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흥미 까투리 장끼는 새끼랑 놀고 암제비 수제비 하늘 가르는 앵두나무 푸른잎 싱그러운 한봄 개미집이 부쩍 크고 벌집도 자꾸자꾸 크는 오동나무 큰잎 시원스런 한여름 무화과알 까마중알 감알 깨 고추 콩 나락 그득한 잣나무 바늘잎 짙푸른 한가을 철맞이 누리면 재미있어 새노래 매미노래 구성져 한겨울에 날개 띄우자 눈꽃송이 신나게 받고 놀자 ㅅㄴㄹ ‘흥미(興味)’는 “흥을 느끼는 재미”라 하고, ‘흥(興)’은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라는군요. 우리말로 하자면 ‘신·신명·신바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신명·신바람’은 “시원한 빛”입니다. 시원하게 틔우는 빛이고, 시원하게 일어나는 빛이에요. ‘신’은 ‘시’가 말밑이고, ‘심(힘)’하고 말뿌리가 닿습니다. ‘심’은 ‘심다’하고 맞물리며, ‘심·심다’는 ‘씨·씨앗’하고 얽히는 낱말이지요. 씨앗을 심어서 기르듯 올라오는 힘이 빛나기에 ‘신·신명·신바람’이랍니다. 그래서 신나게 노는 동안 즐겁거나 재미있다고 느껴요. 신바람을 내니 새롭고 싱그럽습니다. 어떤 마음을 심으면서 천천히 올라오는 심(힘)인 ‘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최고 하늘은 얼마나 높아야 하나? 땅은 얼마나 깊어야 하지? 하나가 높을수록 하나가 낮아야 한다 하나를 올릴수록 하나를 내려야 하지 개미한테도 나한테도 하늘은 그저 하늘 독수리한테도 너한테도 구름은 줄곧 구름 노을처럼 노래하며 간다 너울처럼 놀며 어울린다 가장 높으려는 허울 벗고서 가벼이 놓으며 하늘빛으로 ㅅㄴㄹ 누구를 높이면, 둘레에 누구는 저절로 낮추게 마련입니다. 높낮이나 앞뒤를 따지면, 첫째나 으뜸 둘레에 막째나 꼴찌가 있습니다. ‘최고(最高)’는 “1. 가장 높음 2. 으뜸인 것. 또는 으뜸이 될 만한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첫째나 으뜸이란 자리가 나쁘지 않다면, 막째나 꼴찌라는 자리도 안 나쁘겠지요? 그저 자리를 갈라 놓을 뿐이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이웃나라를 보면, 으레 첫째나 으뜸만 눈여겨보거나 치켜세웁니다. 다들 첫째나 으뜸이 되려고 자꾸 겨루거나 싸우거나 다퉈요. 함께 걸어가는 길이나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살이가 아닌, 혼자만 떵떵거리려는 굴레 같습니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살아가며 철마다 다르고 달마다 다르며 날마다 다른 풀꽃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3 곁말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 최종규 글 숲노래 기획 스토리닷 2022.6.18.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을 읽었다. 이 책은 두 갈래 글길로 이야기를 담았다. 앞쪽에는 우리말 이야기를 꼭지마다 열여섯 줄로 풀이를 한다. 뒤쪽은 넉줄꽃(사행시)을 노래한다. 넉줄꽃은 노래 같다. 가락이 흐른다. 넉 줄로 끊어서 쓴 글이지만, 줄줄이 읽으면 판소리처럼 길게 이어간다. 《곁말》을 쓴 분은 자가용을 안 몬다고 한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한다. 버스나 전철을 타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더러 보았어도, 걸어다니면서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니 유난하다. 나는 자가용을 몬다. 내가 차를 몰면 멀미를 안 하지만, 남이 모는 차를 타면 멀미가 난다. 그래서 나는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는 책읽기를 어림도 못 한다. 요즘도 내 차를 스스로 몰지 않고서 다른 사람이 모는 차를 얻어타고서 멀리 가야 하면 멀미약을 한 알 먹는다. 의성읍에서 살며 안동으로 일하러 다니던 스물두 살 무렵을 떠올려 본다. 벌써 서른 해가 훌쩍 지나간 옛일인데, 한창 젊던 스물두 살에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62 쪽종이에 쓰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권진옥 한문화 2000.6.20. 다섯 해 앞서 2018년에 어느 도서관에 가서 글쓰기 강좌를 두 달 들은 적이 있다. 두 달이 다 지날 무렵에 책나눔을 하였다. 