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지금 당장 직행 지금 당장 직행이다 → 바로 간다 → 곧장 간다 당장(當場) : 1. 일이 일어난 바로 그 자리 2. 일이 일어난 바로 직후의 빠른 시간 3. 눈앞에 닥친 현재의 이 시간 직행(直行) 1. 빠르게 감 2. 도중에 다른 곳에 머무르거나 들르지 아니하고 바로 감 3. 도중에 정류장에 서지 아니하고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 = 직행버스 4. 도중에 정류장에 서지 아니하고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열차 = 직행열차 5. 마음대로 꾸밈없이 해냄 ≒ 직정경행 6. 올바르고 정당한 행동 어느 곳으로 바로 나아간다고 하기에 한자말로 ‘직행’입니다. ‘당장’이라는 한자말은 ‘바로’ 하는 몸짓을 나타내요. “당장 직행”은 겹말이에요. 그런데 두 한자말 앞에 ‘지금’을 넣으면 “바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31 어린이 사랑 《꼬마 옥이》 이원수 창작과비평사 1977.02.20. 어제 ‘이원수 글숲(문학관)’에 갔다. 언덕으로 버스가 올라가지 못해 삼백 미터쯤 걸었다. 다친 발가락이 아직 다 낫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절룩거렸다. 글숲에 들어서자 꽃대궐 작은 책이 먼저 눈에 띈다. 신문종이를 반 크기로 네 번 접었다. 첫 쪽에 이원수 님 동시가 실리고, 뒤편 윗줄에 이원수 수필이 실리고, 밑에 문학관 이야기로 이원수 님을 주제로 쓴 글이 실리고, 이 옆에 어린이 ‘시마을 칸’에 아이들이 지은 동시를 실었다. 작은 책을 알차게 꾸렸다. 글숲에는 첫 유리칸에 이원수 님 호적이 있다. 이원수 님이 남긴 살림을 둔 칸에는,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적은 수첩이 있다. 내가 아는 어느 이웃도 저렇게 깨알같은 글씨로 작은 공책에 적는다. 늘 생각하고 글을 적어 동시로 동화로 태어났을 테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도록 동시를 나란히 세워 놓았다. 대구에서 어린이가 많이 온다던데, 이곳을 다녀간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마음에 담으려나 헤아려 본다. 집으로 돌아와서 《꼬마 옥이》를 읽어 본다. 여러 글 가운데 <불새의 춤>와 <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30 끈 《인연이야기》 법정 문학의숲 2009.7.5.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시끄러워서 읽던 책을 덮는다. 다른 책을 펼쳤다가 또 덮고 《인연 이야기》를 집는다. 열세 해 앞서 만난 이 책은 다시 읽을 때면 언제나 마음을 쉴 수 있다. 아까까지는 책을 읽어도 글씨가 튕겨나가는 듯하더니 어느새 술술 익힌다. 첫째 글인 ‘오늘의 나는 무엇인가’와 ‘시 반 구절과 바꾼 목숨’을 읽는다. 여태 시끄럽던 마음을 살살 다독인다. 대구에서 가게를 열기 앞서 점집에 가서 물은 적이 있다. 점집에는 아들 낳으려고 답답한 마음에 처음 가고 더 안 갔는데, 짝하고 둘이서 우리 가게를 내려고 한참 헤맬 적에 다시 가 보았다. 가게를 어느 날에 열어야 할지 묻고 싶어서 가 보았다. 점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 좋게 나왔다. 나는 점을 보는 사람한테 내가 예전에 어떤 일을 하는 삶이었는지 슬쩍 물어보았다. 점집지기는 태어난 날을 묻는다. 이래저래 헤아리는 듯하더니, 내가 예전에는 서당에서 가르친 사람이었다고 알려준다. 그런가?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음이 한결 차분했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예전에 뿌린 씨앗이 그대로 돌아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21 ㄱ. 시공간 인상 다양 도구 기록 행위 나의 예술 시공간(時空間) : [물리] 보통 삼차원의 공간에 제사차원으로서 시간을 가한 사차원의 세계 인상(印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 ≒ 잔기(殘基) 다양하다(多樣-) : 모양, 빛깔, 형태, 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다 도구(道具) : 1. 일을 할 때 쓰는 연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 기록(記錄) : 1.