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34 빼앗지도 빼앗기지도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어니스트 톰슨 시튼 이한음 옮김 지호 2002.12.20. 오늘 헌밥솥을 버리려고 안고 가다가 오르막 징검돌에서 돌멩이를 밟고 미끄러졌다. 손바닥이 붓고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손바닥뼈에 금이 가서 판을 대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천까지 친친 감았다. 살짝 딴청을 하다가 넘어지고 손까지 크게 다치자 할 일이 까마득하다. 다른 손은 금은 가지 않지만 아직 얼얼하다. 내가 하는 일은 손을 많이 쓴다. 일도 그렇고 글을 쓸 적에도 두 손으로 글판을 두드린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판을 제대로 칠 수 없어 아주 버겁다. 글은 그렇다치고, 한가위 대목 밑에 손길이 닿아야 할 일이 잔뜩이다. 우리 가게에서 다듬어서 싱싱하게 내놓아야하는 살림이 잔뜩 밀렸는데,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 손이 제대로 나으려면 얼마나 묶어 두어야 할지 모른다. 조금 금이 가도 이렇게 일이 꼬인다.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를 읽었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를 들려준다. 글쓴이가 보고 듣고 겪고 만난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뿔양 참새 곰 쇠오리 강아지 캥거루쥐 코요태가 나온다. 이 가운데 내가 본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33 차림맛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박영봉 진명출판사 2010.4.15. 밥하고 글쓰기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에서 살려낸 형용사를 다룬 책을 사서 읽어 보았지만 어쩐지 허술했다. 지난해 어느 글을 읽다가 궁금해서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을 산 적이 있다. 지난해에 읽을 적에는, 요리책처럼 그림이 있어 슬쩍슬쩍 지나갔다. 올해에는 좀 다르게 읽어 본다. 올해에는 그림은 건너뛰고 글만 곰곰이 새겨 본다. 어제는 짝꿍이 복숭아를 한 꾸러미 갖고 왔다. 겉은 말짱한데 깎으면 안이 검다. 가게에서 손님한테 팔 수는 없는 복숭아이다. 그렇지만, 먹어 보면 무르지 않고 복숭아맛이 부드럽고 달다. 다만, 겉으로 보기에 이미 썩어가는 빛깔 같아 입맛이 달아났다. 그냥 버리기에 아깝다고 여겨서 먹었다. 이튿날 배앓이를 했다. 복숭아 탓일까? 아니다. 복숭아 탓이 아니라, 탱주만 한 대추를 먹은 탓이라고 느낀다. 대추도 가게에서 시렁에 놓고 팔 수 없지만, 차마 버릴 수 없어 집으로 가져왔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에는 벌레알이 서렸다. 이 대추를 꽤 먹었다. 그리고 묵은나물도 손질을 해서 먹었다. 나물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32 글길 《문창극 칼럼》 문창극 을유문화사 2009.10.25. 사흘 앞서 《문창극 칼럼》을 샀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신문에 올린 글을 모았다. 열다섯 해가 지난 묵은 글일 텐데, 내가 쓰고 싶은 시나 글이 얼마나 깊거나 넓은지 잘 모르겠기에, 글길을 배우고 싶어서 샀다. 누구는 왜 이런 책을 사읽느냐고 할 수 있고, 누구는 이런 책을 사읽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싶고, 여러 가지를 두루 파는 가게를 꾸려가다 보니, 자꾸자꾸 둘레에서 하는 말에 휘둘리기도 하고, 이것이 좋다면 이쪽을 보고 저것이 좋다면 저쪽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 신문에 실린 묵은 글을 오늘 되읽어 보면서 뭔가 배우자고 생각했다. 한참 《문창극 칼럼》을 읽다가 소금을 떠올렸다. 팔이나 다리에 긁히거나 다친 데에 소금이 닿으면 되게 쓰라리다. 