이때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챙겨 온 분이 있었고, 내가 이 책을 받았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십 분 동안 멈추지 말고 그대로 쓰라는 대목이 나온다. 요즘 어느 시쓰기 강좌를 가 보았는데, 그곳에서는 ‘무의식 글쓰기’를 한다. 종이를 나누어 주고서 십 분이나 십오 분 동안 글을 쓰라고 한다. 멈추지 말고 그대로 쓰라고 한다. 쓴 글을 되읽지 말고 지우지도 말라고 한다. 그저 쭉쭉 쓰라고 한다. 시쓰기 강좌에서 딱 한 번 십 분 글쓰기를 했다. 딱 하루를 써 보았지만 나로서는 버거웠다. 요즘은 글을 종이에 쓰지 않고 글판을 두드려서 쓰는데, 종이에 무얼 쓰자니 어려웠다. 머리가 지끈거려 그저 눈을 감은 채 시간만 보내었다. 사전을 쓰는 이웃님 한 분이 대구에 올 일이 있다고 해서 만나서 글쓰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분은 십 분도 십오 분도 아닌, 오 분만 쓰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 풀꽃 풀은 철마다 푸르게 자랍니다. 오늘은 다리를 지나면서 냇가를 바라보았습니다. 큰물에 말끔히 쓸려간 듯 자갈밭을 이루는 밭둑을 봅니다. 아직 겨울이라 풀이 돋지는 않습니다. 곧 봄을 맞이하면 푸릇푸릇 풀이 올라올 테지요. 풀은 작지만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겨울이 가라앉을 무렵에 돋는 냉이를 비롯한 봄맞이풀을 보며 설렙니다. 풀이 돋는 곳에는 꼭 꽃이 있습니다. 먼저 줄기가 나오고, 잎이 퍼지면서, 꽃이 핍니다. 언제나 ‘풀’이면서 ‘풀꽃’입니다. 모든 풀은 꽃을 품은 푸른빛입니다. 나는 이 풀꽃을 좋아합니다. 나는 이 풀꽃이 퍼뜨리는 작은 풀씨를 좋아합니다. 풀꽃을 닮은 우리말을 좋아합니다. 봄볕을 머금고서 온누리를 푸르게 덮는 풀꽃처럼 우리가 쓰는 말도 푸르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풀 한 포기는 굳이 꾸미지 않으면서 싱그럽듯, 꾸밈없이 쓰는 우리말도 아름답습니다. 2023.12.20. 숲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44. 돌봄칸 아픈 사람이 퍼집니다. 불길처럼 번집니다. 곳곳에서 앓기에 ‘돌림앓이’라고 합니다. 돌고도는 아픈 눈물은 무엇으로 달랠까요. 비가 주룩주룩 내려 씻어 줄까요. 바람이 싱싱 불어서 보듬어 줄까요. 비가 뿌리고 바람이 스친 하늘은 파랗습니다. 비바람이 훑은 뒤에는 한결 상큼하면서 맑은 날씨로 갑니다. 어느 무엇으로도 비바람처럼 맑으면서 싱그러우면서 고우면서 파랗고 푸르게 달래듯 씻어 주지는 못하는구나 싶어요. 우리 삶터에 아픈 사람이 사라지고 앓는 사람도 기운내어 일어나도록 하자면, 틈틈이 비바람이 찾아들어 온누리를 어루만져 줄 노릇이지 싶습니다. 돌림앓이 요사이는 ‘병(病)’이란 말을 흔히 쓰고, ‘병원’이란 이름을 붙이며, 이곳에는 ‘병실’이 가득합니다. 이 땅에서 ‘병’이란 한자를 쓴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참으로 오래도록 이 땅에서 쓰던 말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프다’요, 둘은 ‘앓다’입니다. 몸이 다칠 적에 ‘아프다’라면, 몸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움직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안 깊은 갖고 있는 모양 모양(模樣) : 1. 겉으로 나타나는 생김새나 모습 2. 외모에 부리는 멋 ≒ 모상 3. 어떠한 형편이나 되어 나가는 꼴 4. 남들 앞에서 세워야 하는 위신이나 체면 5. 어떤 모습과 같은 모습 6. 어떤 방식이나 방법 7. 짐작이나 추측을 나타내는 말 겉에 있지 않은 마음입니다. “마음 안에 있다”가 아닌 “마음에 있다”처럼 적어야 알맞습니다. “깊은 노래 우물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는 “노래 우물이 깊은 듯합니다”나 “노래 우물이 깊구나 싶습니다”로 고쳐씁니다. ‘ㄴ’을 잘못 붙이면 옮김말씨이고, ‘-고 있다’느 옮김말씨에 일본말씨예요. ㅅㄴㄹ 마음 안에 엄청나게 깊은 노래 우물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 마음에 있는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은 듯합니다 → 마음에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구나 싶습니다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백창우, 보리, 2003) 45쪽 ㄴ. 