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 서록(書錄) 2.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세운 성적이나 결과를 수치로 나타냄 행위(行爲) : 1.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 예술(藝術) : 1.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3.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때하고 곳이 있는 ‘삶’입니다. ‘안’이라는 낱말은 ‘마음’을 빗댈 적에 쓰기도 하지만, “내 안”은 옮김말씨라 할 만합니다. 우리말씨로는 ‘나’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20 ㄱ. 그것 행복 -ㅁ이 느껴진다 행복(幸福)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우리말은 앞머리를 ‘그것이’처럼 열지 않습니다. 그쪽에 있는 어느 것을 가리키려 하면 ‘그것’을 넣을 수 있되, 앞말을 받을 적에는 ‘그것이’를 안 씁니다. 이때에는 임자말 자리를 비웁니다. 즐거우면 즐겁고, 기쁘면 기쁘고, 허전하면 허전하고, 쓸쓸하면 쓸쓸합니다. ‘즐겁다·기쁘다’나 ‘허전하다·쓸쓸하다’는 ‘느끼는’ 바를 나타내요. “허전함이 느껴진다”는 억지스레 꾸민 옮김말씨입니다. ‘허전하다’라고만 해야 올바릅니다. ㅅㄴㄹ 그것이 아무리 행복해 보여도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진다 → 아무리 즐거워 보여도 어딘가 허전하다 → 아무리 기뻐 보여도 어딘가 허전하다 《구르는 남매 2》(츠부미 모리/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3) 131쪽 ㄴ. 각종 해양 대분류 소분류 정리 각종(各種) : 온갖 종류. 또는 여러 종류 ≒ 각색·각가지 해양(海洋) : 넓고 큰 바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권(水圈)으로,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따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9 ㄱ. 뇌를 풀가동하고 있었던 것 뇌(腦) : [의학] 중추 신경 계통 가운데 머리뼈안에 있는 부분 풀가동 : x full : 1. (~이) 가득한, 빈 공간이 없는 2. ~이 그득한[아주 많은 가동(稼動) : 사람이나 기계 따위가 움직여 일함. 또는 기계 따위를 움직여 일하게 함 어떻게 해야 할는지 얼른 생각하려고 할 적에 “머리를 쓴다”고 이야기합니다. “머리를 싸맨다”거나 “머리를 돌린다”고도 하지요. “있는 대로” 힘을 쓰는데, ‘온마음·온통·온힘’을 들이고, ‘안간힘’에 ‘애쓰다·악쓰다·용쓰다’라 할 만합니다. 때로는 ‘억지·어거지’요, ‘오직’이나 ‘악착같이·억척스럽다’이기도 합니다. 깊이 알고 싶거나 넓게 읽어내고 싶기에 ‘땀내’고 ‘땀뺍’니다. 그야말로 ‘쥐어짜다’에 ‘비틀다’예요. ‘짜내’려고 합니다. 수수하게 보자면 ‘힘내다·힘쓰다·힘껏’이기도 합니다. 차근차근 생각해 봐요. 우리가 나아갈 길과 삶과 말을 헤아려 봐요. ㅅㄴㄹ 뇌를 풀가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 머리를 쥐어짰다 → 머리를 잔뜩 썼다 → 머리를 핑핑 돌렸다 《우리는 올록볼록해》(이지수,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9 느끼는 몸을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2004.7.20 다섯 해 앞서 벚꽃이 필 무렵에 송해공원 옥연못을 걸었다. 그날 나란히 걷던 분이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책을 읽으면 글쓰기에 이바지할 만하다고 얘기했다. 그날 덥석 이 책을 장만했다. 이 책에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이 나온다. 하나마다 여러 이야기를 담는다. 한 꼭지에도 온갖 이야기가 흐른다. 숱한 사람들이 여러 느낌(감각)을 놓고서 쓴 글을 꽤 많이 따서 실었다. 냄새(후각)를 떠올려 본다. 맡기 싫으면 숨을 살짝 멈춘다. 우리 일터 지하실에 들어가야 할 적에는 숨을 훅 참지만, 오 초만 지나도 숨을 쉬어야 한다. 땅밑에 고인 여러 냄새로 어질어질하다. 나이든 어머니한테서 나온 지린내도 떠오른다. 나이든 어머니가 오줌을 조금씩 지리셨는데, 옷에도 몸에도 집안에도 가득한 적이 있다. 옷을 갈아입히고 씻기고 문을 다 열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집안이 싸늘했다. 