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7 《오른손에 부엉이》 다테나이 아키코 나카반 그림 정미애 옮김 씨드북 2021.6.23. 《오른손에 부엉이》(다테나이 아키코/정미애 옮김, 씨드북, 2021)를 읽었습니다. 아이하고 어른·어버이가 서로 어떤 사이로 지낼 적에 서로 보금자리를 이루면서 마을이 아늑할까 하는 실마리를 잘 들려주었구나 싶습니다. 어린이는 집에서 얼마든지 느긋하게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어버이가 집에서 함께 배우고 같이 살림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밑바탕으로 둘 노릇입니다. 어린이를 배움터(학교)에 넣기만 한대서 아이들이 배우지 않습니다. 틀에 맞추어 따박따박 외우도록 내모는 배움틀이라면, 아이들은 골이 아프고 벅차고 힘들게 마련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어린이는 놀 틈을 누려야지요. 책을 펴서 배우기도 해야겠습니다만, 먼저 집안일을 거들 줄 알아야겠고, 집살림을 거느리는 길도 차근차근 익혀야지요. 집안일하고 집살림을 등진 채 머리에 부스러기(지식)만 잔뜩 집어넣으면, 어느새 애늙은이처럼 시들고 말아요. 왼쪽하고 오른쪽이 오래도록 헷갈릴 수 있습니다. 내가 선 자리에서 보면 왼쪽이지만, 나를 보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에서 짓는 글살림”은 숲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시골자락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길에 새롭게 맞아들여 누리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43. 수수께끼로 배우는 삶말 수수께끼란 무엇일까요? 한자말로 비겨 본다면 ‘비밀·정체불명·불가사의·불가해·원인불명·비결·미궁·오리무중·미로·난맥·묘하다·신묘·신비·신기·의문·미해결·미제·형이상학·기이·기묘·기상천회·오묘·괴상·괴이·비정상’이기도 합니다. 영어로 비겨 본다면 ‘퀴즈·미스터리·베일·퍼즐’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한두 가지 뜻풀이로 ‘수수께끼’를 바라볼 수 있으나,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말 그대로 수수께끼가 되어 도무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는 수렁이나 바다밑으로 풍덩 빠져든다고 할 만해요. 얼핏 단단해 보여. 아마 딱딱해 보이지. 어쩌면 튼튼해 보이고. 그런데 무척 부드럽지. 모래를 품었지. 흙을 품었어. 뜨거운 불길을 품었고. 비바람 듬뿍 담았어. 눈을 감고 돌아다녀. 조용히 온누리를 돌아. 묵직한 몸을 두고 다녀. 그저 마음으로 날지. 너희는 날 다리로도 삼고. 디딤자리로도 삼고. 집으로도 삼지. 무덤으로도 삼더라. (수수께끼 001) 2020년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57 가을 감잎 《토리빵 2》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 커뮤니케이션즈 2011.3.5. 《토리빵 2》을 보면 처음에 감잎이 나온다. 다시 보아도 참 곱다. 감잎은 붉은빛이 가장 돌 적에 곱다고 느낀다. 푸릇하던 잎이 발갛게 물들면서 새롭게 오는 철을 알려주는 듯하다. 올해는 감잎에 홀딱 반했다. 곱게 물든 가랑잎을 책에 끼워 놓으면 이내 바랜다. 단풍나무잎만 붉은 그대로 있지만, 여느 잎은 노랗고 빨갛게 곱던 잎이 흙빛이 되더라. 감잎을 몇 군데서 땄다. 팔공산에서 만난 감잎은 크고 아직 푸릇했다. 팔공산 미술관 옆 빈터에 감나무 한 그루 있는데, 잎이 손바닥보다 크고 붉게 물들었다. 몇 자락을 땄다. 계명대 뜰에서 만난 감나무는 잎이 몇 안 남았는데 가장 빨갛게 물이 들었다. 팔이 닿는 데까지만 감잎을 따 보았다. 《토리빵 2》을 읽다가 큰아이 어린 날을 떠올린다. 세이레 동안 젖을 먹이고서 시골집에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갔는데, 큰아이는 시골집에서 걸음마을 뗀 뒤로는 닭하고 오리하고 놀았다. 등겨를 떠서 부어 주면, 닭은 한쪽으로 몰려서 우리 딸을 지켜보곤 했다. 시골을 가까이서 보며 자란 큰딸인데, 이젠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56 시골로 떠난 서울사람 《머리를 자르러 왔습니다 1》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9.8. 