법치주의 확립된 사회 평탄 것 식구(食口) : 1.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2.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법치주의(法治主義)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큰 책임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온실가스(溫室gas) : [지구]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산화 탄소, 메탄 따위의 가스를 말한다 배출(排出) : 1. 안에서 밖으로 밀어 내보냄 2. [수의] 동물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여 항문으로 내보내는 일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책임(責任) :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 책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 뜨겁게 나오는 김이라면 ‘더운김’으로 여길 만합니다. 우리 삶터에 먼지처럼 나오는 김이라면 ‘먼지김’이라 할 만하고요. 서울은 우리나라 큰고장 가운데 가장 매캐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살되, 가장 어지럽고 가장 기름이며 물이며 돈을 많이 쓰는 데가 서울입니다. 서울이야말로 먼지김을 내쁨은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내일의 피로 예정되어 있 행복감 차 있었 내일(來日) : 1. 오늘의 바로 다음 날 ≒ 명일 2. 다가올 앞날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예정(豫定) :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하거나 생각함 행복(幸福)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감(感) : ‘느낌’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이튿날 고단하거나 힘들 수 있어요. 오늘 너무 힘을 쓴 탓에 다음날은 버겁거나 고될 수 있습니다. ‘행복감’처럼 붙이는 ‘-감’은 군더더기입니다. 즐겁거나 기쁘다고 말할 적에는, 이미 어떤 ‘마음’이거나 어떻게 ‘느끼’는가를 밝히거든요. “-어 있다”는 얄궂게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ㅅㄴㄹ 내일의 피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행복감으로 차 있었다 → 이튿날은 고단하겠지만 마음은 즐겁다 → 다음날은 고될 테지만 마음은 기쁘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9쪽 ㄴ. 대신 국민들의 영원한 謝意 선물 대신(代身) : 1.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2.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66. 나래꽃 ‘우표(郵票)’는 일본이 만들어서 우리나라에 퍼뜨렸다. 우리나라로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거나 짜거나 짓기 어렵던, 아니 모조리 이웃나라한테서 받아들여서 써야 하던 지난날이었으니 어쩔 길이 없었으리라. 일본사람이 지어서 퍼뜨렸기에 안 써야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본을 안 거치고서 ‘postage stamp’나 ‘stamp’를 곧바로 받아들여서 나누려 했다면 어떤 이름을 지었을까? 아무래도 1884년에는 한자를 썼을 만하지만, 글월을 글자루에 담아 띄울 적에 “훨훨 날아간다”는 뜻으로 ‘나래·날개’ 같은 낱말을 살려썼을 수 있다. 글월을 ‘보내다’라고만 하지 않고 ‘띄우다’라고도 하기에, ‘띄우다 = 날려서 가다’라는 얼거리를 돌아볼 만하다. 글월을 띄우는 값을 미리 치러서 붙이는 종이는 작다. 테두리가 오돌토돌하다. “작은 종이꽃”으로 여길 만하다. “날아가는 작은 종이꽃”이기에 ‘날개꽃·나래꽃’처럼 새롭게 가리킬 수 있다. 어느덧 ‘우표’를 쓴 지 한참 지났어도, 우리 나름대로 새길을 찾는 새말로 새꽃을 피울 만하다. 날개꽃 (날개 + 꽃) : 글월을 부칠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