그런데 이 소금으로 재워야 먹을거리가 오래간다. 소금이 없으면 절임을 못 한다. 바닷물이 품은 소금처럼, 글도 소금을 품을 노릇일까? 그렇지만 소금은 아무 데나 쓸 수 없다. 바닷물이 하늘로 올라가서 비가 되어 뿌리는데, 빗물에는 소금 기운이 하나도 없다. 바다 같은 글이 쓰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고을밤 둘레에서 쓰는 말을 그냥그냥 받아들여도 안 나쁩니다만, 이때에는 우리 넋이 깨어나지 않더군요. 어떤 말이든 마음에 담아서 삭이면 새롭게 북돋울 만하지만, 그냥그냥 지나갈 적에는 되풀이하는 몸짓에 그쳐요. 되가락일 뿐입니다. 덧소리로 가꾸자면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새롭게 지으려는 뜻을 일으킬 노릇입니다. 바람은 늘 흐릅니다. 흐르지 않는 바람은 숨을 살리지 못 합니다. 흘러가는 바람이기에 풀꽃나무도 숲짐승도 벌나비도 사람도 싱그러이 숨쉬지요. 흐르지 않는 물도 매한가지예요. 흐르는 물결이기에 모든 숨결이 살아납니다. 갇히거나 가둔 물로는 어두운 티가 가득하고 말아요.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가면 어느 나그네채에서 묵을까 하고 살핍니다. 그냥그냥 자는곳에 깃들어도 되지만, 나중에 아이들을 이끌고 이웃마실을 할 날을 어림하면서 고을밤을 포근히 누릴 자리를 알아봅니다. 숱한 사람이 거치는 나들채에는 다 다른 사람들 발자취가 남아요. 마을집에서 조용히 묵으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펄떡 하나씩 매만지면서 천천히 마련합니다. 돈이 많다면 한꺼번에 맞추거나 거느릴 텐데, 아무리 돈이 넘실거리더라도 손빛으로 다루는 살림에 견주지는 못 합니다. 돈으로 다 이룬다면 굳이 손빛으로 여미어 차근차근 짜는 사람이 없겠지요. 사랑으로 짓는 살림이기에 노래합니다. 사랑으로 손쓰면서 차곡차곡 일구는 살림이기에 언제나 나긋나긋 부르면서 싱그럽게 하루를 누려요. 나비는 바람을 팔랑팔랑 가르고, 헤엄이는 물살을 펄떡펄떡 가릅니다. 솟구치는 샘물은 들을 적시고, 샘솟는 마음은 온몸에 고동치는 숨빛을 찌르르 울립니다. 스스로 일구는 오늘이기에 설레고 두근거리고 살아숨쉽니다. 남이 해줄 적에도 생생한 글이 태어날까요? 아닙니다. 투박하든 수수하든 손수 엮고 만지기에 싱싱한 풀잎처럼 푸른글빛을 입힐 수 있어요.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요. 우리 마음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하나하나 짚어 봐요. 기쁘게 뛰어오르는 길은 쉽습니다. 신나게 펄쩍펄쩍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넌출지다 남이 쓰기에 나도 써야 하지 않고, 나한테 즐겁더라도 남한테 즐겁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구한테나 좋다면 넉넉할 텐데, 좋거나 나쁘거나 따지기보다는, 널뛰는 삶을 찬찬히 다스리면서 고요한 마음에 느긋한 몸짓으로 하루를 짓는 길로 나아가면 아늑하리라 생각합니다. 배움길에는 배움짝이 있고, 사랑길에는 사랑짝이 있습니다. 함께 일할 짝꿍을 찾을 만하고, 같이 놀 짝지를 살필 만하지요. 나라가 너무 엉터리라서 고꾸라뜨리고플 수 있는데, 우두머리를 갈아엎거나 벼슬아치 몇을 판갈이하더라도 넌출진 얼거리가 달라지지는 않아요. 저놈이나 저쪽을 아무리 뒤집더라도 우리부터 스스로 깨어나려는 숨결이지 않다면 쳇바퀴이거든요. 빗물이 땅을 적시고 바람이 모든 목숨을 살리지만, 찬비에 모두 웅크리고 찬바람에 몽땅 얼어붙습니다. 포근한 볕으로 스밀 수 있어야 뒤죽박죽 나라를 달래어 일으킨다고 느껴요. 따스한 손길이 퍼질 때라야 흔들흔들 오락가락인 판을 잠재울 테고요. 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늘말’은 오늘 하루 생각해 보는 우리말 이야기입니다. 이 낱말 하나를 혀에 얹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보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말빛 오늘말. 사람결 어느 만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기에 짝을 찾아서 붙어 봅니다. 나한테 맞추어 주는 짝꿍하고 움직이면서 발걸음이며 몸놀림을 차근차근 되새깁니다. 