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7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박보나 바다출판사 2019.3.11.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박보나, 바다출판사, 2019)를 읽었습니다. 차리는 대로 태어나는 길이란 무엇인가를 들려주는구나 싶은데, ‘차림’이란 ‘차리다’요, ‘참으로 가는 결’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참빛으로 이루는 매무새’인 ‘차림·차림새’가 아닌 ‘꾸밈’으로 기우는 ‘겉·멋·치레·허울’이기 일쑤입니다. 숱한 ‘문화·예술’은 이른바 ‘태도’라는 겉옷을 입어요. 옷차림이나 몸차림을 다스리는 일은 틀림없이 안 나쁩니다만, 나은 길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겉모습이나 겉빛으로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거나 숨을 쉬지 않아요. 속살로 밥을 받아들이고, 속알로 물을 맞아들이고, 속빛으로 숨결을 밝혀요. ‘차림’으로 나아갈 줄 안다면, 말차림이며 글차림을 살피리라 생각해요. ‘참다운 차림빛’을 바라보려 한다면, 우리 숲에서 태어난 살림말로 뜻을 펴고 길을 밝히며 사랑을 여는 어깨동무를 이야기로 여밀 줄 알리라 봅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책입니다. ㅅㄴㄹ 방생하여 그 개체수를 늘리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 풀어놓아 늘리는 일을 해왔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70. 눈가루공 눈은 굴려서 눈사람을 빚는다. ‘굴리다·빚다’라는 낱말을 써야 알맞으나, 요새는 “눈사람을 만들다”처럼 잘못 쓰는 말씨가 확 번졌다. “공장에서 똑같이 뚝딱 만들어 내놓는 눈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만들까? 눈을 굴려 눈뭉치나 눈덩이를 빚는다. 그렇지만 ‘스노우볼’이라고 애써 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리고 눈가루나 눈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을 담은 조그마한 공이나 노리개도 ‘스노우볼·스노볼’이라 하더라. 눈가루가 날린다면 ‘눈가루공’일 텐데. 눈꽃가루를 바라본다면 ‘눈꽃공’일 텐데. 눈가루공 (눈 + 가루 + 공) : 눈이 가루나 꽃처럼 날리는 듯하는 모습을 속에 담은 공이나 노리개. (= 눈공·눈꽃공. ← 스노볼·스노우볼snowball) 71. 엇빛 찰칵찰칵 찍을 적에는, 찍히는 사람이나 모습이 빛을 마주보아야 잘 나온다고 여긴다. 찍히는 뒤쪽에서 빛이 들어오면 어긋난다고 여긴다. ‘앞빛’일 적에 찰칵찰칵 찍기에 좋고, ‘뒷빛’일 적에는 아무래도 찍기에 나쁘다. 엇나가는 뒷빛일 테니 ‘엇빛’이라고 할 만하다. 엇빛 (엇 + 빛) : 어긋나는 빛. 어긋나게 들어오는 빛. 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잘코사니 와당탕 넘어졌는데 잘코사니라며 웃는 사람은 살갑지도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며 일으키니 고맙습니다. 우리가 서로 빛이라면, 누가 아프거나 다칠 적에 걱정없이 털고 일어나도록 곁에서 북돋우는 사랑일 테지요. 사랑으로 짓는 꿈이라면, 삿대질도 꾸지람도 아닌 서로 잘되면서 따뜻하게 토닥이는 길로 가리라 생각합니다. 늘기쁨으로 마주하는 사이일 적에 아늑합니다. 뭇기쁨으로 만나는 오늘이니 오붓합니다. 너는 꽃이고 나는 꽃바람입니다. 나는 무지개이고 너는 무지개날입니다. 휘파람을 불며 어깨동무를 합니다. 넉넉히 웃으면서 윤슬을 환하게 지켜봅니다. 하하호호 웃음물결이 신바람을 타고서 온누리를 즐겁게 어루만져요.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달콤하게 수다판을 이루면서 두런두런 잔치입니다. 호강을 바라기에 돕지 않습니다. 가벼운 종이를 맞드는 보람이란 다함께 좋은일을 맞이하면서 곰살갑게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배부르게 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잠자리 몸을 섞기에 사랑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둘이 같다면 굳이 다른 낱말을 쓰지 않아요. 