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하루 우리말 노래 우리말 새롭게 가꾸기 57. 담찔레 지난날에는 울타리를 가볍게 두면서 탱자나무나 찔레나무나 싸리나무를 ‘울나무’로 삼았다. 탱자한테서는 하얗고 맑은 꽃을 보다가 노랗고 탱탱한 열매를 얻는다. 찔레한테서도 하얗게 그윽한 꽃을 맞이하는데, 이에 앞서 새봄에 돋는 여린싹을 나물로 얻는다. 싸리나무한테서는 겨울에 눈을 쓸거나 여느 철에는 마당을 쓰는 빗자루로 묶을 가지를 얻는다. 울나무 가운데 하나인 ‘찔레’를 눈여겨본 사람들은 꽃송이만 따로 키워 “꽃빛을 크게 누리는” 길을 열었다. 이러며 ‘rose’라는 이름을 붙이고 한자말로는 ‘薔薇’로 옮기는데, 우리 눈썰미로 보자면 ‘꽃찔레’이다. 꽃으로 누리는 찔레란 뜻이다. 이 꽃찔레는 으레 담에 올려서 잇는다. 담을 타고 덩굴을 뻗는 꽃빛이다. 그러면 ‘담찔레’로 이어가기도 한다. 담찔레 (담 + 찔레) : 찔레(들찔레)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손보고 따로 키우면서 꽃송이가 더욱 눈부시며 크도록 가꾼 꽃을 가리키는 이름. 으레·일부러 담에 앉혀서 덩굴줄기를 이으면서 함박스럽게 커다란 꽃송이를 나누거나 누리기도 한다. 꽃송이가 눈부시게 돋보이도록 바꾼 꽃인 ‘장미’를 가리키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8 이웃한테 《우리 마을 이야기 1》 오제 아키라 지음 이기진 옮김 길찾기 2012.03.20. ‘코로나19’라는 돌림앓이에 걸리고 낫던 하루가 한참 오래된 이야기 같다. 처음 《우리 마을 이야기 1》를 읽던 즈음에는 드디어 돌림앓이가 나았다고 여겨서 풀려났다. 막내아들하고 끙끙거리듯 서로 갇혀서 힘겹게 혼자 지내야 했는데, 그때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우리 마을 이야기》는 일본에서 ‘나리타 공항’을 닦으려 하면서, 일본 정부가 ‘나리타 시골마을’을 어떻게 갈라놓으면서 사람들끼리 다투도록 불씨를 심다가 땅을 빼앗았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우리는 쌀밥을 먹고, 무와 배추를 먹고, 수박과 참외를 먹는다. 모든 먹을거리는 땅한테서 얻는다. ‘땅’이라고 했지만, 그냥 땅이 아닌 ‘논밭’이다. 논밭이 있기에 우리가 서울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밥을 먹고 몸을 살찌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일본에 공항을 늘려야 한다면서 ‘경제발전’과 ‘관광수입’을 내세워 갑작스레 시골마을을 큼지막하게 통째로 밀어서 없애려 했단다. ‘나리타 공항’을 일본 정부가 마구잡이로 지으려 할 적에 시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71 글눈 가난하거나 못 배운 사람을 나무라거나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거나 놀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탓에 누가 돈을 조금 쥐어 주면 헤벌레 넋이 나간다고 지청구를 하는데, 돈이 많은 이들은 돈냄새를 맡고서 쉽게 휘둘리는 터라 사람빛이 없다고 지청구를 할 만할 텐데요? 못 배운 탓에 누가 옆에서 무어라 쑤석거리면 쉽게 춤춘다고 꾸짖는데, 많이 배운 터라 슬슬 빌붙을 뿐 아니라 얄궂게 구멍을 내어 빠져나가거나 뒷짓을 일삼기 일쑤 아닐까요? 가난해서 나쁘거나 가멸차서 나쁘지 않습니다. 못 배워서 모자라거나 많이 배워서 모자라지 않습니다. 언제나 마음에 따라 다를 뿐입니다. 가난하거나 못 배웠어도 마음을 곧게 세운 사람은 한결같이 푸르고 아름다워요. 가멸차거나 많이 배웠어도 마음을 시커멓게 먹은 사람은 노상 지저분하고 사납지요. 우리가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70 바다빗질 어릴 적 살던 인천에서는 바닷가를 보기가 만만하지 않았어요. 쇠가시울타리가 높고 길게 뻗었거든요. 개구멍을 내어 드나들었고, 가까운 영종섬으로 배를 타고 갔습니다. 뻘바다는 모래밭이 적으니 먼곳에서 물결에 쓸려온 살림을 구경하는 일은 드뭅니다. 모래밭이 넓은 곳에서는 물결 따라 쓸린 살림이 많아요. 때로는 빈병이, 조개껍데기가, 돌이, 쓰레기가 쓸려옵니다. 어느 나라부터 물결을 타고 머나먼 길을 흘렀을까요. 우리나라부터 흘러갈 살림이나 쓰레기는 어느 이웃나라 바닷가까지 나들이를 갈까요. 바닷가 사람들은 으레 줍습니다. 