곁에서 도와주는 손길이란 따뜻하지요. 푸근히 퍼지는 사람결을 누리면서 한결 새롭게 맛보고 느끼고 배웁니다. 어렵게 해야 잘 배우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가볍게 배울 만합니다. 가시밭길을 거쳐야 잘 배우지 않아요. 대단하지 않아도 이바지하고, 흔하더라도 돕습니다. 우리는 서로 꽃 한 송이로 만나고 별빛 한 줄기로 마주하면서 너그러이 토닥이고 감쌉니다. 과일 한 알을 나누듯 과즐 하나를 조각내어 노늡니다. 콩 석 톨을 심어서 사람이랑 새랑 풀벌레가 함께 즐기듯, 사람살이에서도 숲살이에서도 어깨동무로 따스한 나날이에요. 훌륭하거나 빼어난 재주가 없어도 넉넉합니다. 수수한 손길에 수월히 오가는 마음으로 이웃사랑을 폅니다. 어느 사람길이건 꽃길일 만합니다. 어느 들길이건 푸른길일 만하고요. 곱게 흩날리는 꽃씨를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개인적 개인적 의견 → 내 생각 개인적 경험 → 내가 겪은 일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하다 → 스스로 풀다 / 혼자 알아서 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 내 탓으로 / 집안일로 / 내 일로 개인적인 체험 → 내 삶 / 내 하루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않는다 → 따로 알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 따로 좋아하는 사람 개인적인 감정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 →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 / 제멋대로 하면 안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참 안 좋은 말이라 여겨요 → 저는 참 안 좋은 말이라 여겨요 / 저로서는 참 안 좋은 말이라 여겨요 ‘개인(個人)’은 “국가나 사회, 단체 등을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을 뜻한다고 하며, ‘개인적(個人的)’은 “개인에 속하거나 관계되는”을 뜻한다고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 반사적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 곧바로 엎드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 곧장 고개를 돌렸다 반사적 행동 → 맞몸짓 / 불쑥짓 / 저절로 / 제물로 반사적 본능이다 → 문득 하는 짓이다 ‘반사적(反射的)’은 “어떤 자극에 순간적으로 무의식적 반응을 보이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순간적(瞬間的)’은 “아주 짧은 동안에 있는”을 뜻한다 하고, ‘무의식적(無意識的)’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바로 그대로”쯤을 가리키는 ‘반사적’이로구나 싶습니다. 이러한 느낌이나 뜻이라면 ‘되비추다·되비치다’나 ‘비추다·비치다·어리다’나 ‘거울’로 손볼 만합니다. ‘갑자기·냉큼·대뜸·댓바람·이내’나 ‘몰록·문득·아차·어쩌다·얼결에’나 ‘곧바로·곧장·그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청천 하늘 청천 하늘 드높고 → 파란하늘 드높고 → 하늘은 드높고 청천(靑天) : 푸른 하늘 ≒ 청공·청궁·청명 파랗게 물들거나 일렁이는 하늘을 ‘청천’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청(靑)’은 ‘파랑’을 가리킵니다. 낱말책은 “푸른 하늘”로 풀이하는데, 옳지 않아요. 하늘빛을 ‘파란하늘’로 나타내고, 들빛을 ‘푸른들’로 나타내면서 낱말책에 실을 일입니다. 그래야 잘못 쓰는 일도 없고 겹말도 없겠지요. ㅅㄴㄹ 청천 하늘 드높고 넓은데 → 파란하늘 드높고 넓은데 → 하늘은 드높고 넓은데 《맑은 하늘을 보면》(정세훈, 창작과비평사, 1990) 14쪽 ㄴ. 겹말 손질 : 키운 양육자 키운 양육자 나름이니까 → 키운 사람 나름이니까 → 키우기 나름이니까 키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