요즘은 시집보다 만화책에 흠뻑 빠진다. 엊그제 《머리를 자르러 왔습니다 1》를 읽었다. 도무지 알아듣기 어려운 요즈음 시보다는, 이름난 시인을 흉내낸 듯한 시보다는, 우리 삶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만화책에 끌린다. 만화책 《머리를 자르러 왔습니다 1》에는 ‘혼자살기’에 익숙한 젊은 아버지가 나온다. 이이는 사랑하는 짝을 만나서 도쿄에서 함께 살아왔지만, 둘이 일구는 삶을 짊어지지 못 하고 달아나려고 했다. 짝도 마주하지 못 하고, 아이도 바라보지 못 하는 채 살던 젊은이는 도쿄를 떠나 작은 섬마을로 삶터를 옮긴다. 아이는 젊은 아버지를 따라 섬마을로 터전을 옮긴다. 그러니까 서울(도쿄)에서 달아나 시골(섬)에서 새터를 일구려고 하는 줄거리를 다루는 만화책이다. 번듯번듯하고 숨을 쉴 틈이 없이 빽빽한 서울을 떠난 두 사람(아버지와 아들)은 낯선 시골(섬)에서 모든 것이 어렵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젊은 아버지는 더더욱 벅차다. 그러나 어린 아들은 말없이 아버지를 이끌고, 천장이 뚫린 허름한 시골집이 오히려 둘이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55 겉모습이 아닌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이용숙 옮김 워즈덤하우스 2001.10.20. 《책상은 책상이다》를 다섯 해 만에 다시 읽는다. 이 책은 동화라고도 하는데, 동화가 맞나 갸우뚱해 본다. 그러나 1969년에 처음 나온 글이니, 그무렵에는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동화로 읽힐 수 있었는지 모르지. 얼핏 점잖은 체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얼핏 다 알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있는 듯 꾸미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가만히 보면, 《책상은 책상이다》에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다. ‘안다’고 여기는 길이 참말로 ‘안다’고 할 수 있는지 모두 허물고서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 줄거리 같다. 우리 가게는 아침 일곱 시 반에 열고 밤 열한 시 반에 닫는다. 한 해 내내 쉬지 않고 연다. 늦게 연다고 뭐라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가게를 닫는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손님과 말없이 맺은 다짐인 셈이다. 아프거나 집안일이 있거나 어디 바람을 쐬고 싶어도 가게를 닫지 못 한다. ‘책상은 책상이다’ 꼭지를 돌아본다. 말놀이에 글놀이 같고, 말장난 같기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54 아프던 어제 《눈을 감고 보는 길》 정채봉 샘터 2006.1.9. 《눈을 감고 보는 길》을 읽었다. 글쓴이가 죽음을 앞두고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곧 몸을 내려놓아야 할 날을 알아채고서 병원에서 쓴 글이다. 머잖아 더는 글을 쓸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는 몸인데, 마지막으로 남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여태 병원에 어떤 일로 얼마나 드나들었을까. 아이를 셋 낳는다면서 병원에 가서 배를 갈랐다. 곪은 멍을 뽑아내야 한대서 갔다. 건강검진을 해야 해서 드나들기도 한다. 무릎이 삐걱거리면서 뒤틀리듯 아파서 병원에 들어간 때도 있다. 이때에는 다리에 무거운 쇠를 박았고, 한 달 동안 병원에 몸져누우면서 잠을 거의 못 잤다. 진통제를 먹고서야 가까스로 눈을 붙였다. 다리를 째고 쇠를 박고 아물어야 했으니 얼마나 아팠던가. 오금이 저리고 저절로 아야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달이 지나고서는 바퀴걸상을 석 달 탔다. 