살림이라면 되살리도록 줍고, 쓰레기라면 치우려고 줍습니다. ‘해변정화’ 같은 어려운 말은 몰라도 바닷가를 빗질을 하듯 찬찬히 거닐면서 물결노래를 듣는 하루를 건사합니다.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빗질을 하며 가지런하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9 멧채 멧자락에 호젓하게 살림칸을 마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글우글 모이기를 꺼리고, 북새통을 이루는 커다란 고을보다는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면서 새랑 숲짐승하고 이웃하려는 매무새로 보금자리를 가꾸려는 마음입니다. 작게 세우는 ‘멧집’에는 멧짐승이 슬몃슬몃 찾아와서 기웃기웃하겠지요. 멧길을 오르내리다가 다리를 쉬고 숨을 돌리는 조그마한 칸이 있습니다. 멧자락에서라면 바위에 걸터앉아도 즐겁고, 그저 흙바닥에 벌렁 드러누워도 홀가분합니다. 다만 조금 더 느긋이 머물면서 몸을 달랠 만한 바깥채를 조촐히 꾸려놓는 ‘멧터’이자 ‘멧쉼터’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멧채’를 일구면서 조용히 살아간다면 푸른별은 매우 아늑하면서 따사로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알맞게 떨어져서 멧살림을 한다면, 부질없는 총칼(전쟁무기)을 만들 까닭이 없고, 사람을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7 책이름에 낚였지만 《날씨의 맛》 알랭 코르뱅 외 김혜연 옮김 책세상 2016.3.30. 《날씨의 맛》을 장만해서 읽던, 세 해 앞서 겨울을 떠올린다. 2020년 겨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덮으면서도 머리가 휑했다. 마음도 휑했다. 글밭(문장)을 넓히려고 온누리(우주)를 알고 싶었다. 날씨가 내 마음을 어떻게 열어 줄까 궁금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2023년 가을에 이 책을 다시 읽자니 아무래도 책이름(제목)에 낚였구나 싶다. 책이름에 이끌려서 책을 산 지난날이란, 허울이 좋아 보이면 덥석 집어무는 어리석은 마음이리라. 하늘을 다스리는 해와 비와 바람과 눈과 안개와 천둥 번개를 한 갈래씩 다루면 꽉 찰 듯한데, 《날씨의 맛》은 역사학자 같은 분들이 쓴 글을 모았다. “영원히 내릴 것처럼 계속되는 질척하고 고약하고 밉살스러운 비” 같은 대목을 읽다가 놀랐다. 스탕달이 쓴 글에서 뽑았다는데, 비를 싫어하며 이렇게 적었단다. 《날씨의 맛》을 엮은 사람은 스스로 해나 비나 바람을 느낀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자꾸자꾸 다른 이름난 사람들 말을 따온다. 해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들 건강이나 열정
[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작게 삶으로 026 한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노혜숙·유영일 옮김 양문 2018.10.30.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늘 앞길을 걱정했다. 스물다섯에 이미 마흔을 챙기려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날이 오면 다 이룰 듯한 생각에 버티기도 했다. 한 푼을 더 모아야 우리 아이 하나 더 가르친다는 생각뿐이었다. 컴퓨터를 배우러 갔다가 이 돈을 아껴서 우리 아이 가르쳐야지 하고 마음을 돌렸다. 꽃꽂이를 하다가도 이 돈 아껴서 우리 아이들 한 달 학원을 보내야지 하면서 그만두었다. 흙을 빚다가도 우리 아이 예쁜 옷 사줄 수 있는데 하고 멈추었다. 나는 돈을 모으려는 마음으로 하루를 그냥 써버린 듯하다. 늘 모레에 모레에 모레만 챙기려던 셈이다. 어떤 사람을 보면, 하루에 몇 가지 삶으로 쪼개며 달린다. 일 초도 오 초도 무턱대고 기다리지 않고 이쪽저쪽 몇 사람 몫으로 일을 하면서 틈새를 아끼는 사람도 있다. 이 몇 초로 한삶을 더 누린다는 마음인지 모른다. 나도 대구에 와서 처음 세 해는 일이 바빴다. 아주 바빴다. 가게에 손님이 많아서 바쁘다기보다는 낯선 일을 맡느라 일이 서툴러서 몇 곱절이나 바빴던 나날을 건너왔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4 《제1권력》 히로세 다카시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3.20. 