽은 책을 되사더라도 오늘 손에 쥐는 책은 ‘새책’입니다. 새책집에서도 새책을 장만하고, 헌책집에서도 새책을 사들입니다. 모름지기 모든 책은 새책이면서 헌책입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5 한 그루 나무 《식물 동화》 폴케 테게토프 장혜경 옮김 예담 2006.11.6. 풀꽃나무를 좋아해서 한 자락 두 자락 읽고 모으다 보니 풀꽃나무를 담은 책이 시렁 몇 칸이나 차지한다. 딱딱한 이야기부터 동화까지 두루 읽는다. 지지난해 여름에 《식물 동화》를 처음 읽었다. 이 책이 나올 무렵에 글쓴이는 이미 서른 남짓에 이르는 책을 썼단다. 《식물 동화》는 풀꽃나무를 약으로 쓰는 대목을 동화로 풀어냈다. 서양 풀꽃은 잘 모르지만, 열일 곱 꼭지 가운데 몇 가지는 눈에 익다. 이를테면 바질, 민트, 라벤터, 라일락, 민들레, 로즈마리는 풀잎과 꽃잎을 떠올리며 읽었다. 신선초 이야기가 남다르다. 마지막 남은 착한 마음이 샘에서 물을 길어 마시듯 착한 빛으로 살아난다고 한다. 풀꽃한테서 얻은 밝은 빛이 머잖아 아이들 웃음빛으로 이어간다고 한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적에 늘 지나가는 골목이 있었다. 우리 학년에서 키가 가장 큰 아이 집인데, 마당에 라일락이 한 그루 있었다. 보라꽃이 피는 철이면, 마을 언저리에 들어서기만 해도 라일락 꽃내음이 마을을 뒤덮었다. 그러나, 나는 라일락 냄새가 너무 짙어 썩 마음에 들지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작게 삶으로 64 풀씨로 떠나는 몸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스테파노 만쿠소 임희연 옮김 더숲 2020.11.30. 며칠 앞서 엄마 집에서 하룻밤 잤다. 아침에 아버지 무덤에 갔다. 무덤 꼭대기에 입김처럼 눈이 새집을 짓고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볼도 손도 시렸다. 이 추운 날, 길가에 돋은 쑥부쟁이꽃을 보았다. 바람에 이리저리 어지러울 만큼 흔들렸다. 쪼그리고 앉아 꽃잎을 본다. 무릎에 덮은 담요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붙었다. 내가 더 멀리 가서 떼었으면 도깨비바늘이 신이 날까. 그러나 나로서는 도깨비바늘 꿈을 물거품으로 바꾸어 놓는다. 얘들아, 그냥 여기에서 살아라. 우리 집까지 가지 말자. 우리 집은 아파트라서 너희가 뿌리내릴 데가 없어.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를 읽었다. 이 책은 우리별을 누리는 여러 풀을 다룬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짐승과 풀은 서로 다르게 산다. 풀은 풀씨로 퍼져서 온누리를 덮고 모둠살이를 한다. 도깨비바늘처럼 짐승털에 붙기도 하고, 민들레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도 한다. 또는 도토리처럼 통째로 먹히고서 먼먼 곳에서 똥으로 나와서 싹이 트기도 한다. 화산이 터진 자리에서도 풀은 살아남는 길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 쪼개다 쪼개면 작습니다. 바위가 부서지면 돌이 되고, 돌을 쪼개어 자갈에 조약돌이에요. 비바람에 부서져 흙입니다. 돌멩이가 깎이면서 모래알입니다. 말도 잘게 쪼개어 마음을 담을 수 있습니다. 모래알 같거나 바위 같아도 기쁩니다. 마음에는 크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만 키우면 큰돌처럼 무겁습니다. 기쁘면 얼싸안고 손뼉을 치고 껑충껑충 뜁니다. 겉치레를 쪼개어 내면 어느새 날듯이 가볍고 그림이 또렷합니다. 겨울 기스락을 봅니다. 모래밭으로 밀려오는 물결이 쓸고 가면서 모래알은 촘촘하고 판판합니다. 출렁이며 밀려오는 물결이 바위에 부딪치니 하얗게 메밀꽃입니다. 글도 말도 삶도 쪼개어 보면, 할 말도 많고 자잘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작은 물줄기를 따라가면 모두 다른 삶결이 만나요. 한 꼭지 두 꼭지 다시 모읍니다. 조각보를 잇대어 꾸러미로 다시 태어납니다. 쪼개고 쪼개어도 알맹이는 그대로입니다. 2023.12.20.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2 치움이 청소하는 일을 하기에 ‘청소부(淸掃夫·淸掃婦)’라고 합니다. 이 이름이 이 일을 하는 사람을 낮잡는다고 여겨 ‘환경미화원(環境美化員)’이라는 이름이 새로 생깁니다. ‘-원’을 붙이는 이름도 낮춤말이라 여겨, ‘교원(敎員)·간호원(看護員)’을 ‘교사(敎師)·간호사(看護師)’로 바꾸었어요. 이런 얼거리를 본다면 ‘미화원’ 아닌 ‘미화사’라 할 노릇이겠지요.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청소부 → 미화원 → 미화사’로 나아가면 낮잡지 않는 말이 될까요? 이름을 바꾸며 생각을 바꾸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겉이름만 바꿀 뿐, 속생각은 안 바꾸는 삶은 아닐까요? 먼저 속생각을 바꿀 적에 겉이름도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요? 1990년대 첫머리를 떠올립니다. 그무렵 ‘도움이(도우미)’라는 이름이 갑자기 태어났어요. 대전에서 세계박람회를 연다며 ‘자원봉사자’나 ‘안내원’ 일을 하는 이한테 ‘도우미’라는 이름을 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