겨우 나무발을 짚고 일어서며 다시 걷는 훈련을 했는데, 이 여러 달에 걸쳐 일기는 엄두도 안 났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일기는 꼬박꼬박 썼는데, 이때에는 아무 생각도 못 하며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53 이름값 《달에서의 하룻밤》 패티 스미스 김선형 옮김 마음산책 2021.2.15. 《달에서의 하룻밤》은 막 나와서 책집에 깔리던 2021년에 처음 사서 읽었다. 그때에는 좋았다고 느꼈는데, 요 며칠 사이에 다시 읽으니 아니더라. 소설이라기에는 심심하고 여행일지라기에는 더 심심하다. 자서전도 아니고 회고록도 아니다. 어느 한 대목도 내 마음을 찡하게 울리지 못 한다. 그런데 이태 앞서 읽을 적에는 왜 좋았다고 느꼈을까. 예전에는 못 보고 오늘은 보이는 이 틈새는 뭘까? 곰곰이 짚어 본다. 《달에서의 하룻밤》은 방바닥에 이것저것 늘어놓은 듯이 시시콜콜 되는 대로 적은 글 같다. 뭔가 잔뜩 펼치려고 하지만 막상 하나도 잇닿지 않고 어지럽달까. 술집 이야기를 하다가 대뜸 책 이야기를 하다가, 어디에서 글을 써 달라는, 이른바 청탁으로 글을 쓰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갑자기 모든 글은 가슴(심장)에서 나온다고 맺는데, 어쩐지 겉멋만 부리는 글잔치 같다. 책을 덮고서 한숨을 쉰다. 그래, 지난 2021년에 나는 아직 이름값(프로필)에 휘둘려서 책을 샀고 읽었다. 이름값이 높다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야, 나도 글쓰기를 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사적 사적 경험 → 내 경험 / 내가 겪은 일 / 몸소 겪은 일 사적 원한 → 내 앙갚음 / 나한테 맺힌 아픔 사적인 대화 → 내 이야기 / 딴 이야기 사적인 일에 → 내 일에 / 딴 사람 일에 / 집안일에 사적으로 만나는 → 따로 만나는 / 살며시 만나는 사적으로 조용히 → 조용히 / 따로 조용히 ‘사적(私的)’은 “개인에 관계된”을 가리키고, ‘개인(個人)’은 “국가나 사회, 단체 등을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낱낱인 사람이란 “한 사람”입니다. 이리하여 “한 사람”으로 손볼 만하고, 이제는 ‘한사람’을 따로 한 낱말로 쓸 만하지 싶습니다. 흐름을 살펴 ‘나·내·저·제’로 손보거나, ‘혼자·홀로’나 ‘따로’로 손볼 만합니다. ‘몇몇’이나 “몇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반복적 반복적인 손목 사용으로 → 손목을 쉬지 않고 쓰며 반복적 화재로 인해 → 잇달아 불이 나서 / 불이 끊임없이 나서 반복적으로 꾸는 꿈 → 되풀이해서 꾸는 꿈 / 자꾸자꾸 꾸는 꿈 짧고 반복적인 문구 → 짧고 되풀이 나오는 말 ‘반복적’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반복(反復)’은 “같은 일을 되풀이함”을 뜻해요. ‘반복·반복적’은 ‘되풀이·돌다·꼬박꼬박·맴돌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때로는 ‘자꾸·꾸준히·내내·내처·내리’나 ‘거듭·거푸·또·다시·더·끊임없이’로 손질하고, ‘잇다·이어가다·잇달아’나 ‘늘·노상·언제나·나날이·두고두고’로 손볼 만합니다. ‘그냥·그대로·이대로·저대로’나 ‘줄곧·줄기차다·줄줄이’로 손보아도 어울리고, ‘끝없이·가없이’로 손보아도 돼요. ㅅㄴ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여독에 지치다 여독에 지쳐버린 → 지쳐버린 → 느른한 → 나른한 → 고단한 여독(旅毒) :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 피로(疲勞) :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 지치다 : 1.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서 기운이 빠지다 2.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서, 원하던 결과나 만족, 의의 따위를 얻지 못하여 더 이상 그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아니한 상태가 되다 한자말 ‘여독’은 “여행으로 생긴 피로”를 뜻한다 하고, ‘피로’는 “지쳐 힘듦”을 뜻한다고 하는군요. “여독에 지쳐버린”은 겹말입니다. 그런데 낱말책 뜻풀이 “지쳐 힘듦”도 겹말풀이에요. 이 보기글은 “지쳐버린”으로 고쳐쓸 노릇이고, ‘느른한·나른한’이나 ‘고단한·고달픈’으로 고쳐쓸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