살을 섞거나 안는 몸짓을 넘고, 달콤하게 느끼는 자리를 넘어, 오롯이 한동아리로 흐르는 길이기에 사랑이라 합니다. 사랑은 늘 사랑이기에 따로 사랑질이나 사랑짓이라 하지 않아요. 사랑놀이라고 말할 적에도 사랑하고는 멉니다. 생각해 봐요. ‘눈먼사랑’은 사랑일 수 없습니다. 사랑에는 미운사랑도 좋은사랑도 없습니다. 언제나 그대로인 숨결이기에 사랑입니다. 한이불이나 잠자리를 넘는 마음을 헤아립니다. 하룻밤으로 그치는 삶이 아닌, 새롭게 숲빛으로 어울리는 나날을 돌아봅니다. 뒹굴다 사라지는 불쏘시개가 아닌, 고이 품고서 언제까지나 빛나는 길을 살핍니다. 스님채에 깃들어 마음을 다스리는 사랑이 있고, 또래나 동무를 마음으로 아끼면서 피어나는 사랑이 있어요. 사랑은 순이돌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아이어른 사이에도 사랑이 있고, 풀꽃나무나 들숲바다하고 어우러지는 자리에도 사랑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고루터 이제는 배움터(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더 배우기에 더 똑똑할 만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만큼은 더 배움터를 다닐수록 동무끼리 괴롭히기 일쑤요, 마침종이(졸업장)를 내세워 이웃을 억누르는 바보짓을 일삼기도 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와 짓밟을 무렵 힘바라기(권력 추종)를 하며 빌붙은 이들은 하나같이 ‘배움터를 오래 다닌 먹물’입니다. 글을 더 익힐수록 나눔터를 열거나 고루터를 이루려는 마음보다는, 어쩐지 이녁 한몸을 건사하려는 마음이 크구나 싶어요. 배움터란 배움살림이어야 할 텐데, 우리는 살림이 아닌 부스러기(지식)에 사로잡힙니다. 열린누리로 뻗는 배움길이 아닌, 셈겨룸(시험)을 거쳐 서로 때리고 물어뜯으면서 혼자 살아남으려는 다툼판이 불거져요. 마루를 잊으며 잃은 탓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드나들고 누구나 오가는 열린자리인 마루가 사라지고 ‘거실·리빙룸’ 같은 바깥말에 휩쓸리면서, 트인 마당도 잊고 말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난무렵 늦가을에 귀를 기울이면 이제 풀벌레노래는 사그라들지만, 한 해 내내 울리는 참새노래가 있고, 숲에서 찾아드는 멧새노래가 물결을 칩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새노래를 몸에 담고 마음에 싣습니다. 즐거이 흐르는 노래를 차곡차곡 쟁이면 오늘 하루는 언제나 첫날입니다. 모든 하루가 난날이에요. 동이 틀 무렵에는 늘 제 난무렵을 떠올립니다. 몸나이를 따지지 않아요. 마음빛을 그동안 어떻게 달래면서 밑절미로 다스렸는지 생각합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을 되새기고, 살림을 짓는 밑동을 그립니다. 늦가을까지 풀벌레가 들려준 노래는 바람에 띄워 저 추운나라로 보냅니다. 늦가을부머 봄까지 텃새랑 철새가 갈마들며 들려줄 노래는 별빛으로 옮겨 이웃고장이며 이웃나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팔매금처럼 부드러이 날아가겠지요. 서로 난해달날은 잊고 모든 날이 첫때인 줄 느끼면서 기쁘게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물감판에 물감을 개서 종이에 그림을 얹기도 하지만, 눈을 밝혀 마음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0 언손 물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던 물방울이 얼어붙습니다. 옆칸에서는 찬바람이 나옵니다. 한자리에 서서 나물을 만지면 손이 시리고, 무를 싸던 손바닥이 얼얼합니다. 호호 입김으로 손바닥을 녹이고 손등을 비비고 볼에 댑니다. 겨드랑에 손을 넣고 오금에도 찔러서 녹입니다. 차가운 손을 짝꿍 목덜미에 쑥 집어넣어 놀래킵니다. 어린 날에는 못에 낀 얼음을 깨고 말을 건졌어요. 눈밭에서 썰매를 타고 미끄럼발도 탔고요. 