만지고 맛보고 듣고 보는 일은 혼자서 느끼면 그만이지만, 냄새는 숨을 쉬듯 마신다. 우리 몸은 움직이는 작은 바다인데, 맡기 싫은 냄새도 바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15 ‘-의’ 안 쓰려 애쓰다 보면 어쩐지 갈수록 ‘나의’를 책이름에 넣는 분이 늘어납니다. 이원수 님이 쓴 노래꽃(동시) 가운데 〈고향의 봄〉은 첫머리를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엽니다. 이원수 님하고 오랜 글벗인 이오덕 님은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짚었고, 이원수 님도 바꾸어야 맞다고 여기면서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익숙하게 쓰는데 어쩌지요?” 할 뿐, 스스로 바꾸지 못 하였습니다. 잘 쓰든 잘못 쓰든, 입에 붙고 손에 붙은 말씨를 털기는 만만하지 않을 만합니다. 그런데 “익숙하니 못 바꾸겠다”고 여기면 앞으로도 잘못을 고스란히 퍼뜨리겠다는 뜻입니다.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일본은 우리말·우리글을 짓밟으면서 일본말·일본글만 쓰도록 억눌렀어요. 때로 치면 1910∼1945년이라지만, 일본 총칼무리는 더 일찍 이 나라에 스며들었기에 마흔∼쉰 해에 걸쳐 일본말·일본글에 길들고 익숙했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 때문에 1945년 8월 15일 뒤에도 일본말·일본글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 수두룩했습니다. 우리로서는 1945년 8월 15일이 ‘풀려남(해방)’이지 않아요. 하루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0 《나의 독일어 나이》 정혜원 자구책 2021.9.13. 《나의 독일어 나이》(정혜원, 자구책, 2021)를 읽었습니다. 이 나라를 떠나 독일에서 새롭게 ‘나찾기’를 하려는 마음을 수수하게 밝힌 듯싶으나, “구체적으로 지겨운 거절의 답장”이라든지 “마스크 착용은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방침”처럼, 이웃을 이웃이 아닌 놈(적군)으로 여기는구나 싶은 말씨가 자꾸 드러납니다. ‘나찾기’를 하려면 먼저 ‘나사랑’으로 갈 노릇이요, 남(사회·정부)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는 굴레에 갇힐 적에는 ‘나보기’하고 멀어갈 뿐입니다. 누구나 글쓴이한테 ‘지겹지 않게 거절 답장’을 보내야 할까요? 또는 ‘거절하지 말아야’ 할까요? ‘플라스틱 쓰레기’를 허벌나게 낳은 ‘입가리개’인데, 입에다가 플라스틱 조각을 내내 달고 살아가도록 들씌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정부)는 슬기롭거나 올발랐을까요? 다 다른 말을 듣고 맞아들이려고 독일로 건너갔으나, 막상 ‘다 다른 목소리’를 마음으로 내려는 이웃을 등진다면, 나이만 들 뿐입니다. ㅅㄴㄹ 사람들이 들고 있는 여권의 색깔만큼 다양한 외국어가 들린다 → 사람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9 《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새움 2020.9.22. 《환상의 동네서점》(배지영, 새움, 2020)을 읽는 내내 왜 일본말씨·옮김말씨를 이렇게 굳이 써야 하나 아리송했습니다. 수수하고 쉽게 우리말씨로 글결을 가다듬는 길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 했을까요. 책이름으로 붙인 ‘환상·의’부터 그냥 일본말입니다. 무늬만 한글입니다. 꿈같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놀랍거나 멋지다는 뜻은, ‘꿈·아름다움·즐거움·놀라움·멋’이라는 우리말로 밝혀야 나눌 수 있습니다. “꿈같은 마을책집”이요, “멋스런 마을책집”이며, “아름다운 마을책집”입니다. 마을입니다. 일본이 총칼로 이 땅을 짓뭉개며 퍼뜨린 ‘동(洞)’이 아닌 ‘마을·고을·골·실·말’이 우리말이요, 우리 삶과 꿈과 빛과 길을 밝히는 씨앗입니다. 말씨 하나가 대수롭습니다. 작은책집과 마을책집 한 곳이 골골샅샅 대수롭듯, 조그마한 책 한 자락이 우리 숨결을 살찌우면서 대수롭듯, ‘길든 대로 쓰는’ 말이 아닌, 생각을 지펴서 어린이 곁에서 노래할 적에 빛날 말씨앗입니다. ㅅㄴㄹ 감탄사는 갈고닦는 게 좋다 → 느낌씨는 갈고닦아야 좋다 → 메아리는 갈고닦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