《제1권력》(히로세 다카시/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은 글쓴이가 앞서 선보인 《누가 존 웨인을 죽였는가》를 가다듬고 보탠 판입니다.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처럼 작은이름을 붙인 이 꾸러미는 숱한 말썽과 말밥이 어떤 뒷낯으로 하나하나 생겨났나 하고 짚습니다. 우리나라가 겪은 사슬판(일제강점기·식민지)뿐 아니라 한겨레싸움(한국전쟁)에도 깊이 발을 담근 그들(권력자)은 독일 나치하고도 얽혔다지요. 2022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갑니다. 러시아는 2022년에 앞서도 쳐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도 푸른별 여러 나라로 몰래 쳐들어가기 일쑤였고, 숱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한싸움(민족분쟁)에도 깊이 얽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이쪽하고 저쪽이 엇갈려 미워하면서 싸우는 얼개이지만, 뒷낯을 보면 ‘그들 한놈’이 슬그머니 두 일터(회사)로 갈라서 이쪽하고 저쪽에 조금 다른 총칼(전쟁무기)을 팔아먹은 발자취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총칼은 돈이 쏟아지는 장사판일 뿐 아니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푸른책 읽기 43 《오만한 제국》 하워드 진 이아정 옮김 당대 2001.1.9. 《오만한 제국》(하워드 진/이아정 옮김, 당대, 2001)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요즈음 이분 책을 곁에 두는 분이 얼마나 있을는지 모르나, 이분이 싸움날개(전투폭격기)를 몰며 꽝꽝 터뜨리던 무렵 스스로 지저른 죽임짓을 밝히는 대목은 앞으로도 눈여겨볼 글줄이라고 느낍니다. 어느 쪽만 ‘때린이(가해자)’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올바르다(정의의 편)고 외치면서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게 죽임짓을 일삼은 무리가 있어요. 하워드 진이라는 분은 그이 스스로 ‘미국 싸움날개’를 몰지 않았다면, 또 그 싸움날개가 무슨 뜻이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다면, ‘역사’라는 이름을 내세운 온갖 거짓말을 캐내려는 마음으로 나아가지 못 했으리라 느낍니다. 바보짓을 일삼은 적이 있어도 깨우치고 거듭날 수 있습니다. 바보짓을 한 적이 없더라도 오히려 바보스러운 굴레에 스스로 갇혀서 못 헤어나오기도 합니다. 눈을 뜨고 참길을 걸어가면서 참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언제나 되새기려 하지 않는다면, 그만 나라(정부)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휘둘리는 허수아비 노릇을 하기 일쑤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36 한자말을 쓰지 말자? 저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저는 언제나 우리말을 씁니다. 우리말로 녹아든 ‘한자로 지은 낱말’이나 ‘일본에서 들어온 낱말’이나 ‘영어에서 온 낱말’이라면, 모두 똑같이 우리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씁니다. 다만 ‘한자로 지은 티’가 풀풀 나는 한자말은 굳이 안 씁니다. 왜냐하면 저로서는 온사랑을 듬뿍 담아서 즐겁게 쓰면서 기쁘게 삶을 노래하도록 생각을 북돋우는 우리말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자말을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영어를 쓰든 안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낱말을 골라서 쓰든, 우리는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으면 돼요. 우리는 서로 마음이랑 마음으로 아끼고 보듬으며 어깨동무할 수 있으면 돼요. 눈을 감고 바라보셔요. 무엇이 보일까요? 눈을 감은 눈으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두 눈을 감고 서로 바라본다면, 네 얼굴이나 키나 몸짓은