들녘에서 연을 날리고 눈사람을 굴리고 눈싸움을 하다가 처마에서 고드름을 따면 두 손이 벌겋게 얼어요. 화끈거리고 얼얼하고 가려워 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해요. 아랫목에서 손을 녹여요. 할아버지 불담이불을 쬐고 모닥불에 녹여요. 이윽고 뜨개실과 코바늘로 벙어리손끼개를 짜는데, 그래도 엉덩이 밑이 가장 따뜻해요. 손이 얼며 뛰어놀았고 손이 어는 줄 모르고 일합니다. 몸은 걸어다니는 구들입니다. 2024. 1. 30.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78 나비물 《아나스타시아 1》 볼라지미르 메그레 한병석 옮김 한글샘 2021.1.25. 《아나스타시아 1》를 읽는다. 열 자락 가운데 둘째와 여섯째를 먼저 읽었다. 이제 첫째를 읽어 본다. 《아나스타시아》는 우리가 잃어버린 길과 마음을 짚는다. 첫째, 우리는 꿈을 잃었고, 꿈을 잃었기에 숲을 잊어버리는데, 숲을 너무 오래 잊은 채 등지다 보니 숲을 나란히 잃었다. 둘째, 우리는 사랑을 잃었고, 사랑을 잃었기에, 입으로는 사랑타령을 하고 몸을 섞지만, 정작 사랑이 아닌 사랑 흉내에 그치는 탓에, 아이들이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지 못 한다. 이 책은 아주 쉬운 이야기를 부드럽게 들려준다. 얼핏 나무라는 듯 보이지만, 곰곰이 새기고 보면 나긋나긋하게 달래면서 알려주는 길잡이 같다. 이 길잡이란, 옛날부터 모든 엄마아빠가 해온 일이겠지. 사랑으로 집을 짓고, 사랑으로 밥을 짓고, 사랑으로 옷을 지어, 사랑으로 한 집안을 이룬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어른들은 기쁘게 일한다. 이런 곳은 언제나 숲 한복판이거나 곁이었다. 손수 집과 밥과 옷을 짓는 터전은 내내 숲이었다. 사랑으로 짓고 돌볼 적에는 아플 일이 없다. 사
[ 배달겨레소리 관리자 글님 ] 굴림대 : (이름씨) 무거운 몬을 옮길 때 그 밑에 깔아 굴리는 둥근 나무. 굴림방 : (이름씨) 다달이 돈을 내고 남집에 오래 머물면서 먹고자고 하는 일. 또는 그 집. ←하숙. 굼뉘 : (이름씨)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이는 큰 물결. ㉥밀물과 썰물이 갈마드는 까닭으로 굼뉘가 생긴다. 굴레미 : (이름씨) 나무로 만든 수레바퀴. ㉥땅이 고르지 않아 소달구지 굴레미가 몹시 흔들린다. 굴리개 : (이름씨) 동글넙적한 널 두 쪽 사이 굴대에 실 한쪽 끝을 묶고 다른 쪽 실 끝을 쥐고 오르 내리게 굴리는 장난감. ←요요. 굴렁쇠 : (이름씨) 아이들 놀잇감으로 쇠붙이나 대나무로 만든 둥근 테. 굴렁대나 쇠꼬챙이로 밀어 굴린다. 굴대 : (이름씨)두 수레바퀴 한가운데 구멍에 끼우는 긴 막대. 굴대받이 : (이름씨) 돌뮘이나 곧금뮘을 하는 굴대를 받치는 것. ←베어링. 굴뚝같다 : (그림씨) 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세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차마 입을 못 열었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9 서툴다 조금만 바꿀 뿐인데 얼굴빛이 따뜻하게 보입니다. 아니, 마음을 바꾸면 얼굴빛도 매무새도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서툴지만, 스스럼없이 하면 늘 새롭게 배우면서 씩씩합니다. 입술을 바르고 볼을 하얗게 발라야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맨낯으로 해를 보고 바람을 쐬고 물로 씻을 적에 튼튼하면서 싱그러워요. 생각해 보면, 얼굴을 꾸미느라 품을 안 들이니, 마음을 가꾸는 일에 품을 들일 만합니다. 옷을 곱게 차리는 데에 마음을 안 기울이니, 일손이 좀 서툴더라도 언제나 즐겁게 배울 만합니다. 섣불리 나서니까 서툴어요. 서툰데 밀어붙이니 싸워요. 싸우니 시끄러워요. 아직 잘 모르니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배워요. 하나씩 배우니 천천히 가닥을 잡아요. 하고 해보고 다시 하는 동안 손발을 맞추고, 마음에 담을 생각을 북돋웁니다. 물이 흐르듯 말을 하고 싶고, 물빛으로 말빛을 돌보고 싶습니다. 2024. 01. 0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